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버림받은 사령관 외전 - 못 다한 이야기' 의 3차 창작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잘 봐주셨으면 합니다.


전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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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카호의 귀환은 떠들썩했다. 열렬한 환영식은 없었지만 가져온 짐을 하역하는데 손이 많이 필요해서 오랜만에 오르카호에는 많은 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북적거렸다.  

 

 “거기 브라우니들! 와서 이거 들어서 옮겨!” 

 “조심해! 넘어간다!” 

 “박스 잘 분류해 놔! 나중에 잊어버리면 하나씩 다 뜯어보게 시킬거다!” 

 “야! 여기 놨던 표 누가 가져갔어!” 

  

 “이제 거의 다 끝났어. 확실히 양이 많긴 하네.” 

 

 하역작업을 감독하다가 오르카호에서 내린 레오나의 볼멘 소리에 작업을 검토하던 마리가 답했다.  

 

 “힘들었지만 얻은게 많아서 좋군. 특히 저 잠수정 말이야.” 

 “그래. 항속거리가 얼마나 되더라? 카탈로그에는 대서양 횡단도 가능하다던데?” 

 “가능해. 전쟁 전의 기술실증용이라서 양산이 안돼서 그렇지 성능은 좋더군.” 

 “탑승인수가 적은 건 문제긴 하지만... 비상용이라고 하면 나쁘진 않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에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두 사람이 뒤돌아보자 유진이 페로와 바닐라와 함께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도련님.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이네.” 

 “네. 저도요. 두 분 다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웃으며 말하는 유진을 보며 레오나가 환하게 웃었다. 마리는 유진에게 미소를 지어주면서 레오나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히루메와 레오나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레오나가 유진을 보는 감정이 살짝 이상하다는 사실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레오나와 유진 사이에는 조금 떨어져 있어야할 필요가 있었다. 유진에게 집착하고 있는 레오나를 위해서도 말이다. 그 때문에 라비아타나 아스널과 상의해서 레오나를 데리고 함께 원정을 떠났지만, 

 

 “그래, 잘 지냈니? 다들 잘 대해 줬었어? 식사는 잘 챙겨먹었고?” 

 “아, 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잘 지냈어요.” 

 

 싱글싱글 웃으며 유진과 눈을 맞추며 말하는 레오나의 모습을 보면 별 효과는 없었던 듯 했다 

 

 “레오나, 이만 가야하지 않나? 회의실로 라비아타가 오라고 하는군.” 

 “응, 뭐... 알았어. 금방 회의 마치고 올테니까 기다리렴. 알았지?” 

 “네.” 

 

 불굴의 마리와 함께 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는 레오나의 모습을 보며 바닐라는 라비아타의 말을 떠올렸다.  

 

 ‘바닐라, 레오나와 유진 도련님의 접촉은 되도록 최소화하세요.’ 

 ‘네. 그런데 혹시 그건 철혈의 레오나의 행동 때문인가요?’ 

 ‘네. 맞아요. 도련님은 그녀를 그저 어머니를 닮았을 뿐인 친절한 사람 정도로 여기고 있지만 레오나에게 그는 자신의 과거를 잊게 해주는 존재죠. 레오나를 위해서라도 도련님과는 일정한 선을 그어놔야해요.’ 

 

 ‘확실히 라비아타 님의 말이 맞는 것 같네. 하아... 미친 년이 더 늘었어....’ 

 “바닐라? 우리도 가자.”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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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스탄챠는 유진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오르카호가 돌아오기 전부터 그는 콘스탄챠나 다른 이들을 볼 때마다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그만두곤 했다. 그리고 오늘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콘스탄챠를 불렀다.  

 

 “저기... 콘스탄챠.” 

 “네, 도련님.” 

 “펙스에서 별의 아이를 처리하고 나면 곧 구조대가 올테고, 난 가족들에게로 돌아가겠지?” 

 “네, 그렇게 되겠죠.” 

