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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와의 대화가 도움이 된 것…… 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홍련은 몽구스 팀에 썩 잘 녹아들었어.

주력군(물론 철충 기준으론 전혀 주력이 아니겠지만)이 AGS들과 교착 상태에 빠진 동안 잠입 등의 수단을 써 오는 철충이 있었고, 거기에 몽구스 팀이 주로 대응하면서 간만에 개개인이 아닌 팀으로서의 협동을 하게 된 것도 시의적절하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고.

물론 리제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홍련 본인에게서 들었기 때문이었지. 


- 그래서, 이번 휴가 때 다 같이 소풍을 나가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제가 껴도 괜찮을지…….

- 괜찮지 않을까요. 스틸 드라코가 셋 이상 모이면 지켜볼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고.


죽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 건 리제 혼자가 아닌지, 서로 비는 시간이 겹치면 으레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게 일과가 되어버렸거든.

그리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령관의 부관이랑 몽구스 팀의 작전관이 자주 모이는 건 꽤 눈에 띄는 일이어서 흥미를 보인 대원이 합석하는 경우도 늘어났고.


- 앨리스 그 아이도 걱정이었는데, 샬럿 양과 썩 잘 어울리기게 된 것 같아서 안심이에요.

- 전투 시가 아니면 따분해 하는 구석이 있으니까요.


격무 중에 가끔 생기는 쉬는 시간을 아끼지 않고 찾아오는 라비아타라거나.


- 59번 알비스 양이 코코 양의 화이트셸 안에 초코바를 숨겼다가 녹아버리는 바람에 난리가 났지 뭐예요.

- 아아, 그렘린 몇 명이 더럽혀졌다면서 울상이던 이유가 그런….

- 어머나.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다소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겠네요, 이건.


복원에 숨겨진 의도는 어찌되었든, 현재는 자신과 함께 어린 대원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고 있는 마리아나, 여유가 있을 때 참견하는 정도지만 아무튼 선생인 알렉산드라라거나.


- 유미 양의 부탁으로 "스틸라인 온라인"의 데이터를 찾아내는 김에, 우리 공주님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도 골라봤는데… 어때요?

- 네모네모…하네요……?


전투 업무가 없을 때는 으레 아이들을 돌봐주곤 해서 최초의 불편한 만남 이후로 이래저래 안면이 생긴 상태였던 에이미라거나.


모이는 면면이 면면이다보니 대원 간에 사소한 트러블이 생기면 읍소(?)하러 오는 경우도 늘어나 버린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지.

초기엔 그나마 어린이 사이의 다툼이 메인이었지만 홍련의 영향으로 몽구스 팀이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후로는 일반 대원들도 심심찮게 드나들게 되었고―


……완전히 부녀회잖아, 이거.


- 신경 쓰여?

- 안 쓰이겠어요?


괜시리 투덜거리는 리제를 사령관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바라봤지.


- 의외네. 그런 인식에는 별로 관심 없다고 생각했거든.

- 그거랑은 다른 문제라고요.


경험에 따른 성장도 있긴 하겠지만, 아무튼 정신 활동도 결국 뇌와 호르몬의 결과물.

바이오로이드의 정신연령은 - 활동 기간과는 별개로 - 설정된 신체 연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 문제에서는 리제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것이 당연했고.

아니, 별로 마음만은 스물 둘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에 볼을 괴고 한숨을 내쉬는 리제를 보고 사령관은 피식 웃었음.


- 어른스러우면 좋은 거 아닐까? 부관 님이고.

- 카페에서 수다 떠는 걸로 관록을 붙이고 싶지는 않은데요.

- 흠. 그러면 이건 어때?

- ?


리제가 고개를 돌려 사령관이 익숙한 표정 - 장난기로 가득찬 - 을 발견하는 것보다, 사령관이 입을 여는 게 반 박자 빨랐지.


- 사랑해, 누나.

- ~~~!!!


뜬금없는 공격에 확 붉어진 얼굴로 등짝을 때리는 리제의 반응이 사령관의 마음에 썩 들었다는 거야,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겠고.


*   *   *


한편 타이런트의 복원은 결과적으로 무사히, 그리고 리제와는 별 관계 없이 완료되었음.


- 날 다룰 자격이 있어보이는군. 싸우게 해준다면, 명령을 따르겠다.


막 가동한 자리에는 리제도 동석해 있었지만, 타이런트의 시선에는 방의 풍경이랑 비슷한 취급이었다는 건 분명했고.

리제는 리제대로 박력이 장난 아니다, 같은 감상은 가졌지만 타이런트랑 가까워질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으니.

그보다 리제에게 중요했던 것은, 이것으로 육지에서 할 일이 완전히 마무리되었다는 쪽이었어.


이 이상 머물러 철충의 관심을 끌 필요도 없겠다, 오르카 호와 호라이즌의 함대는 빠르게 대양을 향해 출항했지.

요안나가 확보했던 섬에 들러 남아있던 철충을 마저 처리하고, 다음 목적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의견이 오갔지만 리제에게 중요한 건 아니었음.


그저, 언제 울릴지 알 수 없는 괘종시계의 추를 바라보는 기분으로 사령관을 지켜보았을 뿐이었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 …….


자신이 일어날 때까지도 눈을 뜨지 않고 있는 사령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리제는 조용히 시선을 내리 깔았음.

심연의 신과 마주하는 꿈이 얼마나 끔찍할지, 자신은 단편적인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이 손의 온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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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부터 7지 시작이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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