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동료들은 다 죽고 본인만 운좋게 살아남은 것에 대한, 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더치걸들을 폭력으로 c구역으로 밀어넣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려 술독에 찌들어 사는 키르케, 이 키르케는 삶과 죽음의 기로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폭력이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었다는 경험이 무의식중에 남아서 무슨 상황에서든 '자신의 안전을 위해' 평소에도 술 없이는 상당히 폭력적인 경향이 있어서 사령관도 예의주시 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이 키르케가 사령관과 독대를 하고싶다는거야 사령관은 키르케의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것이라 한껏 기대하고 밤에 키르케를 만나러 갔지 그곳에는 키르케가 어두운 방 안에서 램프 하나만을 켜두고 독한 칵테일을 준비해 놓고 있었어


그 모습이 뭔가 섬뜩해 보여서 잠시 멈칫하지만 '키르케가 스스로 용기를 내줬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 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키르케가 앉은 탁자의 반대쪽에 앉아서 "네가 나를 보고싶다니 기뻐 키르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부른거야?" 라고 묻지만 키르케는 "뭐... 이것저것..." 이라고 얼버무려 그리고 "아 이건 제가 최근에 제조한 칵테일인데 드셔보실래요?" 라며 이미 잔에 따라진 술을 권해 사령관은 기쁘게 받아들이지 


과연 그 술은 맛도 향기도 목넘김도 훌륭했어 끝맛이 좀 특이하긴 했지만 사령관은 그게 키르케만의 특별 레시피라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어 그렇게 서로 한잔씩 마시고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오르카 생활은 어떻냐, 가까워진 바이오로이드 들은 있냐, 만약 힘들면 언제든지 의지해주길 바란다 같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지 


그런데 점점 사령관의 눈이 감기기 시작하는거야 사령관은 처음에는 보통 자기가 잘 시간이 아닌데 이상하다 여겨 하지만 최소한 키르케가 보는 앞에선 잘 수 없다 다짐하고 어떻게든 졸음을 쫒아보려하지만 결국 자기도 모르게 잠시 졸아 고개를 떨구고 말지 그 반동으로 눈이 떠진 사령관은 몹시 당황해서 키르케에게 연거푸 사과해 하지만 키르케는 피곤하면 여기서 잠시 잠이라도 자는게 어떻냐고 권유해 사령관은 이 뭔가 작위적인 상황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일단 어쩔 도리가 없다고 생각해 둘은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로 가서 누워 하지만 일전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사령관의 의식은 어둠속으로 잠겨버리고 그 모습을 본 키르케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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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거 같다 그리고 지금 피곤해서 당장은 아이디어도 안 떠오르니까 나중에 이어서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