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여보세요? 여보세요? 유미야 이거 안되는 거 같은데?"


"그럴리가... 여기라면 분명 방해전파의 범위 바깥일텐데요. 그럼에도 안된다면 그건 통신기 쪽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밖에..."


이곳은 캐나다 서해안. 어째서인지 펙스의 병력이 다른 데로 몰려간 덕에 부사령관 일행과 난민들은 무사히 바닷가까지 올 수 있었다. 유미의 안경이 펙스의 통신망에 연결되어있는 상태라 오메가의 병력 배치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들키지않고 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부사령관의 패널을 통해 오르카호에 연락을 시도해보고 있었지만 이번엔 뭐가 문제인건지 여전히 통화할 수가 없었다.


"혹시 저쪽에서 일부러 형님 연락을 씹고있는 거 아냐?"


"에이, 설마. 이번엔 잡음이 들리지 않았잖아. 다른 문제가 있는 거겠지... 젠장. 카메라가 연결되지 않으니 알 수가 없네. 리리스, 니 걸로 한번 해봐."


"그러죠. 주인님? 여긴 블랙 리리스입니다, 제 말 들리시나요?"


리리스가 자신의 리시버에 대고 사령관에게 직통으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쪽도 여전히 묵묵답답이었다.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여전하군요. 잡음 뿐입니다."


"잡음? 왜 저기선 잡음이 들려?"


"아까 사령관님은 벤쿠버 섬 안에 세운 임시 기지에 있다고 했죠? 거기라면 방해전파가 닿는 범위에요. 섬의 서쪽 끝 해안가까지 가지 않는 이상 그쪽도 통신 먹통일걸요."


"좀 전에 전파탑이 활성화된지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 아직도 거기 있는건가? 이 정도면 저쪽도 방해전파 눈치채고 다른데로 자리 옮겼을 법도 한데..."


[...어흠, 부사령관?]


통신창을 켜놓은 채 놔두고 있던 부사령관의 패널에서 드디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받은 건 무적의 용이었다.


"용? 왜이리 늦게 받은거야? 아니, 그보다 왜 니가 전화를 받는건데? 사령관은 어디있고?"


[그것이... 통신 시스템을 점검하느라 답이 늦었소. 그리고 사령관께선...]


오르카호에선 부사령관의 연락이 먼저오자 연락을 받아야하나 말아야하나 하고 지휘관끼리 급하게 회의를 벌였었다. 사령관과 라비아타가 없는 지금 부사령관이 돌아오면 그 자가 유일한 인간으로서 저항군의 총수권자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난 몇달간 부사령관을 봐왔고, 그에게 사령관직을 찬탈하려는 야망같은 건 없다고 결론을 내린지 오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총사령관이 되려는 야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쿠데타가 불가능하니 참고 있을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만에하나 그가 음험한 속마음을 품고있다면, 막상 정말로 총사령관 자리에 앉게된다면, 그리고 그가 사령관을 버리고 가자는 명령을 내린다면, 오르카호는 꼼짝없이 그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된다. 


오르카호 간부들이 급한 회의를 걸친 결과, 

마리, 칸, 아스널, 알파, 슬레이프니르, 팬서 6명이 일단 부사령관이라도 데려오자에 표를 던졌고,

레오나, 메이, 용, 콘스탄챠, 페로, 홍련 6명이 사령관을 먼저 데려오기 전엔 부사령관을 이곳에 들여선 안된다에 표를 던졌다.

그리고 그 6대6의 균형은, 부사령관부터 데려오자는 알바트로스의 개입으로 인해 깨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용이 대표로 부사령관의 통신을 받았고, 지금 상황이 된 거다. 이미 그렇게 결론이 난 이상 용은 현재 상황을 사실대로 얘기했다.


[부사령관, 잘 들으시오. 사령관께서 실종되셨소.]


"뭐!?"


