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다음날

 

수복실에서 눈을 뜬 내 눈에 함께 입원해 있는 5명의 대원이 눈에 들어왔다.

마리아, 세레스티아, 세크메트, 프리가 그리고... 이터니티가 아닌 탈론패더......

탈론패더???

 

‘아무리 촬영을 묵인해 줬다고 해도 매번 탈수증세로 실려오는건 좀...’

 

내가 깨어난걸 보고 다가오는 다프네에게 물었다.

 

“이터니티는 어디 있어?”

 

“이터니티님은 잠깐 쉬더니 금세 방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 힘들었을텐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참기만 하는 것도 독이 된다.

그것도 한두 시간도 아니고 꼬박 하루가 넘게 섹스를 직관하면서 버티는 것은 아무리 튼튼한 몸이라도 괜찮을리 없을 것이다.

소원 걱정은 뒤로하고 일단 이터니티의 방에 찾아가 노크를 했다.

 

“이터니티 있어?”

 

아무 대답도 반응도 없자 걱정되는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위를 하는 이터니티가 눈에 들어왔고, 이터니티가 뿜어낸 물벼락이 환영인사를 대신해주었다.

 

‘자위하려고 급하게 돌아간 거였다니...’


납득이 가면서도 어이가 없는 이유에 실소가 나왔지만 이어진 이터니티의 반응에 마냥 웃고있을 수만은 없었다.

반쯤 풀린 눈으로 물을 뚝뚝 흘리며 비틀비틀 걸어오는 이터니티가 나에게 말했다.

 

“주인님~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주인님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만...”

 

예전에 리리스가 눈 돌아갔을 때가 연상되는 상태의 이터니티는 나에게 튄 애액을 한땀 한땀 핥아먹으며 말했다.

 

“주인님을 더럽혀버려서 정말 죄송해요. 주인님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주인님이 눈앞에 나타나시니 어쩔 수가 없었어요.”

 

“괜찮아, 하나도 안 더러워. 그만큼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잖아?”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앞으로 영원히 함께할 사이인데 미움받고 싶지 않았어요.”

 

불안이 현실이 되는 쐐기를 박는 이터니티의 말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거 같았다.

 

“그... 이터니티의 소원이란게 그럼...?”

 

“네! 당연히 주인님과 내세에서도 영원히 함께하는 거죠. 빨리 관에 들어가셔서 저와 영원히 함께 해주세요.”

 

..........

 

‘안녕 세상...’

 

사형선고가 내려지고 나는 최대한 임종을 미루기 위해 변명거리를 생각해냈다.

 

“장례를 치를 때도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그러잖아? 근데 우리가 영원히 함께하는데 아무 준비나 의식도 없이 하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음... 주인님의 말도 일리가 있네요. 주인님과 빨리 함께하고 싶어서 제가 너무 급했나봐요. 그럼 최고의 장례를 치르도록 하죠!”

 

급한 불은 껐지만, 원인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며칠의 시간은 벌었으니 빨리 해결책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두뇌 풀가동의 시간을 가지며 잠에 들었다.



다음날

 

이터니티와 장례 준비라는 명목으로 며칠간 계속 데이트를 이어나갔다.

도저히 말로 설득하거나 그만두게 할 방법이 생각나질 않으니 가장 자신 있는 몸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수백, 수천명의 미인들에게 둘러쌓여 생활한 지 3년, 각양각색의 여인들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여자 한 명을 다루는 것은 쉬운 일이니까. 그게 이터니티라서 난이도가 올라갔을 뿐.

먼저, 이터니티는 아직까지 나와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

방에 먼저 찾아간 날은 자위하는 것을 목격만 하고 방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데이트를 하면서도 가벼운 스킨십만 할 뿐.

일부러 자위도 못하게 볼일이 끝나도 이터니티의 방에서 계속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손을 잡거나 포옹, 키스가 아닌 뽀뽀 등 가벼운 스킨십만 하면서 애태우고 있었다.

하루종일 붙어있는데 몸을 정갈히 해야 한다는 이유로 내 앞에서 대놓고 자위도 못하는 상황.

그렇게 하루하루 이터니티로부터 풍겨져 나오는 암컷의 냄새가 짙어지는게 느껴졌다.

 

“그럼 갈까?”

 

“네, 주인님.”

 

체력을 아끼고 주방에 부탁해서 정력에 좋은 음식들을 계속 섭취한 지금의 나는 아스널 3명도 상대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알몸상태로 이터니티와 함께 관에 들어갔다.

 

덜컹!

 

관은 생각보다 넓어서 제법 큰 두 명이 함께 들어갔는데도 여유가 있었다.

안은 어두컴컴 했지만, 딱 달라붙은 두 사람에게 어둠 따위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 몸으로 설득할 시간이 되었다.

먼저 이터니티를 살포시 끌어안으며 귀에 속삭였다.

 

“사랑해. 이터니티”

 

“저도 사랑해요. 주인님.”

