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3316232

이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1943708


--------------------------------------------------------------------


처음에 망설였던 것 치고 사령관은 금방 게임 속 세계에 몰입했어.

리제의 바람대로… 라고 할 필요도 없이, 호기심이 적지 않은 성격상 멸망 전의 세계를 가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충분히 흥미로웠거든.

이왕 플레이를 선택한 이상 확실히 즐기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있었고.


- 왓슨, 자네 결혼했었나?!

- 응. 1년 정도 전에.

- 하아… 비밀이 많은 녀석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충격이군.

- 음…… 미안?

- 자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오히려 한참 좋을 때인데 떨어지게 만들었다고 아내분께 사과해야 할지도….


농담처럼 시작한 말에 스스로 몰입해서 소심해지는 셜록의 모습에 사령관은 슬쩍 웃었음.

취미 겸 습관으로 바이오로이드에 관한 공부를 빼놓지 않는 입장에서, 리앤의 배경에 있는 셜록 키무라라는 인물도 물론 알고는 있었지.

이상할 정도로 적은 기록 탓에 '용감한 기자 셜록 키무라'라는 언급 말고는 찾아낼 수도 없었는데, 이 가상 현실 속에서 보이는 성격은 적어도 '용감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이네.

어쩌면 리앤이 이런 기록을 만든 건 자신의 기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일까, 하고 정답에 가까운 추측을 하면서 사령관은 두 명과 함께 카사하네구미 - 야쿠자의 본거지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어.


- 리제라면 화내지는 않을 거야.

- 리제? 외국인인가?

- 뭐, 일단은.

- 흐음….


턱을 쓰다듬으면서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셜록은 몇 차례 헛기침을 하고는 입에 손을 가져가 대고 은근슬쩍 물었어.


- 예쁜가?

- 응. 세상에서 제일.

- ……정말로 사과해야 할 것 같구만, 이거.


이상하네. 아직 리제의 디테일한 귀여움 포인트는 하나도 설명하지 않았는데.

사령관의 표정에서 왠지 모르게 더 캐물었다간 귀찮아 질 거라는 점을 직감하고 딴청을 피우는 키무라를 보며 토모는 깔깔 웃었지.

처음으로 겪는 거리감이 사령관에게도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어.


*   *   *


한편, 다른 멤버들도 모니터링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지.

정찰 중이던 브라우니가 발견된 철충을 미리 처리하고, 사령관을 돕기 위해 가상 현실에 접속할 멤버를 추리고.

대체로는 원작과 비슷한 부분들인 가운데, 리제는 리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었어.


- 그럼 부탁해요.

- 걱정 말아요. 원래 해커 상대는 해커가 하는 법이니까.


오메가의 성격상 전자전을 걸어올지도 모른다는 설득으로 미리 방어 준비를 하게 만든 거였지.

어느 의미로는 원작 지식을 빌어온 주장이라 의심을 사지 않을까 했는데, 요정 마을에서 로버트가 직접 위해를 끼칠 뻔 했던 게 실감났던 것인지 다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줬어.

우선 접속할 멤버로 레이스 뿐 아니라 팬텀까지 추천한 건, 뭐. 친해지기를 바라는 사소한 응원 같은 거였지.


- 리제 언니는 늦어도 괜찮아?

- 응. 준비만 철저하게 해줘.


이런저런 고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리제도 가상 현실에 접속하기로 마음을 굳혔어.

언제까지고 VR과 거리를 두는 것도 어색하기도 하고.

그때 이상으로 지금의 자신은 '리제'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했어.

물론 그런 생각을 알 리 없는 닥터는 나도 가고 싶다~ 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이런저런 조작 패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지.


- 으응~ 팬텀 언니랑 레이스 언니는 활동의 자유도를 위해서라도 억지로 끼워넣겠지만 나머지는 어렵겠네. 가장 '슬롯'을 만들기 편한 건 역시 학교려나?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VR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되느냐보다는 '유부녀 여고생'이란 타이틀은 역시 어딘가 범죄적이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더 강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평소처럼 별로 생산성 없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선발대인 팬텀과 레이스는 긴장된 표정 - 레이스 쪽은 아직 잘 구분하기 어렵지만 아마 팬텀이랑 비슷하겠지 - 으로 접속 장비를 머리에 썼어.

팬텀이 양도받은 스카디의 접속 장비는 본래 용에게 주어졌던 것이니, 그쪽의 접속은 조금 더 뒤가 되려나.

뭐, 그 대신 실물의 합류가 빨라진 샘이니 그쪽도 크게 신경은 안 쓰겠지.


……가만,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 옷, 옷이 없다아아아아!?

- 선배, 괜찮은가!?!? 선배!!


아.


------------------------------------------------------------------


흐린 기억 다시 보다가 그쪽 1-1에선 레이스가 팬텀에게 평범하게 존대를 하려 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역시 선배 선배 하는 말투가 더 정감가니까 그쪽으로 고정하기로 했스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2327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