"뭐라고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부사령관과 리리스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실종됐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모든 통신이 마비된 사이 철충과 펙스가 작전 기지에 쳐들어왔었소. 혼란 속에 사령관이 실종되어 남은 우리들만 오르카호에 타서 바다로 피한 상태라오.]


"그럼 지금 주인님이 저 위험천만한 적지 한가운데에 홀몸으로 떨어져있다는 소립니까!? 벌써 다치거나, 돌아가셨을지 어떻게...!"


[혼자는 아니오. 라비아타 통령이 사령관과 같이 있을 것이오.]


"그럼 아직 완전히 망한 건 아니군. 라비아타가 옆에 붙어있다면 당장 객사하진 않았겠... 아니, 잠깐.

사령관도 라비아타도 없고, 거기다 나까지 없으면... 지금 오르카호는 사령부가 통째로 증발한 상태인 거 아냐?"


[...정답이오. 현재로선 유일하게 연락이 닿은 부사령관 그대가 통수권자요. 명령을 내려주시오.]


"내가 통수권자라고?"


[그렇소. 그러니 명령을...]


"으 시발 맙소사..."


[...부사령관?]


"아무것도 아냐. 일단 내 쪽으로 배나 비행기 한대만 보내봐. 난민들부터 챙겨야 할 거 아냐. 오렌지에이드? 여기 좌표 좀 알려줄래?"


[이미 통신 신호를 추적했소. 멀지 않은 곳에 있구려. 소관 휘하의 배가... 30분 안에 도착할 것이오. 그럼 기다리고 있겠소.]


사실 호라이즌의 배가 낼 수 있는 속력으론 10분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으나 용은 30분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이유는 아직 부사령관을 완전히 믿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내륙을 살펴보고 오겠다며 정찰나간 스카이나이츠가 귀환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만일 스카이나이츠가 사령관을 발견해 부사령관보다 먼저 돌아온다면, 부사령관이 정권을 쥐고 폭주하는 혹시모를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 내막을 모르는 부사령관은 용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알았다, 이만 끊지. ...쟨 또 왜저래?"


통화를 끊고 패널을 리디아에게 건네준 뒤 주변을 둘러보니 리리스가 머릿속에서 잔뜩 불행회로를 돌리기라도 한 건지 선채로 기절해있었다. 부사령관이 그녀의 얼굴 앞에서 박수를 짝짝 치자 그제야 일어났다.


"야 리리스, 일어나. 집에 가야..."


"주인님!!!"


"...깜짝이야."


눈을 번쩍 뜨자마자 여기없는 사령관을 비명 지르듯이 부르고선 몇번 눈을 깜빡이며 이곳이 현실인 걸 확인하자 도로 입을 열었다.


"당장 주인님을 구하러 가야해요!"


"걔가 어딨는 줄 알고 가겠다는 거야? 무작정 뛰쳐나가봤자 실종자 명단에 니 이름 추가하는 꼴밖에 안돼! 일단 다같이 오르카호로 돌아가서 호위임무 끝마치고 제대로 수색부대 편성한 뒤에 출발해."


"정말로 수색부대를 보내실 건가요?"


"당연하지. 난 사령관 하기 싫어. 사령관이면 일 엄청 많이 해야 하잖아? 걔가 살아서 계속 사령관직에 앉아있어야 나도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리리스는 뭔가 말하려던 것을 참고 그를 흘겨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선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좋아요. 어차피 몇 분만 기다리면 당신을 지킨다는 지긋지긋한 임무도 끝나니까..."


그렇게 얌전해졌나 싶더니 10초도 안되어 자신의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나마 캐나다에 있는 게 어디야, 거긴 따지자면 오메가 영토 밖이잖아."


"부사령관님 이런 분위기에 찬물 끼얹고 싶진 않은데 부사령관님이 전에 오르카호 밖에서 떠돌던 때랑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오메가는 그 뒤로 영토를 확장해서 지금은 캐나다 땅도 오메가의 수중에 있더라고요. 거기도 오메가의 병력이 포진해있는 상황이란 거죠."


"전파탑도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에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요..."


