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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령관은 블랙웜이 있는 독방의 쇠창살 앞에 선다. 깨끗한 상태의 감옥이나, 그녀의 상태를 보면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 일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블랙웜을 보자니 사령관의 마음이 아파진다.


 “너희들은 저녁 먹었어?”


 “아직이지 말임다.”


 “안에 있는 블랙웜은?”


 “마찬가지지 말임다.”


 “너희 둘 저녁 먹으러 가는 김에 포티아에게 부탁해서 죽 두 그릇을 가져와 달라고 해줘. 그리고 돌아와 주지 않아도 돼.”


 “각하,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없으면 블랙웜씨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모름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저희 머리에 구멍이 날검다.”


 “괜찮을 거야. 정말 위험한 일이 벌어질 거 같으면 명령으로 멈추게 하면 되고.”


 브라우니들은 사령관의 안전 때문에 부탁을 들어줘야 하나마나 갈팡질팡한다. 하지만 사령관의 뒤로, 복도의 끝 쪽에 보이는 각진 통로에서 엄청 피곤한 이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브라우니들은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비켜준다. 사령관이 독방의 안으로 들어간다.


 블랙웜은 자신의 앞으로 보이는 남색의 운동화가 보인다. 저런 신발을 신을 사람은 사령관 밖에 없기에 잠시 고개를 들어본다. 그의 얼굴의 한쪽은 여전히 퉁퉁 부어 있었고, 그의 표정은 여느 때처럼 슬퍼 보였다. 그녀는 주인님을 입에 담고 싶어했지만, 자신의 처지에 그런 단어를 담는 게 과연 합당한지 생각해본다. 이내 그런 과분한 단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크나큰 죄라 생각하며 고개를 떨군다.


 그가 그녀의 뒤로 온다. 기나긴 머리가 구속구를 풀려고 하는데 방해가 된 것인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몰아내다 잠시 멈춘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자해의 흔적을 본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추태를 보여줌에 한 층 더 조용해진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시 움직이면서 구속구를 풀어준다. 구속구가 완전히 풀어지자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짠냄새와 땀내, 그리고 오물의 냄새가 섞여 그의 코를 찌른다. 그녀가 스틸라인으로부터 구속된 시간만 거진 6시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니, 사령관은 그제야 그녀를 찾아온 게 너무 늦었다는 걸 실감한다. 그녀는 자신을 뒤에서 안는 사령관에 놀라지만, 좀처럼 힘이 나지는 않았기에 조용히 입을 연다.


 “전… 불결합니다. 절 안아줄 만한 가치는 없습니다.”


 “불결하긴, 이 정도면 먼지 구덩이에 앉아 있는 게 더 불결하지. 그리고 네 가치는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을 가지고 있어.”


 “저는 모르겠습니다… 저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이유도 모르겠고, 저를 위해 슬픈 표정을 짓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물건을 잃어버리고 때리기까지 한 저를 위해 안아주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사령관이 더욱 강하게 안으며 말한다. 블랙웜은 그제야 한동안 텅 비어버린 것 같았던 몸속이 채워지는 것 같았지만, 그와 반대로 가슴이 아파온다.


 “주인님은 정말 절 사랑하는 건가요.”


 “사랑해.”


 “전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애초에 제가 이해하고 있다는 것조차 그저 착각이 아닌가 생각되요. 그렇기에 지금의 전 주인님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 하겠어요.”


 “…”


 “주인님의 얼굴을 보면, 어째서인지 근심 어린 표정만이 제 눈에 보이게 돼요. 어째서인거죠? 차라리 지금처럼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어째서 제가 이 억제 모듈을 설치하고 나서는 미소를 더 지어주지 않는 거죠? 분명히 저의 업무 효율량은 올라갔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어째서 칭찬을 들을 수 없는 거죠? 제가 무엇인가를 잘못한 것인가 항상 생각하지만… 저는 알 수 없어요. 그리고 그 해답을 얻지 못하는 날이 늘어갈수록 공허함은 늘어나고, 주인님의 얼굴을 볼때마다 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찢어지다가 못해 칼로 난도질하고, 못이 내려 찍히는 것 같아요. 전투로 쓰러져 수복실에 누워있는 것보다 고통스러워서…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전 잘못 만들어진 제품인 걸까요? 전 주인님의 눈에 맞지 않는 제품이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전 이대로 유전자 씨앗과 함께 사라지는 게 옳은 걸까요…”


 블랙웜의 읊조림에 사령관은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그녀를 안아주기만 한다.


