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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쏟아진 셀주크의 포격은 단숨에 철충에게 괴멸적인 피해를 입혔음.

주변에 대한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철충에게 입히는 타격은 최대화하는 지휘는 AGS의 연산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긴 한데.


- 고위험 개체의 8할 이상을 제거한 것을 확인.

 현 시간부로 포격을 중지하고 스파르탄 강습대대에 의한 섬멸전으로 이행하고자 한다. 동의하는가?

- 어… 응. 잘 부탁해.


지휘부는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감탄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지.


- …….


수치심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쪼그려 앉은 리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거의 활화산에 가까웠겠지.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은 채 벌어진 참상에 라비아타나 리리스도 차마 시선을 바로 향하지 못하는 와중에, 그래도 달래려고 다가선 건 역시 사령관이었어.


- 리제. 괜찮아. 여기 모인 대원 말곤 아직 아무도 못 봤어. 

- 더는…… 살아갈 수 없어…….


이런, 생각보다 내상이 심하네.

해서 현 상황의 책임자(?)인 아스널에게 힐난하는 시선을 향했더니, 그쪽은 그쪽대로 예상 외라는 듯 옆머리를 긁다가 깔끔하게 고개를 숙였음.


- 미안하다.

 - …….

- 이런 이야기는 불편하다고 해서 내가 대신 한 건데. 그걸로도 부족했던 것 같군.

- 시킬 생각이었어요?!


아, 부활했다.

아니, 회복이 아니라 전기 충격으로 일으켜 세웠다는 느낌도 들지만.


- 부관에게 무엇보다 어울리는 당찬 선언이라고 생각했는데.

- 그 헛소리의 어딜 봐서요?!

- 음? 헛소리라니, 설마하니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었나?

- 당연히 가지고 싶죠! 이왕이면 많이! 하지만 그거랑 이건 다른 문제잖아요!

- ?


큰일났다. 사고방식이 완전히 달라.

아무튼 사과… 라고 쳐줘야 할지 애매하긴 하지만, 하여튼 받은 시점에서 더 물고 늘어져 봤자 자기만 지칠 뿐이지.

허탈함과 피로감을 꽉꽉 눌러 담은 한숨을 내쉬고, 리제는 몸을 뒤로 돌렸- 다가.


- ……아.


방금과는 정 반대라고 해야 할 분위기가 된 좌중을 목격하고 딱 멈춰섰음.

어머어머, 하고 속이 뻔히 보이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시선을 교환하는 라비아타와 레이븐.

반쯤 벌어진 입을 닫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블랙 리리스.

붉은 얼굴로 헛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피하는 비스트 헌터들.

순진무구한 얼굴로 이것저것 질문하는 에밀리와 난감하게 웃으면서 자신 쪽을 힐끔거리는 파니.

마지막으로, 복잡한 와중에도 쑥쓰러움 농도가 절반은 넘길법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령관까지.


자신이 쩌렁쩌렁 외친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반 박자 후였고-


- ~~~~~~!!!!!!!!


결국 이번에야말로 한계를 넘겨버린 리제는 그대로 날아올라서 오르카 호를 향해 전속력으로 도망쳐버렸음.


화상아, 이 한심한 화상아.

이딴 소리나 하고, 쪽팔려서 시집도 못 가게 생겼네.

아, 나 진작 결혼했지.


맥락도 논리도 없는 잡상은 결국 침실의 이불에 타조마냥 고개를 파묻은 후로도 한참을 계속되었지.


*   *   *


한편, 리제가 떠난 자리에서는 미적지근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음.


- 뒤쫓을까?

- 곧바로는 역효과일 것 같네요.


사령관과 라비아타의 대화를 신호로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지긴 했지만.

(리제가 정말로 수치사하면 곤란하니) 사령관은 캐노니어에게 이번 일은 대외비로 해달라고 당부했음.

브라우니도 아니고, 에밀리가 무심코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를 제외하면 괜찮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 자레에서 서로 꺄꺄거리며 떠드는 건 역시 막을 수 없었지.

리리스는 리리스대로 좋은 언니라면 좋은 어머니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지금부터라도 어필해야 할까 열심히 계획을 짜내고 있었고.


- 닥터의 연구를 좀 더 지원할까요?

- 하고 싶은 만큼만 하게 두고 싶으니까 보류로.


라비아타가 건넨 농을 사령관이 별 불쾌한 기색 없이 받아주면서, 리제의 선언에 대한 잡담은 한층 더 활기를 더했음.

그 와중에 두 명이 가볍게 눈짓을 교환하며 '숨겨진 목적'의 달성을 확인했음을 눈치챈 건 아무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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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지휘관이 나온 건 원작 7지에서 닥터가 내건 동행 멤버에 라비아타-블랙 리리스-알바트로스가 있었기 때문이빈다.

겸사겸사 암만 생각해도 전투면에서 AGS 언급이 너무 적은 걸 보충하고도 싶었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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