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일


그런 말이 있지 

최고의 복수는 용서다 용서하는 자가 승리자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다 복수해봤자 허무할 뿐이다...


최고의 복수가 용서라.. 크킄킄..과연 자신의 눈 앞에서 웃으면서 친구를 부모를 연인을 자식을 칼로 찔러 죽이는 원수를 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용서하는 자가 승리자.. 쓰읍 그래.. 정신 승리라면 말이지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다... 음 맞는 말이지 그러면 하나도 남지 않을 떄 까지 죽이면 그만 아닌가?


복수해봤자 허무할 뿐이라.. 목표를 이루고나서 오는 허무감은 당연하지 다음 목표를 잡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야 이런 것도 모르는 건가?


이런 웃기는 말들이 여럿이 있다만 나는 그중에 친구 자네가 제일 웃기고 안타까우며 동정하며 혐오하며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자네가 싫다네


제대로 복수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하는 얼간이 

둘 중 하나를 택해라 둘 모두를 고르는 길 따윈 없다 얻은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당연한 거다


멍청한 새끼 구제할 길도 구제 받을 자격도 없는 쓰레기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겠나? 거울을 제대로 봐라 지금 너가 뭘 원하는지를


오 오 이런 내가 잠시 실언을 해버린 것 같군 정중히 사과하지 친구여 하지만 그렇게 도망만 치다간 모든 걸 잃을 걸세 진심으로 하는 충고일세

그럼 나중에 또 보도록 하지 부디 웃으면서 볼 수 있으면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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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 익숙한 하얀 천장을 보며 조금씩 잠을 깬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로 휘청이듯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며 걸어간다

거울에는 타인도 자신도 싫어하던 예전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리고 잠시 일렁이더니 현재의 훤칠하지만---------한 몸이 보인다


".....뭘 선택해야하는건데 내가"


그 새끼가 꿈 속에서 나오는 빈도가 더욱 잦아졌다 예전에는 간간히 나왔으나 오르카로 돌아온지 한 달째 더욱 몰아붙인다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하고 있는 전 사령관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열린 문으로 들어온다


"일어나셨군요 곧 회의 시간입니다 너무 괴로우시면 오늘은 취소할까요?"


"...거기 선반에 약 좀 줘"


"여기 있습니다~"


당돌하게 들어온 소녀에게 받은 약을 물도 없이 씹어 삼키는 전 사령관


"헤엑~ 많이 쓰실텐데 괜찮으세요~?"


"후우... 슬슬 모이라고 전해둬"


"아직도 고민 중 이신가요?"


"...사람 생각 파볼려는거 좋은 생각이라곤 못하겠는데"


"저희는 언제나 당신을 따릅니다 죽으라고 죽을 것이고 죽이라면 죽이겠습니다.. 후우~ 이걸로 조금이나마 도움 되었으면 좋겠네요~"


헤실헤실 웃으며 잠시나마 진지하게 말 한 것이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뺨을 두 손으로 가리는 소녀

그런 소녀를 무관심하게 지나쳐 넥타이를 정리하며 회의실로 향하는 전 사령관


소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 방에 몸을 들이며 그가 누워있던 침대에 얼굴을 파묻으며 누워 잠시 눈을 감는다


"우리 주인님은 과연 어떡하실까~♫ 명령만 하신다면 그 딴 년들 다 쳐죽이는건데..."


회의실에서는 도착한 전 사령관과 그저 가만히 회의 내용을 기다리는 각 지휘관들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그저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용히 입을 닫은 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묻는 것에만 대답하기에 회의는 큰 소란 없이 빠르게 끝났다

그러나 그동안 회의만 끝나면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전 사령관이 오늘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회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한다


"..컴페니언 블랙 리리스는 전혀 안보이더군 죽은건가?"


"각하께서 운명하시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있습니다.."


"그런가 회의는 종료하지 모두 돌아가라"


모두가 말 없이 떠나고 회의실은 프로브룸과 전 사령관 둘 만이 있다


"컴페니언 숙소로 다녀가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도 저 역겨운 얼굴들 마주보고 회의하는데 새삼스럽게 뭘"


"연락을 해둘까요?"


"아니 지금 곧 바로 간다"


한 동안 컴페니언의 블랙 리리스가 보이지 않자 직접 그녀를 찾아가려는 전 사령관 


한편 컴페니언 숙소에서는 방 쇼파에서 예쁜 인형처럼 미동도 없이 가끔 눈 만 깜빡이며 눈 앞만을 가만히 주시하는 여성과

그런 여성을 슬픈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언니..."


"페로야.. 우리 언니 어떡해..."


"어쩔 수 가 없잖아... 우리 말은 전혀 닿지도 않고.."


그녀들이 발만 동동 구르며 다가가지는 못한 채 보고만 있는 이유는


전 사령관이 나가고 들어온 두 번째 인간 리리스의 주인님은 언제나 친절했으며 멸망 전 인류와는 전혀 달랐다 

바이오로이드란 이유로 비난하지도 폭력을 쓰지도 목숨을 가볍게 쓰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그녀도 자매들도 모두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려했다 하지만 결국 휩노스에 그를 어찌 구할 방도는 없었고 조금씩 조금씩 삶을 연명하던 그도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가 목숨을 잃을 때 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을 원망하며 그대로 삶의 목표도 의미도 잃은 채 

동생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항상 쇼파에서 허공을 보다가 잠에 든다 그게 지금의 블랙 리리스였다


그녀를 보며 슬퍼하던 페로와 하치코는 이내 누군가 자신들의 숙소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에 반응하여 문 앞으로 갔고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연 곳에는 자신들이 내쫓듯 보내버린 전 사령관이 프로브룸과 함께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령관님"


"여러 보고는 들었지만 컴페니언 부대 보고 만큼은 못 들어서 직접 들으러 왔다만?"


