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35833810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347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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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 프로젝트"...?"


"내용이 더 가관이야. 한번 확인해봐."


에키드나가 건낸 계획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아프가니스탄에에서 은밀히 제작된 바이러스 폭탄이 어느 반바이오로이드 단체가 현재 한국에 들어왔고, 이를 사기 위하여 부잣집 아들들을 납치하고 인질극을 벌여 돈을 모은다는 내용이었다.


허황된 말 같지만, 사진과 바이러스의 종류, 치사율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으며, 심지어 교환할 곳까지 자세하게 적혀져 있었다.


"...이거, 전부 진실인가?"


"하는 짓거리는 믿을만 했는데, 나머지는 모르겠어."


팬텀은 계획서를 전반적으로 대충 한번 읽고, 세세하게 한장한장 넘어가며 정보들을 습득했다. 이중에는 경찰에도 이쪽 인원이 잠입해 있고, 이 프로젝트가 발각되는 동시에 밝혀지는 순간 한국에서 그 폭탄을 폭파시키겠다는 내용도, 목표는 바이오로이드 기업과 인간 대신 바이오로이드를 선택한 정부를 겨냥한 '국가경제조절위원회' 본사와 국회의사당, 바이오로이드 제작기업들의 본사 다수 위치한 서울 서부 지역이라는 내용도 파악하고는 한숨을 푸욱 쉬었다.


"후우, 경찰에는 알릴 수 없을거다."


"음? 왜?"


"여기 보면 경찰이 한패라는 것이 보인다."


"오, 역시 선배다. 관찰력이 뛰어나다."


"아, 아니다... 과찬이다..."


"흐으음... 그래도 얘가 자고 있어서 다행이지. 서현도 알았으면 집안 뒤집혀졌다."


에키드나가 기절한듯이 쇼파에서 자는 서현을 손짓 한번에 방으로 보내고는 이를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건 어떡하지? 치사율은 80%, 전파력은 기존 전염병보다 훨씬 빠른데다, 이렇게 되나 저렇게 되나 다 터지게 되는데. 우리가 손쓸 수는 없나?"


""...""


명확한 답이 없기에, 모두가 곰곰히 생각에 잠겼고, 그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이어지고,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레이스도, 팬텀도, 에키드나도 아닌 방문을 열고 나온 엘리였다.


그녀의 손에는 황금빛 로봇이 들려있었고, 활짝 웃으며 집안 식구들을 찾아다녔다.


"언니들! 저 '골든 골타리온' 모델 완성했어요! 한번 보세요!"


팬텀이 이미 탁자를 은폐장으로 덮었고, 레이스의 엄지가 그녀에게 치겨올려졌다.


"그래? 어디보자... 잘 만들었네~"


에키드나도 아무일 없다는 듯 프라모델을 바라보면서 흐뭇이 웃고는 엘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여기 안에 무슨 철붙이라도 넣었니?"


"네, 골격이 아마 합금 물질일 거에요!"


"골격이라면... 언니가 신기한거 보여줄까?"


에키드나가 손짓을 한번 하자, 멋있게 검을 땅에 꽂은 골타리온이 검을 뽑아올리더니, 마치 살아있는듯 이리저리 칼을 휘두르고, 뛰어다니기까지 했다.


"우, 우와아!"


이제 골타리온은 엘리를 보고나서 기사식 인사를 그녀에게 올리기도, 손을 흔들기도 하며 다양한 행동을 했고, 엘리는 이를 보면서 신기하다는듯 방방 뛰어다니며 눈을 초롱거리고 그걸 바라봤다.


에키드나는 엘리의 순수한 모습에 잠시나마 머리가 아픈 걸 잊을 수 있었다.


"이거 오빠한테도 보여드릴거에요!"


"저, 미안한데, 서현이가 이틀동안 자지를 못해서 지금 기절상태야. 나중에 보여주는게 어때?"


"흠, 알겠어요! 그동안 다른 것들 조립해야지!"


순식간에 훑고 지나간 엘리의 습격이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그녀들, 팬텀은 은폐장을 끄고는 계획서를 들어올렸다.


"그렇다면, 아직 이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는 것인가?"


"그런거 같네."


"...그걸 알 수 있는 곳을 안다."