 “제발… 전 해답을 원해요… 주인님의 말을 듣고 싶어요… 제 존재의의에 긍정이나 부정을 원해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하지만 곧바로 들리는 복도의 걸음소리에 곧장 눈물을 닦고 자리서 일어선다. 다가온 것은 이전에 자신이 부탁한 죽을 든 포티아였다. 포티아로부터 죽을 받자, 그녀는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자리를 떠나준다. 사령관은 죽 한 그릇을 블랙웜에게 주면서 말한다.


 “내가 배가 고파서 그런지 바로바로 생각이 안 나는 것 같아. 너도 속이 비어서 그런 게 아닐까?”


 “…영양의 부족을 뜻하는 건가요?”


 “적어도 기분은 좋아지지 않을까?”


 “저도 기분을 느낄 수가 있을까요?”


 “모르지. 하지만 시험해 볼만하지 않을까?”


 사령관의 말에 블랙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떨리는 손으로 그릇을 받는다. 죽을 한 숟가락 떠 입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사령관은 안심하며 조용히 식사를 함께 한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비워진 두 접시를 사령관이 개수대에서 씻는다. 블랙웜은 배가 따뜻해지자 긴장이 풀린 것인지 등을 벽에 기대곤,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사령관은 접시를 쇠창살 앞의 의자 위에 두고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하루동안 그녀에게 많은 일이 벌어졌으니 피곤해진 것이라 생각된다. 여전히 힘들어 보이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마로 키스를 해주고는 옆의 담요를 덮어준다. 그리고는 그녀의 아래로 팔을 집어넣어 훌쩍 들어버린다. 그녀의 안 좋은 모습을 가리겠다는 심산이었지만, 한층 더 포근해진 그녀는 머리를 사령관의 가슴에 대고 잔잔한 숨소리를 낸다. 사령관은 미소를 지으며 독방에서 걸어나간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복도의 모퉁이에서 숨죽여 지켜보던 이프리트는 소리 없이, 한없이 울기만 했다.



 

 오르카호의 감옥으로부터 사령관의 침실은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사령관에 안겨 있는 블랙웜을 눈 여겨 보았고, 화해한 것 같다라는 소문이 또 빠르게 퍼지기 시작한다. 사령관은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샤워실의 한 사람만 들어갈만한 조그마한 욕조로 그녀를 옮긴다. 그리고는 배틀메이드로 연락해 블랙웜의 옷을 부탁한다. 블랙웜을 씻기기 위해 옷을 벗기자, 비몽사몽하며 잠에 깬 블랙웜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볼에 키스를 해준다. 그 키스 한 번에 단번에 정신이 깨고는 자리서 일어서려고 하지만, 비틀거리며 쓰러지려고 하기에 사령관이 그녀를 지지해준다.


 “오늘은 내가 씻겨줄 게. 좀 쉬고 있어.”


 “…감사합니다.”


 그녀가 다시 욕조에 앉자 사령관은 샤워기를 틀어 따뜻하게 그녀를 적셔준다. 대화 하나 없이 블랙웜의 더러움을 씻기길 한참, 히루메가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옷을 올려둔다. 아무도 없는 것인지 고개를 까딱이지만, 샤워실의 물소리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살며시 발걸음을 옮긴다. 조그마한 문틈 사이로 그녀가 블랙웜을 보자마자 문을 힘차게 밀고 덮치듯이 안아준다.


 “이 어린것아, 얼마나 소인을 걱정시키는 것이냐!”


 “히루메님, 옷이 젖습니다.”


 “그깟 젖는 게 무슨 대수라고!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계집이로군. 이럴 땐 따듯하게 ‘안녕하신가요’라고 인사를 하면 되는 걸!”


 “그럼, 안녕하신가요 히루메님!”


 “그래, 안녕하다말고, 안녕해.”


 히루메는 그 말을 끝으로 소리 높여 운다. 한참 뒤 히루메가 울음을 그치고는 블랙웜을 씻기는 건 자기가 하겠다며 사령관을 욕실로부터 내쫓는다. 사령관은 즐겁게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는-. 물론 일방적인 히루메의 목소리였지만 내심 안심하며, 미뤄진 일을 하기 위해 업무실로 발을 옮긴다.


 히루메가 역작이라며 내심 흥분하여 블랙웜과 욕실에서 나오지만, 사령관은 이미 자리를 비웠기에 입을 삐죽거리며 혼자 말을 한다.


 “이렇게 어여쁜 새색시가 될 자를 혼자 두는 낭군을 어디서 볼 수 있는 건지...”


 히루메의 말대로 정갈해진 블랙웜은 예전처럼 아름답다고 칭송되어질 정도였다. 그렇기에 블랙웜보다는 히루메가 더 힘이 빠지는 중이다.


