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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화 요약

1. 철충 유인책을 이용해 나이트 칙을 유인함

2. 유인한 나이트 칙을 미행해 둥지 위치 확인

3. 샬럿이 나이트 칙을 제거하고 대원들과 둥지에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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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여나 남아 있을 철충을 고려해 야간투시경만을 의지하여 동굴 내로 진입했다. 메리와 샬럿은 야간투시경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스틸라인 대원들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갔다.


"흠, 겉으로 볼땐 동굴이었는데 내부는 창고에 가까워보이네." 이프리트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벽 재질이 콘크리트인 걸 보면 확실히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장소같아요." 실키가 벽을 조심스레 더듬으며 보고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긴장한 모양이었다.


"내부에 적이 확인되지 않슴다. 샬럿 님 말씀대로 이제는 빈 곳 같지 말임다."


 샬럿은 브라우니의 보고를 끝으로 대원들의 긴장감이 완화되는 것을 느꼈다. 저마다 흩어져 조사에 도움될 단서를 찾는데 열중하기 시작했다. 샬럿 역시 손전등을 키고 주위를 살펴보던 중 거친 벽면에 무언가 새겨진 것을 발견했다.


"덴세츠라... 이 건물이 여기 있는 목적이 뭘까?"


 벽면에 새겨진 전설이라는 단어를 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하던 샬럿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물품을 옮기는 데 사용되는 대차나 앙상한 형태의 철제 책상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차 위에는 닳아빠진 옷가지나 오래되어 녹슬고 빛이 바랜 장신구가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고 원래 그것들을 품고 있었을 상자는 배가 터진 채로 나동그라져 있었다.


"옷가지와 장신구라... 연극이나 영화소품용 창고인건가? 이 산이 촬영장소로 많이 섭외된 걸 감안하면 창고로 있을 법한 위치긴 하군." 건물의 용도를 파악하던 샬럿은 미간을 좁히며 생각을 정리했다.


'출정하기 전부터 배 안이 짜르르 울리던 게 그 교활한 놈과 연관된 사건인 거 같았지.'


'브라우니 양은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는 것 같았다고 했어.'


'왠지는 모르겠지만 철충들이 소품 창고에 있는 이유가 단순히 지낼만한 곳이 있어서는 아닌 것 같아.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거야.'


 머릿속으로 의심되는 점을 나열하던 샬럿은 이내 자신이 동굴의 최심부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에도 앙상한 철제 책상이 있었는데 그 위엔 파란 옷을 입은 마리오네트와 나신의 마리오네트 2개가 놓여 있었다. 마리오네트를 확인한 샬럿은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파란 옷을 입은 마리오네트는 바닥에 주저앉아 마치 우는 듯한 자세를 취했고 옆엔 기다란 막대기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다. 나신의 마리오네트들은 신체의 여기저기가 뜯겨져 나간채로 쓰러져 있었다. 그 우측에는 기괴한 형태의 누더기 인형이 서있었는데 마치 파란 옷을 입은 마리오네트를 비웃는 듯했다.


'누구 취향인지는 몰라도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네. 이 파란 옷을 입은 마리오네트는 왠지 샬럿 기종을 의미하는 거 같은데... 개봉되지 않은 영화의 디오라마 같은 거길 바랄 뿐이야.'


 불길한 생각을 떨치며 누더기 인형 뒤의 벽면을 본 샬럿은 급작스럽게 표정이 험악해졌다. 벽면에는 교차된 형태의 거대한 발톱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자신의 상대가 교활한 개자식임을 확인한 샬럿은 다급하게 통신기에 대고 외쳤다.


"모두 손전등 끄고 어디든 엄폐하시오!"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대원들은 손전등을 끄고 움푹한 곳에 들어가 동굴 바깥쪽을 주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의 철충들이 지축을 울리며 동굴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샬럿은 자신이 동굴의 가장 깊은 곳에 있음을 자책했다.


"대장, 일단 보이는 철충의 수는 25기야. 그 중 3기는 테스투도고 나머지는 나이트 칙들이야. 지시를 내려줘." 이프리트가 침착하게 상황을 보고하며 자책하는 샬럿의 명령을 요구했다.


