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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공식설정과는 전혀 무관함. 매운맛이 함유되어 있으니 주의!


블랙존.

인류 사회가 낳은 가장 어두운 그림자. 사회에서 배척받는 이들의 주거지역이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쓰레기 만큼이나 시체와 강간당한 아녀자들이 들끓는 곳.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 지옥이 있다면 분명 이런 모습이리라.




***




도심에 발을 들이다 복날의 개처럼 흠씬 두들겨 맞고 쫓겨난 두 형제. 형제는 길가의 수 많은 위협들로부터 능숙하게 숨어지나가며 겨우 어느 판잣집에 다다른다.




"스콧 할아버지, 저희에요."




형이 문을 두드리며 누군가를 부르고, 이내 어느 노인이 문을 열고 나와 둘을 반겨주었다.




"아니, 이 놈들아! 어디 갔었느냐? 얼마나 걱정했는데..."




"헤헷, 도심에 갔다왔어요."




노인은 침침한 눈을 비비며 형제의 상태를 훑어보았다. 어찌나 맞았는지 온몸이 멍투성이고, 얼굴은 퉁퉁 부어 자세히 보지않으면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에 화들짝 놀란 노인. 그는 둘을 얼른 안으로 들인 다음, 자리에 앉히고 서랍장에서 약품을 뒤져보았다.




"이 바보 녀석들아...! 내가 도심으로 가지말라고 몇번이나 말했잖느냐!"




"하지만 할아버지... 도심에는 먹을게 정말 많다구요! 그치, 존!"




"응! 할아버지, 이번에는 누가 먹다버린 햄버거도 찾았어요! 곰팡이도 많이 안피어서 맛있었어요!"




마냥 해맑게 웃는 소년들. 노인은 둘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창 잘먹고 잘자라야할 아이들이 상한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기뼈하다니...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노인은 눈시울이 시큰거리는걸 겨우 견뎌내며 약을 꺼내 형제들에게 발라주었다.




"으휴... 다음부터는 제발 가지말거라."




"그래도, 이번엔 오래 버텼어요. 전보다 많이 맞지도 않았고."




"이 할애비 말 들어라... 내가 말했잖느냐. 이 도시의 사람들은 우릴 인간 취급하지 않아. 우린... 길가에 굴러디는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어."




"그래도! 언젠가는 반드시 도심으로 나가서 성공할고에요! 그리고 존이랑, 할아버지랑 같이 살면서 맛있는거도 먹고, 그리고... 아, 텔레비전도 볼 거에요!"




"형아, 만화책도 봐야지! 도심에서 살면 책을 가게에서 살 수 있대!"




"아, 맞아맞아! 도심에서 살면 쓰레기통 뒤질 일도 없겠지? 히히히!"




마냥 긍정적인 소년들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찢어지는 노인. 그럼에도 차마 아이들 앞에서 슬픈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에 애써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래... 나중에 성공하거든 이 할애비도 맛난거 먹여다오."




"물론이죠!"




그렇게 조막만한 판잣집에서 셋이 오순도순 하루를 보내고, 해는 어느덧 서쪽 끝으로 저물어갔다.


어둠이 하늘 위로 짙게 깔리고, 블랙존은 불빛 하나 없는 칠흑에 가려진다.

그러는 와중에도 거리 곳곳에서는 온갖 욕지거리와 비명소리, 총성과 날붙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져왔다.




노인은 문을 잠근 후, 아이들을 구석진 곳에 숨겨둔 채 흉기를 손에 들었다.

범죄가 일상인 이곳, 하루라도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칠순을 넘긴 노인네조차도 생전 손에 쥐어본 적 없는 흉기로 무장한 채 긴장의 끈을 놓치않는다.



몸을 숨긴 형제는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숨을 삼킨다. 혹여나 숨소리가 밖으로 들려 누군가가 들으면 안되기 때문.




저벅저벅저벅...



문 너머로 들려오는 발소리. 대충 서너 명은 되는 듯했다. 노인은 침을 조용히 삼킨 뒤, 문 뒤에 숨어서 흉기를 세게 움켜쥔다.




문 너머로 희미하게 비치는 그림자. 그림자들은 문 앞에서 잠시 멈춰섰다.


이에 두려움에 떠는 형제. 노인도 가슴을 움켜쥐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킨다.




저벅저벅저벅.



이내 그림자들이 문에서 멀어지고, 발소리가 작아진다. 그 후로도 몇 분이 지났지만 주변에는 그 어떠한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일대에 돌아다니는 이가 없다는 증거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노인.

두 형제도 힘이 풀린 듯 축 늘어진다.



"이번에는 쳐들어오지 않는구나. 다행이야."



