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강간

여왕굴복

 1.


 나는 쓰레기 인간이다. 나는 왜곡된 성욕에 시달리고 질질 끌려 다니는 한 마리 짐승이다.


 남들이 서로 사랑을 속삭이며 더듬는 섹스를 탐미할 때 나는 내 바이오로이드를 보며 가학적이고 비뚤어진 성욕들에 대해 망상한다.


 예를 들어 사령관실을 청소하는 콘스탄챠를 보면 뒤로 묶은 그 머리를 붙잡고 땅에다 내동댕이 쳐버리고 싶다. 땅에 머리를 찧고 피를 흘리며 몸부림 칠 그녀를 잡아 누르고 그대로 삽입해 고통에 울부짖는 콘스탄챠를 한껏 맛보고 싶다.


 혹은 곤히 자고 있는 오드리를 볼 때마다 그 침대 위에서 그녀를 범하는 생각을 한다. 당황해 발버둥치는 오드리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고 천천히 그 하얀 목을 졸라가면서 공포에 질려 버둥거리는 오드리의 비부에 힘껏 내 물건을 쑤셔 박고 사정하고 싶다.


 아아,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로 좋을 것이다.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그러나 참으로 이상하게도 나는 도저히 그런 걸 실행할 수가 없다. 내 안에는 유달리 진득한 도덕심 또한 공존하고 있다.


 내 욕구가 어떻게 날뛰든 여전히 살아 있는 도덕심은 한낱 바이오로이드들에게조차 내가 그런 악행을 행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마치 기계 부품들 사이에 살덩이가 하나 끼어 있는 것 같아서 톱니가 하나씩 돌아갈 때마다 찢어지고, 멍들고, 뭉개지면서 내 마음을 망가뜨렸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망가져 있을 것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망가져 있을 것이지 어째서 나는 이런 상반된 욕망을 모두 갖고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아자젤이 예찬하는 빛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의문에 사로잡힌다.


 빛이 있다면 어째서 날 이렇게 빚은 것일까. 누군들 이렇게 되길 원해서 태어나진 않았을 것을.


 성교를 맺을 때조차 육체의 쾌락과는 별개로 내 정신이 채워지지 않는 걸 느낀다.


 가끔씩, 리리스같이 피학적 성향이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대상으로 내 가학성을 채워보려고 하고 그 방식은 아주 조금은 효과가 있지만, 내가 폭력을 휘두를 때 오히려 기쁨에 헐떡이는 그 표정을 보면 결국 내 안의 목마른 짐승은 수긍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난 결국 상대의 괴로움을 맛보고 싶어 하는 놈이란 것이란 걸 깨닫고, 혀를 섞으며 마주치는 눈동자에서 보게 되는 내 표정에서 한 마리 짐승의 모습을 반추한다.


 마치 목이 마를 때 바닷물을 할짝거리는 것처럼 그렇게 나는 메말라 죽어가고 있다.


 엔젤이란 바이오로이드를 처음 만난 건 며칠 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엔젤은 아마도 처음 본 순간부터 나라는 자식을 낱낱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저주 받을, 생각을 읽는 능력으로 말이다.


 그런 건 반칙이다. 내가 얼마나 망가진 사람이고, 얼마나 뒤틀린 속내를 가진 사람인지 감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로이드들은 나를 찬양한다. 나의 겉모습을 숭배한다. 나는 거기에 부응해야만 한다. 나의 이런 수치스러운 모습을 볼 권리는, 혹은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으니까.


 그 뜨거운 낮. 오르카 호에 찾아온 엔젤과 처음 만나던 순간에 그녀는 이미 조금 겁에 질려 있었다. 내가 아자젤과 베로니카에게 ‘구원자’라 불린단 말을 들은 순간 그 눈동자엔 의혹과 불신이 서려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마주 잡은 순간 엔젤의 입에선 신음이 흘러 나왔고 몸은 바르르 떨렸다. 나는 그때 엔젤의 목을 조르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직접, 그리고 강제로 실현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반응은 뭔가. 이렇게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내가 어째서 그런 눈빛을 받아야만 하는가.


