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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사라져버렸다는 초유의 상황에 패닉에 빠진 팬텀을 구원한 건 닥터의 긴급 통신이었음.


- 진정해, 팬텀 언니! 단순한 텍스쳐 오류니까, 망토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은신은 여전히 할 수 있을 거야!

- 지, 진짜다……!


일렁이면서 사라지는 팬텀과 지켜보는 사람들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건 제법 희극적이었지.

차라리 용 대신 팬텀이어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 그, 그런데…….

- 응?

- 알몸으로 투명해져 있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 뭐, 뭔가 가릴 거라ㄷ……

- 팬텀 언니, 레이스 언니! 오빠가 야쿠자의 근거지에 도착했는데, 곧 교전이 벌어질 것 같아!

- 으으으윽……!


……다행 맞나?

일단 레이스만 가는 건 어떠냐는 권유에도 강철의 충성심으로 알몸 도심 돌파를 감행하는 팬텀을 보면서 (보이진 않았지만) 리제는 까닭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지.


- 그, 그럼 이거라도……!


달려가던 팬텀이 뭔가를 집어들었을 때는 더욱 그랬고.


*　　　*　　　*


그렇게 은신 듀오가 난리법석을 떨면서 카사하네구미의 저택에 도착했을 즈음, 상황이 어땠냐면…….


- 이 녀석, 뭐 하는 놈이야?!

- 꺄하하! 왓슨, 진짜 세다!


꽤나 무난무난하게 야쿠자들을 상대하고 있었지.

뭐. 신체능력만 따지면 바이오로이드 전체랑 비교해도 손에 꼽힐 정도의 몸이고, 리리스 등에게서 배운 호신술의 영향도 있긴 하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 부분은 원작의 사령관과도 별로 다르지 않을 거야.

차이가 있다면 싸움에 주저가 없었다는 점일까.

그렇다고 해도 AGS까지 감당해낼 정도는 아니었으니, 결국엔 팬텀과 레이스의 도움이 있어야 했지.


- 반칙을 쓰는 것 같아서 조금 면목없네.

- 우리는 전부 사령관의 힘이다. 반칙 같은 게 아니야.

- 그,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저희는 언제든……!

- 그 마음은 고맙지만, 상황이 정리되면 우선 옷부터 구해줘.

- ……네에.


용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모피라도 둘렀다 치더라도, 종이박스를 뒤집어 쓴 건 역시 궁상스러움의 격이 다르네에.

박스건담 비슷한 꼴이면서도 척척 적들을 쓰러뜨리는 건 과연 승급 팬텀답다 싶긴 하지만서도.


아무튼 두 명의 (물리적으로)보이지 않는 도움 덕택에 사령관 일행은 두목인 후쿠다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었지.

그 후 토모의 추리로 후쿠다의 환심을 사서 상황을 모면하고, 단서랍시고 푸른 성경을 받아서 세 명은 카사하네구미의 저택을 나섰어.

키워드는 하토모리 의원과 성경책의 두 가지.


- 내가 하토모리 의원에게 연락을 취해볼게. 그때까지 너희는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성경에 대해 조사해줘.

　후보지는 다섯 곳 정도인데…….

- 그 중에 코헤이 교단의 예배장이 있어?

- 응? 왓슨, 알고 있는 거야?

- 일단은.


리제와의 문란한 부부생활에 대한 추궁 - 사령관이 아니라 리제가 보기에도 추궁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쪽 이야기에 흥미가 만만해 보인다는 점은 접어두더라도 - 을 그치지 않는 아자젤 때문에라도 교리는 짬짬히 공부했으니까, 어설픈 신도보다야 잘 알겠지.


- 왓슨, 충고하는데 그 쪽에는 깊이 얽히지 않는 게 좋아.

- 괜찮아. 신도 같은 건 아니니까.

- 그럼 다행이고.


신도가 아니라 구원자니까 거짓말은 아닌…… 가?

알쏭달쏭한 기분으로 화면을 바라보던 리제의 주의를 돌린 건 닥터의 부름이었음.


- 언니들, 추가 접속 준비가 끝났어!


음, 뭐.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한동안은 조사 파트일 테고.

지금 접속해 둬야 사령관이 학교에 올 즈음에 쓸모 있는 정보를 건넬 수 있겠지.

원작에서 스쳐 지나가듯 언급된 러브코메디스러운 이야기에도 관심이 없지는 않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면서 리제는 접속 기기를 장비했어.


괜찮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상한 아바타가 되지는 않기를.

……그런데 그 학교, 교복 디자인이 정해져 있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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