노인이 이부자리를 펼치며 형제의 잠자리를 만들어주었고, 형제도 그 위에 벌러덩 누운다. 이부자리라고 해봐야 신문지나 골판지 등을 긁어모아 만든 잡동사니에 불과했지만, 그들에게는 이것이 여느 솜이불과 다를 바 없이 따뜻하고 아늑했다.



이후, 형제가 잠든 것을 확인한 노인은 양주 한 병과 담배를 챙기고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는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가 저멀리 도심 쪽을 바라보았다.



별빛을 잃은 칠흑의 하늘 아래로 광활하게 펼쳐진 은하수. 인류가 쌓아올린 발전의 결과물이다.

노인은 그것을 보며 양주를 병째로 벌컥 들이킨 뒤,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가스가 얼마 남지 않은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칠흑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 뽐내는 담배. 뿌연 연기가 노인의 시야를 가리지만, 도심의 화려한 야경조차 가리지는 못했다.



"천벌받을 것들... 어린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 때, 덜컹 소리가 울리고 노인은 화들짝 놀라 뒤로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잠든 줄 알았던 형제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형제를 본 노인은 황급히 담배를 지붕에 비벼서 꺼트리고, 손을 휘적이며 연기를 날려보냈다.




"이 놈들아, 여태 안자고 뭐한게냐."



"그러는 할아버지는 뭐하고 계세요?"




"아~, 할아버지 혼자 맛있는거 먹는구나!"




두 형제가 해맑게 웃으며 노인의 양옆에 앉았고, 노인은 그런 두 형제의 어깨에 팔을 얹으며 도심을 바라보았다.




"우와~, 정말 예뻐요!"




"형아, 저기가 도심이지?"




"그래, 존. 저기가 도심이야. 나도 밤에 보는건 처음이야."




형제가 천진난만하게 좋아라하고, 노인은 그런 형제들을 보며 피식 웃어보였다.



"너희도 언젠가는... 저기서 살 수 있을게다..."




"물론이죠! 우리 같이 저기서 맛있는거 먹으면서 살아야죠! 그러니까..."




"형아, 프렌치 토스트랑 크림수프 먹어야지!"




"그래, 그거! 할아버지도 그거 드셔야죠!"




"그래, 당연하지. 너흰 내 가족인데 같이 먹어야지 않겠느냐."




그렇게 칠흑 속에서 빛을 바라보며 꿈을 펼쳐보이는 세 가족. 이후, 멀리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셋은 바로 내려와 안으로 들어가서 단잠에 들었다.





***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이 블랙존에는 일주일에 한 번, 공짜로 먹을 것이 나온다.



마침, 저기 멀리서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온다.



비행형 AGS 여러 대가 각 구역으로 흩어지고, 각자 담당 구역 한가운데서 우뚝 멈춰선다.



그리고 하단에 부착된 커다란 컨테이너가 열리며 무언가가 와르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비닐로 포장된 길쭉한 형태의 에너지바.

그것들이 쏟아지며 산을 이루었고, 이를 인지한 곳곳의 주민들이 어슬렁거리며 AGS가 떠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형제 역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려 했으나, 뒤에서 노인이 둘을 붙잡아 끌어내며 골목길에 숨어들어갔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할아버지, 사료에요! 사료!"




거리에 쌓이는 저것들. 도심 사람들은 저걸 사료라고 부른다. 인간이 아닌 것들이나 주워먹는 것이니 그들 입장에서는 나름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된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어린아이들은 그 뜻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남들이 부르는대로 저걸 사료라 칭한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사료를 주워먹으려는 아이들의 모습에 노인은 기가 차고, 분노가 치밀었다. 이 어린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죄를 지었던가? 남을 모독했던가?


아니면... 단순히 태어난게 죄란 말인가...?




"...저건 사람이 먹을게 아니야."




"에~, 하지만 할아버지. 저기 저 사람들은 가져가서 먹으려고 하는데요?"




형의 말에 동생, 존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노인은 둘을 꽉 붙잡은 채 골목길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내, AGS가 모든 사료를 쏟아낸 뒤 떠나가고, 그것이 떠나자마자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와 사료들을 낚아채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아비규환.

저마다 자기가 더 많이 챙기겠다며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벌였고, 그 중 일부는 아예 흉기를 꺼내 그 자리에서 타인을 살해하고 약탈을 저지르기도 했다.



형제도 할아버지의 손아귀를 뿌리치고 사료를 챙기려 했으나, 노인은 필사적으로 둘을 뜯어말려 몸을 숨겼다.




"얘들아, 저기 보이느냐?"



노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형제와 또래로 보이는 십대의 아이들.

