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바리와 인간 병사의 대화 기록문 


1화: https://arca.live/b/lastorigin/34368717

2화: https://arca.live/b/lastorigin/34940021

3화 Part.1: https://arca.live/b/lastorigin/35808941

3화 Part.2: https://arca.live/b/lastorigin/36966407



보시기 전:


본 작품은 라스트 오리진의 설정을 베이스로 쓴 팬픽이며, 작가의 재해석 및 묘사로 인해 공식 설정하고 다른 부분이 존재 할수 있으니 읽는데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등 뒤에 모신나강을 맨 진한 붉은 머릿결의 한눈에 조준선이 그려진 여인이 기지 내를 걸으면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매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베라하고 님프 그리고 브라우니들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격 훈련을 하고 있었고,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샌드걸 부대는 땅으로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훈련 및 임무를 수행 중인 자매들이 있는가 하면 온갖 잡담들로 떠들썩 하는 자매들을 시작해서 추운 몸을 녹이려고 드럼통 화덕 앞에서 몸을 녹이는 자매 또한 보였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평화로운 장면이었다. 자매들이 전쟁 걱정 없이 이렇게 웃고 떠드는 것이.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한참 동안 걷던 그녀는 갈색 머리를 한 고슴도치처럼 자란 수염의 남자가 느긋하게 시가를 피우면서 님프하고 브라우니랑 같이 보수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최근의 공격으로 인해 무너진 벽을 벽돌들을 쌓던 도중 브라우니들이 힘들다면서 투덜 거리자 남자가 대신 벽돌을 들어주었다. 자신의 수고를 어느 정도 덜어 주는 것이 고마웠는지 남자를 향해 손뼉을 쳐 주었고 남자 역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해 주었다.

그 뒤 벽돌을 담은 수레를 밀던 님프가 중간에 실수로 수레가 무너지자 남자는 그대로 달려가 벽돌들을 하나씩 다시 담아주었다. 그러실 필요가 없다는 듯 손을 젓는 님프였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무너진 수레를 채워나갔다.

님프와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남자는 한숨 돌리려는 듯  가까운 곳에 벽을 기대면서 다 태워진 시가를 땅에다 버린 뒤 새로운 것을 입에 물었고 그런 그에게 발키리는 천천히 다가갔다.

"오늘도 수고해 주시는군요."
"발키리 소령."

발키리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남자는 그대로 예를 갖추었다. 자신보다 더 높은 계급을 가진 것도 있지만 안드바리가 발키리 언니에게 예의 없게 굴면 혼내준다고 말한 것도 있으니. (밥도 없을 거라고 하는 것은 덤)

"왠일로 혼자 계시는지? 안드바리랑 같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가씨는 물품 수량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체크하러 갔소. 그 사이 저보고 언니들 보수 작업에 도와달라고 하고.

시가 연기를 훗 뿜으면서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돌아보는 남자. 바람 때문에 연기가 발키리 쪽으로 날아가자 그녀의 표정이 살짝 찡그러지면서 손을 흔들었다. 발키리가 찡그린 모습을 본 뒤 손에 들고 있던 시가를 바라본 남자는 한숨 한번 내 뱉으면서 바닥에 떨어뜨린 뒤 그대로 짓밟았다.

뭐 하나 잃었다고 아까운 건 없지만.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부대에는 몇 개체만 빼면 피는 대원들이 거의 없다 보니 쌓이는 시가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안드바리였다. 다행히 그 시가를 남자가 어느 정도 가져가기로 했지만 한 사람이 그 많은 시가를 태우는 것이 불가능해 여전히 재고가 남아도는 것이었다.

덕분에 떨어지면 언제든지 시가를 채울 수 있었지만. 그것도 돈 안 주고 얻을 수 있는 공짜 시가를 말이다.

중간에 걸어오던 님프와 베라 몇 명이 인간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자 남자도 같이 손을 흔들었다.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발키리로서 참 신기한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발할라의 자매들은 인간을 특히 정부군 측의 병사들을 경계하지만 저 인간 병사는 아무런 불편한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다른 자매들하고 많이 친해지셨군요. 이렇게 서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말이죠."
"평소에 하던것을 한거 외에는 딱히 한게 없었소."

입김을 내뱉은 뒤 담배를 쥐지 않은 양손을 남자는 추위를 막으려는 듯 팔짱을 끼면서 말을 이어갔다.