"정말?!"


팬텀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딘데?"


"...아, 안될거 같다..."


"아 진짜 좀! 알려달라고!"


"에, 에키드나가 화낼거 같아서..."


"화는 무슨 나 화 안낼 테니까 빨랑 알려줘!"


머뭇거리며 입술을 쭉 내민 팬텀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 전에 만났던... 시라...유리...라던가..."


"...안돼."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인상만 잔뜩 찌뿌리고는 화내면서! 앞으로 이런건 나혼자 알고 있을거다!"


"서, 선배... 에키드나, 지금 선배한테 사과해라. 그렇게 말하면 선배가 상처 입는다!"


팬텀이 잉잉거리며 눈물을 흘리고, 레이스가 그녀를 달래주고 있을때, 에키드나는 생각했다.


처음엔 단호하게 안된다고 내뱉었지만, 곰곰히 고려해보니 팬텀의 말도 맞았다. 080이라는 첩보기관이라면 이것에 관해 알고 있음이 분명했고, 경찰같은 공공기관에 발각될 일도 거의 없다.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던 에키드나가 다시 눈을 뜨고, 팬텀을 바라봤다.


"내가 잘못 생각했네. 좋은 생각이야. 팬텀."


"저, 정말?"


코까지 새빨게진 팬텀이 화색이 되서 에키드나를 보며 실실 웃었다.


"선배,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 여기, 휴지."


"어, ㄱ, 고맙다... 흐으으으응~!"


"코 다 풀고, 나갈준비들 해. 엘리까지 제우고 바로 나갈 거니까."


"지, 지금 가는건가?"


"협상일이 코앞이야. 한눈팔다가 끝장난다고?"


.

.

.


으슥한 밤거리, 엘리까지 잠을 제운 후, 팬텀이 집을 지키고, 에키드나와 레이스가 시라유리를 데려다 줬던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는 몇번 와도 적응되질 않았고, 그렇게 서로가 알게 모르게 찰싹 달라붙어서는 마침내 시라유리를 내려줬던 철문앞에 다다랐다.


"여기 맞지?"


"..."


"은펴장도 키고있으면서 아무말 없이 있으면 무섭다니까..."


마치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듯 일방적인 대화를 끝낸 에키드나는 천천히 문을 두들겼다.


'쾅! 쾅! 쾅!'


.

.

.


"그래서, 그놈들이 지금쯤 온다는거야?"


새하얀 빠루를 점검하던 니키는 믿지 않는다는듯 눈을 흘겨 시라유리를 응시했다.


"그럼요. 오늘 좀 흥미로운것을 확인해서... 조금 있으면 이곳으로 올 거에요."


'쾅! 쾅! 쾅!'


니키는 시라유리의 말이 끝나자마지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흠칫 놀라 그쪽을 바라봤다.


"봤죠?"


"...내가 열어줄게."


"쓰읍! 빠루는 내려놓고 가세요."


전에 호되게 당했던 니키는 이제 누가 우위에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만나자마자 빠루를 휘두르려 했지만, 그 작전은 이미 시라유리에게 간파당한 후였다. 할수 없이 한숨을 푸욱 쉬고는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제꼈다.


'쿵! 끼이이익...'


"..."


"..."


니키는 저기압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는데, 그건 에키드나도 마찬가지였다.


"들어가도 되는거지?"


어키드나의 물음에 니키는 몸을 스윽 피하고는 안으로 그들을 들여보냈다. 아직 시라유리와도 사이가 미묘한데, 니키와는 어떻겠는가.


어쨋거나 에키드나는 080본부에 진입하였고, 레이스도 그녀의 뒤를 붙고서 함께 들어왔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좁고 긴 복도를 지나다보니, 고급장비들과 다양한 문서더미를 가득 올려둔 철제 책상이 있었고, 그 한편에 시라유리가 은근한 웃음으로 그녀(들)을 맞이했다.


"어서와요. 여긴 처음이죠?"


"꼭 우리가 올 걸 알았던 것처럼 말하네?"


"후훗, 그 문서를 보면, 오늘 안으로 올거라 예상했죠."


"...그래,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에키드나는 두꺼운 종잇더미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진짜야?"


"...우선 그 뒤에 누구 있죠? 레이스? 팬텀? 아님 둘 다?"


