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란마 1/2의 ‘샴푸 표변! 반전보주의 재앙’ 에피소드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쓴 작품임을 미리 밝힙니다.

   

   

<늦은 밤 함장실 문 앞>

   

   

“그대여. 잠깐 안에 들어가겠다.”

   

   

“오, 아스널 오랜만이다. 그런데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일로 찾아온거야? 간만에 한판 뜨려고?”

   

   

“아니. 그대와 그걸 하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오늘은 참겠다. 내일도 카페에 일찍 출근해야하니까 말이야. 그냥 카페 일을 하느라고 한동안 못봤던 그대의 얼굴이 보고싶어서 자기전에 잠깐 찾아온거다.”

   

“오~ 아스널이 카페를 위해서 그것도 거부하다니, 카페 일이 생각보다 재밌었나봐?”

   

   

“그럼. 진작 이 일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재밌었다. 그보다 혹시 그대여, 혹시 내일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가?”

   

   

“음... 오전쯤엔 선약이 잡혀있고, 점심쯤부턴 한가해. 근데 그건 왜물어?”

   

   

“내 기억이 맞다면 그대는 우리 카페에 아직 한번도 온적 없었다. 그러니 시간이 남으면 내일 우리 카페에 한번 놀러오는건 어떤가? 이몸께서 내일 그대를 위해서 사랑을 가득 담은 특별한 대접을 해줄테니까 말이야.”

   

   

“특별한 대접이라니 나야좋지! 마침 나도 아스널이 얼마나 카페 일을 열심히 하는지 직접 보고싶어졌거든. 그럼 내일보자!”

   

   

“그래. 그럼 난 이만 가보겠다. 오늘 밤 좋은 꿈 꾸도록.”

   

   

   

   

   

다음날 아침 카페 Amor. 페로를 포함한 카페 직원들은 악세서리가 가득 담긴 상자 앞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 출근했다. 그런데 거기 상자랑 안에 담긴 잡동사니들은 뭔가?”

   

   

“이거말인가요? 제가 어제 쓸만한 악세서리들을 찾으러 창고에 갔다가, 겸사겸사 다른분들도 써보시라고 거기있던 악세서리를 다 들고온거에요. 저희는 마음에 드는 악세서리들을 다 골랐는데 아스널님도 하나 가져가시겠나요?”

   

   

“나야 좋지. 남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예쁜 악세서리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럼 얼른 골라주세요. 아스널님이 고르고 나면 이것들은 치우고 바로 카페 오픈 준비할테니까요.”

   

   

“알겠다. 음... 어떤 악세서리를 고르는 것이 좋으려나?”

   

   

(악세서리 상자를 마구마구 뒤지는 중) “이런 악세서리들로는 부족해. 사령관을 확실하게 유혹하려면... 어라?”

   

   

한참동안 악세서리를 뒤지던 아스널은 상자의 맨 밑바닥에 있던 조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별나게 생긴 상자로군. 자물쇠로 잠겨있는데, 안에 들어있는건 뭐지?”

   

   

아스널은 힘을 줘서 상자를 뽀각 부숴버렸다. 그리고 상자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이건...”

   

   

“.........................”

   

   

“....예쁜 브로치로군. 마음에 들어.”

   

   

“아스널님. 악세서리는 다 고르셨나요?”

   

   

“그래. 난 이 브로치를 가져가겠다.”

   

   

아스널은 들고 있던 브로치를 자신의 옷에 착용했다. 잠시후 악세서리 상자는 창고로 옮겨졌고, 곧 카페 Amor는 오픈을 개시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점심시간 무렵이 되었다.

   

   

“아~ 오늘도 손님이 많아서 엄청 힘들다. 사령관이라도 손님으로 와준다면 힘이 조금이라도 날텐데 말이야.”

   

   

“저도 동감이에요. 카페 오픈하고 사령관님은 아직 한번도 오시지 않으셨잖아요. 물론 언젠간 와주시겠다고 말을 했으니 기다리다보면 분명 오시겠죠...”

   

   

“....”

   

   

“아스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사령관님이 오시면 힘이 날거리는 말이요.”

   

   

“아니. 난 그런 개같은 놈이 카페에 오는건 원하지 않는다.”

   

   

“에? 방금 뭐라고...”

   

   

“인간같은 더러운 새끼가 우리 카페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잡담은 그만하고 얼른 일들 하도록.”

