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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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르르르르...!!!!!”

 

“... 리리스.

넌 사람이다. 개 짓는 소리는 그쯤...” 

 

“크르르르르르... 감히 반군 따위에 있던 여자가 우리 주인님을...!!!

크르르르르!!!”

 

“... 리리스?”

 

“네에~ 주인님~?”

 

“나는 사람이다. 10회 복창 실시.”

 

“엩.”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햇빛이 따사롭게 비추고 있는 오르카 호의 휴게실 안에서 리리스는 큰 소리로 ‘나는 사람이다!’를 외쳤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그래, 잘했네.

꼭 기억해야 한다. 너는 사람... ...”

 

“하지만~ 주인님 앞에서는 짐승이어도 좋은 걸요~ ♥

 

“... ... 다시 복창할까?”

 

“그런 수치 플레이를 즐기시다니...!

역시 주인님과 리리스는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게...”

 

“복창 실시.”

 

“엩.”

 

 

 

그렇게 또 다시, 휴게실 안에선 리리스의 사람 선언은 계속 되었다.

그걸 보는 내가 다 쪽팔릴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마이 페이스 리리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큰 소리로 쩌렁쩌렁 외친다.

아무리 마조라지만, 이런 건 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든단 말이지.

 

근데 이렇게라도 해야지, 아니면 도통 진정을 시킬 수가 없다.

아직도 내 손가락만 보면 눈물을 터트리는 리리스를 데리고 다니는 건 도통 쉬운 일이 아니지만, 리리스를 때놓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나랑 같이 다니면 울지나 않으니 다행이지.

 

 

 

“후우... 그래, 레아야.

리리스랑 내가 좀 추한 모습을 보였지? 미안하다.”

 

“아... 아니에요... 말씀 많이 들었으니까요...”

 

“무슨 말씀?”

 

“그... ...

... 하하...”

 

 

 

리리스의 광기 어린 눈빛에 레아도 지레 겁을 먹은 듯했다.

나야 이미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다만, 우아한 성격의 레아는 이런 걸 본 적이 없었을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주... 주인님은 괜찮... 으신 거 맞죠?”

 

“... 그럼, 당연히 괜찮지.

밤에 자다가 물 마시려고 일어나면 5 cm 앞에 리리스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그런 걸 보다 보면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니까... 하하.”

 

“... 잠은 제대로 주무시는 거...죠...?”

 

“내가 리리스를 껴안고 잘 때는.”

 

“그럼 그 외에는...”

 

“... ...”

 

“... ... 그, 그러시군요... 하하...”

 

 

 

레아는 은근슬쩍 눈을 굴려 내 바로 옆자리를 차지한 리리스를 쳐다보았다.

사람 선언이 끝나 신난 듯이 내 얼굴에 자기 볼을 비비고 있는 리리스.

그런 리리스를 보는 레아의 눈에서는 연적이라는 질투심보단 괴물을 보는 듯한 두려움과 경외감이 담겨 있었다.

 

 

 

“헤헤~ 주인님~~~~

리리스는 할 거 다~ 했어요~”

 

“그래, 수고했어...

... 이제 그만 가 봐도...”

 

“네?”

 

 

 

칼 같은 답변.

단순히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리리스의 칼자루 같은 눈빛에 베인 것처럼 내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안광이 사라지고 오직 짙은 호박색만 남은 눈빛에선 광기 어린 사랑만이 남아 있었다.

 

 

 

“제가.

잘못? 들었죠?”

 

“... ... ...”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두려워서 말을 못하고 있는 거다.

 

 

 

“설마. 주인님께서?

리리스한테? 가라고 말씀하신 건? 아니죠?”

 

“... ...”

 

 

 

물론 이러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무섭다고 떨고 있을 수만은 없지.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무릎만 살짝 들이밀어주면 되니까.

 

그럼 자연스럽게 리리스가 내 무릎 위에 앉아서 나한테 안긴다.

움직이지도 못하게 꼭 안고 있다 보면 얼굴도 금방 풀린다.

고생은 고생이지만 나 하나 수고해서 끝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 자.”

 

“... 헤헤~ 주인님 자리~ 주인님 자리~”

 

“... ...”