"..."


"서로 터놓고 이야기 해야죠. 여기선 은폐장좀 풀어줄래요?"


"..."


"...레이스."


에키드나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큰 키의 레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키드나, 이들은 한때 적이었던 자들이다."


"걱정마. 이젠 공동 목표가 있어."


"그런가... 알겠다."


"이 목소리... 호오, 너구나? 나 저격한 년."


"...!"


"얼굴이 꽤 궁금했는데. 마침 잘됐-"


"그 빠루, 당장 내려놔라. 이러면 나도 이걸 쓸 수밖에 없다."


니키의 손이 새하얀 전용 빠루에 간 걸 눈치챈 레이스가 등에 맨 커다란 라이플을 들썩였다.


"아냐아냐. 그냥... 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니키, 그만해요. 돌려서 생각해보면 이분들이 제 생명의 은인이시기도 하니까요."


"...뭐? 그게 뭔 소리야?"


시라유리는 전에 있던 일을 설명했다. 자신이 트럭에 치여 발목이 부러졌을때, 이자들이 도와줘서 복귀시간에 맞춰 돌아올 수 있어 살 수가 있다고 말이다.


"...그게 사실이야? 그래서 너가 그 서현인가 뭔가 하는 애를 계속 쫓아다닌거야?"


"...네..."


"그럼 진작에 말을 하지!"


전에 있던 적대감은 어디가고, 앉아있던 에키드나와 서있던 레이스의 어깨에 양 팔을 걸고 싱글벙글 웃는 니키였다.


"진짜 고맙다! 그런 일이 있는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그러면 우린 이제 친구지!"


무심하게 그녀의 팔을 치운 에키드나와는 달리, 레이스는 뭔가에 눈이 뜬듯 노란 눈을 번쩍였다.


"치, 친구?"


"그래! 친구!"


"저저저저정말인가?"


"얘는 말을 몇번해야 알아들어? 그때 총 쏜거 너지? 진짜 잘쏘더라! 비결이 뭐야?"


"그, 그그그그게..."


"이리와봐. 내가 재밌는것들 보여줄게!"


그렇게 니키는 레이스를 끌고는 어느 방에 들어가버렸다.


'쿵!'


"...꽤나 천방지축이네."


"그래도 실력은 최고에요. 저런 성격에 이 바닥을 접수했는데, 얼마나 잘하실지는 아시겠죠?"


"...그건 그거고, 우리 못한 얘기 있지 않나?"


"아, 가지고 오신건 분명 K&D 프로젝트 계획서겠죠?"


"...그래. 그건 예상했어."


"전부 사실이에요. 전부, 저 바이러스도, 구매비용도, 작전 내용도. 전부."


"...그건 예상 못했는데."


"그리고 이미 시행되기도 했죠. 그것도 3번이나."


"...어디?"


"미국 단체 O.H.(Only Humans)에서 블랙리버를 노리고 워싱턴에서 첫번째로, 중국계 싱가포르인 단체 '인간혁명'이 싱가포르 중고 바이오로이드 거래소에서 두번째. 마지막은 러시아 해커 그룹 '네오블라디'가 상트페트르부르크 바이오로이드 공장단지에서 세번째로 치뤄졌죠. 단지, 두번째와 세번째는 일반 폭탄 테러, 첫번째는 실패로 이어져 한국 언론에서는 별로 다루질 않았죠."


"..."


"차이점은 있네요. 스케일이 생화학 무기로 엄청나게 커져버린거."


"경찰쪽에도 인물들이 있다고해. 거긴 아는 사람 있어?"


"거긴 전부 그쪽 사람들로 차 있을걸요? 아시잖아요, 인간보다 몇십배는 뛰어난, 그 잘난 리앤이 경찰 계급사회에선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신고하는 순간, 끝나죠. 혹시, 신고하신건 아니죠?"


"여기 떡하니 신고하면 터뜨리겠다는데 했겠어?"


"후훗... 잘하셨어요."


"당신한테 칭찬받으려 안한거 아냐."


"흐음... 거래일은 일주일 후... 그리고... 에키드나 당신이 그 거래인원을 전부 죽여버렸잖아요?"