 

 솔직한 심정으로 그녀는 그가 좀 더 오래 있어주었으면 했다. 그와 함께하면서 배틀 메이드들은 무언가가 충족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들의 잘못이 그를 성심껏 모시면서 죄사함받는 느낌이었다. 주인을 섬김으로써 과거의 불충함이 용서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들은 자부심과 충족감을 느꼈다.  

 

 “혹시.... 펙스에 같이 가보지 않을래?” 

 “!!” 

 “너희들이 아버지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난 몰라. 그래서 난 일전에 너희와 아버지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했어. 하지만 너희들은 내가 여기 있는 동안 나에게 잘 대해줬어. 그리고 지금까지 마음 속으로 후회하고 괴로워해온 것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 난 그런 너희에게 한 번 아버지와 이야기를 해보는게 어떨까 하고 말하는거야.” 

 “도련님....” 

 “만약 너희가 아버지를 만나기 어려워한다면 내가 먼저 아버지에게 말씀드려볼게용서하실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얘기는 꺼내볼 수 있을거야.” 

 

 유진은 몰랐다. 그는 과거에 저질러진 죄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토록 쉽게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일반적인 8살짜리보다 더 크고 똑똑하게 자라났지만, 여전히 어렸다. 그의 아버지가 그녀들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는 그가 보지 못했거나 약해졌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었지만 흉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설령 그의 아버지인 회장이 그녀들을 용서해준다 해도 오르카호의 죄악을 기억하는 시연과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녀들을 아직 용서하지 않았다. 시연이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을 보내준 것은 사랑하는 이의 의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그들을 곁에 두고 두고두고 괴롭히길 원했다.  

 

 “도련님.” 

 “응 콘스탄챠 

 “도련님의 말씀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도련님은 모르고 계십니다.” 

 “저도 회장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 분께 용서받고 싶고, 그분을 섬기며 제 과거를 속죄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그러기를 바랍니다.” 

 “....” 

 “하지만 제가 이 곳에서 지내며 생각한 바가 있습니다. 그것은 용서도, 받아들이는 것도 피해자의 권리라는 것이죠. 저는 그 분께 용서를 구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그 분께서 저를 기억하고 저에게 말하시기 전까지 제가 이렇게 후회하며 괴로워하는 것도 저에게 주어진 벌이지요.” 

 “.... 콘스탄챠.” 

 “도련님께서 하신 제안이 저희를 생각하며 해주신 것이라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저희는 그 분을 찾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여기에서, 회장님이 저희를 찾아오실 때까지 있겠습니다. 설령 이대로 저희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고 괴로워해도, 그 또한 저희가 받아야 할 합당한 벌이겠지요.” 

   

 “그러니, 도련님의 고귀하신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저희 배틀 메이드는 섬기는 것을 명예로 삼아야 함이 합당하니까요.” 

 “..... 그래. 그래도 아버지한테 너희는 나에게 정말 잘 대해주었다고 말하겠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바이오로이드 콘스탄챠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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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 회귀 외전 

  

 아무래도 이상하다.  

 

 “주인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으, 응? 아니 없어. 괜찮아...” 

 “네. 그래도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주인님.” 

 

 블랙 리리스가 저렇게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인님?” 

 “어, 무슨 일이야....? 

 “작전 회의실에 지휘관들이 모두 모였다고 합니다.” 

 “....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내 말을 들은 콘스탄챠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인걸요.” 

 

 이것도 이상하다. 요즘 들어서 이상할 정도로 정중해진 콘스탄챠의 말을 듣고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한때는 이렇게 좋은 사이가 되기를 바랬지만 이렇게 하루 아침에 태도가 달라지니 오히려 무섭다. 

 

 물론 싫은 건 아니지만. 

 

 “다, 다들 반갑-” 

 “어서와 사령관!” 

 “안녕하십니까 각하.” 

 “반가워, 얼른 여기 와서 앉아.” 

