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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씨,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아무것도.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자신의 일 일부를 내게 떠넘긴 상대에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고개를 든 나는 위엄한 얼굴로 공중에 떠있는 아자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것의 보라색 눈동자는 내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것은 내 마음속을 완벽하게 읽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알겠습니다. 오늘 먹은 점심이 맛있었다고 생각하신 거죠?”

 전혀. 오늘 점심이 맛이 있었다고? 그 햄버그가? 푸석푸석하고 질척질척한 그 햄버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묘사로 보이지만 사실이었다. 기름은 커녕, 대두단백으로 만들기라도 한 듯한 맛없는 고기 위에 부어진 소스는 만든지 며칠이라도 된 건가 액체 소스가 아니라 고체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영국 음식이 다 그렇지. 그렇게 말할 것이었다. 맛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그래도 그걸 감안하더라도 그 햄버그는 너무나도 맛이 없었다. 차라리 템즈강변의 노점상에서 먹는 피쉬 앤 칩스가 음식처럼 보일 것이었다.

 교단 놈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직원식을 그렇게 만드는게 말이 되나. VIP들 상대로는 유명 쉐프까지 초청하면서. 회사에서 공짜로 주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누가 이 밥이 회삿돈으로 먹는 거라 했지? 내 돈으로 사먹는 밥이었다. 급여의 전부가 교단의 헌금으로 들어가는데도 말이다.

 ‘식사 전, 빛에 대한 기도를 합니다.’

 기도는 씨발.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이 놈들은 이 밥이 빛에 대한 모욕밖에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이런 밥이라도 감사하게 여길 머저리들만 있는 것인가. 이런 밥만 먹으며 살아와 이 햄버그를 먹고도 점심이 맛있다는 개념을 떠올릴 수 있는 아자젤이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는 점심에 대한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땡. 아자젤은 이번에도 내 마음을 읽는데 실패했다.

 “또 틀렸나요.”

 그나마 아자젤이 읽을 수 있는 것은 내 표정이었다. 그것은 수시로 내게 물어봤다. 무슨 생각을 하냐고. 그것은 내 마음을 읽고 싶어했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실패했다.

 내 마음을 읽어낸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실토했다. 우연이라고, 내 마음이 아닌 다른 것을 통해 내 마음을 유추한 것이라고. 그것은 실망한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

 마음이 읽히는 것. 나로썬 이뤄져선 안될 일이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아자젤이 알아내게 할 수 없었다. 매번 아자젤이 내 마음을 읽으려 할 때마다 나는 긴장을 했다. 만일 그것이 내가 교단에 온 이유를 알게 된다면. 내 목적을 알게 된다면.

 그러면 나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게 되겠지. 아자젤의 보조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아자젤의 옆에 있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 목숨의 위협도 받을 수 있다. 수많은 유력가를 휘어잡은 코헤이 교단이었다. 탐정 하나 담그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

 “어째서 에릭 씨의 마음은 읽기가 이렇게 힘든 걸까요. 분명 이번에는 맞았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 말, 매번 했어요.”

 아자젤은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 내 마음을 이번에야 말로 읽었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진짜 내 마음을 읽었다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다는 듯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확실했어요. 그러면 에릭 씨는 그 고기가 맛이 없었던 건가요?”

 “맛있었어요?”

 “네. 물론입니다.”

 “…”

 그래, 그렇겠지. 우물안의 개구리는 우물 안의 고인 물이 맑은 물이라 생각할 테니.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문을 열고 검은 날개의 바이오로이드가 들어섰다.

 “아자젤, 준비해.”

 칠흑 같은 어두운 옷을 입은 바이오로이드는 아자젤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노려보았다. 그것의 보라색 눈은 아자젤의 것과는 달리 눈에서 불이라도 이는 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자젤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을 읽으려는 모양이었다. 엔젤 엔젤 아자젤. 아자 아자 아자젤이었던가.

 “아자젤이여, 이 자는 누구인가?”

 검은 머리의 바이오로이드는 내가 못마땅하다는 듯한 눈빛을 지었다. 저기요, 나는 교단의 신도라고요. 잘 대해줘야 하는 거 아닌지요.

 “제 일을 도와주시는 신자분입니다. 그리고 사라카엘, 굳이 이렇게 찾아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갈 시간이 된 건 저 역시 알고 있으니까요.”