"내가 죽이고 싶어서 죽였어? 실력도 없는 것들이 덤비는게 꼴보기 싫어서 어쩔수 없었던 거야."


"...그럼 선택해야겠네요. 말없이 기다리다 폭탄 터지는걸 기다릴지, 우리가 직접 나서서 폭탄을 빼돌릴지."


"...흐음..."


에키드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녀는 외적으로는 강력하였지만, 감기같은 생물학적 바이러스에는 매우 약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결심했고,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지. 폭탄을 빼돌리는게 좋겠어."


"후훗, 좋은 선택이네요. 앞으로 잘부탁드릴게요."


"그래. 이번 일에서만 서로 손잡도록 할-"


'쾅쾅쾅!'


"흐갸아아아아악! 살려줘라! 에키드나! 여기 변태 아줌마가 코트 안에 팬티만 입은걸 자랑한다!"


"아줌마라니! 우리 친구잖아?"


"저리가라! 제발! 문좀 열어달라!"


"..."


"..."


"하아..."


"니키는... 제가 잘 타일러 놓을게요."


"문이나 열어줘, 우리 가게."


그렇게 에키드나는 080 본부를 빠져나와서는 다시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밤, 팬텀은 집을 지키다 레이스와 에키드나가 집에 돌아온 것을 확인했는데, 레이스는 팬텀을 보자마자 울먹이며 그녀를 안았다.


"선배... 선배!"


"후, 후배! 무슨 일인가?!"


"방금 자기 친구라고 속인 아줌마가 날 더럽히려했다! 친구고 뭐고 필요없다... 난 선배만 있으면 된다! 흐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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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은 오늘 기분이 좋다. 오랫만에 집착없는 한빛을 보니, 뿌듯함이 남돌았다. 그가 등교하고 반에 들어오니, 포스트잇이 붙은 비타민 음료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제 선배한테 많은걸 배웠어요. 이제 앞으로 좋은 선후배 사이로 지내요!


-이한빛'


"...그래, 나야 좋지."


포스트잇은 거절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지만, 오히려 서현의 마음은 편해졌다. 비타민 음료를 한입에 들이키고 그는 오늘 하루를 활기차게 지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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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가는 시간, 리리스는 역시나 학교앞에 리무진을 세워두고는 그녀가 오기를 대기하고 있었다. 수첩으로는 오늘 그녀와 그녀의 주인이 해야 하는 일을 정리하고 확인하며 교문에서 주인이 나오나 나오지 않나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다.


'똑똑!'


갑자기 앞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깜짝 놀란 리리스가 고개를 돌리자 검은 후드를 눌러쓴 레이스가 있었다. 리리스는 창문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누구시죠? 차량을 잘못 찾아오신것 같은데?"


"...어제, 에키드나라는 자와 함께 있었나? 국밥집에서 말이다."


"...그걸 어떻게..."


레이스 뒤에서 에키드나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혹시 지금 차에서 이야기좀 나눌래? 15분이면 돼."


"...주인님 하교하시면 말없이 나가는 겁니다?"


"당연하지."


리리스는 운전석에서 내려서는 그녀들과 함께 리무진 탑승석으로 이동했다.


"무슨 일이시죠?"


"어제 그놈들 있었지?"


"...근데요?"


"그놈들, 그냥 돈이 필요해서 너희 주인이랑 서현이를 납치하려 한게 아니였어."


"...?"


"이거 봤어? 계획서."


리리스는 에키드나에게 건내받은 계획서를 빠르게 훑어읽었고, 이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이게 전부 사실인가요?"


"...불행히도?"


"그럼 절 찾아온 이유는-"


"네 주인이 필요한게 아냐.


당신이 필요해."


"..."


"같이 해주겠어? 이 일, 당신뿐만 아니라 멀리서 보면 당신 주인도 살리는 일이야."


"..."


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어제 빚 갚는다 생각하고 함께 도와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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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핵폭탄으로 할라했는데 너무 비현실적이라 바꿨습니다!


+)혹시 보고싶은 바이오로이드 있으면 알려줘! 까메오식으로 짧고 풍성하게 출연시킬게!


+)이제 니키랑 레이스 일상이 가끔씩 쉬는 타임으로 나올거니까 둘 케미도 기대해줘!


항상 노잼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