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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쪽 모임에 어울리고 있어요. 오늘은 자고 들어갈 것 같아요.」


단말로 들어온 리제의 연락을 보고 사령관은 고개를 갸웃거렸음.

실로 오래간만에 사령관과 같이 활동하게 된 라비아타가 기민하게 그 점을 눈치챘고.


-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 아니, 리제가 연락을 해오긴 했는데. 왜 굳이 통화가 아니라 문자만 보냈나 싶어서.


가볍게 허락을 구하고 내용을 확인한 후, 라비아타는 당연하다는 듯 바로 답을 내놓음.


- 목소리를 들으면 보고 싶어질 테니까 그런 거겠죠.


이걸 눈치채지 못하다니 주인님 답지 않다는 첨언에 다소 놀림이 섞여있건 말건, 사령관은 살짝 섭섭해 보이던 표정은 착각이었다는 양 확 밝아지면서 그런 건가? 라며 고개를 끄덕였음.

전투를 지휘할 때의 정밀 기계 같은 모습과는 정 반대인 반응에 자기까지 흐뭇한 기분이 들어서 라비아타는 낮게 웃었지.

참 좋을 때다.

이젠 정말로 아이만 있으면 완벽할 텐데.


- 그러면, 일단 페어리 쪽에는 나중에 들르시는 것으로?

- 그렇게 해야겠지. 외곽지대… 호드부터 찾아가 보자.

- 좋아! 다들 벨트 꽉 메는 거거든?


로크에 탄 정도 말고는 의외로 비행 경험은 없었던 사령관이 세인트 오르카의 발진에 살짝 움찔하고, 아르망이 괜히 부탁하지도 않은 추락 확률을 계산해 보이는 장난기를 발휘하는 동안.


- '문자로 외박 연락이라니… 방금 거 굉장히 부부 같았을지도!'


사령관에게 확인 겸 애정표현으로 가득한 답장을 받고 그걸 다시 사랑 타령으로 회신한 리제가 참으로 하잘 것 없는 감상에 뿌듯해 하고 있었다는 건, 본인 외의 누구도 알지 못했음.


*   *   *


- 여어~ 와이프 킬러!


그리고 처음 찾아간 호드에서 들은 소리가 저거였어.

퀵 카멜이 기겁해서 입을 막으려고 하긴 했는데 워 울프는 한 명이 아니고, 뭣보다 사이좋게 한 잔씩 걸친 상황이라 손짓 자체도 허공을 갈랐을 뿐이었지.


야스 의존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이상 자기가 덮어써야 할 업이려니 (사실과 크게 다르지도 않고) 하는 생각에, 사령관은 민망하게 웃으면서 여기저기 널부러진 호드 대원들을 지나 칸의 옆자리에 앉았음.


- 미안하군. 이쪽부터 들를 줄 알았다면 조금은 자제시켰을 텐데.

- 아니. 쉬라고 준 시간인데 나 때문에 방해할 수야 없잖아.


한 잔 하겠나? 술에는 약해서. 하는 거절에 칸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신 주스를 권했… 는데.


- 뭐? 그렇게 시시하게 굴 거야?

- 우- 우-!


정작 워울프들한텐 납득이 안 가는 전개였던 모양이야.

과연 호드야. 정도라는 걸 모르지.


- 다른 부대에도 들러야 하니까, 술은 정말 곤란해.

 대신 바라는 거라도 있으면­ 말해볼래?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치기로 하고.


앙헬의 금고에서 챙겨온 고급 주류를 다소 푸는 정도면 될까, 하고 생각했는데.

워울프들은 서로를 마주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한 목소리로 말했음.


- 야한 이야기.

- ……뭐?

- 우리의 무한한 탐구심이 오르카 호 최고의 미스테리를 놓칠 리 없잖아?


뭐야, 그 거창한 타이틀은.

사령관의 의문을 읽어내기라도 한 건지, 바로 눈을 번뜩이는 탈론페더가 끼어들었지.


- 그렇다니까요! 오르카 호의 과반수가 궁금해 마지않는 일인데 취재 금지 처리에, 남는 건 정황 증거 뿐.

 그나마 많은 정보를 쥐고 있을 바닐라 씨는 아무리 캐물어도 폐기물을 보는 눈으로 무시할 뿐이고.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가치가 걸린 문제라고요!


밤일 사정에 그 정도의 가치를 걸어도 괜찮은 것인가.

내심 태클을 걸면서도 사령관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봤음.

솔직히 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자칫 가라앉을 뻔 했던 분위기가 배 이상 끓어오른 상태에서 파토내 버리는 건 역시 좀 찜찜했지.

워울프들이나 탈론페더는 물론이거니와 퀵 카멜도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으니 더욱.

하지만 리제는 리제대로 이런 면에서 보수적인 면이 있고…….


- …일단 허락부터 받을 테니까 기다려 봐.


공처가네 애처가네 하는, 야유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를 배경으로 사령관은 리제에게 (일전의 뜻을 존중해서) 문자를 보냈고.

당사자가 고뇌한 정도를 대변하기에 충분한 기간이 지난 후에야 온 답장은 이전의 것과 달리 심플하기 그지없었음.


「적당히만.」


- 음….

- 왔어?!

- 뭐래!?


글쎄, 이 분위기에서 '적당히'로 끝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하던 사령관의 머릿속에 갑자기 섬광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음.


- 허락은 받았어.

- 만세!

- 하지만 공짜로는 안 돼.

- 안 돼!


줄 것도 없는데! 이렇게 된 이상 페더의 손ㅈ-와아아악!

점입가경으로 왁자지껄해지는 주변을 가볍게 손을 들어서 진정시키고, 사령관은 씩 웃으면서 말했지.


- 내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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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호드부터이빈다

아마 당분간 리제 쪽 비중은 적을 것 같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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