 “주인님의 시간을 많이 빼앗은 저의 잘못이 큽니다.”


 “흥, 그런 일 하루 이틀 정도 빼먹어도 될 터인데.”


 “히루메님?”


 주인을 부정하는 것 같은 말을 하는 히루메에게 경고하듯 부르자, 히루메는 이전처럼 꼬리를 바짝 세우며 블랙웜의 눈치를 본다. 그것도 잠시 히루메는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 큰소리로 웃는다.


 “그나저나 다른 언니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우리가 ‘배틀 메이드’라는 측근인 이상, 일단 자숙하기로 했다네. 낭군이 아무리 우릴 용서한다고 해도, 남들의 눈에 보이는 사과는 보여야 될 것 같아서 말이네.”


 “죄송합니다.”


 “에잉, 그런 말 할 필요가 없네. 반지를 잃어버리면 누구라도 경황이 없었을 터니. 그러니 아무 걱정말게. 우리 배틀 메이드는 그대가 건강하길 기원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더 부탁하고 싶은 게 없나? 이 세탁물들을 가져갈 겸, 나갈 생각인데.”


 “그 식물… 지금 독방에 제가 키우던 식물이 있을 겁니다. 그걸 대신 가져가 주겠나요?”


 “아, 그대의 이름과 같은 그 식물 말이지? 알았네! 걱정 말고, 오늘은 낭군과 푹 쉬게!”


 침실을 떠나려는 히루메를 바라보다 이내 블랙웜이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고마웠습니다. 저를 위해 여기까지 행동해주신 그 마음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히루메는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미소를 지어준다.


 “자네와 나의 사이 아닌가? 힘들 땐 서로 도와주어야지.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말게.”


 “…”


 “그럼 진짜로 가보겠네!”


 히루메가 침실로 나가자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조용히 침대에 앉는다. 침대에는 온기가 없지만, 이불에는 사령관의 채취가 남아있기에 블랙웜은 숨을 크게 들이켜본다. 자신의 코와 입으로부터, 목구멍으로, 폐에 도착하여, 전신을 휘감을 때까지 냄새를 맡아본다.


 그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사령관을 사랑하는 마음도, 성적으로 흥분되어야 할 즐거움도, 이 자리에 없는 주인에 대한 애달픔도,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역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현실에 블랙웜은 가슴에 큰 고통을 느끼며 쓰러지듯 침대에 눕는다. 감정 모듈을 다시 부착할까 생각을 해보지만, 이성적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지기에 기각된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혹은 다른 바이오로이드와 마찰이 벌어질지 계산도 되지 않기에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더욱이 사령관이 자신에 대한 답을 유보하였기에, 혹시 자신이 버려진 게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옆의 서랍을 뒤져본다. 사령관의 사유물을 뒤진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죄였지만, 자신의 한계의 그 끝으로 가고 있는 블랙웜은 그저 해답만을 원하며 서랍 안의 키카드를 꺼내든다. ‘분해실’이라고 적혀있는 키카드를 보며 블랙웜은 눈을 감는다. 사령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이 오르카호에 알맞은 자인지, 그리고 자신의 공석에도 과연 큰 변화가 있을 것인지… 그녀의 머리 속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그녀가 당장 물은 질문의 해답은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그녀는 절망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까지 인사도 못 주고 이곳을 떠나는 게 맞는지 고민해본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머리 속의 눈 앞에 보인 건 슬픈 표정의 사령관이었기에 조용히 자리서 일어선다. 아무도 없는 빈 침실의 문 앞에서 블랙웜은 누군가가 있는 것 마냥 고개를 숙여 진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살며시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사령관은 시라유리 대신 부관의 좌석에 앉아있는 칸을 본다.


 "시라유리는?"

 

 "잠시 할 일이 있다며 나가더군. 그보다... 그 표정을 보니 잘 된 것 같군."


 "잘 된 거려나?"


 "그대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네."


 칸의 칭찬에 사령관은 배시시 웃으면서 의자에 앉는다. 그와 동시에 칸이 자리서 일어선다.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군. 그냥 결재도장만 찍으면 될 테니.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천천히 일을 해주게."


 "알았어 칸. 그럼 내일 봐."


 "당신도 좋은 밤을 보내길."


 사령관은 그날 하루 중 가장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흥얼거리며 남은 업무를 처리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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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중파된 블랙웜을 그려내려니까 글을 지우고 적고 지우고 적다보니 늦어졌음 ㅠㅠ


어떤 댓글이라도 좋으니 써주면 최대한 답해드리겠음


욕도 좋고, 의견도 좋고, 물어볼 것도 좋고, 검수도 좋음 ㅎㅎ


글고



내일 8시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