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강간 

여왕굴복


 내 자지에서 침과 정액의 혼합물이 뚝뚝 떨어져 엔젤의 이마와 뺨을 더럽히는 광경을 물끄러미 구경했다. 그것은 엔젤의 얼굴에 서린 눈물과 땀과 뒹굴며 번들거렸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 엔젤의 호흡이 정리되고 나서야 난 입을 열었다.


 “일어나. 청소해야지.”


 그 말에 엔젤은 후들거리는 팔로 상반신을 일으켰으나 그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침대 바닥을 쳐다보고 내게 닿지도 않을 말을 지껄였다.


 “……구원자님. 죄송해요……. 하지만 정말 이러시면 안돼요…….”


 난 묵묵히 내 물건을 엔젤의 바로 앞에 들이 밀 뿐이었다. 일종의 협박이었다. 따르지 않는다면 같은 5분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결국 엔젤은 천천히 내 물건을 잡고, 조심스럽게 혀를 통해 덕지덕지 묻어 있는 불순물들을 핥아냈다. 엔젤의 서툰 혀놀림을 따라 내 물건이 다시 빳빳해졌다. 그럴수록 엔젤의 눈빛은 더더욱 어두워진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녀석을 엔젤의 그 작은 구멍에 쑤셔 박으면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내 머릿속은 온통 그런 생각뿐이었다.


 엔젤의 혀가 끈적하게 내 물건을 닦아내기를 기다렸다. 얼추 정리가 되어서 엔젤의 어깨를 잡고 밀어 눕혔다.


 이제는 저항할 기력도 없는지 무기력하게 뒤로 넘어가는 엔젤의 눈엔 체념이 서려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직은 좀 더 괴로워 해주기를 바란다.


 “내가 왜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엔젤의 배 위에 올라타 엔젤을 마주봤다.


 80kg이 넘는 내 무게에 깔리자 엔젤은 숨 쉬기 힘든 듯 보였다. 배는 다른 피부와 마찬가지로 보드랍고, 약간의 살집이 느껴졌다.


 “말해봐.”


 엔젤의 허벅지를 어루만지면서 물어봤다.


 “교, 교리에 따르면 교합은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해야 하는 거예요.”


 유난히 뚜렷한 대답이었다.


 울컥하고 무언가 올라왔다. 그래. 그렇겠지. 내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네게 난 그냥 징그러운 짐승에 지나지 않겠지.


 “그냥 네가 더 당하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신체의 고통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한 걸요.”


 “아, 그러시겠지.”


 어련하실까.


 괜찮다. 고통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다른 걸로 굴복시킬 뿐이다.


 허벅지를 어루만지던 내 손이 점점 더 위쪽으로 올라갔다. 이 뒤에 어떤 짓을 당할지 알고 있는 듯 엔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골반을 더듬다 이내 그 계곡 안쪽, 가장 예민한 부위를 바깥에서부터 유린하기 시작했다.


 “흐윽…….”


 근처만을 애태우듯 어루만지다 기습적으로 클리토리스를 비비자 엔젤의 입에서 요염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엔젤의 눈이 동그래졌다. 자기도 왜 이런 소리가 나오는지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 신실한 천사가 자위 따위를 해봤을 리가 없다. 이런 음란한 몸을 하고도. 당연히 성욕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도 모르겠지.


 아자젤도 그러했고, 베로니카도 그러했다.


 수많은 여자를 안아본 나는 개발엔 자신이 있었다. 바깥에서 안쪽으로. 천천히. 하지만 간간히 완급을 넣어서. 도망치지 못하는 엔젤을 밑에 깔고 내 왼손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순결을 서슴없이 더럽혔다.


 “잠깐……으긋……거긴…안댓!”


 “재밌네. 구원자의 말은 빛의 뜻과 같다며. 그럼 문제 없는 거 아냐?”


 “그런 게……아니, 흣, 아니에요…….”


 “아니면?”


 나는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오른손은 엔젤의 다른 부위를 맘껏 탐닉하는 중이었다. 겨드랑이의 속살부터 뺨과 목, 쇄골과 유륜에 이르기까지. 엔젤의 모든 것을 맛보기 바빴다.


 “구원자님께서 후회하실 테니까요…….”


 “후회?”


 내 손이 멈췄다. 울컥하고 무언가 올라왔다. 폭력을 통한 만족감 밑에 가라앉아 있던 불쾌한 감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건 내가 원한 대답이 아니었다.


