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문학 보러 가기


에키드나 문학 1 ) https://arca.live/b/lastorigin/30875326


-------------------------------------------------------------------------------------------------------------------------------------------------


 블랙웜의 손길로 예쁘게 차려 입은 에키드나는 블랙웜의 뒤를 따라 아무도 없는 업무실에 도착한다.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어째서 주인님의 말을 들은 신 것입니까? 당신이라면 어떤 때라도 가고 싶은 곳으로가 하고 싶은 하시는 분입니다. 이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저로써는 잘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내가 라비아타에 의해 다시 만들어졌지만, 유전자 정보에 쓰여진 기억은 여전히 연구소의 모습이 대부분이지. 사령관이 다른 부대와 일하면서 ‘노동’의 기쁨을 알 수 있지 않겠냐고 하길래 그냥 무시하려고 했지만, 생각을 해보니 무료하게 하루 종일 누워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말이야.”


 “노동의 기쁨 말인가요?”


 “난 너희들과 다르게 노동을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뭐 한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애초에 사령관이 싫으면 언제라도 관두라고 했으니까. 뭐든지 내 마음대로고!”


 블랙웜은 그녀의 근본이 딱히 바뀐 건 아니란 것을 속으로 되뇌고는 근처의 마른 걸래를 잡아 에키드나에게 건내준다.


 “응?”


 “평소에도 청소를 해, 오늘은 딱히 젖은 걸래를 사용할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마른 걸래로 먼지나 털어 내주시죠.”


 에키드나는 걸래를 받고는 한참을 쳐다보다 블랙웜을 다시 쳐다본다. 블랙웜은 뭘 그렇게 쳐다보냐는 듯 한 번 눈을 흘기고는 자신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듯 장갑을 끼우며 흩어진 서류들과 책장을 정리한다. 에키드나는 마른 걸래로 의자를 대충 닦아내고 정리된 책상 위를 닦아낸 뒤 사령관의 의자에 앉는다. 블랙웜이 청소를 끝낸 곳을 보자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에 에키드나는 깜짝 놀라며 박수를 치자, 블랙웜은 미소를 지으며 간단하게 인사를 건낸다.


 “어떻게 보이나요? 청소란 ‘노동’은?”


 “버뮤다 팀 숙소가 왜 깨끗한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지. 그보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라도 있나?”


 “에키드나님께서 말했 듯 유전자 씨앗 안에 쓰여진 정보 덕분일지도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주인님께서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전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곳을 정리할 때도 같은 생각을 하나?”


 “적어도 주인님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은, 이 오르카 호에는 없습니다. 만약 더럽혀진 곳이 있다고 한다면 저희의 실수 혹은 그곳의 구역을 맡은 부대의 잘못이겠죠. 그리고 그런 잘못을 본 주인님의 걱정어린 얼굴을 상상하기도 싫어요.”


 에키드나는 그녀의 말에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문득 뭔가 생각이 난 것인지 자리서 일어난다.


 “그럼 청소를 사령관이 보는 앞에서 하는 건 어떻겠나?”


 “…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왕 청소하는 거 사령관에게 칭찬을 듣는 것도 좋지 않겠어?”


 “저희 청소 시간은 규칙적인 시간이 있습니다. 그걸 무시할 수는-.”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 어서 빨리빨리 밖으로 나가자! 이왕이면 나도 그 메이드 복도 하나 얻을 수 있으면 좋겠군.”


 블랙웜은 자신이 배틀 메이드의 동료들에게 혼나는 것 보단, 에키드나의 말대로 사령관에게 칭찬을 받는 것에 혹해서 에키드나가 미는 것에 못 이기는 척 밖으로 함께 걸어 나온다. 그리고는 에키드나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 옷을 준다. 키는 둘이 똑같고 심지어 몸매도 비슷했기에 의외로 블랙웜의 옷은 에키드나에 딱 맞았다. 에키드나는 블랙웜의 타이즈에 몸이 끼는 것 같아 불편한 것 같았지만, 미끄러운 촉감이 어쩐지 마음에 들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둘은 대화도 없이 방에서 쉬고 있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사령관의 업무실로 움직인다. 


 바다 위의 강렬한 햇빛에 살깣이 약간 탄 사령관이 스스로 부채질을 하며 앉아 있었고, 그 뒤로 히루메 서 있는 게 보인다. 히루메는 블랙웜에게로 다가와 조용하게 말을 한다.


 “왜 청소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게야?”


 “에키드나님과 담소가 있었습니다. 괜찮다면 지금 청소를 할 것인데 잠시 히루메님은 나와주실 수 있습니까?”


 “함께 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지 않겠나?”


 “주인님께서 내려주신 에키드나님과의 ‘직업 체험’의 일환입니다.”