 

“역시~ 주인님이시라면 리리스를 버리지 않으실 줄 알았어요~

다음에도 이번처럼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으니까 꼬~옥 리리스와 함께 있으세요~?”

 

“...”

 

 

 

그러더니 순간, 음을 낮춰서 무섭게 목소리를 깔았다.

 

 

 

“그래야. 주인님을 다치게 한 개새끼들을 잡아 족칠 수 있으니까요.”

 

“...”

 

“특히 그 로버튼지 뭔지 하는 그 개새끼.

제가 반드시 죽여서 주인님의 손가락의 복수를 해드릴 거에요.”

 

‘... 내 손가락 이제 멀쩡한데.’

 

 

 

내 정액을 20리터나 뺏어간 뒤에도 리리스의 불안 증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일이 단순한 나쁜 기억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완전 트라우마가 됐다거나 뭐라나.

 

전에 닥터에게 물어봤더니 지금 리리스는 피해망상, 강박증을 비롯한 16가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최초의 의식 변환 사건, 발키리 사건, 반군 납치 사건, 그리고 이번 요정 마을 손가락 사건까지.

경호대장으로서 연달아 실패하면서 느낀 죄악감과 주인에 대한 사랑이 끔찍하게 뒤섞인 결과라지. 

 

그러니까 이건 뭐...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정신 병원인 수준. 유일한 약은 그냥 내가 하루 종일 같이 붙어 다니는 것뿐이다.

덕분에 동침 일정도 내가 두 배로 수고해야 했다. 왜 동침 일정이 바뀌었냐고?

닥터가 알려준 치료 방법이라는 게 아주 기가 막혔거든.

 

 

 

‘매일 밤, 꼭 리리스랑 2시간씩 폴리네시안 섹스를 할 것.

...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치료법인지...’

 

 

 

폴리네시안 섹스. 원래는 삽입 없이 애무만 하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쌓아가는 섹스다.

다만 고작 그 정도로 리리스가 안심할 리는 없었기에 딱 삽입까지만 허용해주는 게 닥터의 처방전이었다.

사정은 물론 피스톤 질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발기를 유지시키려니 고욕도 이런 고욕이 없다. 계속 몸을 비벼오는 리리스는 덤이었고...

 

... 근데 더 기가 막힌 건, 그게 효과가 있었다는 거다.

첫날의 리리스는 어떻게든 허리를 움직이며 찌걱거렸는데,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 삽입 후에도 작은 교성만 내지르고 부르르 떨기만 할 뿐, 가만히 안겨 있을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다.

물론, 그럴 때마다 나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긴 하지만.

 

내가 얀데레를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 건...

... 아마 앞으로도 절대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다.

 

 

 

“... 아, 아무튼.

레아도 알겠지만 지금 리리스 상태가 별로 좋지가 않아서 말이야.

단 둘이서 얘기하고 싶긴 한데 상황 좀 이해해줘.”

 

“하... 하하... 그, 그럼요.

당연히 그래야죠. 당연히... ...”

 

 

 

레아는 꼴깍 침을 삼키며 리리스를 쳐다보았다.

힘으로만 따지자면 오히려 리리스를 압도할 수도 있는 레아였지만 이 광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럼 원래 얘기로 돌아오자.

꽃구경이라니, 그건 무슨 소리야?”

 

“별 건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아름다운 섬과 꽃들은 처음 봐서 주인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을 뿐이에요.”

 

“그래?”

 

“그럼요?

이렇게 보여도 저는 원래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랍니다?”

 

 

 

레아가 자기 손 위에서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 안에선 작게 스파크가 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작은 태풍처럼 보였다.

 

뭐... 태풍도 농업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치는 건 아닐 테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지.

일단 비 내리는 것부터가 농사의 신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저뿐만 아니라 제 자매들도 간만에 생긴 일거리로 분주해졌어요.”

 

“일거리?”

 

 

 

레아가 싱긋 웃으며 창문 밖을 가리켰다.

 

 

 

“저 섬을 보세요.

저렇게 아름다운 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흩뿌려져 있으니 페어리 자매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나요?

한시라도 더 빨리 예쁘게 꾸며 주인님께 보여드리고 싶은데.”