   

   

“...........?”

   

   

“뭐야. 사령관을 누구보다 좋아하시는 아스널님의 입에서 왜 그런 말이 나오는거지?”

   

   

“모르겠어요. 혹시 사령관님이랑 무슨일 있으셨던건가?”

   

   

아우로라와 노움이 아스널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을 때, 출입문에 달린 종이 딸랑딸랑 울렸다. 곧 사령관이 조심스럽게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오... 여기가 Amor 카페구나? 되게 잘 꾸며놨네.”

   

   

“아앗, 사령관님이다! 저희 카페에 오신걸 환영해요. 자리 안내해 드릴테니까 이쪽으로 앉으세요!”

   

   

“주인님 어서오세요! 점심은 드셨나요?”

   

   

“사령관! 이번에 신메뉴 하나 만들었는데 그거 주문해볼래?”

   

   

“다들 반겨줘서 고마워. 그런데 아스널은 지금 어딨어?”

   

   

“아스널님은 저쪽에서 서빙하고 계세요. 아스널님! 아스널님도 주인님한테 인사하세요!”

   

   

“......”

   

   

“못 들은건가? 아스널, 나 왔어! 카페 일은 잘 돼?”

   

   

(사령관을 힐끗 노려보더니 다른 테이블로 떠났다)

   

   

“아스널님. 주인님께서 인사 하셨잖아요! 얼른 대답하셔야죠!”

   

   

“괜히 부르지마. 지금 아스널이 바쁜가보지. 그럼 메뉴판좀 줄래? 나 여기서 이것저것 먹고 가보려고.”

   

   

“알겠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사령관은 메뉴를 가져다주는 점원들과 가벼운 담소도 나누고, 근처 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 수다도 떨면서 즐겁게 카페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아스널은 사령관이 음식을 다 먹을 동안 그에게 눈길한번 주지도 않고, 말도 걸지 않았고, 테이블에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다 먹었다! 얘들아, 맛있게 잘 먹었어. 진짜 고마워!”

   

   

“고맙긴요. 저희가 만든 것들을 맛있게 드셔주셨으니 오히려 저희가 감사인사를 드려야죠.”

   

   

“사령관 잘가! 언제든지 또 와도 돼!”

   

   

“그래. 다음에 또 올게. ...아스널, 나 간다?”

   

   

사령관은 자신에게 뒤 돌아서 테이블을 정리하는 아스널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아스널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아스널님. 주인님 가시잖아요. 바빠서 환영인사를 못했으면, 작별인사라도 하셔야되는거 아니에요?”

   

   

“내가 왜? 저런 새끼는 그냥 꺼지라고 그래.”

   

   

“...?”

   

   

“아스널님! 지금 주인님께 뭐라고 하신거에요?!”

   

   

“페로 물러서봐. 내가 아스널이랑 직접 얘기해볼게.”

   

   

사령관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며 아스널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아스널은 여전히 사령관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아스널 너 오늘 갑자기 왜그래? 나한테 무슨 화나는 일 있는거야?”

   

   

“그냥 꺼져. 너같은 새끼하고는 말 섞기 싫으니까.”

   

   

“뭔가 찝찝해가지고 못가겠어. 내가 실수한게 있으면 말 해줘. 너가 제대로 말을 해줘야 내가 고치고 다음부턴 안 그럴거아니야.” (아스널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냥 가라고 했잖아 이새끼야!!”  



짝!

   


사령관의 뺨을 때리는 소리에 시끌벅적하던 카페의 분위기가 싸해져버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 크게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더러운 인간새끼가 어디 내 몸에다가 손을 대? 어서 꺼져버려. 너같은 새끼하고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는것 조차 기분이 나쁘니까.”

   

   

(넋이 나간 표정을 지은채 움직이지 않는다)

   

   

“얼른 안꺼져? 한 대 더 맞아야 질질 짜면서 꺼질거냐?” 

   

   

아스널은 다시 손을 들고 사령관의 뺨을 칠 준비를 했다. 그러자 노움이 재빨리 달려와서 내리치려는 아스널의 팔을 꽉 붙잡았다. 아우로라는 그틈에 사령관을 아스널에게서 멀리 떨어뜨려놓았다.

   

   

“사령관! 맞은데는 괜찮아? 아프지는 않아?”

   

   

“...몰라.”

   

   

“아스널님! 방금 사령관님한테 대체 무슨짓을 하신거에요?!”

