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팬텀은 뒤돌아서 벽을 보고 있었다. 그말인즉슨, 내가 팬티를 벗어도 그녀가 바로 내 좆을 볼 견덕지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래. 팬텀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팬티를 벗고 팬텀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눈을 딱 감은 뒤, 그녀의 가슴을 양 손으로 휘어잡았다.


"하읏, 사, 사령관!"


나는 얼굴을 팬텀의 등에 파묻고, 말없이 그녀의 가슴을 쪼물딱거렸다. 하읏, 핫, 하고 울리는 팬텀의 신음소리에 내 물건이 머리를 확 세웠다. 


이런 그녀의 반응에 안심이 되어,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 수 있었다. 아주 조금 열린 입으로 팬텀의 목덜미에 입김을 살짝 불어넣은 뒤, 드디어 나는 목소리를 내었다.


"저기, 팬텀."

"응읏, 네. 사령관."

"끝나기 전에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아줘. 부탁이야."

"......"


팬텀은 말이 없었다. 나는 그 침묵을 긍정의 의미로 해석하고, 우뚝 솟은 내 좆을 그녀의 아랫도리에 집어넣었다.

 

"앙앗!"


내가 그녀에게 들어가자, 라스트오리진에서는 들을 일이 없었던 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 소리가 내 허리를 세게 자극했다.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건만, 내 자지는 모터라도 달린 듯 그녀의 안에서 휙휙 움직였다.


팬텀의 보지는 나를 꽉 잡아 놓아주지를 않았다. 잠들기 전 읽던 야설에서 나온 표현이 이렇게나 잘 어울릴 줄이야. 하지만 내 허술함을 금방이라도 알아차릴까봐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빌었다.


제발 나를 받아들여줘.

제발 나를 거부하지 말아 줘.

제발 나를 사랑해줘......


신을 믿지 않은지 꽤 되었는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간절하게 빌고 있을까. 그동안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매도받았던 상처를 '바이오로이드'라는 존재에게, 내가 좋아하는 '팬텀'이라는 존재에게 받고 싶지 않았던 걸까.


"으윽!"


그렇게 빌고 또 빌었더니, 드디어 내 아기씨들이 자지를 타고 팬텀에게 뿜어졌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팬텀......"


그 행위가 끝나자마자 거친 숨과 함께 감사 인사가 나왔다. 겨우 그녀의 안에서 내 자지를 빼자 다리 힘이 풀렸다. 그러자 팬텀이 털썩 주저앉은 나를 꼭 안아주었다.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한걸요. 사랑해요, 사령관."


사랑해요. 얼마나 듣기를 갈구해 왔던 말인가. 나같은 놈한테 과분한 한 마디였다. 그래서였을까.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쏟아져 나왔다.


"나도...... 사랑해....... 팬텀......"


내가 끄윽끄윽 소리를 내며 울자, 팬텀은 떨리는 손길으로나마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


 아침이 밝아왔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이불로 몸을 가린 팬텀이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고 주변을 정리한 뒤 화장실에 들어갔다. 


"하아......"


해 버렸다. 그것도 팬텀과. 아침이 되니 그 사실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 오히려 꿈이라도 꾼 것만 같았다. 


화장실 밖에는 아직도 내 정액과 그녀의 애액이 뿌려진 자국이 있다. 얼른 치워버려야겠지만, 한 순간이라도 어젯밤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오래 남기고 싶은 마음에, 나는 최대한 천천히 얼굴을 씻었다.


세수를 하고 물이 잔뜩 묻은 얼굴을 수건에 문지르자, 휴대폰이 울렸다. 


[11시 30분까지 이력서 지참하고 가게 방문해 주세요.]


알바 면접 문자가 왔다. 어제 공고를 보고 문자를 넣어 봤는데, 운이 좋았다.


'깔끔한 옷이 있나?'


나는 화들짝 놀라 옷장을 뒤졌지만, 그나마 입을 수 있는 옷은 한 벌 밖에 없었다. 그것도 다행인가.


현재 시각 10시 30분. 면접 전까지 1시간이 남았다. 그나저나 면접을 보러 가면 팬텀이 혼자 남아있게 될 텐데. 일단 집을 얼마나 비워야 할까. 면접이 빨리 끝난다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걸리겠지. 


'먼저 팬텀을 깨워서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다짐하고 화장실 문을 여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팬텀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으앗!"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다. 일어났다고 말이나 좀 해주지. 나는 애써 침착한 척을 하며 팬텀에게 말했다.


"그,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입니다, 사령관."


팬텀이 엷게 웃으며 내 인사를 받아줬다. 그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 정신줄을 놓을 뻔 했지만, 집을 비운다는 것을 그녀에게 꼭 말해야 했다.


"있잖아, 팬텀. 내가 열 한시쯤부터 집을 비울 것 같은데 혼자 있을 수 있어?"

"혼자입니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저는 암살자니까요. 고독은 익숙합니다."


그녀가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중요한 임무라도 준 듯 한 태도에, 나도 모르게 팬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았다.


"고마워. 그럼 다녀올게."


면접이 잘 되면 편의점에서 맛있는 거라도 사 올까. 나는 그런 기쁜 상상을 하며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


 ......라는 생각은 내 오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접은 폭망했다. 점포 특성상 손님과 마주칠 일이 많은데 괜찮겠냐는 질문에 당당히 '아니요'를 외쳐 버렸고, 그 다음 질문에는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이정도면 백퍼센트 탈락이겠지. 나는 한숨을 푹푹 쉬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집에 팬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사를 건넸다.


"나 왔어, 팬텀."

"앗! 그게, 으...... 다녀오셨습니까, 사령관."


집에 들어오자마자 팬텀이 모니터를 팔로 감추고 있었다. 그 순간, 얼굴이 후끈거렸다. 팬텀이 모니터를 보고 있다는 것은 내가 어제 제대로 컴퓨터를 끄지 않았다는 의미였고, 그녀가 내 작업물을 전부 봐버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팬텀이 컴퓨터를 킨 이유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혼자 있는 것이 심심했을 테니까. 문제는 작업물의 내용이었는데, 내가 쓴 '그것'은......


1. 팬텀 야설

2. 씹덕향 풀풀나는 마법소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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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주인공 라붕이의 알바 면접담은 실제상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