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사령관이 그날따라 대단히 짜증나는 일이 있었던거지.

그래서 '오늘 누구랑 얘기하면 내가 분명히 짜증을 내겠다.'는 생각에 그냥 함장실로 가서 쉬기로 한거야.


근데 마침 그날 함장실에는 부관으로 서약한 장화가 있었던거지.

그래서 사령관이 함장실 문을 딱 열고 들어왔을 때 장화가 평소처럼

'날 불러놓고 어딜 갔다온거야? 다른 녀석들이라도 만나고 왔어? 왜 날 혼자둬?' 이런 소리를 하는거야.


평소였다면 짜증이 나지도 않았을거고, 능숙하게 달래줬을 사령관이지만 그날은 이미 짜증이 풀스택으로 쌓여있었어.

순간적으로 표정관리가 안 되는 바람에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을 못 숨기고 그대로 드러내고 만 거지.


바로 그 다음 순간, 장화의 얼굴이 극심한 공포로 물들어가는 걸 본 사령관은 아차 싶었을거야.

더 심해지기 전에 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바로 표정부터 좀 풀어.

그런 뒤에 "아니, 너 때문에 화난 게 아니야. 신경쓸 것 없어." 라고 말해주는거지.


근데 이미 장화는 공포가 온 몸을 잠식해서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이 불가능한 지경이었어.

지금 괜찮다고 해주는 게 꼭 버려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잘해주는 모습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저 말이 '이제 너한테 신경써줄 일도 없고 볼일도 없으니 화날 일도 없다. 그러니 괜찮다.' 이런 식으로 곡해되어 버리는거지.


온 몸을 덜덜 떨면서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뭐든 할테니까 버리지만 말아달라고 매달리는거야.

그래서 당황한 사령관이 하루종일 여러가지 방법으로 장화 달래주느라 고생하는 문학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