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46314027?p=1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43860477


요약: 평범한 구 인류 사령관


씻고 나서 밤이 깊어갈 때쯤 나는 메이가 보낸 패널을 통해 작전 도중 사망한 아이들에 유품

수집이 끝났다는 보고받고 아스널에게 연락을 걸어 같이 해안 가로 나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메이와 만났다.

어느새 익숙했던 그 감각을 되찾은 듯 더 이상 삽을 들고 무덤을 파는데 주저함은 없었다.

그냥... 옛날 생각을 빠지지 않을 정도만 하면서 땅을 고르게 파기 시작했다 메이는 훌쩍이고 있었고,

아스널과 따라 나온 나이트 엔젤이 내게 자기가 대신하겠다고 말했지만, 왠지 이 일만큼은

 내가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더 느리고 능력도 부족하지만 익숙한 삽질을 반복해서 땅을 팠다.

원래는 사망한 인원 수만큼 파려고 했으나... 2개까지 파자 메이가 더는 그럴 필요 없다고 없다고 해서

그냥 유품들을 반으로 나눠서 옮겨 담고 그 위에 흙을 덮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샤워하고 나와서 그런지, 그저 밤바람이 시원해서인지 찝찝하지도 가슴이 먹먹하지도 땀이 나지도 않았다.

감사하게도 그저 거친 숨소리가 멎어갈 때쯤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무덤 위의 세워 올린 십자가를  비추며 그림자가 지자 흙 내음이 느껴지며 삽을 땅바닥에 꽂고 선 기도했다.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죽은 자를 위해서가 아닌 슬퍼하는 산 자를 위해서...

"고마워. 사령관 "

기도를 끝내고 손을 털고 있을 즈음, 메이는 반쯤 가려진 달빛이 비추는 반쯤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아니야. 내게는 익숙한 일이거든 사람들이 부르면 가서 죽은 바이오 로이드를 데려다가 뭍는 거

가끔은 다른 장소에 똑같은 모델이 있기도하고...  그다음날 같은 자리에 가면 똑같은 녀석이 서 있기도 하지만... "

"사령관 둠브링어의 대장은 그대가 누굴 뭍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그냥 인간이

바이오 로이드를 위해 무덤을 만들어 주는 행위 그 자체의 감사함을 느끼는 거다."

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흙 묻은 손으로 뺨을 슥 닦고선 말했다.

"너희 모두 소중하니까 이거라도 해주고 싶어."

그렇게 말하자 다들 슬픈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다시 오르카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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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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