 나갈 시간. 그 말에 나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4시까지 30분 남은 상황이었다. 수요일 오후 4시, 평일 예배가 있는 시간이었다. 수요일 오후 4시에 예배라니, 평범한 사람들은 오지도 못할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예배당은 언제나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교단의 심판자로서, 지각은 용납의 범주 밖에 있는 일이지. 그럼 늦지 않도록. 그리고 신도여, 오늘의 예배는 아주 재밌을 것이네. 아니지, 이렇게 말하면 안되겠지. 아주 영적인 놀라움이 가득한 예배가 될 거네.”

 사라카엘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방을 나섰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아자젤을 돌아보았다. 예배에서 무슨 일이라도 하는 것인가? 나는 라미엘을 떠올렸다. 모두의 외침속에서 처절하게 불타며 죽어가던 그 불쌍한 바이오로이드. 그런 일을 또 하는 것인가? 매주 죽어가는 라미엘로도 부족해서 더 많은 바이오로이드를 죽이려는 것인가? 그리고 그걸 빌미로 신도들의 돈을 더 뜯어낼 생각인 것인가?

 그 의문은 아자젤을 보자 사라지고 말았다. 아자젤이 모든 옷을 벗은 것이었다. 알몸이나 다를 바 없는 옷이었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자젤의 모습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름답고 완벽한 몸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나체를 드러냄에 있어서 부끄러움 하나 없다는 듯, 자신의 음부를 가리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에릭 씨. 저와 함께 가시죠. 빛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가지신 분이신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자젤은 나를 보며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지금 에릭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네요. 제 몸을 보고 반하신 거죠? 물론 이건 생각을 읽을 필요도 없지만요.”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바이오로이드는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하게 만든 결과물이었다. 그 모습에 흠이 있는 것이 더욱 이상한 것이겠지.



 “빛이시여! 오늘 이 자리에 그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신도들이 모였는가를 보소서! 세상의 그 무엇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이 신자들을 보소서!”

 평소의 예배때와 마찬가지로 지부장의 설교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그 설교를 다른 신도와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아 보는 것이 아니라 무대의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자젤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무대를 담당하는 직원 중 아는 사람이 없었던 나는 조용히 기둥에 기대고 서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 것이었을까. 내게 무엇을 시키려는 것이었을까. 아자젤은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알몸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무대 윗쪽을 향했을 뿐이었다. 나를 혼자 이곳에 두고.

 예배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평소에도 듣지 않았던 설교는 더욱 더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시선은 아자젤이 내려올 무대 윗편에 향해있었다.

 “오늘 빛께서 가라사대, 그대들에게 권능을 보여주겠노라! 그렇게 가라셨습니다! 여러분께 빛께서 권능을 보이십니다, 기적을 보이십니다! 빛께서 아자젤을 통해 기적을 보이십니다!”

 지부장이 손을 하늘을 향해 뻗자, 빛의 기둥 위에서 아자젤이 커다랗고 흰 날개를 펼치며 내려왔다.

 “빛을 찬양하라! 빛을 찬양하라! 그리고 보아라! 빛께서 우리에게 내리시는 권능을! 빛께서 그대들에게 주시는 사랑을!”

 아자젤은 위엄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엔젤. 사람들은 그렇게 외쳤다. 엔젤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일까 슬슬 궁금해지던 시점이었다.

 “뭐하는가. 대리자의 보조여. 그대가 나갈 차례다.”

 어느새 사라카엘은 내 뒤에 서있었다. 그것의 웃음에서는 인자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의 얼굴에서는 기대감이 느껴졌다. 검은 날개의 바이오로이드는 내게 장치를 하나 넘겼다. 선이 세개 길게 이어진 화면의 아래에서는 세개의 전선이 이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동그란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심전도를 재는 기계였다. 이걸 왜 주는가 나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아자젤의 심박을 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심장박동을 잰다는 것은…

 “뭘 하나. 신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라카엘은 내 등을 손으로 치고는 자신이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것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평범한 교단의 직원인 것처럼, 눈에 띄지 않는 사람처럼.

 “오늘 이 자리에 빛의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이 죄악으로 가득한 천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아자젤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라카엘이 그렇게 외치자 그것의 손에서는 노란색 번개가 빠직 거리며 피어올랐다.

