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시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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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으... 어......


- ...... 묻겠다. 나를 깨운 자는, 누구지?


- 공룡에 이어 용이라. 저것이 베링 해협의 괴수였군...

막 수복 모드가 풀린 것 같은데, 현재 상황은 어떻지?


- 확실하진 않다. 다만 이성을 증발시킨게 아니라면 대화의 여지가 있을 터.

시동어로 글라시아스를 깨운 LRL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군.


- 정 안되면 무력시위를 해줘야지. 옛날부터 힘이 약이었다는 말 몰라?


- 홀로그램 생성기가 모두 비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로 시동어를 사용하여 모드를 전환하였으므로

분노가 봉인된 상태로 글라시아스의 수복 모드가 해제되었습니다.

적대적인 행동은 오히려 글라시아스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 흥, 저 녀석도 자의식이 강한 AGS인가 보네? 뭐, 좋아.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지.


[알바트로스, 만약을 위해서 LRL을 지켜줘.]


-명령을 이행하겠다, 오스카. 방호모드 가동. 탐사대원-리마를 보호.


- ...날 깨운 자가 누군진 몰라도, 적어도 넌 아닌 것 같구나. 강철의 지휘관이여.

날 깨운자를 굳이 숨기려는 이유가 뭐지?


- 글라시아스님이 일어나면서 주무시던 동굴이 크게 흔들려서 모두 놀란 상태에요.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커다란 존재가 자신을 깨운 존재를 찾는다면 누구라도 숨지 않을까요?

 

- 으, 으음! 잠시 놀랐을 뿐이다! 빙룡 글라시아스여!

바로 나, 진조의 용살자 프린세스! LRL이-


- 우왓, 이 바보! 용 앞에서 자기가 용살자라고 광고를 하면...


- 앗차! 이번만큼은 상황이...



-지금, 용살자라고 했나...?


- 어...그... 그렇다... 딸꾹!


LRL을 내려다보던 글라시아스의 머리가 서서히 LRL을 향해 내려온다...


-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아라, 아이야. 너는 용살자를 어디서 알게 되었는가?


 


- 나... 나는...


 

- 지금은 허세부릴 때가 아냐! LRL!

정말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 엠프리스의 말을 끝으로 동굴 안은 조용해졌다. 탐사대원과 글라시아스, 모두가 LRL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장 울 것 같은 얼굴을 한 LRL이 입을 떼려고 할 때, 글라시아스가 머리를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추었다.

여전히 글라시아스의 머리가 크지만, 그것으로 글라시아스와 LRL의 시선이 어느정도 맞추어졌다.


- 아이야. 네가 설령 용살자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네 목소리를 듣고 알겠더구나. 여기서 날 깨운 사람은 네가 아니더냐.

난 너희와 싸울 마음이 없으니 그런 슬픈 얼굴을 하지 말거라.

난 그저, 네가 용살자를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 예...옛날 소설에서... 읽었...다...

나쁜 용과... 격전 끝에도...흑... 굴하지 않고...


 

- ...그래, 그자는 그랬지. 이제는 소설 속 이야기가 될 정도로 시간이 오래 흘렀단 말인가...


 

- 엥? 용살자...랑 원한 같은게 있는거 아니었어...요?


 

- 아니, 오히려 그는 내 동료였단다.

미드가르드의 수호자로써, 나와 용살자는 함께 세상의 악룡들을 쓰러뜨렸단다.


[...용이 용살자와 동료였다고?]


- 사령관님도 저희들을 많이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것 또한 심어진 기억일 겁니다.

글라시아스의 경우는... 저런 거겠지요.


 

- 오스카, 글라시아스의 봉인을 해제했으니, 합류를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아차, LRL이 무사한 것 때문에 깜박하고 있었네. 글라시아스와 통신을 연결해 줘.]


 

- 환상 마법... 그대는 누구인가?


- 나는 최대한 글라시아스가 이해할 수 있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인간들은 멸망하여 나 자신을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으며,

철충과 심연 어딘가에 있는 별의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주인을 일으키려 하는 레모네이드들까지.


 

- ...듣고도 믿기 힘든 이야기로구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실제로 그랬었고.]


 

- 허나 그대의 말이 맞다면, 아직 일곱 의회의 잔재가 남아 있단 거로군.

그렇다면 그들이 내건 계약은 아직 유효하다. 난... 그 계약을 마저 이행할 것이다.


[그렇다는 건... 여길 계속 지키겠다는 것인가?]


 

- 그래. 사실 계약 말고도, 여길 지켜야 하는 이유가 더 있다.

일곱 의회와 관련이 없는 그대가 나를 깨웠다는 건, 날 잠재운 현자 아가씨와도 만난 거겠지. 그런가?


[므네모시네를 말하는 거라면, 맞아.]


 

- 본 개체, 므네모시네가 55년, 4개월, 9일만에 재회의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글라시아스.

기억의 방주를 위해서 이 곳에 남아주신 점에 감사를 표합니다.


 

- 오랫만이구나, 므네모시네, 얼음의 현자야.

너는 이 인간과 그의 군세에 합류하기로 하였느냐?


 

- 본 개체는 해당 관리자님에게 본 개체의 권리를 위탁하였습니다.

기억의 방주는 파괴되지 않는다면 원격 관리가 가능하니 본 개체가 관리자님을 따라가도 관리에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 허면 그것은 네 자의로 선택한 것이냐, 아니면 네가 있던 집단의 방침으로 선택한 것이냐?