   

   

“직원의 말을 안듣는 진상손님에게 응징을 한거다. 자연스러운 일을 한건데 왜 고작 그런일들 가지고 흥분들 하는거냐.”

   

   

“고작 그런일?? 아스널님, 지금 아스널님은 분명히 선을 넘으셨어요. 어서 주인님한테 사과하세요! 안그러면 징계위원회에 고발할거에요!”

   

   

“다들 조용해!!”

   

   

사령관의 호령에 시끄러워지던 카페는 다시 조용해졌다. 곧 사령관은 아스널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스널은 그런 사령관을 다시 때리려고 했으나, 노움이 꽉 붙잡고있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그래. 아스널님이 나랑 같은 공기를 마시는것만으로도 기분 나쁘시다니까 난 얼른 꺼져줄게. 잘있어라.”

   

   

애써 웃으며 말을 마친 사령관은 출구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사령관은 출입문을 활짝 연 뒤 돌아서서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카페에 있는 너희 모두,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을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얘기하지마. 이건 명령이야.”

   

   

그 말과 함께 사령관은 문을 쾅 닫고 카페를 나가버렸다. 사령관이 떠나자 손님의 퇴장을 알려주는 출입문의 종소리만이 카페에 고요하게 울려퍼졌다.

   

   

(서로 눈치만 보는 중....)

   

   

“큰일난거같아요... 방금 말하신거 보니까 사령관님이 엄청나게 화나셨던거같던데...”

   

   

“.....페로점장님. 우리 이제 어떡해?”

   

   

“모르겠어요. 다른분들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아까 주인님이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명령하셔서...”

   

   

“다들 뭘 쑥떡거리는거냐. 그만 수다떨고 어서 일이나 해. 주문이 한참 밀렸다.”

   

   

“네.......”

   

   

   

   

   

“리엔님. 주문하신 와인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고마워. 근데 노움, 아스널대장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아, 그러고보니 리엔님도 쭉 여기 있었으니까 전부 보셨겠군요?”

   

   

“응. 너희는 혹시 뭔가 아는거 있어?”

   

   

“아니요. 저희도 방금 그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면서 사령관님 얘기를 하던 아스널님이었는데, 갑자기 왜 저렇게 돌변했는지...”

   

   

“너희도 뭔지 모른다는거구나. 일단 아스널대장이 어제까지는 평상시랑 다름이 없었다는 얘기지?”

   

   

생각에 잠긴 리엔은 바쁘게 서빙을 하는 아스널을 유심히 바라봤다. 한참 아스널을 바라보던 리엔은 지나가던 페로를 불러세웠다.

   

   

“페로. 그런데 아스널대장이 하고 있는 저 브로치는 뭐야?”

   

   

“저거요? 아침에 창고에서 가져온 악세서리중 하나를 아스널대장이 가져간거에요. 그런데 그건 왜요?”

   

   

“음... 뭔가 짚이는게 있어서. 아스널대장! 잠깐 여기로 와볼래?”

   

   

“응? 왜 부른건가. 나 바쁘니까 용건만 빨리 말해라.”

   

   

“너가 착용하고 있는 그 브로치 정말 예쁘다~ 자세히 보고싶은데 가까이 와주면 안돼?”

   

   

“이건 나에게 아주 소중하고 귀중한 브로치다. 보여주기만 할테니 뺏어가거나 하지는 마라.”

   

   

“알겠어. 그냥 가까이서 보기만 할게. 음... 자세히 보니까 그 브로치에 조그마한 글씨가 써있잖아? 뭐라고 써있는걸까...”

   

   

비스머리오...라고 써있네. 아스널대장, 이제 다 봤어. 붙잡아서 미안! 그러면 마저 일하러 가봐.”

   

   

“알겠다. 주문할게 있으면 언제든 말을 하도록.”

   

   

“...페로. 여기 점원 다 불러봐.” 

   

   

“네? 갑자기 왜요?”

   

   

“중요한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아스널대장만 빼고 전부 데려와!”

   

   

   

   

“다 불렀습니다. 저희한테 뭘 말씀하시려는건가요?”

   

   

“너희들. 아스널대장이 하고 있는 저 브로치가 뭔지 알아?”

   

   

“모르겠는데요. 그냥 예쁜 브로치?”

