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3316232

이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7158810


--------------------------------------------------------------------


어느새 22일 저녁, 

즐기는 건 좋지만 휴식도 적당히 취해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축포와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인사까지 마친 후 사령관은 캐노니어와 아머드 메이든을 떠나 그 다음 - 스틸라인을 향했어.

아니, 사실 여기부터는 향했다는 말에는 조금 어폐가 있다고 할 수도 있었음.

지금까지 들른 곳 말고는 어디를 가도 일단 스틸라인은 보이는 상황인걸.

이런 상황에서 전원을 모아 뭘 하려고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서로 고역일 뿐이겠지.


그런 관계로 사령관은 마리가 머무르는 곳 - 적당히 주변을 둘러보기 좋은, 카페가 딸린 전망대 - 정도만 방문하기로 했음.


- 식료품 저장고를 발견해서 스팸이라도 추가 배급할까 생각중인데, 어떨까?

- 병사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할 겁니다.

 각하께서 바라신다면 연회를 대비해 사열식이라도 준비하겠습니다만.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에 레드후드가 당장이라도 통신기를 꺼내려 하고, 요즘 들어 꾸준히 임관 권유를 받고 있는 불우한 이프리트가 새파래진 얼굴로 고개를 휙휙 저어 보이는 소동이 있긴 했지만 사령관의 만류 한 마디로 일단은 수습되었지.


- 레오나로부터 연락은 받았어?

- 예. 명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마리에게도 부탁할게.

- 기꺼이.


일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할까. 하는 사령관에게 마리도 장단을 맞춰서, 그 후로는 사령관과 마리, 가끔 레드후드랑 (굉장히 싫은 표정의) 이프리트 등이 낀 담화가 오갔음.

일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는 했어도, 결국 대부분은 부대 내에서 있었던 일이 되긴 했지만.


- 그래서, 1145번 브라우니가 여벌 전투복을 전부 빨아버리는 바람에 하계 전투복을 입게 되었다고 합니다.

- 그 분대는 고생이겠네….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사령관은 문득 그리폰과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음.

규범과 질서를 그림으로 그린듯한 마리라고 해도, 수많은 부하들 중 특별한 누군가는 있는 것일까 하고.


- 마리. 혹시 브라우니 중에 기억에 남는 대원이 있어?

- …….


그야말로 호기심으로 던진 질문이었는데, 마리는 예상 외로 길게 침묵을 지켰어.


- 53번 브라우니 중위… 제 전속 부관이었습니다만.


과거형이라는 점과 사령관의 기억에 없다는 점에서 현재 어떤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지.


- 유감이야.

-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참된 군인이었기에.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하는 마리의 질문에 사령관은 직접 커피를 내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지.


*   *   *


한편 리제는 기어이 악으로 깡으로 아이들의 온천 투어를 무사히 마무리지을 수 있었음.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구나.

그보다 다들 왜 이렇게 머리카락이 긴 거야?


그렇게 들을 사람 없는 불평을 꿍얼거리는 동안에도 방문객은 하나둘 찾아오고 있었지.

예를 들어서―


- 으겍.

- 저런, 수심이 깊어 보이시니 걱정이옵니다.


차마 질색하는 낯을 숨기지 못한 리제에게 호호 웃으며 태연히 인사를 건네는 소완이라거나.

그나마 다행(?)인 건 리리스랑 원작 리제까지 동반해서 온 건 아니었단 거였음.

그 대신 포티아랑 바닐라, 콘스탄챠를 비롯한 주방조를 이끌고 찾아왔지.


뭐어. 요리 관련해서는 용서가 없는 소완이지만 그만큼 존경도 받고 있고.

분위기도 나름 화기애애하니 괜찮으려나.


괜히 자기한테 얽히지만 않으면 딱히 소완이 싫은 것도 아니니까, 리제는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음.


- 으음- 엑설런트! 심플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아이템이네요!

- 이, 이런 걸로 도움이 된다면….


그러는 와중에 포티아가 가열한 물로 삶아낸 달걀에 크게 만족한 오드리가 미관을 해치지 않는 가판대를 만드느라 일이 좀 더 늘어나긴 했지만, 그 정도는 - 리제도 한두 개 우물거린 시점에서 - 충분히 허용 범위 내였지.


- 그리고 다음 예약은 시티 가드……으?


오히려 당당하게 방문 예정 명단에 이름을 적어 낸 펍헤드를 보고 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득하는 쪽이 훨씬 힘든 일이기도 했고.


--------------------------------------------------------------------

오늘은 어째 좀 짧스빈다

나름 원작에서 한 에피소드를 차지해서 뭔가 좀 주려고 했는데 별 내용이 없어서 미안해 포티아…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7289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