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려져라"

어느날부턴가 칸에게서 슬쩍한 너구리잠옷을 입은 사령관은 손 한쪽에 휴대용렌턴을 장착한 뒤 지나가는 선원들마다 불빛을 비추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령관의 응큼한 장난질을 선원들 또한 즐기는 눈치였지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 그리고 한달이 넘어가는 시점에까지 이르게 되자 슬슬 실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꼴려져라"

"하아......그래그래...."

재수없게 순찰 중 사령관에게 걸린 사디어스는 그 자리에서 옷을 벗으며 귀찮은 티를 팍팍 냈고, 전라가 된 사디어스를 보며 잠시 망설이던 사령관은 다시 한번 사디어스를 향해 불빛을 비추며 말했다.

"꼴려져라"


"아이 미친!!여기서 뭐 어떡하라고!!"

"꼴려져라!!!"


결국 사령관의 성원에 못이겨 알몸으로 제로투를 춘 뒤에야 벗어날 수 있었고, 더 냅뒀다간 이 정도로 끝나지않을거라 생각한 사디어스는 그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슬슬 올때가 됐다 싶었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디어스가 부탁한 이는 다름아닌 레오나였다. 최근 들어 조용한 일과를 보내고 있던 그녀에게 사령관의 찐따짓은 간만에 몸을 풀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사디어스의 안내를 따라 복도를 나서자 얼마 지나지않아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을 향해 불빛을 비추며 꼴려져라를 외치고 있는 사령관을 발견했고, 레오나를 본 사령관이 잠시 당황한 틈을 타 사디어스는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을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

"달리잉, 요즘 일이 없어 심심할거란건 알고 있었는데....재밌는 짓을 하고 있었네?"

최대한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레오나였지만, 이마에 튀어나온 핏줄은 어쩔수없어보였다.

"꼬......꼴려져라"

문답무용.

사령관은 레오나의 말에 답하는 대신 렌턴의 불빛을 비추며 꼴려져라를 외쳤다.


"아아.....꼴려져라?? 그럼 지금은 안꼴린단거네??"

레오나는 사령관의 손을 덮썩 잡아채며 눈을 부릅떴다.

"아니 지금도....충분히 매력적인데...."


"매력적인데??"

"그게 더 매력적으로 변하라고...."

"매력적이라며?? 매력적이면 매력적인거지 더 매력적으로 변하라는거면....아아~~슬슬 질리니까 변화가 필요하다~~내가 우리 사령관이 원하는걸 눈치도 못챘네~~내가 바보븅신머저리였구나???'

간만에 맛보는 레오나표 매운맛에 사령관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고, 이를 본 레오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령관도 많이 약해졌네. 이 정도로 기절씩이나하고.....쯧"

방금전까지 죽일듯이 달려들던 레오나의 모습은 사라지고, 사령관을 등에 업은 채 엉덩이를 토닥여주며 침실로 향하는 그녀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