 

- 본 개체는 와쳐 오브 네이쳐의 사상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도출합니다.

글라시아스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면 후자에 가까우며, 그것은 제 자의와 일치합니다.


 

- 그래. 들었는가? 저 아이는 너를 따라갈 것이다. 그럼 기억의 방주는 누가 지켜야 하지?

나는 어짜피 일곱 의회의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몸. 근처에 지켜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생겼을 뿐 큰 문제는 없다.


[일곱 의회?]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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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일곱 의회는 악룡에게 쓰러진 나를 다시 깨운 곳이다.

그들의 수장들은 무슨 수를 썼는지 죽음에서 나를 되돌렸단다.  내 몸은 강철이 되어 있었지.

흑마술의 일종인가 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죽음에서 나를 되돌린 대가로, 나는 그들의 적이 이 해협을 지나가는 것을 막기로 하였다.

동족상잔은 안타까웠지만... 계약은 절대적인 것. 나는 그 계약을 충실히 이행했으며, 앞으로도 이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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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미드가르드의 수호자로써, 나는 미드가르드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일곱 의회는 삼안이란 거대한 악의 제국이 미드가르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이라 말했단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잖아? 애초에 너무 성급한 계약은 아니었나?]




- 물론 그럴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어째선지 이 계약을 해야만 한다는 속삭임이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결국 난 계약을 했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지.


[...]


(콰콰쾅!)


 [무슨 소리지? 또 글라시아스가 몸을 크게 움직인거야?]


- 부정합니다. 해당 소리는 폭발음으로 확인.

섬의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폭발하거나 커다란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태평양을 초계하던 군세가 이쪽으로 접근하여 포격을 가했을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포격이라고? 설마 아까 그 AGS의 신호가...]


- 태평양에서 대규모의 함대를 운용하는 세력은 단 하나밖에 없소...

포세이돈 사의... 레모네이드 감마겠지.


[오메가에 이어 다음은 감마인가...]


 

- 각하. 하지만 저들이 이 섬을 본격적으로 포격하진 않을 겁니다.

저 포격은 단순히 침입자를 위협하기 위한 위협사격에 불과합니다.

글라시아스 또한 PECS의 소속, 베링 해협의 괴수라 불리우며 수많은 함대를 봉쇄했던 강력한 전력을 포격으로 날려버리진 않을테니까요.


 

- 결국 상륙하여 우리를 죽이거나 내쫓으려 하겠군.

어떻게 하겠는가, 사령관? 이 섬을 떠나겠는가?


[이번에 떠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 사령관의 말에 동의하오. 다이오메드 제도는 아메리카로 가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는 곳.

감마가 알아차린 이상 지금보다 더 다이오메드 제도에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이오.


 

- 여길 떠났다가 박살을 내는게 더 쉬울수도 있어. 신중히 선택해.


[농성 준비를 하자.]


 

- 뭐, 당신이라면 그런 선택을 할 꺼라고 생각했지만서도 아쉽네.

폭격은 우리 둠 브링어의 특기인데 당신한테 그 화려한 장면을 보여줄 수 없으니 말이야.


- 참아두라고, 꼬마 대장. 언젠가 그 주특기를 보여줄 때가 올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저들이 상륙하기 전인 지금은 우리 캐노니어의 시간이라는 말이 되겠군.


[응사당하지 않도록 조심해.]


 

- 결정이 된 것 같군. 호드, 농성 준비다!


[동쪽 섬의 레오나에게도 알려야겠어. 오르카 호는 정박지에서 이동하여 잠수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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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캐노니어의 포격으로 정찰 함대의 초계함 몇대를 침몰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함대 전체의 접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고, 결국 적들은 상륙을 시작했다.


상륙한 AGS 부대에게 한바탕 화망을 퍼부은 스틸라인 부대와 호드 부대를 시작으로, 백병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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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SummEv2_MainEp1Ed_01.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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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하, 적들이 캐노니어의 사거리 밖에서 멈췄습니다.


[잠시 소강상태인가...]


 

- 아직 속단은 이르오. 최악의 경우, 저들이 장거리 포격을 할 수도 있소.


 

- 관리자님. 지휘관명, 무적의 용의 발언에 긍정합니다.

포세이돈 사의 바이오로이드 -인식명, 레모네이드 감마는 일곱 죄악 중 분노에 대응되어 제작되었습니다.

지금의 패배는 인식명, 레모네이드 감마를 크게 자극시켰을 것입니다.

예상되는 반응은 두 가지로, 하나는 지휘관-무적의 용의 발언대로 섬의 내용을 무시하고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다른 한 가지는?]


 

- 다른 한 가지는-


- 감히 내 영역, 태평양에서 어떤 대단하신 분이 겁을 상실하고 무단침입을 하셨는지 궁금하군요.

다소 무례한 발언이긴 하지만, 신원을 밝혀주시지요.

애초에 예의를 지키지 않은 쪽은 그쪽이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하겠지요?


- 대화의 시도입니다.


[...어째서?]


 

- 본 개체는 인식명, 레모네이드 감마가 대화를 시도한 이유가 분노를 폭발시킬 대상이 누군지 알기 위해서라고 예상합니다.


- 그래도 무차별로 폭격을 당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심호흡을 하고 레모네이드 감마와 마주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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