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나와 사령관이 오르카호에 돌아온 지 오늘로 사흘째...



사령관은 더 쉬어야 한다길래 오늘부터 그 새끼가 해야 할 업무를 전부 내가 떠맡게 됐다 이런 씨벌


떽. 말 이쁘게 하거라.


아니 곧 은퇴하겠다는 사람한테 이렇게 일거리 폭탄을 던져준다는 게 말이 돼? 심술부리는거야 뭐야?


좋게 생각하세요 부사령관님. 주인님의 업무를 당신 손에 맡기는 데 모두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 부터가 당신을 신뢰한다는 뜻이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할 거 왜이리 많냐? 뭐부터 해야 돼 이거?


뭘 이정도 가지고. 이건 오전업무니까 점심식사 전까지 끝내두셔야 해요.


...이래서 내가 높은 자리에 앉기 싫다는겨.


권력욕이 없으시다니 정말이네요.


일하기 싫을 뿐이야. 책임지는 것도 하기싫고.


허나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느냐! 첩이 곁에서 성심성의껏 보좌할테니 그대도 기운내거라.


저도 도와드릴게요. 앞으로 일주일간 잘 부탁드려요 부사령관님.


잠깐만, 일주일이라니 그게 무슨소리냐. 하루이틀만 사령관 대타로 뛰면 되는거 아니었어?


아뇨.


 

...그 새끼 좀 보러 가야겠다.


오늘치 일부터 끝내고 가세요. 자요, 중요한 순서대로 서류 정리해놨어요.


고마워요 유미 양. 일처리가 정말 똑부러지네요. 저희쪽 유미도 이랬으면 좋겠는걸요?


알파님이 오메가처럼 조금이라도 실수할 때마다 싸다구 갈긴다면 그 유미도 저처럼 될걸요.


아... 미안해요. 제가 실언을 했네요.


괜찮아요. 다 끝난 일이니까.


분위기 뻘쭘해졌잖아 어쩔거야...


웃자고 꺼낸 말이었는데...


근데 이거 넷이서 오늘 안에 다 끝낼수 있긴 해? 도와줄 사람 더 없어?


콘스탄챠 비서실장은 주인님 시중 들어야하고, 아르망 추기경은 다른 데서 오르카호 정상화시키는 중이고, 오렌지에이드는 무슨 라디오 방송 하겠다고 하던데요. 불러올까요?


됐어, 지 할 일 하게 냅둬 그냥...


과로는... 익숙하니까...


음?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있구나.


그거 사령관이야?


아니다. 이 거침없고 당당한 보폭으로 보아...


실례하겠네!


...아스널, 문이 있으면 노크 좀 해라. 사령관이 있을때도 그리 불쑥불쑥 들어오냐?


물론이네. 나는 방 안에 불쑥 들어오고, 사령관의 것은 내 안에 불쑥 들어오지. 


...?


그리고 뿌리 끝까지 집어넣으면 이번엔 내 하복부가 불쑥 튀어나오는데...


...???


...내가 무슨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건지 모르겠군. 


아무튼, 여긴 어쩐 일이야? 사령관을 찾아온 거라면 걘 아직 입원중이야.


오늘은 부사령관 그대를 보러 왔다네.


 

그래? 나한테 무스으아악!?


(아스널이 부사령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가슴을 만지게 하자 부사령관은 기겁하며 손을 뺐다.)


무무무무슨 짓이냐!?


어머...


...!? ...!!?


그대의 진솔한 고백 영상을 봤다네! 그동안은 그대의 체면도 있고하니 그대에게 추파를 던지는 일은 자제했었다만, 그대의 숨겨진 여린 면모를 보자 정성껏 보듬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어떤가? 오늘밤은 내 몸에 모든 걸 맡겨보지 않겠나?


싫어!


훗, 예상대로 거절하는군. 남의 여자에겐 손대지 않겠다는 것이지? 역시 그대는 상냥하다.


알겠네. 그대의 의사를 존중하겠네만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지. 아, 걱정말게. 내가 그대를 직접 따먹겠다는 뜻이 아니니까 말일세.


 

또 뭘 하려고?


자네를 따르는 난민 출신 바이오로이드 중에 바바리아나가 있었지?


그으러언데에...?


그녀에게 내 모든 밤기술을 전수하도록 하지.


이런 미친...! 아스널 대체 뭔 짓거리를 하려는거야!?


