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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추억이 될 만한 이야기는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길어서, 마무리될 즈음에는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음.


- 제가 폐하의 시간을 과하게 빼앗은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군요.

- 아니. 오히려 좀 더 일찍 이런 기회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그대로 사령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지.


- 음? 이동하실 생각이십니까?

- 그래도 '스틸라인'에 방문한 거고, 어느 정도 둘러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어조는 가벼웠어도, 병사 개개인에게 좀 더 관심을 두고자 하는 내심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지.

어지간히도 성실하신 분이라며 내심 쓴웃음을 짓고, 호위하겠다며 같이 일어서려는 마리에게 사령관은 손을 내저어 보였음.


- 마리는 이대로 쉬어도 괜찮아. 암행할 생각이니까.

- 암행… 입니까?


의도는 알겠지만, 이 도시 전체에서 유일한 남자인데다 뇌파로 구분까지 되는 시점에서 사령관이 몰래 이동하는 게 가능은 할까?

딱히 은신에 능한 요원을 대동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실로 당연한 의문에 미간을 좁힌 마리에게 사령관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음.


- 다 방법이 있지.

- 그러면, 호위가 아니라 동행은 괜찮겠습니까?

- 될 것 같긴 한데… 자리가 될지 모르겠네.

- ???


*   *   *


- 그러면 우선 저 쪽부터 가볼까.

- …….


처음으로 사령관의 행동에 의심을 품었다는 사실에 놀랄 틈도 없이, 마리는 허탈하게 물었음.


- 그… 이걸로 충분하겠습니까?

- ? 당연하잖아?


언제부터 골판지 상자에 숨는 게 그렇게 당연한 은신법이 된 것일까.

부식에 홀린 브라우니들과는 달리 코헤이 교단에 큰 흥미는 없던 마리지만, 지금은 아자젤과 상담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지.

각하께서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우신 걸까, 마리가 고민하는 와중에도 상자는 뽈뽈뽈 소리가 어울리는 모양새로 도심을 누볐고-


- 와구륽푸허어엂!!

- 꺄악! 브라우니!?

- 저 바보, 동그란 사탕을 물고 콜라를 마시니까 그렇지!


안 들켰어.


- …………Zzz.

- …………Zzz.

- …………Zzz.

- 히익?!! 변사체들?! 전능하신아자젤님이시여영원한빛으로날보호하소서전능하신아자젤님이시여영원한빛으로날…

- 진정해요, 브라우니! 그냥 이프리트 병장님들이 모여서 자고 있을 뿐이니까.

- ……덕분에 지금 깨버렸지만 말이지이.

- 앗.

- 앗.


여전히 안 들켰고.


- 이걸로 끝… 그럼 난 빠진다……?

- 윽. 그럼 전 이 쪽으로…… 오, 이런.

- 네. 실키 병장님이 걸렸네요.


놀라울 만큼 안 들켰지.

뭐지? 지금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지? 혹시 기술부에서 만들어낸 신장비인가?

상식이 부정당하는 기분에 점점 움직임이 느릿해지는 마리에게, 사령관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려 줬음.


- 괜찮아. 적응하면 익숙해질 거야.


편하기도 하고.

한참을 침묵한 끝에 결국 생각을 잠시 내려놓기로 결정하고, 마리는 좀 더 흥미 본위의 질문을 던지기로 했음.


- 각하, 이런 방법은 어디에서 알게 되셨습니까?

- 아, 이거? 호드의…….


*   *   *


- 도촬 금지!

- 그럼 허락 받고 하는 촬영 & 인터뷰로!


정말로 꺾이지를 않는구나.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어서 그런가. 

어느새 의기투합한 스프리건과 탈론페더 콤비 앞에서 리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음.


- 옷 입을 수 있는 데서 하면 되잖아요. 온천이어야 할 이유가 있어요?

- 에이- 그러지 마시고.

- 사령관님 빼면 전부 여자끼린데 오히려 부관님이 과하게 의식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잘도 그런 말을 하시네요. 스프리건이야 그렇다손 쳐도, 탈론페더는 분명히 칸 대장의 사진으ㄹ-

- 아아아아아아아아?!?!


같은 무의미하게 요란한 소란 끝에, 결국 '최소한 수건은 두른 상태만 찍어라'는 것으로 타협에 성공했지.


- 그보다, 호드 쪽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 문제 없어요! 얼마 전에 복원된 제 자매기가 가 있으니까.

- 아아, 행정에 관심을 안 둔 사이 증식했을 줄이야….

- 아무리 그래도 해충 취급은 상처 받는데요?!


뭐, 이런저런 투닥거림을 뒤로 하고- 언론인 듀오는 성공적으로 오드리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기세를 몰아 온천 리뷰까지 해냈음.

리제의 권유로 사용할 때의 에티켓 안내 같은 것도 포함했으니 그 나름대로 유익한 결과였지.


- 그런데. 혹시 개인 소장용으로라도 온천 플레이를 녹화하실 생각은….

-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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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라고는 하지만 외전 포함하면 진즉 100편 넘긴 상태라 안타깝게도 특별편 같은 건 없스빈다

그렇다고 할지 특별편엔 넘버링이 안 붙으니까 결국 다시 그 다음편이 100편이 될 뿐이빈다


그래도 여기까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건 라붕이의 관심 덕분이빈다

앞으로도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7365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