  

 얘네가 가장 적응이 안된다. 메이는 특히 더 그렇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저번 작전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저번 작전의 손실률에 대해서 인데... 미안... 역시 이번에는 내가 지휘를 잘못한게 너무 큰-” 

 “그렇지 않습니다!” 

 “사령관님!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 진짜 무슨 일이지? 다들 내가 잘못한게 없다고 난리다. 며칠 전만해도 오히려 내 탓이라고 하더만. 

 

 “아니.... 이건 -” 

 “사령관? 사령관은 할만큼 했어. 앞으로 조심하면 되는거야.” 

 “맞아. 사령관은 지휘는 오르카호에 와서 처음하는 거잖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야.” 

 

 아니, 메이 너 그런 성격 아니지 않았어? 내가 뭐 하나만 못해도 쥐 잡듯이 달려들었으면서. 그리고 레오나 네가 그렇게 격려도 해줄 줄 아는구나.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러면 이번 회의는 여기까지 하자. 나 간다. 점심 맛있게 먹고.” 

 “그래~ 그럼 같이 가자. 오늘 소완이 특별히 맛있는 걸 만들었다더라구.” 

 “그래... 그런데 메이? 좀 떨어지지?” 

 “응? 왜?” 

 “.... 아니, 너무 가까이 오는 거 아니냐?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잖-” 

 “무슨말인지모르겠네지금까지그랬다고앞으로이러면안됀다는것도없잖아사령관은내가싫은거야미안해내가사과할테니까싫어하지마사령관님죄송합니다사령관님죄송합니다--” 

 

 우와아아... 무지 무서워. 완전히 죽은 눈으로 중얼중얼 거리는게 무서워.  

 

 “멸망의 메이 지휘관님? 폐하에게서 조금 떨어져 주셨으면 합니다. 폐하께서 힘들어 하세요.” 

 “응? 무슨 말이지? 왜 아르망 네가 나와 사령관 사이에 멋대로 참견하는 거야?” 

 “폐하께서 힘들어 하시는데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요.” 

 “웃기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주제에 -” 

 “그러는 메이 지휘관은 지금까지의 태도가 기억나지 않으시나 봅니다?” 

 “.... 너 지금 -” 

 “두 분 다 적당히 하시지요. 주인님께서 보고 계십니다.” 

 

 갑자기 나타난 아르망과 메이의 싸움을 리리스가 말린다.  

 

 “흥, 사령관을 봐서 여기까지만 할게.” 

 

 이렇게 한다. 뭐냐 너네. 

 

 “식사는 너희들끼리 먹어라. 난 생각없으니 방으로 간다. 리리스 너도 따라올 필요 없어.” 

 “뭐? 사령관 잠깐-” 

 “주인님-” 

 

 뒤에서 뭐라고들 하는 듯하지만 안들려요 안들려. 걸으면서 집무실에 가서 남은 일이나 처리해야겠다. 마주치는 바이오로이드들의 태도가 예전이랑 너무 차이가 나서 마주하기 지친다.  

 

 집무실 의자에 앉아서 홀로그램으로 띄어진 서류들을 보고 있자니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주인이시여소첩이옵니다. 들어가도 되겠사옵니까?’ 

 “어, 그래.” 

 

 소완이 여지껏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중한 태도로 덮개가 덮어진 접시를 가득 싣은 카트를 끌며 들어와 고개를 숙인다. 

 

 “주인께서 식당에 오지 않으시기에 다른 이들에게 물어보니 식사를 하실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기에 왔사옵니다. 오늘 나온 요리를 따로 가지고 왔으니-” 

 “어, 저기 소완? 난 그냥 식사 생각이 없어서 그래. 안 먹어도 돼.” 

 “하오나 주인이시여-” 

 

 계속 식사를 권하는 소완을 간신히 말려서 내보냈다. 나가기 전에 거의 울먹거리는 얼굴이었지만 잘못본거겠지그럴거야. 

 

 소완이 나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또 누구지? 

