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하늘하늘한 원피스요!!"

"오케이! 엑설런트 한 원피스를 만들어 드리겠어요!"


오드리에게 봄은 바쁜 시기였다.

사령관이 개최한 봄맞이 데이트 공모전을 맞이해,

많은 대원들이 자신만의 옷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방 한쪽에 보수로 받은 참치가 쌓여갈수록

그녀의 눈꺼풀을 짓누르는 피로의 무게감이 더해졌다.

하지만 피로는 그녀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자...! 원하시는 옷이 펄팩트 하게 완성됐습니다! 이거라면 사령관님의 마음을 갯 할 수 있으실 거예요!"

"꺄아아아아아!! 너무 예뻐요!!"

"후후후. 부디, 해피한 데이트가 되시길."


옷을 받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대원의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내려가셨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대가를 받고 있기도 했고.


"고마워요 오드리에몽!!! 데이트 잘 풀리면 식사 대접할게요!!"


쿵.


그러나 문이 닫혔을 때.

오드리는 우울해진다.

옷을 받은 대원의 행복과 미소가 머릿속에서 희미해질 때,

그녀의 아쉬움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며 차올랐기 때문이다.


'부럽네요. 저도..... 예쁜 옷을 입고 사령관과 데이트를...'


"오드리 씨!"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베로니카가 들어왔다.


"저, 저도 옷을 한 벌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비장하면서도 망설임이 깃든 눈빛.


'아아....'


그런 눈빛을 볼 때면 오드리는 마음이 다시 단단해졌다.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브콜~~스!! 물론이에요!! 어떤 것을 원하시나요?"

"구, 구원자님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옷으로..!"

"그거야말로 제가 가장 잘하는 거예요! 올~~롸잇! 좋아요 힘내보겠어요!!"


그녀는 남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행복을 느꼈다.

그렇게, 행복으로 기름칠 된 미싱이 돌아간다.








"후....."


오드리는 땀을 닦으며 반쯤 제작된 옷을 보았다.

베로니카의 옷은 아니었다.

이 옷은 누구도 주문하지 않은 옷.

그녀의 것이었다.


'다행히 데이트 기간에 늦지는 않을 것 같네요. 쏘 러키.'


"오드리~"


사령관이 찾아왔다.


"사, 사령관~ 왤컴이에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옷을 하나 만들어줬으면.... 어? 이건 뭐야?"

"아, 지금 제작 중인 옷이에요."

"이거 지금 주인 있어?"

"노, 노~! 아직이에요."


오드리는 거짓말을 했다.

깜짝 놀래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사령관이 여길 찾아온 것도 예상 못한 상황이었다.

데이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바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방문이라 미처 옷을 숨길 여유가 없었다.


"그럼 이 옷 나 주라!"

"예...?"


오드리는 당황했다.


'저를 위해 만들고 있는 건데 어쩌죠....?'


"꼭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안 될까?"


오드리는 사령관의 표정을 보았다.

환한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 속에, 그의 환희가 느껴졌다.


-이걸 선물하면 정말 기뻐할 거야!


그런 감정이 깃든 눈이었다.

남을 기뻐해주기 위한 열정과 사랑.

무엇보다 저 옷에 첫눈에 반해버렸다는 그 사실이.

오드리의 마음을 꺾었다.


"오브콜스...! 물론이에요. 엘레강스한 옷이니, 누구와도 잘 어울릴 거예요."

"고마워."


그렇게 말하면서 사령관은 오드리를 지긋이 보았다.


"...? 왜 그렇게 쳐다보시나요?"

"항상 고생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그가 오드리의 뺨에 입술을 맞췄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그 감촉에 오드리는 확 달아올랐다.

아주 조금, 섭섭했던 마음이 불타 사라지며 환희만이 남았다.


"우후훗..! 언~빌리버블~!! 사령관. 갑작 뽀뽀라니, 베~리 놀랐다구요?"

"그럼 부탁 좀 할게."

"네, 사령관. 최고의 옷을 선사해드리겠어요!!"








그로부터 일주일.

오드리는 옷을 완성했다.

이제 곧 손을 떠나갈 그 옷 한 벌을 바라보며,

그녀는 부드러운 감상에 젖어 있었다.


'이 아이가 누군가의 행복이 되기를.'