 

“... 저걸 다듬겠다고?”

 

“안 될 것 있나요?

조금 높은 곳에 있는 나무들도 저희들에겐 아무 문제도 없답니다. 날개가 있잖아요?”

 

“하하... 날개라...”

 

 

 

레아의 등 뒤에 있는 날개가 파르르 떨며 반짝이는 가루를 뿌렸다.

홀로그램 같기도 하고, 실체가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 도대체 무슨 원리로 움직이는지 감도 못 잡겠다.

 

그나저나 꽃 다듬기라.

설마하니 이 섬 전체를 자기들 정원이라 생각하는 건가?

...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애들이 하는 생각의 스케일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다프네들도 신이 나서 섬으로 날아가더라고요.

혹시 사령관님 쪽에 있는 다프네는 그러지 않았나요?”

 

“우리 애들도 뭐... 가긴 했지.

수복실을 비워버리면 안 되니까 전부 다 가지는 못했지만.”

 

“잘 하셨어요.

그 아이들은 원래부터 정원사로 만들어져서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어 했을 거에요.

엉망이 되어 있는 꽃과 정원을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는 아이들이거든요.”

 

 

 

... 레아 말이 맞다. 내 손가락 소동이 다 끝나고 한숨을 돌린 다프네들은 창문 밖의 꽃을 보자마자 아주 눈이 돌아갔다.

마치 좀비처럼 마구 흩날리는 꽃들을 향해 ‘꽃... 꽃... 다듬어야 해... 다듬어야 해...’ 하며 읊조리던 광경은 도무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안 그래도 늘 수복실 간호사 역을 자처하며 약품 냄새에 절여있는 우리 다프네들을 위해 나도 이번에는 시간을 좀 비워주기로 했다.

될 수 있다면 같이 놀기도 하고, 애들이 꾸민 꽃들을 보고 칭찬이라도 해줄 생각으로 말이지.

 

그 말을 듣고 다프네들은 옷까지 갈아입은 다음, 평소 움직이는 걸 본 적 없는 날개를 파닥이며 섬으로 날아갔다. 

손 대지 않은 엄청난 양의 꽃들을 보니, 태생 정원사인 다프네들도 아주 신이 난 모양이다.

 

 

 

“그래도 다들 좋아해줘서 다행이네.

혹시 페어리 시리즈 애들은 다 그래?”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요.

아쿠아도 그렇고, 다프네도 그렇고, 정원을 가꾸며 아름다워지는 모습에 큰 기쁨을 느끼게 만들어졌거든요.

그러니 저런 불모지의 정원은 천국처럼 보일 수 밖에.

... 아니면 그냥 결벽증인 걸지도...”

 

 

 

멋쩍게 얼굴을 긁으며 머쓱해 하는 레아.

결벽증이라는 단어에 내 손가락을 보고 정색했던 다프네들의 얼굴이 잠시 떠올랐다.

 

원래 게임에서부터 약간씩 핀트가 어긋나 있던 애들이 페어리 애들이었는데 그런 표정까지 봤다면 내가 오죽 떨었겠나.

안 그래도 물량으로 밀고 오는 다프네들을 침대에서 상대하는 건 무서운데 말이다...

... 

그래, 꽃들을 보고 기쁨을 느낀다는데 그럴 리가 있나. 괜찮을 거다.

 

 

 

“... 내가 다른 애들이라면 몰라도 너희가 그런 얘기 하면 그냥 흘러 들을 수가 없거든?

진짜로 결벽증은 아니겠지...?”

 

“흠흠, 괘, 괜찮을 거에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사령관님께서 원하시는 테마 같은 게 있으실까요?”

 

“테마? 무슨 테마?”

 

“아무래도 제 동생들이 섬을 꾸미기 시작하면 뭔가 주제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상품은 없더라도 약간 대회 같은 느낌으로 꾸미면 동생들도 즐거워할 거에요.”

 

“대회... 대회라...”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어차피 이제 좀 쉴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철충이 걱정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 섬에서는 우리가 싸그리 박멸하지 않았나.

야생의 AGS도 로버트가 전부 관리하고 있으니 이 섬은 정말 안전하기 그지 없는 섬이다.