그녀는 호쾌하고 걸걸한 겉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밤에 약한 편이라서 고민이라고 하더군.

섹스를 원하는데도 쉽사리 섹스하자고 말할 수 없다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넌 좀 가려서 말해!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녀에겐 남자를 휘어잡을 재능이 있네. 그래서 내 친히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했지! 조만간 나의 테크닉을 이어받은 내 분신이 자네를 따먹을걸세!


아스너어어어얼!


하하하하! 수련의 성과를 기대해주게나!


(제 할 말을 마친 아스널이 방을 떠났다.)


...저 분 항상 저래요?


으음... 그런 감이 적잖아 있긴 하지...


...이제 일 시작했는데 벌써 피곤해지는 느낌이네. 방에 가서 드러눕고 싶어...


부사령관님.


나도 알아. 말이 그렇다는거지 누가 진짜로 한대나... 근데 전에도 누구랑 이런 대화를 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 그래, 리리스. 


여기 돌아온 뒤로 걔 한번도 못봤는데 걘 또 어디 있는거야? 사령관 병실 앞을 지키는 컴패니언 중엔 없던데.


어... 그게...


그래그래, 보나마나 밀착 경호한답시고 사령관이랑 한 방에 있나보지. 그것도 사흘내내.


어어... 그렇긴 한데...


왜, 이번엔 문자 그대로 사령관 몸에 딱 달라붙어서 '밀착' 경호라도 하고 있나?


...그렇다고 해두죠.


...걘 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그대여, 또 누군가 오고있다. 보폭으로 보아 어린아이로 보이는구나.


어린애?


후, 후, 후! 권속 2호여!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의 현신이니라! 고개를 조아리고 예를 표하거라!


아 좌우좌구나. 안뇽.


지, 짐은 좌우좌가 아니라 진조의 공주!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이다! 어서 짐의 부름에 응하거라! 위대한 모험이 우릴 기다리고 있니라! 


저기 미안한데... 내가 지금은 좀 바쁘거든. 다음에 놀자.


우잉... 다들 바쁘대. 에이미도 바쁘고 알비스도 바쁘고... 권속은 만나러 갈 수도 없고...


안드바리랑 술래잡기나 할까? 창고에 가서 참치캔 조금만 훔쳐서...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거 같은데. 지금 안드바리가 많이 예민해져서 안그러는게 좋을거야.


그치만 심심하고 외롭단 말이야... 사령관도 부사령관도 돌아왔는데 왜 혼자 놀아야 하는거야...


흠...


좋은 생각이 있어. 점심 먹고나서 찾아와.


앗! 그 때 놀아줄거야?


부사령관님. 저흰 해야 할 일이-


걱정마, 잠깐이면 될 테니까.


잠깐동안만 놀아주는 걸로 저 아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느냐?


내가 놀아주려는 게 아냐. 걔가 할 일이지.



*



주인님. 부사령관님이 왔습니다. 면회를 요청했는데요...


아 그래? 들어오라고 해줘.


나 이미 들어왔거든.


사령관! 사령관!


어라, LRL도 왔구나! 


나, 사령관 무지무지 보고싶었어! 여태껏 다른 사람들한테 밀려서 사령관 얼굴도 못봐서 엄청 아픈건가 했는데... 어디 아프진 않아? 몸은 괜찮아?


그럼그럼, 건강하고야 말고. 걱정끼쳐서 미안해.


근데 어떻게 들어온거야? 배틀메이드랑 컴패니언이 문 앞을 철저히 지키고 있지 않던가?


그냥 뚫고 들어왔다.

내가 너 다음으로 계급이 높은데 지들이 뭘 어쩔겨.


후훗, 아직 부사령관직에서 내려오지 않으셔서 다행이네요.

어서오세요 부사령관님.


오, 라비아타도 여기 있었구나. 안녕.


아무튼 사령관, 잘 쉬고있냐? 몸 좀 나아졌으면 슬슬 복직하시지, 니가 해야 할 일을 동침 빼고 다 내가 커버하고 있는데.


주인님은 바깥에서 돌아온 지 이제 사흘째에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선 좀 더 안정을 취해야 하요.


쟤는 밖에 2박3일 밖에 안있었잖아, 내가 쫓겨나서 열흘간 고생하다 돌아왔을 땐 다음날 바로 부사령관 일 시작했는데. 


말이 부사령관직이지 실제론 거의 일 안하면서 지내셨잖아요?


