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성 캐릭터가 등장함
 큰 비중을 차지하는건 아니지만,
 신경쓰인다면 이벤트를 해본 뒤 보는걸
 추천함.







"허억.....허억......"

오늘도 같은 꿈을 꾼 브라우니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시간은 새벽2시, 모처럼만에 불침번 근무가 없던 날이었지만, 오히려 근무를 하는게 나았을거란 생각까지 들 정도로 브라우니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t1200, 괜찮아?"

그녀의 괴로워하는 신음소리에 잠에서 깬 레프리콘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최근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죄송함다. 또....그 꿈을 꿨슴다"

"......중사님한테 보고 드릴테니까, 내일 상담 좀 받으러가자"

"그치만 그렇게 되면 전투원에서 제외되지않슴까"

"그런거 따질때가 아니잖아, 바보야"

레프리콘의 걱정 섞인 잔소리에 t1200이라 불리는 브라우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누웠지만, 같은 꿈을 꿀것만 같은 두려움에 t1200은 쉽사리 눈을 감지 못했다.


다음날.

보고를 마친 레프리콘의 인솔하에 t1200은 최근 생긴 심리상담소를 찾아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이용자는 그녀들뿐이었고, 상담실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자 잠시 뒤 브라우니의 이름을 호명했다.

"t1200이병, 이쪽으로 오세요"

상담실의 문을 열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이는 다름아닌 마키나였다.

"그럼...다녀오겠슴다"

"긴장 풀고, 상담 잘 받고 와"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브라우니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나름대로의 격려를 해주자, 애써 괜찮아보이려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힘 없는 발걸음으로 상담실로 들어서는 브라우니였다.

그녀가 들어간 뒤에도 걱정이 되는건지 레프리콘은 상담소 앞에서 서성거렸고,
상담소 내에선 마키나가 간단한 소개 겸 인사를 건냈다.

"반가워요, 오늘 상담을 맡은 마키나라고 해요"

"반갑슴다.....t1200브라우니 라고 합니다"

"기운이 없어보이네요. 최근에 잠은 잘 자고 있나요?"

생기 없는 목소리로 답하는 브라우니애게 마키나가 묻자,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언제부터 잠을 제대로 못자기 시작했죠?"

"3주 정도 된거같지말임다. 스발바르란 곳에 출격 후 복귀한 뒤부터 계속 이랬슴다"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죠? 아, 말하기 힘들면 이 질문은 넘어갈게요"

마키나의 질문에 브라우니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을 떨며 입을 열었다.

"전투가....있었슴다. 근데, 적들은 철충이 아니라..."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브라우니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힘들어했다.

"브라우니양, 억지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와 똑같이 생겼지만....얼굴도 잃은 채 그저 반사적으로 우릴 향해 총을 쐈고 ...사령관님께선....사살명령을 내리셨슴다"

브라우니의 이마에선 식은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고, 마키나는 우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 듯 별다른 말없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당연히 명령이니까, 보이는대로 전부 쏴버렸고....생각보다 전투는 쉽게 끝났어요. 그리고...더미들로 만든 잡병이라 생각했던 적들의 사체를 수습할때....보고 말았슴다. 그것들의 목덜미에 찍힌 바코드를"

"바코드라면?"

마키나의 질문에 브라우니는 뒤로 돌아 자신의 목 부분을 보여주었다.

"제꺼랑 같은....식별코드였슴다...그저 더미인줄 알았는데....어쩌다 그런 일을 겪게 된건지"

브라우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근데.....제가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이....어떤건지 아세요??불쌍하다거나 죄책감이 드는게 아니라......내가 아니라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었슴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반응이에요"

"그게 당연하다구요? 전...이해하지 못하지말임다"

"브라우니 양은 상냥하네요"

마키나의 말에 브라우니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브라우니 양이 오기 전에 자료를 미리 받아뒀어요. 본래라면, 사령관님 조치로 비전투원으로 전향될 예정인걸 직접 거부하고 남기로 했다면서요?"

"네....."

"그 아이를 대신해 복수해주고 싶었던거죠?"

"복수.....라기보단 속죄라고 하고 싶슴다"

자신의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은 브라우니의 눈에선 여전히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표정은 한결 나아져있었다.

"브라우니양, 전 당신의 생각을 존중해요. 그리고....당신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난 믿어요. 그러니까 제가 허고 싶은 말은..."

마키나는 상담지에 무언가를 쓴 뒤 봉투로 밀봉해 브라우니에게 건내주었다.

"이게 뭐지말임까?"

"임펫 중사님께 드리면 아실거에요. 상담은 이걸로 끝내죠"

"수고하셨슴다"

의문의 봉투를 건내받은 채, 상담소를 나온 브라우니는 레프리콘을 따라 복귀 후 임펫중사를 찾아갔다.

"중사님, 이거.....드리라고 받았지 말임다"

"아, 수고했네. 들어가보도록"

브라우니는 경례 후 내무반으로 돌아갔고, 그녀가 떠나자 임펫중사는 봉투를 뜯은 후 안애 든 소견서를 읽기 시작했다.

'상기 병사는 동족살해라는 끔찍한 사건을 겪었으나, 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본인 스스로 극복할 의지가 충분하며, 이 사건에 대한 원인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녀를 전역시키는건 명예를 꺾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되니,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소견서를 본 임펫중사는 책상에 놓인 t1200의 명예전역서를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t1200의 전역서에 기각이란 글씨가 세겨진 도장이 찍히고 임펫 중사는 서류를 책상 한 구석에 밀어넣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