"...큰일났네. 에이, 아니지. 걔 옆에 라비아타도 있는데 수색대가 갈 때까지 버틸 수 있을거야."


"저기... 부사령관님, 저는..."


상황이 얼추 정리되자 유미가 쭈뼛거리며 다가와 그에게 뭔가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저기 형님. 형님한테 전화왔어. 오르카호가 아닌... 신원 미상의 누군가로부터."


"신원 미상?"


"주인님인가요!?"


"모르지. 일단 연결해볼까?"


부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리디아는 통신 화면을 연 뒤 도로 그에게 패널을 건네줬다. 그리고 패널 너머로 들려온 건 몇 번 밖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오랜만이군요, 두번째 인간님. 아니지, 지금은 부사령관이라고 불러드려야 되나요?]


"워매 씨벌."


[다짜고짜 쌍욕이라니, 예의범절은 어디다 팔아먹었습니까?]


갑분싸란 표현이 딱 이럴 때 쓰는가 싶을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주변이 얼어붙었다. 리디아와 리리스는 살기등등하게 카메라도 안켜진 패널을 노려보고있었고 오렌지에이드와 유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당황하고 있었으며 난민들은 두려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상황에도 포커페이스인 건 얼굴이 안보이는 트레저와 포트리스 뿐이었다.



"흠, 실례. 그래 오메가구나 오랜만이다 야. 밥은 먹었고?"


[아뇨. 유감스럽게도 최근 밥먹을 틈도 없을 정도로 바쁘거든요. 집 비운 사이에 왠 좀도둑이 들어와서 난장판을 만들어놓은 덕에 뒷수습하느라 말이죠.]


"저런, 조심하지 그랬어. 누군진 몰라도 참 똑똑한 친구네."


[하, 도둑놈 주제에 참으로 뻔뻔하군요...!]


"뭐 아무튼 간에. 정겹게 대화나 나누자고 전화 건 건 아닐테고, 용건이 뭐냐?"


[또 펙스에서 바이오로이드를 빼가려고 수작 부리는 모양이더군요. 제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아니었어?"


[그 잠수함 밖으로 기어나온 주제에 아직도 당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마지막 기회를 드리죠. 당신의 휘하 병력을 이끌고 펙스에 투항하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보장해드리겠습니다.

만약 말로 할 때 항복하지 않고 무력으로 생포되어 내 앞에 끌려온다면 어떤 꼴이 날 지 알고있겠지? 잘 선택하는 게 좋을거야, 두번째 인간.]


"아따 이 새끼가 회장대리 자리를 주둥이로 쳐먹었나. 와봐 못배워쳐먹은 깡패새끼야, 안그래도 우리 애들이 니 아구창 찜해놨거든? 너야말로 맞고 잡힐지 더 맞고 잡힐지 중에서나 선택해라."


[생각보다 입담이 상스러운 편이군요. 뭐, 거절하리라는 것 쯤은 예상했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곧 찾아가도록 하죠.]


오메가는 제 할 말을 마치자 통신을 뚝 끊어버렸다. 부사령관은 괜히 짜증나서 큰소리 땅땅 치긴 했지만 진짜로 쳐들어오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원작에선 버지니아 주에 가느라 난민 호송 작전을 눈치 못채고 있었어야할 오메가가 어떻게 여길 알아냈는가 의아해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신경쓰이는 점은, 아까 그녀가 말한 '곧 찾아가겠다'는 부분이었다.


"부, 부사령관님, 큰일입니다! 오메가의 병력이 우리를 향해 몰려오고 있어요! 약 10분 뒤에 도착할겁니다!"


안경을 통해 오메가의 병력 배치도를 계속 보고있던 유미가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뭐? 가면 갈수록 미치겠네, 대체 우리 위치를 어떻게 안 거지? 내 패널은 위치신호를 추적할 수 없도록 처리해놨다고 들었는데..."


"...제 안경..."


"응?"