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저의 행복이었으면 좋았겠지만요.'


이제 데이트의 기간은 끝나가고 있었다.

옷을 하나 더 만들 여유는.... 아마 없을 터.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고

질투하지 않았다.


"질투란 추해요. 제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시기가 아닌, 부러움. 그리고 만족이니까요.

원래 모두가 만족하는 축제란 없는 법이에요.

누군가가 돈을 쓰며 즐거워할 때.

누군가는 가족과 자식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대체 무엇을 위해 돈을 벌까?

아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만족을 주기 위해 옷을 만들어요. 맞아요. 모두의 만족을 위해...'


그러나,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지?


"......."


갑자기 파고드는 씁쓸한 상념.

오드리는 긴 침묵 끝에 웃음을 흘렸다.


"훗.... 피로가 겹쳤군요. 다크한 생각이 드는 이유의 대부분은 피로에요.

이걸 건네고 쉬어야겠어요. 마침 데이트 시즌도 끝났으니."


이어서, 문이 열린다.


"크흠...! 오셨군요 사령관! 자, 어서 이 뷰~티한 옷을 봐주세요!!"

"음...!"


사령관이 다가와서 옷을 본다.

그는 감탄사 하나 없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옷을 살폈다.


'저렇게나 진지하게....!'


오드리는 놀랐다.

대체 상대가 누구기에 저렇게 공을 들이는 걸까?

어떤 옷이든 만족해하던 사령관의 가벼운 자세가 아니었다.


'부럽네요. 대체 누구를 위한 선물일지....'


오드리는 긴장한다.

사령관이 이렇게 자세하게 검수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긴 정적 끝에, 그가 입을 연다.


"훌륭해."

"후후후. 지니어스인 저에게, 이 정도는... 아니, 자만이었네요.

저 역시 이 옷을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 나오지 않을 걸작...!

하마터면 제 부족한 천재성을 내세우며 이 옷의 가치를 깎을 뻔했어요."


오드리는 싱긋 웃으며 다시 말한다.


"사령관. 부디 행복한 데이트를 보내주세요. 저의 모든 노력이 깃든 옷이에요."

"알았어."


그가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를 본다.


"자, 나갈 준비해줘, 오드리."

"예?"

"날을 잡자. 너와 나. 단둘이. 이 옷을 입고."

"사령관.....?"

"가능하면 오늘이고 싶어. 나, 이제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거든. 너도 그렇지?"

"어머나, 사령관님....."


오드리는 감탄했다.

그녀는 옷을 보고 살핀다.

다시 봐도 정말 아름다운 옷이었다.

올해 그녀의 최고 걸작으로 뽑힐 법한, 그런 옷.


"제가 이 옷을 입으라구요?"

"응."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요?"

"맞아."

"그리고 이 옷을 입고, 사령관 옆에 서는 건가요? 제가? 저, 오드리가?"


사령관이 웃으며 답한다.


"맞아. 오드리. 나랑 데이트하자. 너의 옷을 입고."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행복할 수가.....!!"


그녀는 마네킹이 입고 있던 옷을 확 낚아채 끌어안는다.


"그럼! 바로 갈아입을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사령관!!"

"응."











늦은 오후, 데이트가 시작됐다.

오드리와 사령관은 함께 길을 걷고, 함께 웃고, 함께 떠든다.

두 사람은 그간 쌓인 피로를 연료 삼아 불태우며 행복을 쏟아냈다.


"어머~ 오드리~!! 옷 너무 예뻐요 정말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원이 누군가 했더니, 오드리 씨였네요! 축하해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세요!!"


지나가는 대원들이 둘의 데이트를 축복해주었다.

눈에 띠는 대원들은 모두 사복 차림이었는데,

전부 오드리, 그녀가 만들어준 옷이었다.


길가는 그런 대원들로 한가득이었다.


"굉~장히 복작거리네요. 오늘의 오르카호는!"


오드리가 신이 나서 외쳤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하이텐션이었다.

자신의 옷과 옆에 서 있는 남성의 존재를 느낄수록 더욱 날아올랐다.


"오늘 큰 이벤트가 있거든."

"이붼트~ 어떤 이벤트죠?"

"불꽃놀이."

"오~ 퐈이어 웕! 정~~~말 좋아해요! 패쑌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거든요."