"아..안녕하세요.."


"........"


"적어도 인사를 하면 받아주시죠?"


인간의 뇌파가 느껴지고 문 앞이 조금 소란스럽자 그제야 반응하는 리리스 그녀가 문 앞까지 비틀거리며 걸어가니 그 곳에 보인건

주인님이었다 그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다정하게 팔을 벌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생기는 돌아오지 않았으나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안았다 그렇게 따사로운 듯 한 느낌을 받으며

기쁨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작스런 한기와 누군가의 시선의 위로 올려다보니 난생 처음 보는 남성이 있었다


"....떨어져라 블랙 리리스"


귀에 누군가 찬 바람을 불어넣은 듯 가라앉은 목소리 그리고 분명히 자신을 떼어내려는 그의 말에

떨어지기 싫다는 듯 말 없이 더욱 그를 껴 안았지만 돌아오는 건 보지 못한 자신과 조금 닮았으나 조금 더 사나워 보이는

여성의 폭력이었다


쾅!


리리스의 얼굴을 한 손으로 덮어버린 채로 벽면에 쳐 박아버리는 프로브룸 

벽이 찌그러질 정도로 강하게 쳐박힌 리리스는 이내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평소에 그녀라면 곧 바로 털고 일어나

반격했겠지만 오랜 슬픔으로 몸은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이며 마음은 다시 한 번 더 꺾였다 


"버러지같은 년이 주인님이 떨어지라면 떨어져야지 뻔뻔하게 안기고 있어!? 오늘 니 년 주인한테 보내줄게"


"잠깐 프로브룸 기다려"


그 광경을 차마 끼어들지 못하고 다리의 힘이 풀린 채로 지켜보는 페로와 하치코 펜리르와 포이는 덤비려 했으나 전 사령관의 명령에 묶여 

바닥에 엎드려진 채로 지켜볼 뿐이다


프로브룸은 잠시 흉한 모습을 보인 것에 부끄러워하며 옷 매무새를 갖추고 주인의 곁에 선다 그리고 전 사령관은....


"오랜만이네 블랙 리리스"


"주..인님...?..아냐...당신은..."


리리스의 머리 채를 잡고 들어올려 눈을 마주치는 전 사령관


"니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전 사령관이야 뇌파로 알아 볼 만할텐데?"


"....아...아...."


"그렇게 충성을 다하고 사랑한다던 년이 못 지킨 주제 왜 아직도 살아있지? 진작 니 주인을 따라나서야 하는거 아니야? 경호에 쓰이는 년이

경호 할 대상이 죽었는데 왜 살아있어?"


"아....아...!"


"당신! 지금 언니한테 무슨 짓이에요!!"


킄 짐승이라 그런가 자신이 한 짓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군? 친구 저게 자네가 말한 최소한의 도덕심인가?


"........."


"당장 그만둬요 당신이 뭐가 잘났다고!"


이것 참 이젠 어이가 없을 정도군 자네가 이딴 것들이랑 버텨온 시간을 생각하면 경이로울 정도군 박수 정도는 쳐주지 


"본인들이 한 짓은 전혀 생각도 인식도 못하는구나"


"적어도 우린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어요 근데 당신은 지금 언니를...!"


내가 잘못한걸까? 내가 더 참아야 했던걸까? 왜? 뭘하려고? 참는다고 그 상황이 나아져?


아니 아니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전혀 나아지지 않았지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많은 것도 바라지 않았어 그저 조금의 아주 조금의 행복만 바란건데


그녀들은 자네의 그 자그만한 행복도 허락하지 않았지


재네가 뭔데? 왜? 나는 아무런 나쁜 짓도 안했는데?


흔히들 선행에 이유가 없는 것 처럼 악행에도 이유가 없지 


내가 그 동안 고민하고 생각한게 쓸모가 없었던걸까? 매일 생각했어 만약 돌아가면 돌아간다면 그녀들이

적어도 조금의 조금의 친절만 베풀어줘도 나는...


그래서 지금 자네가 받고 있는게 친절인가?그렇게 아파하면서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질 못하는군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아픈 것도 고통스러운 것도 즐거운 것도 행복한 것도 다 싫어 


그렇다고 죽고 싶은 것도 아니잖나 


...........


이쪽으로 손을 뻗게 친구 어려울 것 없네 나와 함께 손을 맞잡게 딱 한 걸음만 내딛어 보게

우리는 함께 기뻐할 것이며

우리는 함께 행복할 것이며

우리는 함께 즐거울 것이며

우리는 함께 슬퍼할 것이며

우리는 함께 고통스러울 것이며

우리는 함께 증오할 것이며

우리는 함께 복수할 것이다

우리는 하나 너는 나 나는 너 더는 밀어내려 하지마 받아들여 통제하려 하지마 붙잡은 손을 놔

가시밭 길도 불꽃 길도 걸어가는 길이 파멸 뿐이라도... 함께하자 


그는 어느새 그녀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이 전처럼 몰아 붙이는게 아닌 손을 내민다 받아드려달라는 듯 

자애로운 목소리로 애틋하게 쳐다보며 그녀의 그런 모습에 홀린 듯 나는......



앵간해선 참으려했는데 유혈은 역시 못 참겠다


사령관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