 히루메는 블랙웜 뒤의 미소 짓고 있는 에키드나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고는 사령관에게 말한다.


 “여기 두 아낙이 청소를 한다고 하니, 첩은 잠시 나가 있겠네.”


 “그래, 더운데도 밖에 있었는데 조금 쉬다 와.”


 히루메가 나가자 블랙웜과 에키드나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청소를 시작한다. 사령관은 평소와는 다른 에키드나의 모습에, 그리고 어색하지 않은 메이드의 복장에 흥미를 느끼며 그녀의 뒷모습을 즐긴다. 에키드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싫지만은 않아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청소는 금방 끝이 났고 에키드나는 그저 칭찬을 들을 수 있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사령관 앞에 선다. 하지만 사령관은 블랙웜이 내려주는 커피를 받으며 다시 업무에 열중하자, 에키드나는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칭찬해라.”


 “응?”


 “칭찬하라고.”


 “아… 그러니까… 옷 잘어울리네?”


 그녀의 표정은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결국에는 머리를 아래로 떨군다. 블랙웜도 솔직하게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었기에 약간의 상심감을 느끼며 옆의 사령관의 다리를 살짝 건드린다. 사령관은 왜 부르냐는 듯이 블랙웜을 쳐다보자 눈짓으로 에키드나를 가리키기에, 사령관은 에키드나를 바라보며 말을 한다.


 “오늘 일은 어떤 거 같아?”


 “재미가 없었다…”


 “음?”


 “재미가 없었다고! 난 당신의 칭찬을 원했는데, 이런 식으로 엎드려 절 받긴 싫다!”


 에키드나가 화를 내면서 걸레를 사령관의 책상에 던지면서 나가자, 사령관은 어떨떨한 표정으로 블랙웜을 쳐다본다.


 “방금은 주인님께서 잘못하셨습니다.”


 “에키드나 옷이 워낙 의외여서 칭찬을 원한다고 생각도 못 했어.”


 “가끔은 그런 날도 있는 법이지요. 일단 청소가 끝났으니 나가보도록하겠습니다.”


 블랙웜은 대답하기 보다는 간단한 목례를 하고 방을 나서기 위해 문 앞에 서는데 사령관이 그녀에게 듣고 싶던 말을 건내준다.


 “언제나 열심히 일해줘서 오늘도 고마워.”


 “아닙니다. 그럼…”


 블랙웜은 방에서 나오자마자 얼굴이 붉어지면서 작게 혼잣말을 한다.


 “진작에 그런 말씀을 하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녀는 그렇게 에키드나가 뛰고 있는 것 같은 복도의 소리를 확인하며 곧장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에키드나는 버뮤다 팀의 숙소에서 블랙웜의 옷을 벗어 침대의 끝부분에 놔두고 강철들을 둥글게 만들어 자신을 감싸게 만든다. 레이시는 에키드나가 제대로 된 끝을 본 게 아님을 직감하곤 한숨을 내쉬며 메이드 복을 개어주곤 둥글게 말고 있는 에키드나의 강철돔에 노크를 한다.


 “에키드나? 과자라도 줄까?”


 “…하치코 표 민트파이로.”


 “그건 많이 먹었느니까… 포티아가 만든 건빵, 이건 어때?”


 강철 돔이 열리면서 손이 나오자 레이시는 싱긋 웃으며 건빵 봉지를 건내 준다. 에키드나는 그제야 강철 돔을 해제하면서 분노에 찬 상태로 건빵 봉지를 뜯어내며 한주먹씩 꺼내 입으로 넣어버린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몸소 노동을 했는데 칭찬 한 마디가 없다니! 이제와 생각을 해보니 우리 모두가 탐색 활동을 다녀왔을 때도 칭찬이 없었다!”


 “그땐 사령관님이 긴급 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바쁠 때였잖아. 지금도 그런 거 관련해서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어.”


 “그래도… 그래도 칭찬 한 마디 하는게 힘들리가 없다!”


 레이시는 에키드나의 마지막 말에 반박은 하지 못하고 그저 어색하게 웃음소리만을 낸다. 블랙웜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상황이 생각보단 괜찮은 것 같아, 에키드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에키드나님, 사령관에게 칭찬을 듣는 쾌락은 실패했지만, 그냥 성취감을 얻는 쾌락으로 방법을 바꿔봅시다.”


 “방금처럼 일만하고 힘들어서 짜증만 나는데 믿을 만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블랙웜은 에키드나가 일을 하는 시늉격으로 움직였다는 것에 한마디하고 싶었지만, 꾹 참으면서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럼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도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건 어떨까요?”


 “사령관에게 칭찬 받는 게 가장 좋다만…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군. 그래서 이번엔 어떤 일을 생각하는 거지?”


 “음… 치안을 책임지는 시티가드는 어떨까요?”


