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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테리아의 총책임자는 당연히 아우로라였음.

그 외에도 발렌타인 당시의 교육에 감동(?) 받은 대원 중 몇 명이 자원해서 보조 겸 서빙을 하는 식이었지.

디저트의 인기와는 별개로 단 것 자체가 사치품이기도 하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병을 위한 디저트는 따로 배급하는 만큼 시설 중에서는 비교적 한산한 편에 속했지.


- 아, 리제 부관. 항상 쓰던 자리면 될까?

- 네. 부탁해요.


덧붙여서, 그렇게 긴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아우로라와의 사이는 제법 우호적이었음.

처음 복원되고 소완-알렉산드라에게 끌려가기 직전에 맛있다고 해준 게 기억에 남았다나 뭐라나.

리제는 리제대로 카페테리아에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었으니 관리자랑 사이가 좋아서 나쁠 건 없었고.


아무튼 칸막이가 둘러진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간단한 디저트랑 커피를 주문하고, 가볍게 숨을 고르며 마주 봤는데-


- 신경 쓰이는 점이라도 있으신가요?

- 아, 아닙니다. 멋진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째 홍련 씨 표정이 생각보다 굳어 있는 것 같은데요?

일단은 상관이니 긴장한 걸까, 좀 찜찜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리제는 처음 목적대로 자기가 기억하는 몽구스 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음.

사령관이 합류한 초창기에 빠르게 합류해서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라거나, 드라코들이 토모 등등과 죽이 맞아서 묘한 그룹을 만들어버렸다거나, 기동형 바이오로이드 중에서 최초로 최고 단계 승급을 달성한 핀토라거나.


다행히 홍련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점점 표정을 풀어가서, 나중에는 그러고 보니 그 아이는 이랬죠, 같은 추임새도 넣기 시작했고.

그렇게 진행된 이야기는 어느덧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일까지 넘어갔고-


- 그래서, 미호 씨의 고백을 돕겠다고 다 같이 시간을 만들어 줬었죠.


나머지가 둘러대려고 하려는 게 재미있었는데.

……그 후에 연쇄적으로 일어난 사령관의 지분거림은 전혀. 하나도. 재미 없었지만.

붉어지려는 얼굴을 숨기려고 괜스레 헛기침을 하다가, 리제는 자신을 바라보는 홍련의 시선에 이채가 섞인 것을 깨달았음.


- 전혀 신경쓰지 않으시는군요?

- …음, 뭐. 조금 별종이라서요, 제가.


하긴. 평범한 '시저스 리제'의 성격을 알고 있다면 우려 정도는 하려나.

이제와 이런 반응은 역으로 신선하다고 멍하니 생각하는 리제에게, 홍련은 약간 쑥쓰럽게 웃어 보였음.


- 실례했습니다. 잔걱정이 많은 편이라서요.

- 그래 보이셔서 대화에 권했던 거니까요.


뭐라고 해야 할까.

소위 "마마" 취급인 바이오로이드는 많지만, 홍련은 게 중에서도 또 느낌이 달랐지.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기 딸들이 우르르 있어서 현실감이 강하게 든다고 할지.


- 그렇게 알기 쉬웠나요?

- 그렇다고 생각하는데요.

- ……그, 저희 아이들도 알고 있을까요?

- 시간 문제 아닐까요?


그렇달까, 홍련이 팀원들과 거리감이 있다고 증언한 거 치고는 8지에서 이미 다들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고.


- 오히려 가족처럼 여기고 있으니까 어떤 부분에선 거리를 두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사춘기의 반항이라거나, 그런 느낌으로.

라는 에두른 추측에 홍련은 시선을 피하며 초조하게 넥타이를 끌어내렸음.

싫다, 이 어머님 귀여워.


아무튼 그 후로는 한층 더 터울 없이 수다를 떨게 되었지.

단순히 홍련이나 몽구스 팀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대략적인 여정이라거나, 유능한 비서로 일할 수 있는 꿀팁이라거나, 어린이에 가까운 바이오로이드를 다루는 법이라거나.

덕분에 처음 예정했던 시간보다 홍련이 팀에 복귀하는 것이 좀 더 늦어지긴 했지만, 둘 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


*   *   *


- 금방 친해진 것 같아서 안심했어.

- 그건 또 그새 어디서 들었어요?


침대에서 장난스럽게 뒹군 - 정말로 순수하게, 문자 그대로 뒹굴었을 뿐이었음 - 사령관이 꺼낸 이야기에 리제는 가볍게 야유를 담아 대답했음.


- 여기저기서? 별로 숨기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잖아.

- 그야 그랬죠.

- 마음에 들었어?

- 글쎄요….


돌이켜보니 정말 기묘할 만큼 죽이 잘 맞았구나 싶네.

딱히 '라스트오리진'에서의 선호도 문제는 아니고. 굳이 이유를 찾자면-


- 아무래도 개성이 너무 강한 대원들이 많다 보니?


칸 같은 경우도 상식인이라면 상식인이지만 군인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뭔가 쉽게 대하기 어렵고.

별로 이유가 중요한 건 아니었는지, 사령관은 그냥 가벼운 콧소리로 대답한 다음 리제를 끌어안은 채 반 바퀴를 굴렀음.

푹신한 침대에서 충격 같은 게 있을 리도 없었지만 괜히 윽, 하고 엄살을 부리고, 리제는 팔이 풀어진 틈을 타 몸을 돌려 사령관과 마주 봤지.


- 비슷한 입장끼리 말이 잘 통했던 것도 같고요.

- 비슷한 입장?

- ……관리직의 마음이라고 해두죠.


순간적으로 엄마 마음이라고 하려던 걸 얼버무린 건, 그렇게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

아무튼 자기 신체 나이는 22살이고, 좌우좌를 비롯한 아이들 돌보기엔 나름 짬이 생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호자 언니 마인드고.

아직 엄마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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