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lastorigin/33690561



꿈에서 본 거 그대로 적는거라 설정과 많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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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


차갑게 식은 스테인리스 통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콘스탄챠도 여성이었기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기로 마음 먹었다.


"마리 대장..? 콘스탄챠입니다. 좌표를 보내드릴테니 여기로 와주세요.."


무전을 보내고 그 통을 다시 냉동고에 넣었다.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온몸이 떨렸다. 하지만 속으로는 기뻐했다. 


'드디어.."


이제 인간을 발견했다.

이제 우리는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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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뭘 발견했다는거지? 콘스탄챠?"


마리대장과 스틸라인 부대원들이 연구실에 도착했다. 콘스탄챠는 냉동고에 있는 통을 보여줬다.


"자네...설마 그 생각을 하고있는건 아니겠지?


"인간과 바이오로이드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법적으로 인간이죠."


"콘스탄챠."


"이걸로 아이를 가진다면.."


"콘스탄챠!"


"인간이 필요하잖아요. 우리. 이대로 다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게 문제가 아냐. 아이가 나중에 커서 알게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숨겨야죠. 그 아이가 죽을 때까지. 어차피 인간하고 바이오로이드는 구분하기 어렵잖아요? 그렇게 만든 존재인데."


"....그래서 누가 아이를 가질건가?"


"제가 하죠. 전투원도 아니고 일개 메이드인데."


"최대한 지원해주지....'


그 말을 끝으로 마리는 뒤돌아서 연구실을 나갔다.  그녀도 부대원들이 죽어나가는걸 볼 수 만은 없었다.

인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을까. 


"콘스탄챠, 정말로 그게 가능한거야?"


그리폰이 뒤에서 말을 걸었다. 콘스탄챠는 그 대답에 확실한 답을 주진 못했지만 이것이 최선이라고만 했다.


"그리폰, 혹시 여기에 적힌 것들 좀 구해 줄 수 있어..?"


그녀는 엽산제와 더불에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물품을 보여줬다.


"진짜로 하는거야...? 신중하게 생각..."


"어쩔 수 없어. 그만큼 우리는 절박하잖아?"


"...알았어. 최대한 노력해볼께."


그리폰은 웃으면서 콘스탄챠가 말한 물건을 구하러 나갔다.


그렇게 벙커는 아이를 낳기위한 곳으로 바뀌고 있었다. 콘스탄챠도 틈틈히 건강한 아이를 낳을 방법을 공부하고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가 드디어 고대하던 날이 왔다.

냉동된 정액을 녹이고 주사기에 정액을 주입한 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속옷을 벗고 자신의 민감한 곳에 주사기를 깊게 넣고는

정액을 주입시켰다.  한 두번 주입하고 마지막까지 주입시킨 뒤 누워서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 과정을 누군가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뱃속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인간이 들어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그 자세로 가만히 천장만을 바라만 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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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이 지나고 어느정도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꾸준히 엽산제도 먹고 영양이 부실하지 않게 식사도 꾸준히 잘 하고 있었다.


"콘스탄챠, 오늘은 좀 어때?"


그리폰이 오늘 탐색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콘스탄챠에게 물었다.


"뭐..입덧도 오늘보단 덜하고 괜찮아요.."


콘스탄챠는 평소에 입던 메이드복대신 편한 옷을 입고있었다. 언제나 따뜻하게 입고 있으라는 모 산부인과 박사님이 쓰신 책에서 말씀하신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면 다행이고...그나저나 이제 이 벙커도 어느새 이렇게 변했네."


콘스탄챠랑 그리폰이 발견한 이 벙커는 지금 전초기지로써 개조되고 있었다. 앞쪽은 스틸라인의 부대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안쪽은 콘스탄챠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벙커를 개조했다. 아이의 방도 지금 한창 준비 중이었다. 


"아이 이름은 정했어?"


"이름이요..? 제 주인님이 되실 분의 존함을 어찌 제가..."


"응? 콘스탄챠가 엄마인데 그것도 못해? 엄마라면 당연히 아이의 이름을 짓는게 당연한거라고 책에서 적혀있었는데?"


그리폰이 던진 질문에 콘스탄챠는 대답하지 못 했다.


인간과 바이오로이드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법적으로는 '인간'이다. 하지만 그 인간을 낳은 바이오로이드는 자신의 자식이 내리는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만 했다. 심한 경우 자신의 자식한테 험한 짓을 당했다는 사례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그리폰...그게..."


입덧이 아닌데도 무언가 속에서 올라올려고했다. 자신이 낳은 자식의 이름도 못 부르고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명령에는 반드시 복종해야만 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처지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끝내 결심한 듯 그리폰에게 말했다.


"그리폰, 이번에 태어나는 인간님 한테는 바이오로이드와 인간은 똑같다는 걸 알릴거야.."


"응?"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