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처럼 싸인회를 하던 때였습니다. 그때 난 그저그런 레슬러였죠.


그런데, 어느 아이가 저에게 종이를 내밀었습니다. 수줍은지 몸까지 비볐죠.


아이는 흰색 줄무늬 옷을 입고 있었고, 옷에는 다닥다닥 병원이라는 글씨가 붙어있었습니다.


아이는 불치병 환자라 했습니다. 몇달 후에 자신의 몸이 버틸 수 없다며 입을 연 그는 제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누나가 챔피언 벨트를 들어올리는 걸 보고 싶다구요.


난 그 이후로 힘을 미친듯이 냈습니다. 가장 가까운 챔피언십이 4달 후에 열리거든요.


그 날 이후로 피나는 연습을 하여, 난 내 라이벌을 쓰러뜨리고 챔피언십 티켓을 얻었죠.


병원에 가 그에게 티켓이 담긴 상자를 흔들며 그의 기쁜 얼굴을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헬쓱했습니다.


코치의 말로는 챔피언십은 훨신 어렵다 합니다. 난 고작 지역에서 이름 좀 날리는 레슬러였지만, 상대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었죠.


경기도 거칠었습니다. 의자가 날라갔다, 죽도로 후려맞거나, 주먹으로만 싸우던 제게는 너무나 벅찼습니다.


하지만, 난 소년의 약속을 이루어야 했고, 눈이 붓고, 이빨이 빠지면서도 싸움에서 이겨왔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 상대는 글러브에 석고와 스테이플러 심을 심고 싸웠습니다. 무릎은 부러졌고, 한 눈은 실명되었죠.


첫번째 다운시도를 간신히 넘기고, 정면승부를 피해, 초크를 걸었죠.


그리고, 상대가 제 손을 툭툭 쳤어요. 무명 레슬러가 챔피언에 올랐죠.


난 인터뷰도 미루고,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벨트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챔피언 벨트를 흔들며 내가 해냈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소년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는 제가 초크를 걸때 이미 사망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울었습니다. 소년과 약속을 이루지 못하고, 그와 이별했죠.


그리고, 다음날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는 소년과 함께 우승하겠다고 말이죠. 소년의 이름을 유니폼에 새기고, 무릎 수술을 끝마치고, 실명된 눈은 그냥 냅둔 뒤, 다시 챔피언십에 등록했습니다.


내가 눈이 감길때면, 소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난 쓰러질 수 없었습니다.


다시 일어났고, 그리고 난 이걸 들었습니다.


'월드 챔피언 벨트'를요.


이 모든건 그 소년덕분입니다. 어젯밤, 그의 묘지에 챔피언 벨트를 놓았고, 제 유니폼도 거기 걸었습니다.


오늘 그에게 한마디 하고싶네요.


"넌 나의 우상이야, 레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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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식힐 겸 써본 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