 “후회라고? 내가?”


 손길이 점점 거칠어진다. 얕은 곳만을 농락하던 손가락이 점점 더 깊은 곳을 범하기 시작했다.


 내부가 점점 젖어오는 게 느껴졌다. 질이 불규칙적으로 경련했고 오돌도돌한 점막을 압박할 때마다 엔젤의 허리가 튕겨 올라가려고 했다.


 ‘간다’는 녀석이다. 천사인 주제에 고작 손가락 하나로 몇 초에 한 번씩 가버리고 있었다.


 “으윽, 아흐윽……구, 구원자님…제발…!”


 가슴팍이 땀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남는 손으로 한껏 움켜쥐지만 미끄러져 흘러내렸다. 점점 더 단단해지는 내 물건이 끝부분이 가슴골 사이에 파묻혔다. 내 호흡도 덩달아 거칠어졌다.


 “제발 뭐. 어쩌라고 씨발. 더 세게 해달라고?”


 “이런 건 너무 괴로워요, 구원, 아악!!”


 손바닥으로 가슴을 후려쳤다. 찰싹! 하는 젖은 소리와 함께 새빨갛게 자국이 남는다.


 내 손을 멈추려는 엔젤의 팔을 거칠게 뿌리치고 다시 한 번. 이번에는 고통 섞인 신음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온다. 가슴이 출렁이며 내 귀두를 한 번 비비면 다시 찌릿한 자극이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본심이 어찌 됐든 엔젤의 유두가 점점 빳빳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평소엔 옷자락도 잘 닿지 못해 예민할 그 곳을 집요하게 노렸다.


 엔젤은 어떻게든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질구가 탐욕적으로 손가락을 물고 늘어지는 것에서 이미 다 드러났다.


 “읏, 우웃……하아아악…!”


 점점 더 버티기 힘들어지는 쾌감. 엔젤은 그저 침대 커버를 움켜쥐며 어떻게든 버틸 뿐. 지나친 쾌락은 고통에 가까워진다는 걸 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날 밀쳐내거나 하지는 못하고 다만 자신의 성감대를 유린하는 내 왼손이라도 막아보려고 다리를 오므린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저항에는 짜증만 솟구칠 뿐이었다.


 “왜? 입은 잘만 놀리더니? 다리 안 벌려? 이거 명령이다. 아니면 어디 예배당에서 남들 다 보는 데에서 한 번 당해볼래?”


 “……그런…….”


 내 손을 잠시 멈추고 엔젤의 눈을 정확히 응시했다. 내 엉덩이와 맞닿은 배를 통해 내 생각을 읽었겠지. 내가 진심이라는 걸.


 엔젤의 눈에서 기어이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결국 천천히, 입술을 깨물고 나서 엔젤은 스스로 자신의 다리를 벌린다.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한 괘씸죄도 추가해서 단숨에 내 중지와 검지가 질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고 엄지로는 아플 만큼 돌출된 클리토리스를 서슴없이 자극했다.


 내 손가락은 너무나 손쉽게 절정의 벽을 부숴버리고 있었다.


 “아악! 아으아, 아아, 아악!”


 비명소리가 달콤했다. 엔젤에게 강제로 아라마치오를 시켰을 때보다도 몸부림이 심해졌다. 어디서 힘이 나오는 건지 허리를 비틀자 내 몸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아, 아그읏! 으흐흐읏!”


 그럼에도, 수십 번을 가버리면서도 엔젤은 다리만은 오므리진 못했다. 구원자의 명령이기 때문인지, 인간의 명령이기 때문인지, 신성한 예배당에서 강간당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는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딘가로 도망가지 못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다리를 벌린 채 속수무책으로 원치 않는 쾌락을 주입 당해야 하는 상황이 날 흥분시켰다는 것이다.


 눈물을 주르륵 흘려대고 고개를 비틀어대며 울부짖을수록 내 안에선 충족감이 차올랐다. 별다른 자극 없이도 쿠퍼액이 계속 새어 나와 엔젤의 가슴팍을 더럽혔다.


 박고 싶다. 지금 박으면 곧바로 사정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엔젤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었다. 난 얼굴을 더 보고 싶어서 억지로 양팔을 위로 향하게 단단히 붙잡아 고정해 버렸다.


