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피아스 앨리스와 이름의 모티브가 된 난초 세라피아스[Serapias Neglecta]>


세라피아스 앨리스는 알다시피 디자인 공모전으로 선정된 최초의 바이오로이드임. 최애까지는 아니지만 슴노우볼 센세가 그려서 나도 좋아하는 편이야. 오늘은 이 '세라피아스' 앨리스와 '세라피아스' 난초란 이름의 유래가 된 그리스-이집트의 신 '세라피스'에 대해 이야기 해볼거야.


이 모든 이야기들의 시작은 대왕 '알렉산드로스 3세'로부터 시작해.


<폼페이의 '카사 델 파우노' 유적지 벽면에 묘사된 알렉산드로스 대왕[BC 356~BC 323]>


라붕이들도 알렉산드로스 3세, 혹은 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거야, 젊은 나이에 수많은 암살 위협과 수모속에서 버티다 왕이 된 후에는 그리스부터 이집트, 인도까지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고 32세에 말라리아로 요절한, 인생이 드라마 같던 왕이였어.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였어. 알렉산드로스 사후 후계자였던 어린 아들은 간질 환자였던데다가, 거기에 생전 알렉산드로스의 독선적인 태도들로 인해 이미 장군들은 불만을 품고 상당히 반란이 마려운 상황이 만들어졌던거야.


<그리스의 안티고노스 / 동방의 셀레우코스 /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이 모든 것에 불을 붙인 건 알렉산드로스의 유언인 "가장 강한 자"였어. 이 말을 명분 삼아 제국은 장군들에 의해 쪼개지고 서로 싸우다가 안티고노스, 셀레우코스, 프톨레마이오스라는 크게 세가지 왕국이 만들어졌는데, 이 왕국들은 그리스어로 '디아도코이'(Diadochi / 계승자)라고 불렀어.


<프톨레마이오스 1세 '소테르' [BC 367 ~ BC 283]>


이 중 이집트를 차지하고 파라오가 된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일설에 따르면 알렉산드로스의 이복형제란 설도 있는 인물이야.


그는 알렉산드로스처럼 현지의 토착 문화를 존중하면서 그리스의 문화를 가져와 두 문화를 혼합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이게 그 유명한 '헬레니즘'이야. 하지만 의외의 문제가 생긴게 그리스인과 이집트인은 추구하는 신의 형상이 달랐던 거야.


이집트 신들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동물의 머리를 하고 있는 반인반수의 형상이였는데, 동물을 숭배했을거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동물을 숭배하는게 아니라 동물이란 매개체를 통해 신을 숭배했던 거였는데, 이런 문화를 모르고 동물을 숭배한다 오해한 대부분의 그리스인들은 반인반수의 이집트 신들을 혐오하거나 기피했어.


이걸 계속 둔다면 그리스인과 이집트인들의 갈등으로 이집트가 분열될수도 있었는데 프톨레마이오스는 비밀리에 사제들을 불러서 이집트와 그리스의 신을 합쳐 신앙을 통일시키기 위해 습합신을 만들게 되었어. 이게 바로 '세라피스'(Serapis)야.


세라피스는 이집트어로는 '우시르-하피'(Usir-Hapi)라고 불렸는데 이집트 신화속 명계와 풍요의 신인 '우시르/오시리스'와 신성한 황소 '하피/아피스'를 합쳐 만들어진 이름이였어. 아피스는 멤피스란 지역에서 숭배하던 신 '프타'의 화신이라 믿었던 황소를 부르는 말인데 아피스로 지목된 황소가 죽으면 새로운 황소로 환생한다고 믿었음.


두 신의 속성을 흡수한 세라피스는 명계의 신이자 풍요, 의술의 신으로 숭배되었는데 그리스인들의 취향에 맞춰 인간형이 되었지만, 동시에 이집트인들의 취향에 맞춰 머리 위에 장식을 올려놓는 이집트 신의 특징을 가져왔어. 저 머리 위 장식의 정체는 풍요를 상징하는 곡물 항아리임.


그리스-이집트 문화의 혼합으로 인해 세라피스는 오시리스와 하데스와 동일시 되었는데, 하데스의 속성을 흡수하면서 삼두견 케르베로스도 데려왔는데 케르베로스는 아누비스와 동일시 되었고, 오시리스의 신화가 변형되어 세라피스는 완벽한 형상으로 부활한 오시리스(밑에 후술)이자 부활의 신으로도 숭배되었는데 동시에 오시리스처럼 부활신화를 가지고 있던 디오니소스의 속성도 흡수했어.


제우스의 이미지도 흡수하면서 권위의 상징인 지팡이를 들게 되었는데 이 지팡이는 황소 '아피스'를 상징하는 소뿔도 장식으로 달리게 됨. 동시에 이 지팡이는 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신 '라'를 지키는 신성한 코브라 '우라에우스/와제트'를 상징하기도 했어.


오시리스와 동일시되면서 이시스는 세라피스의 부인이 되었고, 호루스는 세라피스의 아들이 되었는데 호루스는 아스클레피오스, 히포크라테스들과 동일시되었어.


이 모든 설명을 보면 알수있듯 세라피스는 풍요, 의술, 명계, 부활, 수호의 신이라는 진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속성들은 다 때려박은 신이 된걸 알수있지?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서 복원된 알렉산드리아의 세라피온>


히루메 같이 인기 많은 속성은 다 때려박은 덕분인지 세라피스는 그리스인, 이집트인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었고 이후 알렉산드리아의 한 언덕에 세라피스를 위한 신전인 '세라피온'이 지어졌는데 이곳이 세라피스 신앙의 중심지가 되었어.


세라피스 신앙은 이후 이집트가 로마에게 정복된 이후에도 이어지는건 물론 로마로도 전파되서 후대엔 세라피스를 숭배하는 황제들이 나오기도 했어. 심지어 기독교가 생겨난 이후에는 기독교와 몇백년간 공존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예수와 세라피스를 동일시하는 정신나간 컬트가 나오기도 했었음.


<현대엔 폐허만 남은 알렉산드리아의 세라피온. 3세기 후반에 기독교도 폭도들이 파괴했단 설이 있음 >


하지만 서기 380년, 테오도시우스 황제때 로마는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게 되었고 다른 이교 신앙들처럼 세라피스 신앙도 탄압을 받다가 세라피온이 파괴된걸 계기로 서서히 세가 약해지다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됨.


[목차]

[파일럿 1] 실존하던 아마존에 대해 arab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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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일단 창작탭으로 하긴 했는데 혹시 분류가 잘못됬다면 옮기겠습니다


p.s 2 '완벽한 형상으로 부활한 오시리스' 이 이야기는 오시리스가 동생인 세트에게 토막살인 당하고 아내인 이시스가 조각을 맞춰 미라로 만들어 오시리스를 부활시켰지만, 고간 부분을 물고기가 먹어버려서 어쩔수없이 남근을 진흙으로 빚어 대체했다는 신화를 말함.


p.s 3 반응이 괜찮다면 다음 이야기도 써보도록 할게

정확힌 미정이지만 하게 된다면 레오나와 아자젤 둘 중 하나가 될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