 

스틸라인 쪽 애들도 훈련 좀 쉴 필요도 있고, 발할라나 호드도 마찬가지.

호드 애들이 꽃구경을 좋아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왕 쉬는 거 좀 좋은 곳에서 쉬는 게 그 애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맨날 탈론 허브에 쩔어 있는 애들이 꽃 같은 걸 좀 보면 정화가 되지 않을까, 그런 되도 않는 기대도 좀 해볼 수 있고 말이지.

 

 

“그래, 뭐. 한 번 해보지. 뭐.

이왕 할 거 제대로 하게 내가 다른 지휘관들하고 이야기 좀 해볼게.

상품은 적당한 걸로 걸어줄게. 뭐 할래?”

 

“제가 정해도 괜찮나요?”

 

“다른 지휘관 애들이 싫다고 하지만 않으면.

이상한 거만 아니면 돼.”

 

“후후~”

 

“...?”

 

 

 

페어리 특유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지금 레아의 눈 위에 띄워졌다.

... 설마, 날 그렇게나 따먹어 놓고 지금 와서 또 동침권 같은 걸 걸거나 하진 않겠지?

 

 

 

“후후, 적당한 거요?”

 

“... 왜. 너무 큰 거만 아니면...”

 

“... 후후... 그러네요.

그냥 저희가 좀 참아보면 되는 일이니까.

대충 주인님과의 3일 데이트 정도면 적당하겠죠?”

 

“... ... 응?”

 

“데이트 권이라면 제 동생들에게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거에요.

설마 다른 지휘관 분들이 반대하실 리도 없을 테니 주인님이 말씀하신 조건에 딱 부합하네요!”

 

 

 

싱긋 웃는 레아. 하지만 빙그레 웃는 눈 사이로 희미하게 뜬 눈동자가 보였다.

... 저 눈, 절대 일반적인 데이트를 하겠다는 눈이 아니다.

 

 

 

“... 레아야?”

 

“네에?”

 

“데이트라는 거...

... 뭐 할 생각이니?”

 

“후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주인님께 드리지 못했던 사랑을 전부 드리고 싶을 뿐이랍니다.”

 

“... ...”

 

“설마, 저희와 데이트 해주신다고 하면서 저희의 사랑을 거부하시진 않으시겠죠?

저희를 사랑하는 주인님께서 그런 무자비한 짓을 하실 리는 없다고 생각할 게요~”

 

 

 

사랑. 말이 좋아 사랑이지, 오리진 더스트 꽉꽉 채워 만든 레아에게 사랑이란 건 그렇게 밝고 명랑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말이 좋아 데이트지, 자기들 좋을 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겠다는 거다. 멀쩡한 거나, 멀쩡하지 않은 거나.

 

차라리 미호 같은 얌전한 애들이 따면 또 몰라, 지금 여기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가 바로 페어리 애들 아니겠나?

매번 동침 라인에서 떨어져 아쉬워하는 애들이 데이트권을 따게 되면 뭔 짓을 할 지 도통 짐작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주인님의 절륜한 몸이라면 다~아 괜찮을 거에요. 후훗.”

 

 

 

... 혼자라면 되겠지만, 데이트 코스랍시고 나를 페어리 숙소로 데리고 가면 어떻게 하겠나.

거기 있는 수십 명의 요정들과 뜨거운 밤을 보낼 수 밖에 없을 텐데...

...

 

 

 

“... 너, 내가 거절 못할 거란 거 알고 그러는 거지?”

 

“후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아닐까요?

그리고, 그러는 주인님이야 말로 그렇게나 남성적인 몸을 가지시고 엄살 피우실 거에요?

저희 몇 명이 주인님을 덮쳐도 매번 마지막까지 저희 몸을 탐하시는 분은 주인님이시면서...”

 

“... ...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란다. 마음이...”

 

 

 

아직도 후유증이 가시지 않는 삼 일 간의 정사, 그 뒤에도 꼬박꼬박 흘러가는 동침 일정,

거기에다가 리리스의 심리 치료를 위한 폴리네시안 섹스와 이젠 데이트권까지.

