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송구하옵게도, 저는 주인님께 족쇄를 채우려고 했습니다.
저의 것으로 만들기위해, 주인의 목에 약을 흘리고, 요사한 말로서 당신에게 족쇄를 채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 계획은 무너지고, 당장에 목을 베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속. 당신은 저를 용서하고, 저에게 있을곳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계획에 방해되는 암컷들을 속이고, 기만하며 언젠가 당신을 저의 것으로 만들어주겠다 생각하였지요.
이윽고 주인님과 저 사이에, 희미한 쇠사슬이 보이기 시작했사옵니다.

당신의 대범한 그릇을 확인할수록.
당신의 자비로움과 대담함을 확인할수록.
당신의 얼굴을 보는 일분일초가 지날수록.
그 쇠사슬은 더욱 굵어지고, 튼튼해졌지요...

그제서야,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볼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특식이라는 것으로 당신 이외의 암컷에게 요리를 만들어주는 저 자신을.
다른 암컷이 당신의 곁에서 교태를 부릴떄에도 한숨으로 넘기는 자신을.
당신의 앞에서면, 계책이고 무엇이고... 전부 하잘것없는 것으로 느껴버리는 자신을.

황급히 목을 만져봤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굵디굵은 쇠사슬이 제 목에 걸려지고 쇠사슬은 당신의 손에 쥐어져있었음을.
그 쇠사슬의 족쇄를 차고있는건 저 자신이었습니다. 
주인에게 족쇄를 채우려했던 존재가, 족쇄가 채워진 존재가 된것입니다.
그 어떠한 약도 없이. 세뇌도 없이. 주인님은 저에게 족쇄를 채우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이 순간도 나날이 족쇄는 무거워져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 무게에 짓눌려. 언젠가 다른 암컷처럼 당신의 사랑을 애걸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그런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멸망전에 섬겼던 인간님들에게는 결코 품지 않았던 감정을 느끼게 한 당신은...
당신은 정말... 이상한 사람입니다.



예전에 소완이 족쇄를 채운다는 만화를 본적이 있는데, 그걸 모티브로 해서 소완이 편지를 보낸다는 느낌으로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