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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배? 아니, 잠수함이군. 범고래같이 생겼는데."


"관광용.. 이라기엔 잡다한 게 많이 붙었어. 군용인가?"


"인간, 예전부터 생각한건데 원래 군인이었어? 왜 그렇게 잘 알아?"



"총쏘는 거 보면 모르겠나. 이래서 빔보는 쯧."


"너 진짜!"


"진정해, 그리폰. 항상 그러시잖니. 그리고 사령관님도 적당히 해주세요. 나쁜 아이가 아니란 건 아시잖아요?"



"아무리 살던 곳을 떠났다지만 내 집을 터뜨려먹으신 분이 나쁘지 않다면 사탄은 악동 수준이겠군."


"윽.. 그건 미안하다고 했잖아!"



"사과 한 번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면 CSI는 진작에 백수가 됐겠어. 왜? 노인네 찌르고 절이라도 두 번 해보겠나? 어차피 경찰도 없는데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CSI: 미국의 과학수사대. 대충 경찰


"이젠.. 못 참아! 인간 너 나와!"



"난 니 나이만큼 이 일을 해왔다, 애송이. 쏴 봐, 빔보."


"둘 다 그만 좀 하세요!"


"..." "..."


"그리폰!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인간님에겐 최소한의 존중은 하라고 했지! 언제까지 그럴 셈이니?! 너의 그 태도가 불을 지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윽..."


"사령관님! 그리폰 성격 좀 그만 긁으세요! 거기다 지내시던 곳이 망가졌던 건 아까 그리폰이 사과드렸잖아요! 이미 반 정도 풀리셨으면서 언제까지 그렇게 대하실 건가요? 그리고 이번건 아무리 사령관님이라도 도발이 지나치셨어요! 나이도 드실대로 드셨으면서 도대체 왜 그러세요?!"



"큭..."


"이젠 저도 몰라요! 둘이서 알아서들 해결하세요!"



[위이잉]


"히끅! 콘스탄챠가 저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봐..."


"..짐도 콘스탄챠의 저런 이면은 처음 보네. 여성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지만 이건... 화이트아웃이군.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낭떠러지겠어."

*화이트아웃: 주로 눈에 의한 기상 악화로 시야+상하좌우 구분이 안되는 상태


(꿀꺽)


"그나저나 사령관도 의외로 아이같은 부분이 있었군. 꽤 귀엽지 아니한가."


"저게..?"



..


"어떡하지.."



"어떡하긴. 좀 있다 찾아가서 풀어줘야지."


"인간은 걱정도 안돼? 이렇게 위험한 세상에 혼자 나갔는데?"



"과보호가 심하시군. 날아다녀서 그런가? 너보단 똑부러진 애니까 걱정하지마."

*헬리콥터 부모: 자기애 따라다니면서 모든 일에 간섭하는 부모. 완벽하게 대응하진 않지만 마마보이 만드는 맘충 정도. 


"흥.. 손이나 떠는 주제에 허세는..."



"..."


[팅 화륵]


"후우우...."


"인간.."



"왜 그러지?"


"처음 만났던 기지.. 아끼던 거였어?"



"..왜 그런 걸 묻나?"


"그냥.. 사과해도 안 받아주고 계속 화나있으니까.. 뭐 있었나 싶어서..."



"..후우우...."


"..."



"..전에 같이 살던 꼬마애가 있었다. 나이는 끝까지 얘기해주질 않았지만 키는.. 저기 LRL 정도 됐었지. 예전에 한 번 구해준 적이 있었는데, 따라오겠다는 걸 귀찮아서 떼놓고 갔더니 계속 깡통놈들의 습격을 당하더군. 그랬더니 이젠 그때그때 구해주기 귀찮아져서 그냥 같이 다니게 됐다."


"잠깐만, 인간 말고 인간이 또 있었어?"



"말 끊지 말고 그냥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모처럼 질문이니 답해주지. 그 아이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부서져가는 백골 정도였고. 찾는다는 인간이 그런 형태는 아닐거라 보는데."


"그렇구나.."



"아무튼 그 애랑 같이 몇 년 정도 돌아다녔었지. 그런데 나이가 있다보니 점점 돌아다니기 힘들어지더군. 그래서 같이 살만한 곳을 찾았지. 그게 내가 살던 공장단지다."


"잠깐만, 인간."



"너 이 빔ㅂ... 후우... 그래 또 뭐지, 그리폰 학생?"


"왜 그런 곳에 살았어? 늙어서 움직이기 힘든거면 옆에 있던 주거단지 쪽이 낫지 않았어?"



"...하치를 아나."


"뭐?"



"주인을 잃은 하치는 주인이 죽은 줄도 모르고 주인이 떠나간 기차역에서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고 하지."


"인간.. 너 설마."



"...얼마 못 살 인생이라면 같이 살던 사람이 죽었던 자리에서 살고 싶지 않겠나. 하물며 몇 년간 같이 돌아다닌 가족같은 사람이라면."


"..."



"이야기가 끝나니 조용해지는군. 더 할 얘기 없나?"