 “이런 건……너무해……읏, 아흐아아악!!!”


 엔젤은 우스울 만큼 쉽게 개발되고 있다. 이 녀석의 민감도는 일반적인 바이오로이드의 그것을 한참은 뛰어넘는다. 거기서 난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아, 그렇구나. 이 녀석도 ‘그렇게 만들어진’ 거구나.


 나와 마찬가지로 원하지 않은 것을 품고 태어난 거구나.


 조소가 나온다. 우린 한 쌍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비웃을 수밖에 없는 한 쌍.


 “너무 쉽게 가버려서 괴롭지? 네가 숭배하는 빛이 널 이렇게 만든 거야. 나도 이렇게 만들어졌고. 자, 대답해봐. 빛은 왜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왜 날 이런 식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병신 새끼로 만들었냐고!”


 “그, 그건 시련을 통해 담금질, 으흑! 아아아아악!”


 담금질이란 말을 듣자마자 중지로 엔젤의 질벽 안쪽, G스팟을 힘껏 긁어버렸다. 다른 애들이라면 아파했을 세기였음에도 엔젤의 몸은 그걸 강렬한 자극으로 받아들였다. 기세 좋게 뿜어져 나오는 시오후키가 그 증거였다.


 엔젤의 배가 파르르 떨린다. 수십 번의 절정 중에서도 가장 강한 것이었겠지. 그래도 난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절정, 그것도 시오후키할 정도의 거대한 절정 이후에 이어지는 자극은 정말 괴로운 것임에 틀림없었다. 엔젤은 머리를 붙잡고 온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끄읍, 흐읍, 아으으으으, 주거요! 구원자님! 저 주거, 주거버려요!!!”


 “그딴 대답이나 할 거면 그냥 뒤져.”


 엔젤이 숨을 내쉴 때마다 보지에선 거세게 물이 뿜어져 나왔다. 내 왼손도 흠뻑 젖어 물이 뚝뚝 떨어졌다. 시오후키로 탈수가 일어날 수 있다면 지금이 좋은 사례가 되겠지.


 아, 못 참겠다. 이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자니 역시 삽입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원래라면 20분은 더 갖고 놀 생각이었지만 이대로 가다간 넣기도 전에 싸버릴 지경이었다.


 엔젤의 몸에서 내려와 양 다리를 직접 벌리고 내 몸을 가랑이 사이로 비집어 넣었다. 탈진한 엔젤은 별다른 반항은 하지 않았다. 아니면, 다리를 벌리라는 명령 때문일까?


 내 물건은 여지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두껍고, 크고, 또한 단단하고 붉어진 상태다. 엔젤의 배 위에 올려놓으니 배꼽을 지나 명치에 가까운 길이였다.


 당연히 콘돔 같은 건 착용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끝까지 넣으면 횡격막까지 닿겠네.”


 “…….”


 혼잣말을 내뱉어도 엔젤은 천장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다. 죽은 건 아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배꼽이 자지에 닿았다 떨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만 침대 천자락을 꾹 움켜쥐고 다가올 시련을 대비하는 모양새였다. 결국 내가 직접 상체를 앞으로 내밀어 엔젤을 코앞에서 마주했다.


 “그거 알아? 여성은 흥분하면 자궁이 올라간다는 거.”


 “네……?”


 “손가락으론 끽해봐야 앞 절반 정도밖에 안 닿지만 이거면 분명 끝까지 닿을 거야. 물론 더 기분 좋겠지?”


 엔젤의 얼굴이 공포에 질렸다. 그제야 난 빙긋 미소 짓고는 내 물건을, 엔젤의 질에 단숨에 쑤셔 박았다.


 “아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악!”


 찌직, 처녀막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애액과 쿠퍼액과 피가 뒤섞여 찔꺽찔꺽 댔다.


 몇 번 흔들기도 전에 이미 요도까지 차올라 있던 정액이 분출됐다. 허리가 빠질 거 같다. 혼을 쏟아내는 감각이었다.


 토해내는 정액은 한결 더 내 피스톤질을 용이하게 했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쾌감이었지만 사정을 하면서도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배와 배가 부딪칠 때마다 나는 음탕한 소리도, 간헐적인 시오후키에 젖어 들어가는 내 고간도, 모든 게 너무나 퇴폐적이라 나도 뇌가 깎여 나갈 것만 같다.