   

   

“아니야. 저건 멸망전 기업 ‘비스머리오’에서 만든 ‘인간을 혐오하게 만드는 세뇌브로치’야.”

   

   

“세, 세뇌? 그럼 지금 아스널님은 세뇌를 당하고있다는거야?”

   

   

“그보다 비스머리오라는 기업에서 저걸 만들었다고요? 그건 또 무슨 회사에요?”

   

   

“비스머리오는 멸망전에 오직 세뇌만을 연구개발하던 회사야. 원래 비스머리오는 그냥 가전제품이나 만드는 작은 회사일 뿐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세뇌 관련된 제품들을 만들고 시중에 판매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판매된 제품중 하나가 아스널대장이 착용하고있는 저 ‘인간 혐오 브로치’야.”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 바이오로이드들은 본래 인간을 사랑하도록 설계되었어. 하지만 저 브로치는 그런 바이오로이드의 본성을 완전히 뒤집어버려. 저 브로치를 장착한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고, 인간을 실제로 만나면 폭력을 휘두르도록 만들지.”

   

   

“무섭다. 그런 무시무시한 제품을 대체 왜 만드는거야...”

   

   

“나쁜짓에 사용하기 딱 좋으니까 저런걸 만든거야. 아무튼 저 브로치는 출시되자마자 수많은 범죄에 악용되었고, 그 모든 범죄의 원인이 된 비스머리오가 문을 닫게 됨과 동시에 저 브로치는 전량폐기되었어. 그때 미처 폐기되지않았던 브로치중 하나가 현재 아스널대장에게 넘어간거같아.”

   

   

“잠깐만요, 그런데 아까는 저 브로치를 착용하는 것 만으로도 인간을 보면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근데 아까 사령관님이 뺨 맞을때를 제외하고는 아스널대장님이 사령관님께 별다른 폭력을 휘두르지 않으시던데요?”

   

   

“그건... 평상시에 아스널대장이 사령관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지. 브로치의 세뇌 자체는 확실히 강력한거지만, 저 브로치를 착용한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인간을 향한 폭력을 자제하게 된대. 만약 아스널대장이 사령관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 않았다면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사령관을 두들겨팼을거야.”

   

   

“아무튼 지금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뭐에요? 저 브로치를 아스널님에게서 떼어내기만 하면 되는건가요?”

   

   

“브로치를 떼어내는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긴 한데, 이게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야. 일단 브로치를 장착한 바이오로이드는 저 브로치가 자신의 몸에서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거부해. 우리가 무작정 저걸 떼어내려고 했다가는 어떤 난동을 피울지 몰라. 그리고 만약에 페로 너가 브로치를 떼어내기 위해서 저 브로치를 잡았다고 치자. 그러면 순식간에 너도 세뇌가 돼서 사령관을 싫어하게 될걸? 그러니 우리는 가능한 저 브로치에 접촉하지 않는게 좋아.”

   

   

“제가 주인님을 싫어하게 된다고요? 그런건 싫어!”

   

   

“그럼 어떻게 해야돼? 아스널님을 계속 저 상태로 둘수는 없을거 아니야.”

   

   

“그게... 아무래도 생각이 필요해.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지?”

   

   

딸랑딸랑

   

   

“어라, 손님이 왔나보군. 어서오세...”

   

   

“아스널 아직 있지?”

   

   

“앗! 사령관님이 어째서...”

   

   

“뭐야. 저새끼는 왜 또 기어들어온거야? 우리 카페에서 얼른 꺼져!”

   

   

“미안하지만 못가겠어.”

   

   

“안간다면 내 주먹으로 쫓아내주지. 이 기분나쁜 인간자식아.” (사령관의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주인님 얼른 나가세요! 아스널님한테 또 맞을지도 몰라요!”

   

   

“안 나가. 그리고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말아줘. 아스널에게 꼭 해야할 말이 있거든.”

   

   

“그, 그치만...”

   

   

“일단 물러서봐. 사령관도 무슨 생각이 있으니까 돌아온걸거야.”

   

   

성큼성큼 입구쪽으로 걸어오던 아스널은 사령관의 코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기분나쁜걸 봤다는듯한 눈빛으로 사령관을 째려봤다.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사령관과 아스널을 바라봤다.

   

   

“이새끼야. 여긴 왜 온거야.”

   

   

“사과하러왔어.”

   

   

“사과라고? 물론 해줘야지. 역겨운 몸을 이끌고 와서 영업방해를 하러 왔으니까 말이야.”