"..! 그렇잖아! 이런 얘기를 듣고.. 어떻게 말을 하겠어..."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었나 보군."


"..."



[팅 화륵]


"..후우우...."


"..미안해, 저비스."



"..."


"그렇게까지 소중한 장소일줄은 몰랐어. 진심으로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나이먹고 애한테 마음이나 쓰게 하고.. 누구말대로 나잇값 좀 해야겠어..."


"..."



"..미안하다, 그리폰. 이제 지나간 일인데도 마음에 남아있었어. 이제 괜찮으니까 표정 풀어. 나도 풀렸으니까. 사과해줘서 고맙다."


"응..."



"자.. 그럼 우리 마누라 화를 풀어줘야 할텐데, 콘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아나?"


"마누라? 저비스, 너 결혼한 적 었어?"



"..인간이 나랑 꼬마애 하나였는데 결혼은 무슨 결혼. 경찰이 없어도 그건 사형감이다. 마누라는 콘이 하는 말이 비슷해서 한 번 해본 말이고."


"하긴 그렇지? 저 꼬맹이랑 결혼한다니 상상도 안 가네."


"야! 누가 꼬맹이야. 나는 롭스..."



..


"흠.. 이상하군."


"왜? 무슨 일 있어?"


"마치 귀에 불이 난 것만 같군. 이 무슨 일인지.."

*귀에 불 남: '누가 내 험담하면 귀가 간지럽다' 의 서양판. 영어로도 'Ears are burning'


"..난 알 거 같은데."


"무슨 말이라도 했나?"


"아무것도 아니야."



...



'일단 나오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주인님, 제 뒤에 서서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


'뭐야, 저비스. 내 뒤로 몰래 와서. 할 말이라도 있어?'



'그.. 미안하다니까. 그렇게 아끼던 물건일지 몰랐어.'



'물건?! 이게 그냥 물건으로 보여? 이건 예술이야. 어딜 가도 찾을 수 없을걸!'



'넌 돌이 예술이냐? 부서진 것도 아니고 흠집 좀 난 거 뿐이잖아.'



'이거 봐!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잖아! 하긴 가치를 알았으면 건드리지도 않았겠지! 몰라! 나 갈 거야!'



'총도 못 쏘는 게 어딜 간다고 그래. 야!'


..



'그때 어떻게 화해했더라? 나이 먹으니까 기억력이..'


"..하실 말씀 없으시면 먼저 오르카호로 가 있을게요."



'아 젠장 모르겠다'


[와락]



"미안해, 콘스탄챠."


"..."



"이번 일은 내가 너무 볼썽사나웠다. 니말대로 앞으로 나잇값 좀 해야겠어. 그리폰이랑도 화해했다. 앞으로 니 앞에서 언성높여 싸우는 일 없을거야. 약속하지."


"제 앞에서만요?"



"..! 그럴리가. 말이 헛나왔어. 그러니까.. 내 말은... 항상."


"..들고 계신 꽃은 뭔가요?"



"아! 이건 등대 옆에 피어있길래 좋아할 것 같아서 가져왔다."


"보라색 히아신스네요.


..알고 가져오신건가요?"



"무슨 얘기지?"


"후후, 아무것도 아니예요. 어서 돌아가요. 어르신께 바깥바람은 몸에 안 좋잖아요?"



"어... 화 풀린 거 맞지? 콘? 잠깐만 기다려."



'보라색 히아신스의 꽃말은 '미안해요', 그리고...'

.

.

.

.

.


'영원한 사랑'





에필로그


"바보야. 총도 안 가지고 나가면 어떡해. 또 공격받았잖아."



"바보 아니거든? 처음부터 저비스가 내 물건 안 건드렸으면 나갈 일도 없었으니까 저비스가 더 바보거든?"



"알았다. 알았다. 그러니까 이거 받고 좀 풀어주면 안 되겠냐."



"..뭐야 이거. 히아신스잖아. 이런 건 어디서 찾았어."



"너 쫓아다니다 예뻐보여서 가져왔다."



"흐응.. 저비스도 꽤 로맨틱하네? 이런건 어디서 배워온거야?"



"? 뭔소리야?"



"모르면 됐어. 난 착하니까 이거 받고 풀어줄게. 어때, 고맙지?"



"그래그래, 고마워 죽겠다. 가자 배고프다."



"나 달리느라 다리 아파, 목말 태워줘!"



"가지가지한다. 자, 올라가."



"목말타는 건 오랜만인데? 이랴이랴!"



"이런 멍청이! 움직이지 마!"



"멍청이가 아니고 '주디' 거든? 하하하 이랴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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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요. 처음엔 그냥 스토커 잡는 얘기 시작하면 중간에 허리 잘라야 되니까 잠수함 에피소드 어거지로 늘린 거였는데 생각보다 얘기가 너무 이쁘게 끝났습니다. 솔직히 더 건드리고 싶지 않아졌어요. 1, 2, 3편 가져다 단편 애니메이션 만들면 30분동안 이쁘게 나올 거 같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1부끝을 외쳐야겠습니다.


끝났다! 제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