"동굴 밖에 적이 더 있을지도 모르오. 최대한 적이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견제하시오. 실키 양은 파란 조명탄과 빨간 조명탄을 순서대로 발포하시오.

메리 양은 발키리 공에게 지속적으로 연락 시도하는 걸 부탁드리겠소."


 침착하게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린 샬럿은 포위만 한 채 접근하지 않는 철충들을 노려보며 근접할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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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님, 큰일 났습니다!" 님프가 다급한 목소리로 위급을 알렸다.


"조명탄이 발사되기라도 한 겁니까?" 발키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설명을 종용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청색 조명탄이 발사된 이후에 곧이어 적색 조명탄이 발사됐어요. 그리고 거리가 기지에서 겨우 10분 남짓한 곳이에요." 님프는 보고하면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딘가에 갇혀있나 봅니다. 안에서 볼 때는 우리의 지원으로도 충분하지만 적이 어딘가에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겠죠. 님프, 타격대원들을 소집하세요!"


 사이렌이 울린지 5분이 채 안 돼, 타격대원 20명이 지휘통제실로 모였다. 발키리는 탄약을 불출하면서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상황 발생 지점은 이곳에서 북쪽으로 10분 남짓한 곳입니다. 적 수는 20~30기 정도로 추정됩니다만 인근에 더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요망됩니다. 신속하게 이동하되 주의를 게을리하지 마십시오." 발키리의 짧은 브리핑이 끝날 때쯤 타격대원들의 준비도 끝이 났다.


"베라, 제가 없는 동안 기지를 잘 부탁드립니다. 왠지 감이 좋지 않군요."


"알겠습니다."


 차량을 타고 산 초입까지 이동한 타격대원들은 하차한 후 주변을 한 차례 살폈다. 인근에 적영이 없다는 걸 파악한 샌드걸이 보고하자 발키리가 다시금 대원들에게 주의사항을 주지시켰다.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타격대원들은 재빨리 대형을 이루고 구원의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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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위를 한지 수 분이 지나서야 철충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부로 천천히 진격해오는 철충을 향해 스틸라인 대원들은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이프리트의 박격포탄이 첫 번째 열의 중앙에 떨어지자 두 기의 나이트 칙이 박살났다. 그럼에도 테스투도는 피해입지 않았다는 듯 우직하게 밀고 들어오며 스틸라인 대원들에게 반격을 가했다.


"아으, 뭐 저런 괴물이 다 있담까?"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불합리한 적을 향해 브라우니가 불평했다.


"브라우니, 불평할 시간에 한 발이라도 더 쏴요!" 한 기의 나이트 칙을 쓰러트린 실키가 브라우니에게 핀잔을 줬다.


"그러고 싶은데 이제 벽이 좀 아슬아슬함다. 어떻게 함까?" 브라우니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자 이프리트가 재빨리 소리쳤다.


"발포 콘크리트 수류탄을 터뜨려, 멍청아!"


 먼저 사격을 가한지라 1열의 적은 다수가 너덜너덜해졌지만 테스투도는 흠집하나 없는 상태로 실키에게 다가갔다. 브라우니와 실키는 더욱 거세게 발포했지만 테스투도는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이 무시했다. 이윽고 실키와 마주보게 되자, 실키는 절망한 상태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 멍청한 괴물아!"


 찢어지는 듯한 외침과 함께 둥글넓적한 물체가 테스투도의 등을 가격했다. 실키를 향한 총구를 소리난 방향으로 돌리던 테스투도는 자신 앞에 나타난 파란 옷을 입은 총사를 보곤 발악하듯 발포했다. 그런 테스투도를 비웃듯 파란 옷을 입은 총사는 자신을 향한 총탄을 그냥 흘려보냈다. 탄약이 바닥나자 연신 찰칵거리며 뒷걸음치던 테스투도는 머리 옆으로 발포된 머스켓 탄환에 절명했다.


"장치가 남아 있어 다행이었소. 잘 했소, 메리 양." 홀로그램 장치로 실키를 구해낸 기지를 발휘한 메리를 샬럿이 칭찬했다.


 어느 새 메리의 옆으로 다가온 샬럿이 테스투도를 파괴하자 두 번째 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열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전진했는데 적이 어딨는지도 모르는 양 우직하게 걸어 들어왔다.