 “나쁜 이들을 혼내고 우리가 칭찬을 받는 거? 좋다!”


 “오늘은 안 좋은 일이 있었으니 이만하도록 합시다.”

 

***

 

 새로운 날이 밝고, 여전히 부상해 있는 오르카 호의 갑판 위로 에키드나, 블랙웜, 그리고 미스 세이프티가 선글라스를 쓰고 서 있다. 블랙웜이 가장 먼저 선글라스를 벗으며 아무도 없는 갑판 위를 한 번 살펴본다.


 “선글라스를 끼우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남들에게 눈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도 있고, 동시에 위압감을 줄 수도 있지요. 게다가 오늘은 하루 종일 햇빛 아래에 있을 테니 눈을 보호할 수도 있고요.”


 “난 그냥 이 멋진 선글라스가 좋군. 이건 가져가도 되는 거지?”


 아침 일찍 사령관이 사디어스에게 부탁을 해, 미스 세이프티와 함께 구조보다는 민원처리와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마침 오르카 호가 부상해 있기에 인원을 보충하기에도 좋다고 생각한 사디어스는 둘을 갑판 위로 올려 보냈다. 아직은 아무도 없지만 엘리베이터가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는 미스 세이프티가 둘에게 당부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싸우려고 하는 바이오로이드의 중재와 손버릇이 나쁜 바이오로이드를 잡는 겁니다. 싸움을 걸어오면 일절 무시하세요.”


 “그런데 정말 그런 행실이 나쁜 대원들이 있긴 합니까?”


 “…없어요.”


 “그럼 놀아도 되는 거 아니냐?”


 “아무리 미스 세이프티님의 말한 대로의 일이 없다 하더라도 혹시 벌어질 사건들을 대비해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흐음, 어쩔 수 없군.”


 이윽고 시간이 흘러 많은 대원들이 갑판 위로 올라와 스틸라인은 일광건조를, 호라이즌은 아침 체조를, 그외의 인원들은 그저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운동과, 적당한 공놀이를 한다. 미스 세이프티와 블랙웜은 항상 하던 일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라서 가만히 서서 잘 지켜보지만, 에키드나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점차 실증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일단 점심의 교대 시간까진 있어야 하니깐… 앞으로 3시간 정도 더 있어야합니다.”


 “난 더 이상 못 있겠다. 먼저 물놀이라도 해야겠어!”


 에키드나가 강철들로 계단을 만들어내 바다까지 이어놓고는 그대로 아래로 달려가 내려간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대원들은 잠시 서로의 눈을 보다가 이내 에키드나가 만들어 놓은 계단을 따라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음… 이거 이대로 놔도 되는 걸까요?”


 “미스 세이프티님의 걱정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해상 사고를 대비해 저 멀리 있는 프로스트 서펀트님이 딱히 아무 행동이 없는 걸 보면 괜찮겠지요.”


 “오? 뭐야. 바다속으로 들어가 놀아도 되는 거야?”


 둘의 뒤로 사령관이 나타나자, 둘은 황급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일하는데 방해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아닙니다. 그보다 회의가 일찍 끝난 것 같으시군요.”


 “휴식 기간 같은 거니까 뭐… 그보다 에키드나는… 저기 있네. 일은 더 안 한데?”


 “에키드나님께서는 더 이상 못 있겠다면서 먼저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사령관과 블랙웜의 자연스런 대화에 좀처럼 끼어들지 못하던 미스 세이프티는 에키드나가 만들어 놓은 계단이 여전히 건재한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사령관님께서도 바다에 들어가 대원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아냐, 그냥 너희들이 일 제대로 하나 싶어서 잠깐 온 거야.”


 사령관은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하려고 하였지만, 금방 들어간다는 말에 실망한 것 같은 미스 세이프티와 블랙웜의 얼굴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가끔은 대원들하고 물놀이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사령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옷을 벗어 던지자 둘은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사령관의 몸을 감상하기 시작했고, 바다에 있던 대원들은 그제야 사령관의 모습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사령관은 옆의 둘에게 미소를 보여주곤 갑판에서 바다로 뛰어들자, 그 주변으로 수많은 대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


이틀 만에 돌아왔읍니다.


안 돌아올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진 마 ㅎㅎ


안 했다고? 미안해. 자의식 과잉이었나보다 ㄷㄷㄷ


내용은 일상물 쪽에 초첨이 맞춰지는 것 같음.


가끔은 이런 쉬어가는 것 같은 내용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튼 뭔가 더 원하는 장면 있으면 댓글에 써주삼. 어느정도는 참고 해보겠음 ㅎㅎ


읽어줘서 고맙고, 댓글에 욕을 써도 좋고, 수정안도 좋고, 궁금한 것도 좋음!


물론 칭찬도 좋음 ㅎㅎ


다음에 또 봅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