...하여간 사령관 관련된 거면 한마디를 안져요.


저기 콘챠, 나도 슬슬 일해도 괜찮을거라 생각해. 몸도 괜찮은 거 같고 내일부터 도로 복직할까 생각하는데.


그렇지 그렇지


안돼요.


단호하기는...


그나저나 리리스는 어디있냐? 분명 니 옆에 찰떡같이 붙어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보이네. 설마 또 환풍구에 들어가있는 건 아니겠지?


리리스라면 여기있어.


(사령관이 자기 가슴팍까지 덮고있던 이불을 들추자 그의 몸을 끌어안은채 밀착해있는 리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으으읍... 하아아....


쥬인님... 리리스는 너무 행복해요오오...


저... 저게 대체 뭐하는 거야...?


 

완전히 츄르 빤 고양이구만. 나랑 같이 다닐때는 한번도 웃은 적이 없더만. ...화낼 때 빼고.


으응...? 


아, 당신이군요. 제게 볼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딱히. 그냥 안보여서 찾아봤을 뿐이야.


...


후후후... 우후후후후...


...왜? 이번엔 또 뭔데?


원래는 제가 주인님의 정실이 되고 제 사랑스런 동생들은 주인님의 첩이 되어야 하지만... 훗날 새로 복원될 제 자매 중에 당신을 모시고 싶어하는 아이가 생긴다면 기꺼이 결혼까지 허락해드리죠.


(리리스가 제 주인이 아닌 인간에게 보낼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


그렇게 되면 내가 네 매부가 되는 건가? 뭐... 그래, 예비 가족으로 인정해줘서 고맙네.


...령관아 이제 그만 이불 좀 도로 덮어라, 보기 뭣하다.


네~ 착한 리리스는 도로 특급밀착경호 들어갈게요~


그래서, 쟨 사흘내내 너랑 허그하고 있는거야? 귀엽기도 해라.


그... 응... 오늘은 허그만으로 붙어있지...


 

마치 어젠 다른 방법으로 달라붙어있었다는 것처럼 말하네.


...어...


...니들 설마 어제 하루종일 결합된 채로....


부사령관님.


뭐야, 뭔데? 콘스탄챠, 내 눈이랑 귀는 왜 막아?


 

어이쿠.


어흠, 흠! 그보다, 너는 그냥 안부만 물으러 온 거야?


오늘 오전동안 처리한 일 중에 중요한 일 보고한다는 명목으로 들어왔지. 실제로는 좌우좌가 너 보고싶어하길래 데려다주러 온거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장 너랑 라비아타한테 얘기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 있긴 하더라고.


그래? 어떤건데?


에바한테 부재중 전화 와있더라.


에바? 에바 프로토타입이!?


응. 연락해보니 스발바르 제도가 현재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니 당분간은 거기 정착하라던데.


스발바르 제도?


유럽 북부의 북극해상에 위치한 군도에요. 그곳은 수십 년간 고립되어있던 땅일텐데...


거기 기억의 방주라는 것도 있다는데, 자세한 건 가봐야 알 것 같아.


아, 참고로 라비아타는 빼고. 너는 철의 왕자의 유적으로 가라던데?


철의 왕자의 유적? 이제와서 거길 왜?


몰라, 그건 말 안해줬어. 원래 비밀이 많은 여자잖아.


기껏 북미대륙에서 떨어졌는데 또 거길 가야한다고...


어차피 니가 요청한 일 때문에 또 수색팀 보내러 갔어야했어. 그 폐광의 더치걸 시신 9구 회수하고, 거기 같이있을 토미 워커도 복원해보게 메모리 모듈도 챙겨오고 하느라.


그야 그렇긴 하지만, 철의 왕자의 유적은 특히나 위험한 곳이잖아.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른다고. 안그래도 철충이 이상행동을 보이고있는 지금이라면 특히나 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야하는 거 아닐까? 철충끼리 내전을 벌이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아니면 적어도 힌트라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흠... 라비아타, 네 생각은 어때?


에바의 목적을 파악할 수 없는 이상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녀는 저희에게 거짓 정보를 흘린 적은 없었어요.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줬던 것도 사실이고요.


가겠습니다. 지금 출발하면 될까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긴 한데 무리하진 마. 그리고 혼자가지 말고 칸이랑 같이 가. 뭐가 있는지 후딱 보고 빠져나와야 하니 기동성이 필요할 것 같아. 스트라이커즈랑 호드 애들도 데려가고. 식량이랑 무기, 탄창 그런 것도 잊지말고 잔뜩 챙겨.