 손이 떨어지고 분노가 내 마음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를 피해 다니던 엔젤과 나는 복도에서 마주쳤다.


 오직 단 둘이서.





 

 2.

 엔젤은 나와 마주친 순간 여간 놀란 게 아닌 듯했다.


 또다. 또 이 반응이다. 소돔의 주민이라도 본 듯한 저 동정과 공포가 서린 눈. 분노가 차올라 머리가 시뻘건 쇠를 처박은 것처럼 달아올랐다. 


 “비, 빛이 함께 하시길…….”


 고리타분한 대사와 함께 시선을 바닥에 깔고 날 지나쳐 가려는 것을 붙잡아 세웠다.


 “어디 가?”


 “예배당 청소를 하러요……. 그, 최근에 많이 더러워져서…….”


 두려움을 지우기 위한 억지 미소였고 억지 핑계다. 청소는 진짜겠지만 뒤이은 부연설명은 단순히 개연성을 위해 붙여 놓은 누더기일 뿐이었다.


 “그건 이따가 하고 따라와.”


 “아, 그……예배당은 곧 다른 분들이 쓰실 거라 다른 분들이랑 같이 치우기로ㅡ”


 “그러면 걔네들한테 맡기면 되겠네. 내가 말해둘게.”


 “하지만…….”


 엔젤이 더 변명을 이어가기 전에 난 무감정하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손등을 위로 하고 내민 손은 에스코트 같은 용도는 아니었다.


 엔젤은 이미 어느 정도는 눈치 채고 있었겠지만 나는 그녀가 내 생각을 더 정확히 읽기를 원했다. 엔젤의 손이 조심스럽게 내 오른손에 겹쳐지자 다음 순간 그녀의 안색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구, 구원자님…이건ㅡ”


 “잔말 말고 따라오라니까.”


 “빛이여, 어찌하여…….”


 엔젤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엔젤을 지나쳐 걸어갔다. 곧이어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날 따라왔다. 내 명령이 절대적이라는 걸 안다. 구원자라는 명목이 이런 때에는 조금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 걸어가자 활동복을 입은 브라우니가 나타났다.


 “아, 사령관님! 엔젤님! 여기서 뭐하심까! 혹시 사령관님도 청소 도우러 오심까?”


 한 손에는 양동이, 다른 손엔 대걸레. 아마 엔젤이 말한 예배당을 같이 치울 ‘다른 분들’이겠지.


 나는 빙긋 웃고 내 한 걸음 뒤에 서있는 엔젤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도움을 청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엔젤은 쉽사리 말문을 떼지 못했으나 브라우니가 눈치 채지 못하자 이내 체념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죄송해요, 브라우니 님. 사령관님과 급한 볼일이 생겨서…….”


 “엥? 그렇슴까? 헉! 그럼 간식은 어쩜까? 우리들 그거만 보고 예배 오는데!”


 “나중에 따로 보내드릴게요. 참가하신 분들 명단만 기록해 놔 주세요.”


 “약속하셨지 말입니다!”


 신바람이 나서 우릴 지나쳐 사라지는 브라우니의 뒷모습을 한번 힐끔 보고 다시 엔젤의 표정을 지켜봤다.


 브라우니가 멀어지면서 엔젤의 눈에도 희망이 사라져가고 꾹 닫힌 입술은 새하얘졌다. 그럴수록 난 심장이 두근대고 비밀의 방으로 향하는 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게 유열이라는 것을 간신히 깨달았다.

 

 

 

 3.

 자신이 무얼 당할지 알면서도 제 발로 비밀의 방까지 걸어가야 했던 엔젤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동시에 참기 힘든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내 고간은 진작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마음 같아선 머리채를 붙잡고 질질 끌고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어느 쪽을 고를지 수많은 고민을 한 끝에 적당히 타협을 하기로 했다. 비밀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엔젤의 머리를 붙잡아 방 안으로 내던진 것이었다.


 “아윽!”