"잘 됐네. 곧 시작되니까 우리도 구경하러 가자."

"오브콜~스! 바로 가요!"


날이 어둑해질 무렵, 두 사람은 공원으로 갔다.


"자~ 이쪽으로 오세요 두 분~"


대원들이 서로 나서서 두 사람을 안내한다.

불꽃놀이가 가장 잘 보이는 명당 자리에 위치한 벤치였다.


대원들이 그 벤치를 쭉 둘러싸는 형태로 섰다.

이쯤 되니, 오드리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모두 저희를 위해 나와준 건가요?"

"저희가 아니라 너. 오드리 너를 위해서."

"저를요...?"

"응. 봄 시즌 어느 누구보다 노력해준 너를 위해 모두 힘을 합쳐서-"


펑-!!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대원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띄운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불꽃놀이는 화려하고 웅장했다.


비록 오르카호의 천장이 있는 공원이지만...

아니, 그렇기에 더욱 화려했다.


천장에는  불꽃놀이를 반사하여 알록달록한 우주가 펼쳐졌다.

그 아래에서 펑펑 터져 나가는 불꽃의 폭발들은

초신성처럼 아름답게 터지며 하늘을 뒤엎고 있었다.


"아아....."


오드리는 감탄했다.


"사령관. 제가 꿈꾸는 세상을 아시나요?"

"글쎄, 어떤 세상인데?"

"저는 세상을 아름다운 것들로 덮을 계획이에요."


가능하면 그녀가 직접 만들어낸 옷으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당장 이루어내기 어려운 꿈이다.

예쁜 옷을 수억 개 만들고, 그 수 억의 인파로 세상을 뒤덮는다라....

아름다운 만큼의 난이도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그 꿈의 절반을 이루었다.


"그런데 저걸 보세요. 사령관."

"응.


"저는 저렇게 아름다운 걸 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화려하다니.

하늘은 불꽃이 수를 놓고, 그 아래는 가장 아름다운 이들이 주변을 가득 메웠네요.

이렇게 제 꿈에 가까이 다가간 날은 처음이에요."


"난 더 아름다운 것도 보고 있는데."


사령관이 능글맞은 투로 말한다.


"어머...."


오드리는 살짝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게 저라는 한 물 간 멘트를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크흠..."


사령관은 움찔했다.


"가장 웅장한 불꽃놀이 아래,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은, 가장 화려한 너잖아."

"바보 같은 사람. 센~스가 없군요. 제가 한 수 가르쳐 드리겠어요."

"크흠.... 좋아. 기대할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죠."


그녀는 사령관의 뺨을 쓰다듬는다.


"사령관님의 패션은 이미 완성되어 있네요. 저의 도움 없이도."

"얼굴을 많이 밝히네....?"

"후후후. 맞아요, 저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니까요."


그녀가 사령관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뺨, 코, 눈, 입술을 순서대로 손가락이 훑고 지나간다.


"그러나 제가 보는 얼굴은 단지 이 외면의 것이 아니에요.

당신이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한들,

갑자기 변심하여 뚱뚱하고 추한 몸으로 들어가시거나,

소년의 몸, 또는 노인의 몸을 하셨더라도,

저는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얼굴과 관련 없는 거 아닌가?"


"꼭 그렇지도 않아요. '당신의' 얼굴이라는 게 중요하니까.

아시겠나요, 사령관? 제 아름다운의 기준은 바로 당신이에요.

제가 옷을 제작할 때, 항상 당신을 떠올리죠.

이 옷을 좋아해줄까? 이 옷을 마음에 들어 할까?

그런 고민을 할 때 제가 고려하는 대상 0순위는..

항상 당신이었어요."


그녀가 얼굴을 가까이한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 절 선택해주어서 기뻐요."


두 사람은 화려한 불꽃 아래서 입을 맞춘다.








"자~ 두 분 만족하셨나요? 어머나..."


불꽃놀이가 끝난 후, 대원들이 벤치로 모여들었다.

그 자리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를 꼭 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


"어머."


오르카호의 봄맞이 데이트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남기고 종료됐다.






--







사복 대회 문학도 참가되는 거 이제암







링크 모음 링크 모음집

트라우마 극뽁? 해피엔딩들 모음

감성 모음

병맛 모음 

야함 모음

훈훈, 달달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