 한 번의 사정을 하고 나서 수그러들지조차 않은 건 처음이다. 엔젤의 양손을 붙잡아 아무 움직임도 취할 수 없게 고정하고 마음껏 허리를 흔들어댔다.


 “구원자님, 놔주세요! 제발! 팔만이라도! 아무 곳도 못 움직이면 미쳐버릴 거 같아요!”


 “그 태도야.”


 사정 이후에 바로 사정하기란 쉽지 않다. 유감이지만 다음 사정까지 이어질 몇 십분 동안 엔젤의 말에 귀기울여줄 생각은 없다.


 서로의 비부가 닿을 때마다 나는 소리가 점점 더 질척거리더니 이젠 철퍽거리는 소리로 변질됐다. 내 허리가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엔젤의 몸이 자극을 피해 도망치려는 모습이 적잖이 처절했다.


 눈을 감아 봐도, 입을 앙 다물어 봐도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으응, 크으읍, 아흐흑!”


 “엔젤. 지금 어디가 가장 민감해?”


 엔젤의 귀에 대고 질문했다. 엔젤이 다급하게 머리를 내저었다.


 “싫어요……. 말하고 싶지 않아…….”


 “네 기분 묻는 거 아니니까 말 하라고.”


 “…….”


 말을 하지 않았기에 압력을 더 세게 가했다. 자지를 깊숙이 박아 넣은 다음 살짝 띄우자 엔젤이 자지러졌다.


 “으읏! 자……자궁구, 흐읏, 요…….”


 “다시. 또박또박. 크게.”


 “자, 자궁구 중앙이에요. 거길 찔리면 머리가 새하얘ㅡ”


 그 말을 들은 즉시 엔젤의 골반을 붙잡고 내 쪽으로 내리찍었다. 엔젤이 숨도 쉬지 못하고 꺼어억, 거리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인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체위를 정상위에서 대면좌위로 바꿨다.


 양팔로 엔젤을 끌어안고 엔젤이 자기 자신의 체중을 오롯이 감당하도록 했다. 자신의 몸무게에 자궁구가 찔리자 허리가 휘려고 했다. 그 상태로 엔젤을 조금씩 들었다 내리찍기를 반복했다.


 최고급 케이크만큼 푹신한 가슴이 내 갈비뼈에 몸을 비볐다. 터지기 직전의 심장 박동이 들렸다.


 “끄으으, 저, 주거, 구원자님, 저, 진짜 주거욧, 머리가, 바보가 돼버릴 거 같앳……흐아, 우윽…!”


 “원망하려면 이런 몸으로 태어난 널 원망해. 아님 이런 몸으로 날 빚은 빛을 원망하든가.”


 “아니,읏, 에요. 그건……원망하진…않, 아흐아, 않아요……! 빛께선……분명…….”


 “넌 또 그 빛 타령이냐?”


 신앙심이 짜증났다. 매트리스에 힘 줘서 앉았다가 올라오는 탄력으로 엔젤의 자궁구를 들이받았다. 엔젤의 입에서 헛구역질에 가까운 소리가 나오며 애원하듯이 날 끌어안았다.


 “괴롭지? 내가 수많은 애들을 안아봤지만 너처럼 쉽게 느끼는 몸은 처음이야. 교리에 분명 음욕은 사악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한 팔을 내려 엔젤의 엉덩이를 감싸고 내 쪽으로 힘을 줘 당겼다. 철퍽거리는 음탕한 소리가 엔젤의 교성에 섞였다. 이제는 흐느끼는 소리에 가깝다.


 “흐읏, 어째서……그렇게…심한 말을, 응그읏, 하시는 건가요…….”


 “나도 나기를 이런 정신병자 새끼로 났으니까. 알겠어? 너나 나나 구원이랑은 거리가 먼 짐승새끼들인 거야. 우리가 이렇게 뒹굴고 있는 게 그 증거고.”


 “…….”


 엔젤이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없어서. 너무 힘들어서. 고통스러운 쾌감 외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그래서 인내하기 위해 입을 다무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윽, 후우우……후우……아흐윽.”


 엔젤의 반응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내 품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은 볼 수 없었으나 나무 기둥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 양 했던 양팔이 남자를 끌어안는 듯한 느낌으로 변했다.


 무언가 안정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싫었다. 이를 악 물고 허리놀림에 속도를 더했다.


