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단맛



"이 꽃 정말 예쁘지 않니? 므네모시네."


녹음이 짙게 깔린 들판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보였지만

유독 내 눈을 잡아 끄는 꽃이 있었다.


하얗고 청초한 느낌의 그 꽃은 한눈에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아 그 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 꽃은 쌍떡잎식물 제비꽃목 제비꽃과 여러해살이풀인 제비꽃입니다. 

주로 양지 바른 곳에 자주 보이는 꽃으로 본 개체도 이 꽃을 좋아합니다."


얼핏 듣기에 므네모시네의 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이 섞여있는 것 같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을 그녀와 함께 한 나는 그녀 역시 지금 무척 들떠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꽃을 좋아하지만 역시 너 만큼은 잘 모르겠어."


"본 개체의 역할은 관찰과 기록, 그리고 남겨진 정보들의 보존입니다.

관리자 님이 필요하실 때 사실을 나열할 수 있도록 본 개체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내 칭찬에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한 므네모시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살며시 붉어지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지금 수줍어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나가듯 툭 던진 칭찬 한마디에 평소 길게 답하지 않는 그녀가 저토록 길게 

대답할 이유는 없다.


"뭐야? 창피한 거야?"


나도 모르게 므네모시네의 귀여운 행동에 웃으며 말하자, 그녀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제어하려는 듯 노력하고 있었다.


"아 저기 좀 봐! 제비꽃이 엄청 많이 피어있네."


계속해서 그녀를 놀리는 것은 역시 짓궂은 짓이라 생각해 나는 말을 돌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제비꽃이 잔뜩 피어있는 군락지로 걸어갔다.


"아앗..! 과, 관리자 님.."


갑자기 손을 잡아서 그런지 므네모시네는 잔뜩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얌전히 내 손에

이끌려 함께 꽃밭으로 향해갔다.


"와..."


"어때? 진짜 예쁘지?"


사실 그녀와 할 나들이를 계획하며 사전에 알아봐 둔 장소였다. 아름다운 꽃이 잔뜩 피어나

공기 중에도 은은한 꽃의 향기가 섞여있었고, 산들 거리는 바람에 함께 흩날리는 꽃잎들은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정말.. 정말 아름답습니다."


므네모시네는 평소와 다르게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는 

치마를 살며시 붙잡으며 그녀는 꽃밭을 향해 조심히 나아갔다.


과연 아름다운 꽃 사이로 걷는 그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백금색의 머릿결이

바람에 휘날리고,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대조 되는 흰 제비꽃의 물결은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므네모시네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제비꽃을 조금 꺾었다. 자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그녀 앞에서 보일 행동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도저히 지금의 충동을 이겨낼 수 없었다.


"므네, 여기로..."


"네 관리자 님."


내 부름에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머리에 방금 꺾은 꽃을 꽂아주었다. 그녀는 내 행동에

의아한 듯 시선을 보냈지만 얌전히 내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자! 됐다."


"이건..."


"선물이야. 제비꽃과 정말 잘 어울리는 너에게 내가 주는 선물."


그녀는 살며시 자신의 머리에 자리 잡은 꽃을 쓰다듬으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고맙습니다. 관리자 님. 본 개체는 이 꽃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제비꽃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 그리고 나를 기억해주오. 나는 제비꽃의 꽃말과

아름다운 자태가 그녀에게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저... 관리자 님? 잘 어울리나요?"


"응 정말 잘 어울려, 므네모시네."


"므네모시네.. 제 이름은 기억을 뜻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순한 기억의

나열이 아닌, 관리자 님과 함께하는 추억으로 채워가고 싶습니다."


그녀가 내 품에 부드럽게 안기며 화사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소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므네모시네에게 어울리는 꽃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