다 좋은 거긴 한데, 이젠 성욕이 올라오면 속도 같이 울렁일 지경이다.

 

그나마 아르망이랑 알파가 내 할 일을 가져간 덕분에 조금 덜 할 수 있었지만...

... 그 애들마저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으니까 문제란 거다.

 

 

 

“그럼 하지 말까요? 주인님?”

 

“...”

 

 

 

근데, 내가 대체 이걸 어떻게 거절하겠냔 말이다.

애들은 좋다고 날 쫓아오지, 그래서 일 못하겠다고 하니까 일까지 다 대신 해주지,

밥도 주고, 잠도 잘 재워주지, 과거의 나에게 이런 고민거리를 공유했다면 아마 맞아 죽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하고 나면 애들이 나를 향해 너무나 밝게 웃어준다.

이미 나도 그 웃음에 중독되어버렸으니 뭘 어쩌겠나. 내 정신이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랄 수 밖에.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주인님~”

 

“... 야이, 잠깐만 기다...”

 

“대회 상품은 데이트권이라고 제 동생들에게 말해놓고 있을 게요.

주인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니까 그 정도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거에요.

그럼 이만 들어가보아도 괜찮겠죠~?”

 

“어? 어? 야이!”

 

 

 

레아는 가벼운 날개짓으로 파르르 날아올라 방 문으로 향했다.

도망치려는 레아를 뒤쫓고자 일어나려 했지만 무릎 위에 안겨 있는 리리스가 나를 막아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레아의 치맛자락을 붙잡으려고 애를 썼다만, 이미 날아오른 요정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나.

멀어지는 레아를 가만히 쳐다볼 수 밖에...

 

 

 

“헤헤... 주인님... 주인님....”

 

“리, 리리스! 잠깐만...?!”

 

 

 

그냥 포기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힘이 풀린 다리로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렇게 문 뒤로 모습을 감추는 레아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을 찰나였다.

 

 

 

“... 아.”

 

 

 

문 뒤에서 레아가 툭, 하고 떨어지는 톤으로 짧은 단말마를 질렀다.

반쯤 벽에 가려진 남색의 머리카락이 순간, 땅 아래로 숨을 죽였다.

 

 

 

“... ...”

 

“레... 레아? 갑자기...”

 

 

 

날개짓마저 멈추고, 다시 땅을 밟은 레아가 몸을 돌려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고작 대회 상품 같은 걸 이야기하려고 온 건 아닌 듯싶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늘진 아이들의 표정.

등골이 오싹해져서 나도 허공에 뻗은 손을 얌전히 내려 놓았다.

 

 

 

“... ... 후우...

... 저도 모르게 조금 들떠버렸네요. 주인님.

죄송해요.”

 

“... 아, 아니... 나는 괜찮은데, 내가 조금 과민 반응을 했니...?”

 

 

 

혹시 내가 뭐 이상한 트라우마를 건들인 건 아닐까?

걱정스런 마음에 내가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레아의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레아는 다시 날개짓을 멈추고 의자에 앉았고, 나를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 사실 대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 건 그냥 제 동생들이 자기 만족으로 하는 취미 같은 거였으니까.”

 

“... 그, 그럼 상품은 어떻게...”

 

“사실 상품이야 뭐... 주인님께서 해주시고 싶은 대로 해주시면 되는 일이죠.

주인님께서 주시는 작은 쿠키 하나만 있어도 다들 기쁘게 할 테니까요.

원래 이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닌데, 주인님과 잘 어울리는 경호대장님의 모습을 보니까 저도 모르게 조금 욕심이 앞섰던 모양이네요.”

 

“...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 ... 주인님.”

 

 

 

레아의 손가락이, 툭 하고 책상 위에 얹혀졌다.

 

 

 

“...

...

...

리제라는 아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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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10개월 전쯤에 리제도 해달라고 했던 라붕아. 아직도 보고 있으면 좋겠구나.

요정 마을을 하겠다고 했던 것도 사실 앨리스 때문이 아니라 리제 때문이었거든.


근데 그건 그거고,

달달한 거 많이 했으니까 이제 다시 쓴 거 들어가야지.


여러분들의 개추와 댓글이 리제가 받을 고통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화이팅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