 

ASMR 유튜버도 녹여버릴 듯한 부드럽고 달콤한 속삭임이 서로의 귀를 간질였다.

귀를 핥고 깨물며 계속해서 달콤한 말들을 속삭여준다.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너무 사랑스러워서 죽어버릴거 같아.”

“우린 영원히 함께야.”

 

“저도 너무 좋아서 죽어버릴거 같아요.”

 

“내가 죽기 전까지 먼저 죽으면 안되.”

 

이터니티가 좋아할 만한 말들을 끊임없이 속삭여주면서도 은근슬쩍 당장 죽을 필요는 없다고, 죽으면 안된다는 뉘양스의 말들을 살짝씩 섞어 넣었다.

그렇게 오랜시간 가벼운 애무와 속삭임으로 한껏 애태우니 관 바닥이 점점 젖어들어가는게 느껴졌다.

 

‘내 솜씨를 제대로 보여줄 시간이군!’

 

멸망 전 인기 게임의 한 캐릭터의 대사를 속으로 외치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찰나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어 멈칫했다.

시각이 차단되니 다른 감각들이 예민해져 이터니티의 상태가 생생히 느껴졌다.

그녀의 호흡과 목소리, 몸의 떨림, 체취와 향기까지.

눈으로 보고 상태를 확인하는게 아니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자 마음이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그녀를 지금까지보다 더 사랑해 줄 수 있다는 기쁨이 머릿속에 요동쳤다.

 

‘이터니티도 이런 내 기분을 알까?’

 

아마 그녀도 느끼고 있으리라. 내가 그러했듯 그녀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테니까.

아니, 나에 대한 마음을 생각해보면 그녀는 나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와중, 마치 초능력이라도 생긴 것처럼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녀를 생각하는 만큼, 그녀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느끼는 만큼, 그녀도 나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나의 사랑을 느낀 그녀의 마음이 벅차오르고, 그런 그녀의 사랑을 느낀 나의 마음도 벅차올랐다.

그렇게 끝을 모르고 증폭되는 무한의 순환 속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므네모시네가 했던 말이 이런 의미였을까? 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사랑스럽다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다.

그렇게 말로 표현할 길이 막힌 나의 마음은 막힌 둑이 터져 나가듯 몸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쪽. 쪽. 쪼옥.

 

가벼운 키스를 시작으로 점점 더 진득한 키스로 변해 갔지만 격렬한 행위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부드럽지만 진득하고 농밀한 키스만으로 충분했다. 오히려 격렬한 행위로 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맞닿은 입술과 뒤섞이는 혀가 녹아내리는 듯한 감각이 머릿속까지 녹여버리는 듯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사정해버리고 말았다.

첫경험 날을 빼곤 한번도 키스만으로 사정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로써 그 기록이 깨지고 만 것이다.

그만큼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는 상태에서 하는 경험은 차원이 달랐다.

 

다음 진도를 나가는데 몸의 준비는 진작에 끝나있어 본방을 시작하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미끄러지듯 매끄럽게 이어진 두 사람은 평소의 격렬한 행위나 화려한 스킬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음미하듯 담백하게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따뜻한 체온과 적절한 조임, 주름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떨림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이터니티를 향한 마음이 묻어나왔고, 조그마한 떨림 하나하나에도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원소가 융합하듯 하나되어 느껴지는 황홀경 속에서 나는 끝없이 이터니티의 안쪽을 채워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의 흐름 따위 잊어버리고 함께 녹아버린 상태에서 우리를 깨운건 다름 아닌 관을 가득 채워가는 우리들의 체액이었다.

얼마나 많이 뿜어댔는지 침과 땀, 정액과 애액 등이 뒤섞인 체액이 넓은 관속을 채우다 못해 우리의 호흡을 방해할 정도까지 차오른 것이었다.

 

아하하하하하!

 

황당했지만 우스운 상황에 터져나온 웃음이 흘러나왔다.

몽롱했던 정신도 맑아지며 정리된 속마음이 흘러나왔다.

 

“죽고 싶지 않아.”

 

“네, 저도요.”

 

하나 된 시간 동안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생존본능이라던가 벌써 죽기 아깝다던가 하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

이 행복을 더는 느낄 수 없어지는게 두려워졌다.

이 행복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

이터니티도 같은 마음이 되었기에 나의 말에 동의해주었다.

관뚜껑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몸을 내밀자 신선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수면등의 은은한 조명 아래 오랜만에 얼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동시에 말했다.

 

“사랑해요. 주인님.”

 

“사랑해. 이터니티”

 

 

간단 후일담

 

뒷정리를 안하고 그냥 나왔던게 생각나 관속 체액의 행방을 물으니 좋은데 썼다고 하는데 모르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내가 사랑을 전파하는 동안 이터니티는 외로워질 때마다 냄새가 잔뜩 배어버린 관 속에 들어가 홀로 해결하는건 나중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