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쓴 사령관_1화

매크로 쓴 사령관_2화

매크로 쓴 사령관_3화

매크로 쓴 사령관_4화

매크로 쓴 사령관_5화


“드, 드라코. 막아!”


“저걸 내가 어떻게 막아, 바보야!”


“바보?! 너 바보라 했어! 하늘 같은 인간님한테 바보라 했어! 그리고 은근슬쩍 반말도 섞었어!”


대화만 들어보면 평소 함장실에서 나누던 쓸데없는 내용이었지만 처한 상황만큼은 급박하기 그지없다.


“으~! 폭발… 더 큰 폭발이 필요해…!”


돌아가면 하이에나의 소속을 둠 브링어로 변경해보자. 멀미 같은 거 안 하겠지?


“이, 인간님! 이리 와, 알비스가 지켜줄- 뭐야, 이 수갑은?! 왜 바보 하이에나랑 묶여있는 건데?”


“너희 둘은 팀-이니까”


“캬하하하! 뭘 좀 아네, 인간님!”


도대체 언제?!


전보다 홀쭉해진 햄스터를 보고 있자니 마음속만은 평화가 깃드는 기분.


“병신들아, 떠들 시간 있으면 한발이라도 더 쏘란 말이야!”


역시 우리 메이드야. 전투 중에도 입에서 걸레를 놓지 않네.


“대체 몇 발을 쏴야 죽는 거야…”


동족을 포식해 크기를 키운 프레데터는 우리의 공격에도 꿈쩍 않고 큰 팔을 휘둘러 온다. 다행히 거대해진 만큼 느려진 속도가 회피에는 용이하단 정도?


“제~발 좀 죽어라!”


“당신도 얼른 죽어주세요, 좀. 제발!”


이제야 알겠다. 바닐라 오늘 그날이었구나.


어쩐지 예민하더라니, 말을 하지 그랬어.


-콰광!


슬슬 모두가 지쳐갈 찰나, 바닥이 터져나가며 새하얀 거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인간님.』


“엥?! 넌…”


반갑다?


***


“젠장할, 어쩐지 일이 잘 풀리더라니.”


“쾌변은 중요하지. 암~ 나도 오늘 아침에-”


-쾅!


폭연이 사그라들자 근처 컨테이너로 몸을 날린 워 울프가 머리를 헝클이며 일어난다.


“말을 하면 끝까지 들으라고~!”


“잽싸긴…!”


이 방해꾼을 만나기 전까지, 장화의 계획은 완벽했다.


아니, 계획이랄 것도 없이 알아서 사지로 들어가는 일련의 무리를 뒤에서 쫓는 것이니만큼 조금의 피로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방해하지 말고 꺼져!”


“방해라니 섭하네-! 반갑게 인사했는데 대뜸 폭탄부터 던지는 녀석이 세상에 어디있- 아.”


미안, 방금은 못들은 걸로 해줘.


손가락으로 앞머릴 돌돌 마는 워 울프의 표정이 흑역사를 들킨 대학생처럼 머쓱해진다.


“아~아! 아무튼! 우리… 그러니까 뭐라고 불러야 하지? 대~충 파랑새를 찾아 나선 사춘기 소년이 자아 찾기 여행 중이시거든?”


음, 음!


본인이 한 말이 꽤나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이는 워 울프가 말을 이어간다.


“뭐 땜에 왔는진 모르겠지만~ 오늘은 조금 양보해 주지 않을래? 노는 것 같아도 이거 꽤 중요해서 말이야.”


“지랄! 비킬 생각 없다면 됐어. 너도 날려버리면 그만이니까!”


“와~ 씨. 미치겠네. 하이에나가 두 명이야.”


미간을 찌푸리는 워 울프는 곧 양손에 권총을 뽑아 들곤 전투에 임한다.


“정말 괜찮겠어? 이쪽은 두 명이야? 엄청 무서운 저격수 씨가 눈을 부라리고 있다고?”


“하! 이딴 곳에서 저격? 머저리 같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손에 걸린 와이어를 휘두른다. 세밀하게 엉킨 줄을 따라 사방으로 휘둘러지는 붉은 빛의 기류.


“와우~! 컨트롤은 이쪽이 더 위인데?!”


“잠깐이라도 그 입을 다물면-!”


“미안, 미안~ 그래도 초면인데 캐릭터 성은 어필하는 게 예의니까~?”


요리조리 폭발물을 피해다니는 워 울프. 하부에 달린 궤도가 그녀의 신형을 빠르게, 혹은 세밀하게 컨트롤하여 공격 범위를 아찔히 벗어난다.


“쥐새끼도 아니고-!”


역정을 내는 장화 역시 공장이란 공간의 특성상 자신도 폭발에 휩쓸릴 수 있단 사실을 인지하는 상태. 서로의 공격이 좀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맴돈다.


‘이 새끼,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는 속셈인가?’


입술을 짓이기는 장화는 머리를 굴려 손익을 계산해본다.


“지금 너 같은 걸 상대할 시간은 없어!”


“야-! 어디가-! 쾌변했다며?! 이번엔 가벼운 쪽이야?”


진짜 죽여버리고 싶다.


그런 생각을 품고 반대편 건물로 몸을 옮기려는 순간.


-탕!


“…뭣?!”


눈앞으로 날아든 탄환이 바로 옆의 기둥으로 꽂힌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무서운 저격수 씨가 눈을 부라리고 있다고-”


“…”


사실이었나.


사람 두 명이 지나갈 수 있을 만한 넓지 않은 복도와 그 주위를 숲처럼 감싸는 이름 모를 기기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정확히 자신을 노려 저격을 가했다. 그렇다는 건-


“경고- 라고?”


한 발자국 더 움직이려는 장화의 발끝으로 날카로운 총성이 파고든다. 재빨리 무릎을 굽혀 뒤편으로 이동하자 바닥으로 박히는 총알의 모습.


“게임~ 오버-! 더는 도망 못 가?”


설상가상 이쪽으로 총구를 겨누는 경박한 여자가 자신을 주시한다.


“쳇, 아쉽지만 포기해야겠어.”


“누구 맘대로-”


-콰앙!!


방금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폭발이 복도 사이사이에서 터져나간다. 덕분에 기계에서 쏟아져나온 정체 모를 철 가루를 그대로 뒤집어 써버린 워 울프.


“으앗-?! 뜨거, 뜨거, 뜨거-!!”


몸부림치는 그녀가 간신히 자세를 다잡지만 사라져가는 연기 속엔 누구도 존재치 않는다.


“흠- 갔겠지? 솔직히 좀 쫄렸는데.”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면 어떡합니까. 곤란해질 뻔했어요.』


“아하하! 미안, 미안! 그래도 이 방법이 확실하다고. 경험담이니까 믿어도 좋아.”


머릴 긁적이는 워 울프에게 무전을 전달한 발키리가 작게 한숨을 내뱉는다.


『다행히 저쪽도 지원이 도착한 모양이에요. 그런데-』


“무슨 일이야?”


발키리의 고운 미간이 찌푸려진다.


『대장님의 걱정이 사실이었나 보네요.』


그녀의 시선 끝.


사람 하나쯤은 쉬이 들어갈 커다란 시험관을, 일련의 스틸라인 병사들이 휘감듯 보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