 귀두가 엔젤을 깊숙이 꿰뚫을 때마다 엔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어댔지만 아까처럼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치진 않았다. 마치 이 모든 과정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렇지…우으으……않아요.”


 내 품 속에서 엔젤이 중얼거렸다. 뭐라고?


 “분명 이렇게 타고난 건……흣, 낙인…같은 걸지도…으응,……몰라요. 그래도, 후우우…그래도, 선한 길을…선택 할, 끕, 수는……있는걸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쳐버린 건가? 엉망진창으로 능욕당하고 있는 주제에.


 귀 기울이고 싶지 않았다. 엔젤의 몸을 끌어안은 채 침대로 자빠졌다. 체중을 실어 힘껏 내리찍자 엔젤의 입에서 쉰 목소리로 교성이 튀어나왔다.


 “아앗, 읏, 응극, 흐으앗, 그러니까……괜, 찮아요. 아으으윽……. 아프고, 괴로워도, 그래도……우리는, 아앙……구원…받을 수…있어요.”


 개소리다. 겉만 번지르르한 완전한 개소리다.


 “선택할 수는 있다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인데? 알맹이가 변하지 않는데. 너도 내 맘을 봤잖아. 그러니까 그 때도 그렇게, 피하고 도망친 거잖아.”


 엔젤의 엉덩이에 한쪽 팔을 대 받쳤다. 허리가 들리자 내 물건이 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끝까지 쑤셔 박고 문지르자 엔젤의 몸이 펄떡댔다. 또 한 번 시오후키가 내 가랑이를 적셨고 질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강하게 내 자지를 조여 왔다.


 하지만 엔젤은 이번엔 도망치지 않았다.


 “구원자님도……흐읏, 이미 알고……계시잖아요……. 소용이, 없다면…아흐윽, 왜…다른 분들께는, 따뜻하게, 으윽, 대하신…건가요? 저한테처럼……하실, 수 있는데도……아아앙, 다른 분들을……아껴주신 건, 구원자님의……선택이…아니었나요? 사람을……만드는…건, 앗, 윽, 아흐윽, 꺄악! 으읏……만드는, 건……어떻게, 타고나느냐가, 아니라…어떤, 흐으응…걸 행하느냐……아닌가요?”


 엔젤의 팔이 천천히 내 등을 더듬어 올라갔다. 탐구하듯이, 이해하려는 듯이.


 불쾌하다. 갑자기 이렇게, 나에 대해 무엇 하나 모르면서 다 안다는 것처럼 지껄이는 게. 쾌감에 망가져버린 한 마리 암컷에 불과한 주제에.


 “이렇게……끅, 끌어안고 있으니…간신히 구원자님의 마음을……흐읏, 알겠어요……구원자님도……괴로우신 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엔젤의 팔을 뿌리치고 벗어났다. 간신히 보게 된 엔젤의 상기된 얼굴은, 눈물범벅인 주제에,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는 주제에, 내게 연민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와 그딴 식으로 아랫것 대하듯……!”


 저딴 표정이나 지을 거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엔젤의 팔을 잡고 몸을 돌리게 만들고 뒤에서부터 박아 넣었다. 간신히 엔젤의 입이 교성으로 틀어 막혔다.


 “아흐윽, 이거, 너무, 깊어엇……! 구, 구원자니임……. 읏, 아아아아읏, 윽, 읏…….”


 “좋냐, 씨발년아? 장난감이면, 후우, 장난감답게 좀 닥치고 있으라고.”


 후배위는 가장 깊이 박히는 체위 중 하나다. 엔젤의 머리를 붙잡아 침대에 힘껏 처박아놓고 자궁을 망가뜨릴 각오로 내 자지를 마음껏 쑤셔댔다. 내부가 걸레짝이 되어도 상관없다.


 엔젤의 새하얀 엉덩이 살이 천박하게 출렁이고 한 번의 피스톤질마다 애액이 후두둑 떨어졌다.


 손바닥으로 새빨간 자국이 남도록 후려치자 질육이 게걸스레 울렁대며 내 자지를 빨아들였다. 슬며시 다른 손을 엔젤의 클리토리스에 다가갔다.


 “자, 잠깐, 거기이인, 너무 민감, 꺄으으읏!”