아이들 역시 인파에 뒤섞여 사료들을 쓸어담기 시작하는데, 몇몇 청년들이 소년들에개 달려들어 무자비하게 폭행을 저지르고 사료들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가차없는 폭력에 다수의 아이들이 팔다리가 부러진 채 널부러지고,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이 울려퍼졌다.



그 광경에 그제서야 할아버지 말을 듣고 얌전해진 형제. 노인은 그것을 보면서 이를 뿌득 갈았다.




'불쌍한 것들...'




노인은 고개를 내저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끝나고 거리에는 다시 시체와 부상자들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현장으로 달려오는 시체수집기.



- 쓰레기 발견. 깨끗한 거리를 위해 무단투기를 자제합시다.



차분한 음성과 함께 팔을 뻗어 시체들을 주워 통에 집어넣는 시체수집기들. 커다란 AGS들이 시체들을 치우고 난 뒤, 거리는 다시 깨끗해졌다.

그러나 아직 곳곳에 사료가 떨어져있었고, 형제들은 그걸 보며 방방 뛰었다.



"할아버지, 사료가 남았어요!"




"형아, 빨리가서 줍자! 할아버지 것도 가져올게요!"




존이 먼저 달려나가고, 이후 형이 그 뒤를 따라나섰다.

노인은 갑자기 달려나간 형제들을 붙잡지 못했고, 형제들을 말리기 위해 다급히 달려나갔다.




"안됀다, 이놈들아! 그건, 그건 사람이 먹을게 아니야!!!"



하지만 이미 굶주림에 이성을 잃은 듯 사료들을 쓸어담는 형제. 노인은 그 모습을 보며 소리없이 울었다.




이후, 다시 판잣집으로 돌아온 셋.

형제는 사료를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있었고, 노인은 그런 둘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형아, 어서 먹자! 할아버지도 먹어요!"



존이 해맑게 웃으며 사료의 포장지를 뜯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한입 베어물려고 하는데...




"안돼!"




노인이 빠르게 사료를 낚아채가고, 이에 존과 형은 어안이 벙벙하여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얘들아... 이건.... 이건 사람이 먹을게 아니란 말이야!!!"




평소답지 않게 버럭 소리치는 노인. 이에 형제는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할아버지, 혼자 독차지하려는거죠! 욕심부리면 안된다고 할아버지가 그랬잖아요!"



"할아버지, 그러지말고 돌려주세요! 왜 사료를 먹지 말라는 거에요? 공짜로 주는 음식이잖아요!"



형제가 거세게 항의하고, 노인은 그 둘을 허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절망과 허무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 때, 형이 노인의 손에 쥐어졌던 사료를 낚아채고, 그것을 존에게 건제주었다.




"할아버지 것도 많이 있으니까 욕심부리면 안돼요!"




끝내 사료를 베어물기 시작하는 형제. 둘은 공복을 채운다는 사실에 기쁨을 누리며 미소를 지었다.



노인은 둘이 사료를 집어먹는 모습을 보고는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 때, 존이 포장지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형에게 물었다.




"형아, 이게 무슨 뜻이야?"



"어디 보자. H.U.M.A.N ? 재료인가?"



"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배를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야! 할아버지도 같이 드시면 좋을텐데..."




형제가 사료를 먹는 사이, 노인은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았다. 그는 차마 형제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었기에 밖으로 나온 것이다.



"끄흑.... 끄윽...."




벽에 기댄 채 눈물을 쏟아내며 조용히 흐느끼는 노인. 그 와중에도 형제들에게 들킬까 염려되어 입술을 깨문 채 최대한 소리를 죽였다.



노인은 절망했다. 눈앞에 놓인 현실에...

그리고 원망했다. 아이들을 말리지 못한 스스로를...




***




영상이 잠시 중지되고, 현장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사령관은 떨리는 동공으로 한참 동안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충격을 받은건 바이오로이드들 역시 마찬가지.

나름 정신력이 강한 지휘관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는 멸망 전부터 살아왔던 개체들까지.



"...닥터, 장난치지마. 우리 놀래키려고 만든거지?"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닥터를 추궁하는 사령관. 닥터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겨우 입을 열어 모두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보여준건... 전부 두번째 인간, 그러니까 존 오빠가 멸망 전에 직접 겪었던 일들이야. 아직 늦지 않았어. 더 못볼 것 같으면 돌아가.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





***




한편, 독방에 갇힌 존.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여러번 손가락을 움직여보았다.



전자신호가 미약해진 듯 굼뜬 움직임을 보이는 손가락.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무리하게 주입한 나노머신과 오리진더스트 탓인지 시야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존.


그는 고개를 흔들며 겨우 정신을 다잡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 때,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



그것은 환풍구였다.




"...저기라면 충분하군."




존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



아마 앞으로 좀 더 매워질듯

그러니 매운거 싫어하면 안보는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