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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나는 사람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달전에 생일날 저런 글 쓴 라붕이야


댓글로 각자 방식으로 위로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뭐 해줄것도 없고해서 근황이나 알려주려고 왔어.


단기 알바나 할 요량으로 구직사이트에 내 정보랑 연락처 올려놓고 있었는데


지역 리조트에서 단기알바 제의가 와서 별 기대없이 갔어


내가 대학을 조리과 나오고 그래서 배운게 주방일 밖에 없거든?


그래서 주방알바로 들어갔는데 


그 전에 내가 다녔던 곳들은 요식업계 특유의 군기문화도 있었고


하는게 거의 설겆이나 자잘한 재료준비였어.


그런데 여기는 다르더라고


뭐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너의 템포대로 해라, 다치치만 말아라 라고 해주고


파는 메뉴인 파스타나 리조또 (양식 식당임)도 직접 가르쳐주면서 먹어보라고 해주고


평일날 한가할때 주문 들어오는거 옆에서 1대1로 붙어서 알려주면서 같이 음식 만들수 있게 도와주더라.


업장 분위기도 군기 잡고 그런거 하나도 없고 서로 격없이 농담하면서 즐거워 보이고.


일하다보니까 '이런 곳에서 배웠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는 전에 일했던 곳들에서 배운건 눈치밖에 없어서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


그랬더니 주임님이 날 좋게 보셨나 보더라고


나한테 자격증 뭐있느냐, 경력이 있느냐, 무슨 학과나왔느냐 이런거 물어보시길래


자격증 몇개있고 급식조리사1년 해봤고(단기알바나 관둔건 괜히 얘기 안했음) 조리과 나왔다고 했더니 주임님이


마침 우리가 인력이 부족한데 직원할 생각 없냐면서


며칠 봤는데 인성도 괜찮다고 다른데 갈곳 정한데 없으면 같이 일하면 좋겠다 라고 하시는데


이런 얘기를 처음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직장에서 인정을 못받아 봐서 그런지 기분이 복잡미묘해지더라.


그래서 일단 며칠 고민해본다 하고서 결정을 미뤘는데


어제 (토요일) 손님많고 바쁠때 근무하는 중에


옆에 직원들이 짜증이나 재촉한번 안하고 서로 도와가면서 일하니까


일하는데도 즐겁고 시간이 잘가는게 느껴졌어


그러면서 느낀게 여기라면 오래 일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또 주임님이 직원 권유한거 생각해봤냐고 하시길래


여기서 더 근무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옆에 직원들도 잘 생각했다고 박수들 쳐주시더라고


누군가가 날 인정해주긴 하는구나 좋게봐주는구나 생각하니까


퇴근길에 괜시리 혼자서 울었어 그동안 억울했나봐 나 스스로가...


근황은 대충 이렇고


이왕 이렇게 된김에 열심히 배우면서 일하려고 해.


취업도 잘 안되고 우울감에 빠졌었는데 이제는 좀 살맛 나는거 같아


예전의 나처럼 힘든 라붕이들도 있을텐데

꼭 힘내라는 말 해주고 싶다.


새벽에 술한잔 하고 글쓴거니까 이상해도 양해 좀 해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