"제 안경이... 펙스의 전산망에 연결돼있으면... 저쪽에서도 제 안경의 위치를 추적할 수가...!"


유미는 자신이 오메가를 불러들였단 죄악감에 말을 끝까지 잇지못하고 사시나무 떨듯 몸을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그거 꺼버릴 수 없어 그럼?"


"안경을 오프라인으로 돌리면 위치 추적을 막을 수 있지만... 이미 발각돼버렸으니..."


"형님, 어떡할깝쇼? 방어 진형 갖추면 됨까?"


"저거 우리 선에선 못막아. 배가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고... 염병, 다른 방법이 없네. 내가 미끼가 될게."


"뭐요!? 형님, 그건 또 무슨 말임까!"


부사령관이 미끼를 자처하자 주변이 일제히 술렁거렸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도 없고 시간도 촉박한 상황인만큼 그는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손에서 벗어난 난민들과 휩노스 병에 면역인 살아있는 인간, 둘을 저울에 올린다면 오메가는 분명 나를 선택할 거다.

물론 나도 죽을 생각은 없어. 오렌지에이드!"


"네, 네!? 부르셨어요?"


오렌지에이드는 오메가가 온다는 말에 패닉에 빠진 난민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 빼던 중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리디아랑 리리스 데리고가서 오메가의 군대의 진로를 틀어볼게. 너는 배가 도착하면 나 기다리지 말고 난민들 다 실어서 냉큼 출발해!"


"저도 가겠슴다 형님!"


"이건 기동성이 필요한 일이야, 너랑 포트리스는 못데려가. 게다가 넌 보호기도 아니면서 몸으로 폭격 막느라 손상이 심하잖아. 먼저 돌아가서 수리부터 받아, 그 다음에 나 구하러 오던가."


"여기서 형님이 사라지면 나중에 어떻게 찾으란 말임까!"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 리디아, 리리스! 날 따라와!"


"알았어. 형님이 가야만 한다면 나도 어디든지 따라갈게."


"저도요?"


"그래, 블랙 리리스 너도!"


"에휴... 난 언제쯤 이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건지..."


"...저도, 따라갈게요."


뜻밖에도 미끼 부대에 동참하겠다고 자처한 건 아직도 다리를 덜덜 떨고있던 유미였다.


"오메가를 더 효과적으로 유인하기 위해선... 위치추적 당하는 중인 제 안경이 필요할테니까요..."


"그럼 안경만 건네주고 넌 오르카호로 가도 되잖아?"


"아뇨, 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제가 꼭 가야만 해요."


"유미, 이건 위험한 일이야."


"위험은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각오했었어요."


"...말다툼할 시간도 아깝군, 알았어. 너도 같이 가자."


"부사령관님, 정말 이렇게 가시려고요? 그럼 오르카호는 어쩌고요?"


"내가 연락을 취하지 못하는 동안은 용이 총지휘권을 맡고 있으라고 전해줘. 최우선 과제는 사령관과 라비아타의 수색, 그 다음은 난민 수용 및 정리, 그 다음이 나를 찾는 거다. 바깥생활 짬밥이 있으니 사령관보단 오래 버티지 않겠냐. 사령관 수색같은 바깥 문제는 용이 총괄하고, 난민같은 집안 문제는 알파가 총괄하면 될거야. 됐지? 가자!"


부사령관은 말을 마치고 나서 리디아, 리리스, 유미와 함께 오메가의 군대가 오는 내륙으로 뛰어갔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오렌지에이드와 트레저, 포트리스, 그리고 난민들은 호라이즌의 배를 타고 오르카호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으나 부사령관 일행은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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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제목인데 그리 쉽게 집에 돌아갈 수 있을리가


현재 라붕이 파티 상태

풀파티 상태로 살아남기 시작하면 난이도가 너무 낮아져서 너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오메가 그리면서 느낀건데 역시 이 그림체로는 위협적인 느낌의 얼굴을 표현할수가 없네

그래서 1부때 일부러 오메가 얼굴 안비췄던건데 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