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화 2화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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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 결과, 화면에 보이는 이쪽 부근의 경계가 허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그럼 유격대를 조직해서 제국 내부로 들여보내되, 그 부근을 피해서 보내도록 해."


"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지금의 상대는 철충같이 멍청한 놈들이 아니라는 걸 왜 매번 잊어버리는 건지.

참 답답할 따름이다.


"마리가 경계선을 허술히 관리하는 걸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나?"


"물론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국 내부는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군의 방비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쯧, 이래서 대전쟁 시기를 겪어보지 않은 애송이들은 안 된다.

유능한 작전 참모를 구하기란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영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가 평범하거나 무능한 지휘관이라면 그렇겠지. 제국 내부의 혼란은 극심한 수준이니까."


"하지만 우리와 싸우고 있는 녀석은 평범하지 않고, 무능하지도 않아."


"대전쟁 시기, 오르카 저항군은 지금 제국의 혼란 따위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만큼 궁지에 수없이 몰렸었지."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마리가 지휘하는 부대는 단 한번도 경계를 소홀히 한 적이 없어.

그런데, 고작 이 정도 혼란으로 그 녀석이 지휘하는 군대에서 경계가 허술해졌다고?"


"그만큼 명백한 함정도 없겠지. 저곳으로 군을 보내는 건 멍청한 짓이야."


"알아들었으면,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지."


하지만,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졌다.

대전쟁 시기를 겪지 않은 녀석들은 그렇다고 쳐도, 이쪽에는 그 시절을 헤쳐나온 역전의 용사들이 수없이 많다.


게다가 나 자신부터가 그 중 하나지 않은가?

마리라면 이쪽이 그런 허술한 함정에 빠질 리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리는 이런 식으로 계책을 쓰거나 기만술로 전쟁을 수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장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말에, 상념에 잠겨있던 나는 깨어났다.


"뭐지?"


"현재 제국 내부에서는 앵거 오브 호드의 테러 행위가 계속되어 행정 체계가 마비되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 오르카 시절의 영웅들 역시 공화국으로 대거 유입되지 않았습니까?"


"혼란스러운 상황에, 주 전력까지 대부분 빠져나간 제국을 상대로 어째서 국지전이나 유격전만을 진행하시는 겁니까?"


"첩보에 따르면 군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열되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제국과의 전면전을 치르겠습니까?"


"마리의 정치적 능력은 미지수라지만, 제국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고 군부의 의견을 통일하면 그때는 늦습니다."


"공화국에 가세한 영웅들을 중심으로 군을 편제하여 진군한다면, 이기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원론적으로는 모두 맞는 이야기다.

단지, 실행할 수 없을 뿐.


"네 주장에는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세 가지 있어."


"마리는 전면전에 있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지휘관이야. 그렇기에 전면전을 개시할 경우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설령 이기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입겠지. 이게 첫 번째야."


"우리가 사령관의 유지를 잇는 정통이기는 하지만, 제국에 명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야. 제국에는 선제께서 남기신 핏줄이 황제로서 군림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그분이 직접 전장으로 나오신다면 크게 불리해질 수 있어. 이게 두 번째야."


"마지막으로, 오르카의 병력들은 이번 전쟁에 기용할 수 없다. 내부 수비를 맡겨야 해."


내 말을 들은 녀석은 책상을 쾅 치며 일어서 외쳤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가 없습니다!!"


"지금 군을 크게 일으켜 제국을 치지 않는다면 제국은 결국 언젠가 안정될 것이고, 그때 전면전을 치른다면 승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패할 것입니다!"


"게다가 2대 황제는 군사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준 적이 없지 않습니까? 군사적 능력이 아니라 명분의 문제라 하더라도, 저희는 애초에 '2대 황제'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입장에서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게다가 그 시절의 영웅들을 기용하지 않으시겠다니, 언어도단입니다! 그들만큼 전쟁에 익숙하고 노련한 전력이 어디에 있다는 말씀입니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


"조용."


나는 차갑게 말을 끊었다.

어차피 이 녀석에게는 설명해줄 수도 없고, 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전면전은 정말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 위험성 큰 도박은 하지 않는 게 최선이야."


"우리의 전략은 칸을 은밀하게 지원하고, 우리 역시 유격대를 파견해 제국을 안에서 흔들어 자멸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마."


"또한 최고 수준의 기밀이라 말해줄 수는 없지만, 오르카의 영웅들을 기용할 수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하지만 마찬가지로 여전히 제국 내에 남아있는 영웅들 역시 우리와의 전쟁에 기용되지는 않을 거야. 내가 장담하지."


녀석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더 이상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다음 소집까지 대기해."


나는 회의를 파한 뒤, 복도로 나와 천천히 걸었다.

내 뒤에는 발키리가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 녀석같은 의견을 가진 인원이 많은 편이야?"


"강경파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크게 틀린 것도 아니니, 동조하는 자가 적지 않습니다."


역시 그런가.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렇군. 하지만 달링의 유지를 잇겠다며 들고 일어난 공화국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겠지."


"강경파인가... 대부분 제국의 성립 이후에 만들어진 녀석들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래. 일단 조금 더 지켜보고, 회유도 해봐. 그래도 변하지 않는다면... 조치를 취하도록."


"알겠습니다. 오르카에 있던 인원은?"


"그쪽은 어쩔 수 없지. 그냥 둬. 어차피 몇 명 되지도 않을 테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걸음을 옮기며 다음에 대해 생각했다.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계획은 언젠가 반드시 완수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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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입니다. 드디어 종강을 했기 때문에, 오늘부터는 하루에 한 개씩 연재됩니다.

다만 일신상의 사정이 있는 날은 연재되지 않고, 다음 날 두 개 연재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