"지금 이렇게 님프와 브라우니랑 같이 보수 작업 및 안드바리랑 같이 군수 물품 쌓아 올리고 물량 체크하는 거 도와주기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다들 허물없이 지내게 되더라고요. 어째 제가 정부군에 있었을 때 하고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매일 빠짐없이 노동하는 기분이랄까."
"포로이시면서 이렇게 기지 내를 돌아다니게 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히 여기셔야죠."

발키리의 정곡 찌르는 말에 남자에게서 크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을 말한 거니까. 비록 정부군 때에 비해 해야 할 노동이 줄었거나 그런 것이 아니지만 포로이면서 이렇게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만으로 매우 감사해야 할 상황이니까.

"뭐 다른 이유를 대자면 제가 정부군에 있었을 때 깨달은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이라면?"
"저들도 결국 사람이란 것을."

남자의 대답에 발키리의 양쪽 눈이 올라갔다. 잠시 잘못 들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아니라는 듯 남자는 말을 이어갔다.

"나도 한때 바이오 로이드들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전쟁터에서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서로들 얘기하는 모습을 포함해서 즐겁게 떠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자의 말이 끊어졌다. 그날의 광경이 하나씩 사진 보듯 기억나기 때문이었다. 피를 토하고 죽어가던 님프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던 베라의 모습이.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는 님프를 껴안으면서 하늘에 대고 절규하는 베라를 바라보면서 남자는 그저 멍 때리고 있을 뿐이었다. 폴 루이스가 소리 지르면서 빨리 쏴 죽이라고 해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전우를 잃었을 때 슬퍼하고 절규하는 모습 또한 말이죠. 정부측 말대로 단순한 기계였다면 전우애고 뭐고 없었을 테니까."
"... 그러십니까."

발키리는 마치 표정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조금 내렸다. 전장에서 전사한 자매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있었다. 님프, 베라, 그렘린, 샌드 걸 등을 비롯해 브라우니와 레프리콘등 수많은 자매들이 전장에 도착하고 쓰러져 갔다. 이들 중 전쟁이 끝나면 빵집에서 일하면 마음껏 홍차 마시면서 빵 먹고 싶었던 자매도 있었고.

그래서인지 안드바리가 다시 자매들 곁으로 돌아왔을 때 이보다 기쁜 일이 없었다. 그 아이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른하늘에 벼락이 내려온 꼴이었다. 정부군의 병사들이 어린 안드바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 그녀 역시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혼자 잔입을 해서라도 구출할 계획을 세웠는데 그전에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군의 병사 중 한 명이 그 아이를 구해주었으니.

"그래서 전사한 자매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그러신 건가요."
"그게 무슨?"
"숨길 필요 없습니다. 제 눈은 못 보는 것이 없으니까요."

바람으로 인해 흔들리는 머릿결을 뒤로 넘긴 뒤 등에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조준선이 그려진 자신의 오른쪽 눈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발할라로 먼저 떠난 자매들에게 눈을 감겨주면서 손으로 십자가 비슷한 걸 그리면서 기도까지 올린 것도 제가 직접 봤지요. 그것도 모자라 눕는 자세 또한 편하게 해주는 것도 말이죠."
"... 그 말은 즉 내가 안드바리를 데려오기 전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네."
"그런 셈이죠. 그래서 한동안 방아쇠를 당겨서 발할라로 보낼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고요."
"무서운 소리 하지 마쇼."

흔치 않은 모습이었다. 안드바리의 말에 의하면 발키리 언니는 처음 봤을 때는 농담이란 것은 하지 않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상당히 정이 많고 부드러운 성격이라고는 언급했다. 저렇게 남자에게 농담을 할 정도라면 두 사람 사이에 경계가 어느 정도 허물어졌다는 의미이고.
 
멀리서 안드바리가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당장 와달라는 듯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그대로 안드바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지만 중간에 무언가가 생각난 듯 뛰는 것을 멈춘 뒤 발키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용감히 싸우다 죽은 전사들에게 예우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법이오."

마치 남자의 말에 반응이라도 한 듯 바람의 강함이 좀 더 세졌다. 바람의 차가움과 강도를 느끼면서 남자는 다시 뒤돌아섰고 발키리 또한 바람에 휘날리는 자신의 붉은 머리를 한 손으로 잡으면서 남자의 뒷모습을 지켜보았고.

"그것이 인간이든 바이오 로이드 간에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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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바리와 인간 병사의 대화 기록문 4편 구상하다가 한번 생각나서 써보는겁니다.

사실 전부터 안드바리만 주인공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을 넣기에 좋은 배역을 넣어야 겠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들중 발키리로 뽑혔습니다. 안드바리와의 이야기는 본편이란 발키리와의 이야기는 외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