 상상 이상으로 가벼운 몸이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입고 있던 제복 단추를 뜯다시피 해서 벗어버리고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팬티 하나만 남은 몸으로 엔젤에게 다가가 망설임 없이 그 없느니만 못한 사제복을 찢어발겼다. 엔젤의 등에 달린 날개도 분리해 방 저 구석에 처박아버렸다.


 “그만해주세요! 신성한 사제복이!”


 엔젤이 몸부림치며 소리 질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소리 질러주길 바랐다. 눈물이 흐르기 직전인 그 보라색 눈을 볼수록 난 장난감 포장을 뜯는 어린이의 기분이 되니까.


 엔젤의 알몸이 순식간에 드러났다. 어차피 아자젤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활동을 해도 안 보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천박한 복장이지만 그마저도 없는 것과는 차이가 컸다.


 활기가 감도는 복숭아색 피부엔 상처 하나 없다. 마치 탄력 좋은 고무처럼 탱탱하면서 크림과 같이 부드러워 보인다. 


 시선은 간신히 나와 마주치는 걸 피하고 있었고 가녀린 손은 음부와 가슴만 간신히 가리고 있었지만 굳이 그것마저 치우게 하진 않았다. 난 그냥 얼굴을 가리지 않은 게 더 좋았다. 불안과 겁에 질린 표정은 도무지 질리지가 않는 까닭이다.


 시간은 많다. 나는 오늘 하루를 통째로 써 천천히 이 작고 나약한 천사를 잡아먹을 생각이었다.


 어느새 내 자지는 이 이상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부풀어 팬티의 한쪽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난 몸을 엔젤 쪽으로 향해서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내가 다른 애들에게 봉사해줄 때는 키스나 대화 같은 간단한 애피타이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도 아니었고 필요성도 못 느꼈다.


 “빨아.”


 사람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짐승의 목소리에 가까운 쉰 목소리였다. 엔젤은 무릎걸음으로 내게 다가왔으나 쉽사리 손을 대지는 못했다.


 “구원자님, 제발…….”


 “빨라고.”


 그녀는 처녀임에 분명하다. 지식이 아주 없진 않겠으나 보나마나 별 볼일 없는 내용일 게 분명하다. 남자를 기쁘게 하는 방법이나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대화법 같은 걸 알 리가 없다.


 “으읏.”


 무릎을 꿇은 엔젤의 허벅지를 발로 밟고 문질렀다. 아프진 않겠지만 경고는 됐는지 엔젤은 머뭇거리며 점점 손을 내 팬티로 향하고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팬티를 무릎 가까이 벗기자 걸려 있던 내 자지가 튕겨 올라와 엔젤의 뺨을 문질렀다. 수컷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엔젤의 동공이 벌벌 떨리고 침을 꼴깍 삼키는 게 보였다.


 결국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겠지. 이성적인 거부감은 있을지언정 생리적 거부감은 있을 수가 없지.


 허리를 조금 비틀어 내 귀두를 엔젤의 입술에 갖다 댄 나는 그 부드러움에 놀랐다. 조금씩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하기에 집요하게 내 자지를 갖다 댔다.


 눈이든 코든 뺨이든 입이든 마구 문질러댄 끝에야 결국 엔젤은 양손으로 내 자지를 조심히 잡은 뒤 입을 열고 천천히 자신의 입에 내 물건의 끝부분을 담았다.


 “하읍…….”


 뜨겁고 축축한 입김. 끈적한 혀와 단단하지만 작은 치아의 감촉. 범법을 저지르기라도 한 것처럼 꾹 감은 눈이 날 더욱 흥분시켰다.


 엔젤의 애무는 확실히 어설펐다. 혀는 어찌 움직여야 할지 몰랐고 단순히 고개를 앞뒤로 조금씩 왕복시킬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가끔 송곳니에 내 자지가 긁히기도 했고 혀는 핥기는커녕 내 물건에 닿는 걸 최대한 피하는 모양새였다.


 “평생 그러고 싶으면 그딴 식으로 계속 해봐.”


