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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폐바이오로이드 수거원이다. 아직까지는.


 

폐바이오로이드는 폐기물관리법상 대형유기폐기물에 속한다.

분류상으로는 대형 폐기물의 하위 분류이나, 특별한 공정을 거치면 오리진더스트의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활용 업체에 신청하면 무료로 배출 할 수 있다.

혹은 다른 대형 폐기물처럼 배출 신청서를 작성해서 공공기관에 수거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량의 수거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 같은 바이오로이드의 적법한 폐기절차를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왜냐하면 바이오로이드는 그 특성상 뛰어난 내구성을 갖기 때문이다.

 

금속제 골격과 오리진더스트로 강화된 생체 조직은 바이오로이드에게 내구연한이 무의미할 정도의 수명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 긴 수명 덕분에 일반적인 경우, 바이오로이드가 자연적인 노화로 기능을 정지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자연사하지는 않듯 바이오로이드 또한 모종의 이유로 기능 수행이 불가능해 지기도 한다.

예컨데 지금 내 앞에 놓인 바이오로이드가 그러하다.

 

나는 골목길에 쪼그려 앉은 후배에게 말했다.

 

“그냥 가야된다니까.”

“그래도요, 선배! 이걸 보고 어떻게 그냥 가자는 말을 해요? 선배는 피도 눈물도 없어요?”

“하, 진짜.”

 

이 정도 일에 피눈물을 흘렸다면 나는 진작에 빈혈로 죽었을 것이다.

물론 나도 눈 앞의 바이오로이드가 도시경관에 매우 좋지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며, 아마도 동질감에서 비롯되었을 저 동정심 또한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미  이 대화가 수차례 반복되었다는 사실은 내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게 만들었다.

 

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야.”

“…왜요?”

“내가 골목 사이에 바이오로이드가 이런 꼴로 내버려져 있는 건 대체로 세 가지 경우라고 했어. 무슨 경우야?”

“……절도 후 훼손, 점유이탈물횡령 후 훼손 아니면 무단투기요.”

“그래. 세 가지의 공통점이 뭐야.”

“범법 행위요.”

“다시, 이건 뭐지?”

“…….”

후배는 마지못해 대답하는 티를 팍팍 내며 말했다.

 

“범죄 행위의 증거물이요.”

“그래. 그리고 증거물을 함부로 건드리면 한두사람 피곤해 지는 게 아니라고. 이 대화 대체 몇번짼지는 알아? 인수인계도 오늘이 마지막인데 너 앞으로 혼자 어쩌려고 그래.”

“…….”

 

후배는 한참 말이 없더니

“이 대화는 일곱번째예요.”

그런 소리나 했다.

 

“……많이도 했네.”

시계를 보니 슬슬 시간이 빠듯해지고 있었다.

 

“아무튼 시티가드에 신고했으니까 조만간 그 쪽에서 수집해 갈 거야. 우리가 더 할 게 없어. 일어나.”

“어차피 구청에서 배출하면 다시 우리가 회수할 거잖아요.”

“그 사이에 사건조사를 하잖아.”

“…….”

 

논리에서 완벽하게 밀렸음에도 여전히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이는 후배에게 나는 다시 한 번 명령조로 말했다.

“일어나.”

“칫.”

 

땅을 차며 걸어가는 후배를 따라 차에 타서 운전대를 잡으며 물었다.

 

“다음이 마지막이지? 어디야?”

“와쳐 오브 네이쳐 연구소, 정문이요.”

“정문?”

 

보통 바이오로이드 연구소는 유기 폐기물 집하장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폐기물을 수거한다.


어째 마지막까지 일이 귀찮아 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바이오로이드 한 기 배출 예정이래요. 천공의 엘라라는 기종이예요.”

“처음 듣는데.”

“연구소잖아요. 시험 제작 중인가 보죠.”

“그럴 거 같긴 한데…….”

 

좋지 않은 예감이 점점 강해졌다.

막판에 일이 꼬이는 건 원치 않았기에, 나는 내 걱정이 괜한 기우이기를 간절히 빌었다.

 

 

 

배출 예정지에 도착하니 작은 체구의 인영이 보였다.

후배가 그것을 보며 말했다.

 

“쟤 같은데요?”

“너무 멀쩡한데.”


그것은 확실히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체형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 눈에 바이오로이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폐기 신청된 바이오로이드치고는 너무 정상적으로 보였다.


“배출 신청서는 이상 없어?”

“네.”

“가서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데려와.”

 

나는 연구소로 걸어가는 후배를 보며 트러블 없이 마지막 일이 마무리되기를 속으로 기도했지만, 빌어먹게도 나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엘라야!”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 한 명이 저 멀리 연구소 건물에서부터 뛰어오는 게 보였다.

연구원은 엘라라고 불린 바이오로이드와 후배 사이를 가로막고 서더니 후배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잠시 기다렸지만 얘기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차에서 내려 정문으로 향했다.

 

“……이대로 있어봤자 다들 힘들어질 뿐이에요.”

“너 때문에 힘들다고 누가 그래?”

 

그새 바이오로이드와 대화를 시작한 연구소 직원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한 편의 신파극을 찍고 있었다.

나는 후배에게 물었다.

 

“뭔데?”

“아, 선배. 아무래도 쟤가 사람인 척 스스로 배출 신청을 한 것 같아요.”

“그건 또 뭔 경우야. 바이오로이드가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저도 몰라요.”

 

후배와 말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연구원은 내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당신이 저 애 윗사람이에요?”

“예, 뭐. 비슷합니다.”

“배출 신청 취소해주세요.”

 

나는 후배에게서 패널을 넘겨받으며 말했다.

“당일 취소는 위약금이 청구되는데 괜찮으십니까?”

“예, 괜찮…….”

“안돼요! 저희 연구소 거지잖아요!”

 

연구원이 대답하려는데 옆에서 듣고있던 바이오로이드가 끼어들었다.

 

“뭐? 엘라야,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은 거야.”

“저도 알 건 다 알아요!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바이오로이드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저 지금 일도 못 하는데 제가 계속 그곳에 있으면, 새 자매를 만들어달라고 기업에 신청할 수도 없잖아요. 저 때문에 정화작업이 밀리면 제 마음도 불편해요.”

“그건 맞는데…….”

“그리고 앞으로 몇 주 뒤면 저는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어질 거라면서요. 그렇게 되기 전에 밝은 모습으로 모두와 이별하고 싶어요.”

“엘라야…….”

 

취소 준비가 끝나서 연구소 측 담당자 서명만 받으면 되는데 눈치가 이상하다.

의외로 연구원이 바이오로이드에게 설득 되는 흐름이다.

 

괜히 자극했다 다시 실랑이를 할까 봐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미안해, 엘라야. 우리가 조금만, 조금만 더 능력이 있었으면 됐을 텐데.”

“아니예요. 저는 여러분이랑 지내서 정말 즐거웠는걸요.”

“……엘라야!”

 

연구원은 감정이 북받쳤는지 바이오로이드를 끌어안고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장면이겠지만,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리는 입장으로서는 귀찮다 정도의 감상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후배에게 패널을 돌려주고 적당히 분위기가 잦아들었을 때쯤 바이오로이드의 어께에 손을 올렸다.

바이오로이드는 나를 힐끔 올려다보더니 연구원에게 말했다.

“안녕히 계세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마지막 인사를 끝낸 바이오로이드와 함께 수거차로 향하자, 등 뒤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성이 들려왔다.

물기에 파묻혀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를 뒤로하며, 그렇게 내 수거원으로서의 마지막 회수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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