 처음부터 그랬지만 지금은 더더욱 봐줄 생각은 없었다. 손가락에 분명히 만져지는 그것을 꼬집어 당기자 엔젤이 침대 천 자락을 쥐어뜯었다.


 아까처럼 배가 부르르 떨리더니 크게 부풀었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호흡곤란의 징조다.


 머리를 누르고 있던 손을 떼고는 거칠게 흔들리고 있던 젖가슴을 쥐어짜자 엔젤의 몸이 잉어처럼 튀어 올랐다. 어디를 만져도 엔젤은 이랬다.


 태생이 그렇게 설계되었을 터다. 아주 간단한 개발만으로 상대에게 맞춰져서 이런 장난감 취급을 당할 수 있도록. 육욕에 져버려 망가지도록.


 만들어진 몸. 만들어진 생각. 그런 주제에.


 나는 시위를 놓은 활처럼 허리를 앞으로 튕겼다. 엔젤은 이제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열락에 젖어 찌그러진 폐에선 비명보단 쌕쌕 거리는 숨소리의 비중이 커졌다. 아우성을 대신해 다리가 한껏 접혔다가 펴지면서 매트리스를 때렸다.


 자그마한 얼굴에선 눈물인지 침인지 아니면 땀인지 모를 것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와 머리를 처박고 있는 베개가 조금씩 젖어간다. 축축한 하얀색은 뜻 모를 파란색을 품고 있었다.


 나는 문득 엔젤의 얼굴이 신경 쓰여 다리를 잡고 몸을 뒤집어 정상위로 체위를 바꿨다. 일종의 강박적인 확인이었다.


 너는 울어야 한다.


 너는 두려워하고 있어야만 한다.


 “…….”


 그러나 드러난 엔젤의 표정을 본 순간,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 됐어.”


 창자가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뱃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내 표정을 완전히 지워내 버렸다.

 엔젤은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나는 그 전에 양손으로 엔젤의 목을 졸랐다. 싫어서인지 무서워서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래야만 할 거 같으니까.


 내 팔뚝에 점점 핏줄이 올라오고 손아귀에 힘이 들어갈수록 엔젤이 전에 없이 퍼덕거린다. 엔젤의 보기 좋게 핏기가 돌던 하얀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입에서 거품이 질질 새나오고 눈동자가 점점 풀린다.


 엔젤의 허우적거림에 맞춰 나도 내 몸을 움직여 엔젤의 안쪽을 쑤셔 헤집었다. 너무나 쉽게 사정감이 올라온다. 그래. 처음부터 이럴 것을.


 입꼬리가 바들거리며 올라간다. 얼굴 근육이 멋대로 움직인다.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엔젤의 출렁이는 가슴. 가슴골로 흘러내리는 땀.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서 배꼽까지 젖어 질척이는 애액과 정액들. 펄떡이는 몸과 서서히 잃어가는 정신까지. 모든 게 다만 조화롭게 느껴졌다.


 내 손목을 잡고 어떻게든 하려던 엔젤이 손에 힘을 풀었다. 천천히 손가락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응. 넌 어떻게 할 거야? 어떤 식으로 날 즐겁게 해줄 거야?


 서서히 가까워진다. 내 목을 조를까? 눈을 찌를까? 아니면 몸을 밀려고 할까?


 그러나 파들거리며 내 얼굴을 향해 뻗어온 그것이 내 눈두덩을 훑고,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단 걸 깨달은 순간,


 나는 맥없이 사정해버렸다.


 맥없다는 말이 다른 무엇보다 적절했다. 그것엔 쾌감 같은 것보단 허무함만이 있었으므로.


 나는 허리를 움직여 더 정액을 쥐어짜낼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내 안을 구성하고 있던 무언가가 함께 흘러내려간 느낌이었다.


 엔젤의 팔이 덧없이 내 밑으로 흘러 내렸다. 엔젤은 어느새 기절해 있었다.


 나는 무엇인가가 두려워, 뒷정리를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씻지도 못한 채 마냥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고 내 방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날 밤은 잠을 자지 못했다. 그 때 엔젤의 행동이, 모습이, 표정이 계속 떠올라서.


 결국 끝까지 몸을 뒤척이다 아무도 모르게 비밀의 방으로 돌아갔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어설프게 정리된 방의 여운만이 남아 있었다.









 야설 쓰는 거 너무 수치스러웠다...참가자 적어 보여서 장려상이라도 노려보려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