"저들은 왜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들어오는 걸까요?" 메리가 의문을 표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휘개체가 부재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이프리트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어쩌면 여기가 주 목적이 아닐지도 모르겠소. 그저 우리를 여기에 묶어놓고.. 설마!" 샬럿은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괴로워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러고는 메리에게 다급하게 물어봤다.


"아직도 발키리 공에게 연락이 닿질 않소?"


"시도는 하고 있는데... 통신 거리가 확보되지 않았나봐요."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메리는 미안해하며 말했다.


"일단은 저들부터 막-"


 샬럿이 말하기 무섭게 통신기가 치직거렸다.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는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반가운 소리였다.


"예티 기지의 발키리입니다. 모두들 무사하십니까?"


"네, 발키리 씨!"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메리의 얼굴이 밝아졌다.


"다행이군요. 인근의 철충을 제압하느라 약간 늦었습니다. 제가 뒤에 있는 테스투도의 머리를 꿰뚫는 걸 신호로 저들을 제압하시죠."


"좋소."


 2열의 적이 첫 번째 박격포탄이 터진 곳으로 근접할 때쯤 3열의 테스투도 머리에 바람구멍이 났다. 이상을 감지한 철충들이 총탄이 날아온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격렬한 총탄의 비가 쏟아졌다. 그에 호응하듯 이프리트의 박격포탄이 폭발하고 브라우니와 실키의 총구는 불을 뿜었다.


 앞뒤로 적을 마주하게 되자 철충들은 우왕좌왕거리며 자신들끼리 뒤엉켰다. 표적을 설정하지 못한 총구는 허우적대기 바빴고 무차별적으로 발포한 총탄은 서로를 맞추기 일쑤였다. 늑대무리에게 포위된 양떼마냥 아우성치던 철충 무리는 2열의 테스투도가 샬럿의 칼날에 목이 날아감으로써 모두 정리됐다.


"기사로써 도움에 감사를 표해야 하나 그보다 급박한 일이 있소!" 철충 무리가 와해됨을 확인한 타격대원들이 조사 팀에 접근하자 샬럿이 다급하게 외쳤다.


"누가 크게 다쳤습니까?"


"천행으로 우리 모두 무사하나 발키리 공의 기지가 위험할 지도 모르겠소." 샬럿의 말에 발키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동하면서 말씀해주십시오."


 조사 팀과 타격 팀은 한시가 바쁘게 기지로 이동했다. 그 와중에 샬럿은 발키리에게 조사 팀이 얻어낸 정보를 공유하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둥지 내부를 조사한 결과 이 인근의 습격을 주도한 놈은 트릭스터임이 밝혀졌소. 문제는 그 습격이 또 다른 계획의 밑거름에 불과하단 것이오. 그 용의주도하고 교활한 작자가 이 따위로 병력 운용을 하다니 이상하잖소? 이건 우리를 끝장내는 거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뜻이오. 내가 볼 땐 기지의 병력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인 듯 싶소."


"예티 기지를 함락시키는 게 목적이란 말입니까?"


"그 놈의 계획이 거기까지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내 감이 말하길 놈은 더 큰 걸 노리고 있을 거요. 어쩌면 예티 기지를 일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인근의 철충을 규합하는 게 목적일지도 모르겠구려. 그렇다면 요안나 공의 마을이 가장 위험할테지. 난 이걸 더 일찍 알아야 했소." 샬럿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고통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발키리 대장, 여기서부턴 하차해서 접근해야겠습니다." 먼저 기지의 상태를 정찰한 샌드걸이 돌아와 보고했다.


"기지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샌드걸?"


"기지로 향한 길목을 놈들의 보병이 막고 있습니다. 거기다 고지대에 매머드들이 위치해 기지로 포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기지 측에서 잘 대응하고 있어보입니다만 구원이 시급합니다!"


 보고를 들은 발키리는 격분하여 그 눈에는 보기 드물게 강렬한 불이 이글거렸다. 그럼에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샬럿에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이번에는 저희에게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기사된 자는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마다하지 않지." 샬럿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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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오타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 검수를 못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