   

   

“아니. 난 그걸 사과하러온게 아니라, 내가 너를 완전히 사랑하지 못한거에 대해 사과하러 온거야.”

   

   

“...어?”

   

   

“나는 잘 알고있어. 아스널 너는 남에게 이유없이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말이야. 즉 너가 나에게 화를 냈다는건, 내가 분명 너를 섭섭하고 서운하게 만들 짓을 했다는거지. 과연 나는 너에게 무엇을 잘못했을까, 나의 어떤 잘못된 행동이 내가 사랑하는 아스널을 화나게 만들었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내가 너를 완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이렇게 된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

   

   

“난 아스널 너가 나 때문에 카페를 열었다는걸 알고있어. 그러니 카페에서 일하는 너는 내가 여기에 와주기를 매일매일 간절히 기다렸겠지. 하지만 나는 여러 이유로 그동안 이 카페에 오지 못했어. 그로인해 너의 서운함은 점점 쌓여갔겠지. 내가 너를 완전히 사랑했다면 카페가 생기자마자 너를 보기위해 바로 찾아왔을거야.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어. 그런 나를 보면서 너는 ‘찾아와주지않는 사령관은 나를 완전히 사랑하지 않는건가’라는 생각을 했을거같아.”

   

   

“너가 어제 찾아와서 말했잖아. 내 얼굴을 못본지 너무도 오래 된거 같다고. 그때 이미 알아채고 사과 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일찍 찾아가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다고 말이야.”

   

   

“...”

   

   

“이자리에서 다시한번 사과할게. 다시는 너가 내 사랑을 소홀하게 느끼지 않도록 너를 더욱 더 사랑해주고 더 많이 찾아와줄게. 그러니 너에게 부족한 사랑을 줘서 널 서운하게 만든 나를 부디 용서해줘.”

   

   

사령관은 허리를 깊이 숙여서 아스널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자 아스널이 차고있던 브로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개들어라 그대여. 나는 그대를 용서할 수 있으니까.”

   

   

쨍그랑!

   

   

“앗, 방금 뭐가 깨져버린거에요?”

   

   

“아스널대장이 하고있던 브로치가 깨진거야! 사령관의 진심이 아스널대장을 지배하고있던 세뇌를 이겨버렸나봐!”

   

   

“그대의 말이 맞다. 그대를 위해 열었던 우리 카페에 그대가 와주지 않는 것으로 처음에는 분명히 섭섭함을 느끼기도 했었지. 혹여 그대는 내가 싫어서 카페에 오지 않는걸까 라는 걱정도 분명히 했었다.”

   

   

“하지만 그대는 내가 독점할 수 없는 오르카의 바쁘고 귀한 몸. 그대가 돌보고 신경써줘야할 바이오로이드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난 뒤로는 그대가 일찍 나에게 오지 않는 것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나를 찾아와주지 않은것에 대해 너무 과하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사과는 내가 해야할 처지다. 나를 사랑해주는 소중한 남자에게 욕설을 하고 손찌검을 하다니. 정말로 잘못한건 오히려 나다. 이런 나를 용서해주도록...”

   

   

“...”

   

   

“...”

   

   

“사과하러 왔다가 오히려 사과를 받다니... 알겠어. 그럼 너를 용서해줄게. 그대신 부탁 한가지만 들어줘.”

   

   

“무슨 부탁인가?”

   

   

“사랑을 가득 담은 특별한 대접을 해줘. 그리고 오늘은 둘이서 밤새도록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자. 서로에게 서운했던 것, 고마웠던 것들을 전부 나눠보자고. 생각해보면 우리는 둘만 있는 시간에는 항상 몸의 대화를 나눴지, 마음의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잖아. 이번 기회에 진솔한 대화들을 잔뜩 나눠서 너와의 사랑을 더 키워가고싶어.”

   

   

“마음의 대화라니... 그런건 한번도 해본적 없어서 몹시 기대되는군. 물론 나야 좋지만 잠시 허락부터 구하고. 페로점장, 혹시 사령관의 말대로 지금부터 사령관을 위한 특별한 대접을 하고 밤새 이야기를 나눠도 되나?”

   

   

“제가 무슨 말을 하겠나요? 부디 두분의 앙금이 다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고맙다 페로점장. 그리고 그대여.”

   

   

“왜?”

   

   

“미안하고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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