 엔젤이 내 사나운 말에 흠칫했다. 닿지 않으려 애쓰던 혀가 끝부분이나마 조금씩 내 자지를 감쌌다. 왕복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가끔씩 목젖에 닿는 게 느껴졌다. 딱히 기술이 나아진 건 아니지만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요컨대 싫어하는 것을 스스로 하게 만드는 그런 짓 자체가 기분 좋았단 것이다.


 “후우…….”


 그러나 심리적 쾌감과 별개로 육체는 시큰둥한지 좀처럼 자극이 오지 않는다. 어찌 됐건 몸은 충실히 다른 숙련된 바이오로이드들이 제공한 봉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생각을 읽는 건 손이 아니라 자지를 잡아도 되는 건지 –맞다면 우스운 일이다.- 내가 마음을 바꿔먹으려는 걸 읽은 엔젤의 몸놀림이 조금 더 바빠졌다.


 수치심도 모르고 그리 크지 않은, 하지만 확실히 봉긋 솟아 오른 가슴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런 시각적 유흥과 더불어 조금 더 자극이 나아졌으므로ㅡ


 나는 양손으로 그대로 엔젤의 뒤통수를 잡고 힘껏 내 쪽으로 잡아당겨버렸다.


 “우우웁!”


 삽시간에 목구멍 깊은 곳까지 자지가 쑤셔 박혔다. 오른쪽 송곳니에 포피가 좀 긁히긴 했지만 아프진 않았다. 엔젤의 입에선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났다.


 그대로 머리채를 잡고 마치 오나홀을 쓰듯 계속 앞뒤로 왕복했다. 튕겨져 나간 엔젤의 손이 허우적대다 침대 매트리스를 잡았다. 그 손은 침대 커버를 찢을 듯이 오므라들고 발끝은 펴졌다 굽었다를 반복했다.


 츄왑츄왑 거리는 소리와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비명이 방을 가득 채웠다.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네.


 앉아 있는 자세에선 아무래도 자지가 아래로 휘어야 하다 보니 영 불편하다. 엔젤의 머리를 뒤로 빼서 자지를 뽑아냈다.


 “콜록! 콜록! 케헥!”


 침 범벅이 된 내 자지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쿠퍼액과 침의 혼합물은 엔젤의 입까지 잠시 하나의 실로 이어졌지만 엔젤의 격한 기침에 그만 끊겨버렸다.


 호흡을 진정시키려는 걸 기다려주지 않고 내 손을 엔젤의 양 겨드랑이에 끼고 번쩍 들어올렸다.


 콧물, 눈물, 침까지 모두 흘리며 겁먹은 새끼 짐승처럼 날 처다보는 엔젤을 침대로 던지고 그 위에 거꾸로 올라탔다. 소위 말하는 69를 하려는 자세로 보이지만 서로에게 봉사하는 69와는 다르다.


 남자와 여자의 위치가 바뀐 것도 그러하나 내겐 존중의 의사가 한 푼도 없었다는 게 더 두드러지는 차이다.


 그 자세 그대로 허리를 아래로 찍어 자지를 다시 엔젤의 입에 쑤셔 넣었다. 그래, 이건 꼭 정상위 때 피스톤질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입과 보지의 위치가 뒤바뀌었다는 것 정도.


 그러니까 나는 엔젤의 입에 박고 있었단 뜻이다.


 “구웁! 우웁! 우웨엑! 우욱!”


 허리를 한 번 흔들 때마다 엔젤의 머리는 마치 농구공처럼 침대에 박혔다가 튕겨 올라갔다가를 반복하는 듯했다.


 자판기처럼 엔젤의 입에서 고통스런 소리가 감미롭게 튀어나왔다. 이러다 생존 본능에 입을 닫아버리기라도 하면 참 재밌는 꼴이 되겠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두 손으로 내 골반을 잡고 밀어내려고 하지만 엔젤의 약한 근력으로, 그것도 팔힘으로 내 허리힘을 이길 도리가 있나. 잘 다듬은 손톱이 내 엉덩이를 할퀴는 것도, 손바닥이 골반을 때리는 것도 마치 애무처럼 느껴진다.