(원작에서도 9지역 막바지에 라비아타랑 칸을 보냈으니 뒤늦게라도 이렇게 해야 역사가 덜 꼬이겠지...)


근데 어쩌다보니 사령관이랑 같이 나갔던 대장 둘이서 또 나가게 됐네. 연속으로 고생시켜서 미안.


문제없습니다.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콘스탄챠, 내가 자리를 비울 동안 자매들과 함께 주인님을 보필해주렴?


알겠어요 언니.


그리고 부사령관님, 그동안 오르카호를 부탁드릴게요.


나 곧 은퇴할거라니까?


아직은 아니죠.


...그래 알았어, 거 참. 그리고 추가로 에이다는 다시 통신복구됐으니 그 쪽은 안심하고. 장화랑 걔 친구한텐 임시 신분증 만들어줬다.


장화랑... 아, 천아?


*


그래서, 그 인간이랑 같이 나가있는 동안 진도 좀 뺐냐?


그럴 여유 없었거든...


킥, 븅신. 기껏 경쟁자 다 떼어낸 기회였는데 그걸 못살리네.


너 이... 으휴, 말을 말자.


...


그리고 꼬맹이 듣는 앞에서 욕 쓰지 마.


아... 난 괜찮은데...


이욜~ 우리 장화 이젠 언니 노릇이라도 해보겠다는 거야? 많이 컸네~ 이 언니가 다 자랑스럽다 야.


너 나가 그냥.


아, 왜애~


*


걔내 둘은 나중에 니가 정식으로 오르카호 대원으로 임명해줘.


그냥 니가 해줘도 되지 않아?


나보단 니가 직접 해주는 걸 더 좋아할걸. 장화가 뭣때문에 널 따라왔겠니.


아... 그렇군...


사령과안~ 놀자~ 사령관이랑 같이 볼 책도 가져왔단 말이야~


그럼 난 먼저 가볼게. 할 일이 산더미같이 남아있거든.


너도 고생하네. 내가 뭐 해줄 거라도 없어?


나중에 알파한테 칭찬이나 해줘라. 남은 일거리 양 보니까 걔 아니었음 오늘 밤 되도 퇴근 못하게 생겼어...



*



으어어... 드디어 끝났다아... 


수고했어 형님.


꺄하핫, 어서와!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다고!


오, 다들 여기 모여있네. ...왜 여기 모여있지? 여긴 내 방인데.


근데 리디아 너 머리 묶었네? 포니테일로 이미지 체인지하려고?


그냥 이게 편해서 묶은 거 뿐이야. 진작에 이럴걸.


 

단발로 자르는 게 더 편하지 않아?


내가 누구때문에 머리 기르고 있는건데... 다른 브라우니랑 구분하기 쉬우라고 이러고 있는 거잖아. 안그래도 우리쪽 포츈이랑 저쪽 포츈도 잘 구분 못하면서.


...커흠흠 아따 날씨좋다


여긴 잠수함 안이야, 형님.


그건 그렇고, 왜 다들 내 방에 모여있는 거야? 내가 모르는 약속이라도 잡았어?


뭘 당연한 걸 물어? 보스 보고싶어서 왔지~ 


그런데 생각보다 늦었네, 일이 그리 많았어?


요새 유미랑 트레저 썸타길래 둘이 이어주려고 유미를 정시퇴근시킨게 화근이었지...


그러게 첩이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했잖느냐.


흐응... 우리 형님이 많이 지친 모양인데...


기운 나게 하려면 우리가 뭘 해줄 수 있을까~?


하렘섹스?


하렘섹스!


예쓰! 형님 따먹자!


잠ㄲ, 뭐?


자 자, 걱정 안해도 돼. 형님은 안움직여도 되니까 누워만 있으라고.


아니 진짜로 나 체력 없다고, 내일도 일해야 한다니까!?


괜찮아! 딱 한발만 뽑을게!


거기에 곱하기 4!


 

아, 안돼...!


돼!


















(다음날)


...목덜미에 그거 설마 이빨자국이에요?


묻지 마...


대체 하룻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니 쪽은 플라토닉인걸 다행으로 여겨라...



칙칙폭폭, 다음 정거장은 스발바르 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