 

 ‘사령관님! 저 레아에요. 들어가도 될까요?’ 

  

 얜 또 뭐지? 

 

 “그래 들어와.” 

  

 문이 열리고 레아가 들어와 환한 얼굴로 웃으며 말을 걸었다.  

 

 “사령관님 안녕하세요!” 

 “어 안녕. 무슨 일이야?” 
 “별건 아니고... 저희 자매들이 기른 꽃을 드리러 왔습니다!” 

 

 멍해져 있는 내 눈 앞에서 레아는 곧 문 밖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화분들을 방안으로 들여놓기 시작했다.  

 

 “어떠세요? 저희 페어리 시리즈들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꽃들이에요! 예쁘죠?” 

 “어, 그러네. 정말 예뻐. 그런데 이걸 전부 혼자 들고 온거야? 자매들은 안 도와줬어?” 

 “... 아 그게... 다들 피곤해 해서요.” 

 

 살짝 곤란한 듯이 웃는 레아를 자세히 보니 손에 훙터가 약간씩 나있다. 날붙이에 베인 것 같은데? 

 

 “그래. 고마워. 이제 가봐도 돼.” 

 “네? 넌 사령관님과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은데...” 

  

 아쉬워하는 듯한 얼굴의 오베르니아 레아의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사령관이 부담스러워 하는게 안보이는 거야, 아줌마? 얼른 나가기나 하지?” 

 “.... 뭐가 어쩌고 어째요?” 

 “어, 미호? 무슨 일로...” 

 

 미호는 차가운 눈으로 레아를 쏘아보다가 내 말을 듣고 환하게 웃으며 레아를 지나 다가왔다.  

 

 “뭐긴, 사령관이 보고 싶어서 왔지. 왜, 오면 안돼?” 

 “어 아니. 그건 아닌데...” 

 “헤헤. 그럼 그럼 괜찮네! 사령관이랑 같이 있어야지~” 

  

 환하게 웃던 미호가 얼굴을 싹 굳히더니 레아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아줌마 아직도 있었어?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꺼지기나 하지?” 

 “..... 사령관님 덕분에 무사한 줄 아세요.” 

 

 레아가 미호의 말을 듣고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어서 긴장했지만 다행히 그냥 방을 나갔다.  

  

 “저기, 미호?” 

 “응, 사령관?” 

 “저기, 몽구스팀이랑 무슨 문제라도 있어? 홍련이랑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호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아무 일도 없어. 혹시 그 ... 작전관이 뭐라고 했어?” 

 “아니, 보고서에 몽구스팀의 작전 결과가 좀 나쁘게 나와서.” 

 “....” 

 

 아무 말 없이 눈을 피하는 미호를 보며 사령관은 생각했다. 몽구스팀만 대원들 사이의 불화가 생긴게 아니다. 캐노니어도 에밀리와 다른 대원들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도는게 느껴졌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레오나와 발키리 사이에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일을 한다는 핑계로 미호를 내보내고 업무를 보다가 콘스탄챠가 돌아왔다. 마침 잘됐다.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콘스탄챠.” 

 “네 주인님.” 

 “날 폐허에서 제일 처음 발견한게 너랑 그리폰이지?” 

 “네... 무슨 일이라도....” 

 “그게....” 

 

 난 일어나서 벽에 걸린 거울을 보며 말했다.  

 

 “나... 그 때도 이런 모습이었나?” 

 “?!” 

 “내 생각에는 더 살이 쪘고 키도 조금 작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차, 착각인게 아닐까요?! 그, 뭐냐. 저절로 빠진 거겠죠!” 

 “.....” 

 

 정말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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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동생들 : 리제 1호기의 칼춤을 막다가 수복실로. 레아는 가벼운 상처만. 

레모네이드 파이는 다른 레모네이드들을 다 제거하고 세력을 흡수함. 현재 오르카호를 탐색 중. 


결국 썼다 if. 다음 편은 기대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