 나는 오히려 엔젤의 골반을 붙잡고 엔젤의 발버둥에 우리의 위치가 어긋나지 않게 단단히 고정했다. 그 후에 나는 천천히 발버둥치는 엔젤의 하반신을 감상할 수 있었다.


 새하얀 솜털이 앙증맞게 나있는 아래에, 조그만 크기의 깨끗한 분홍색 입구. 내 거근을 받아들이기엔 아플 정도로 작은 크기다. 게다가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젖어 있지 않았다.


 그래. 이런 게 즐거울 리 없지. 때리면 비명을 지르면서도 아랫도리는 흥건히 젖어가던 리리스를 떠올리면 이런 반응이야말로 바람직한 것이리라.


엔젤의 아우성을 백색 소음 삼아 나는 그것의 냄새를 맡아도 보고 맛도 봤다. 조금 짜면서도 복숭아 향이 났다. 이건 예상대로인 거 같아서 약간 맥 빠진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미 질식했을 시간이 지나도 엔젤의 발버둥은 계속 이어졌다.


 다리가 여전히 처절하게 허공을 걷어차며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중이었다. 그래봤자 위에서 골반을 누르고 있는 내겐 닿지도 않았을 뿐더러 도리어 분별없는 움직임은 호흡곤란을 가속화할 뿐이었지만.


 보지가 마치 기능을 상실한 목 대신에 숨을 쉬려는 것처럼 다급하게 뻐끔거리는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마치 이 순간만을 위해 태어난 것만 같아. 그런 생각을 했다.


 슬그머니 내 아래에 깔린 엔젤에게 말을 건네 봤다. 듣고 있을 진 모르지만 들었으면 좋겠단 바람을 담아서.


 “괴로워? 하지만 네가 잘못한 거야.”


 엔젤의 발버둥이 조금 약해졌다. 난 힘껏 내 물건을 엔젤의 목 깊숙한 곳을 향해 뿌리 끝까지 박아 넣었다. 갈 곳 잃은 혀가 몸부림치는 게 뿌리 가까이에서 느껴졌다.


 “네가 내 속을 엿보지만 않았어도 우린 좀 더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었을 거야. 하다못해 못 본 척 연기라도 했다면 말이야. 하지만 넌 그러지 않았어. 그러니까 네 잘못이지.”


 조금씩 사정감이 올라왔다. 엔젤의 비부에 입을 맞추고 한층 더 허리 놀림에 박차를 가했다. 척추를 타고 지릿하게 올라오는 쾌감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정신과 육체가 일치할 때의 오르가즘은 이리도 황홀하다.


 나는 굳이 차오르는 사정감을 참으려 들지 않았다. 어느새 사정이 목전까지 도달해 있었다.


 “엔젤, 듣고 있지? 쌀 테니까 다 마셔.”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엔젤의 얼굴을 내 고간에 밀착시키고 자지에 힘을 풀었다. 금세 정액이 꾸역꾸역 올라왔다.


 자지가 한번 박동 칠 때마다 쏟아지는 백탁액들이 그대로 엔젤의 위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떠한 정복감이 내 안에 고개를 들었다.


 5분.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시간이다. 숨을 쉴 수 없는 이라마치오를 그토록 오래 시켜본 적이 없었고, 한 번 시작하고 나서 고작 5분 만에 사정한 적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10초가 넘게 이어지는 배설을 끝마치고 나서 난 붙잡고 있던 엔젤의 골반을 놓고 천천히 일어났다.


 정액과 침범벅이 된 육봉이 엔젤의 움직이지 않는 혀와 비벼지며 스윽 바깥 공기를 마셨다.


 “콜록, 콜록! 케헤엑! 허억, 허어억…….”


 길고 긴 시간 동안 공기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엔젤의 폐가 다시금 기능했다. 누운 자세 그대로 몸 하나 까딱 못하고 상반신을 튕기며 기침과 심호흡만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자니 다시 한 번 가학심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그래도 참자. 정말로 죽어버리면 곤란하다.


 아직 밤은 기니까…….







 첨에 원신채널에 올렸더라 씨발 바로 삭제하긴 했는데 자살 마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