 “빛이시여! 그대의 대리인이 죄를 들고 나아옵니다! 그대의 앞에서 제가 죄악됨을 고백하나니, 빛의 심판으로 저를 처벌하소서!”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준비된 것이었다. 아자젤도, 사라카엘도 알고 있었다. 죄라니. 결국 쇼였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들었다. 이 자리에서 누가 빛이라는 것에 대해 죄를 짓고 있겠는가.

 빛, 아니, 교단에 대해 죄를 지었다면 나였다. 이 자리에서 교단에 대해 가장 숨길 것이 많은 존재는 바로 나였다. 교단의 VIP를 빼내기 위해 이곳에 온 나였다. 이런 공개된 자리에 서있을 존재가 아니었다.

 내가 식은땀을 흘리는 것은 무대가 너무나도 밝은 빛으로 빛나기 때문도, 내 눈앞에 알몸의 아자젤이 서있기 때문도 아니었다. 죄라는 말에 가장 불안해할 사람이었으니까. 사라카엘의 손에 들린 번개가 언제 내게 날아올 지 몰랐으니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것은 알 수 없었다.

 “빛께서 가라사대, 죄의 삯은 사망이니, 그대의 죄는 오직 죽음만으로 사하여 지리라.”

 사라카엘은 아자젤의 뒤에 멈추어섰다. 그리고 아자젤의 머리의 양 옆에 양 손을 올렸다. 그리고 파지직.

 “끄아아악!”

 아자젤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온몸을 떨었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의 머리를 번개가 관통했다. 그것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람의 몸도, 바이오로이드의 몸도 전기로 움직였다. 뇌도, 근육도 모두 전기를 통해 움직였다. 생체 전기보다 더 큰 전기가 흐르게 된다면 신경의 신호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게 된다.

 그것의 비명은 곧 기계적인 음성으로 변했다. 성대가 감전되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비명을 내보낼 폐가 경련을 일으켰으니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설 수 없었다. 평범한 예배의 모습이었다. 고통받는 바이오로이드를 신도들이 즐기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죄책감을 더는 것이었다. 아자젤의 죽음 역시 그런 것이었다.

 아자젤의 비명은 몇분 지나지 않아 공기중으로 사라졌다. 그것의 몸에서 생체신호가 사라진 것이었다. 죽은 것이었다. 그것이 경련을 하는 것은 단순히 사라카엘이 내보내는 전기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불과했다.

 사라카엘이 손을 거두자 아자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날개는 축 처졌고 그것의 팔에는 아무 힘도 없었다. 그제야 나는 내 손에 들린 심전도 측정기의 이유를 알았다. 아자젤의 죽음을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전부 연기가 아니었음을 신도들에게 보이라는 것이었다.

 아자젤에 대한 내 마지막 보조는 그것의 죽음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내 마음을 끝내 알지 못한 불쌍한 바이오로이드의 죽음을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심전도 측정기를 켜고 아자젤의 가슴에 센서를 붙였다. 그것의 몸에서는 아무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보다 훨씬 강할터인 바이오로이드의 몸이었지만 죽은 바이오로이드의 몸은 내가 만지는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삐이이이. 심전도 측정기는 한 음만을 냈다. 심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리를 냈다.

 “핏빛 지옥에나 갈…”

 “여러분! 이것의 죄의 삯입니다! 그러나 여러분께 묻습니다! 이것이 과연 끝입니까?”

 “아닙니다!”

 지부장은 설교를 이어갔고 사람들의 외침에 심전도 측정기가 내는 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저들에게 아자젤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죄로 가득찬 우리는 죽습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빛께서 가라사대! 죽음 뒤에는 부활이 있을 지니!”

 “엔젤!”

 그 순간이었다. 심전도 측정기에 파동이 생겨났다. 아자젤은 죽지 않았다. 아니, 죽었다. 그리고 저들의 말대로 ‘부활’한 것이었다.

 “빛이시여! 제가 돌아왔나이다!”

 아자젤의 날개가 펼쳐지며 그것은 공중으로 떠올랐고 황홀한 얼굴로 외쳤다. 이런 씨발. 만일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자였다면 그대로 이들의 교리를 믿어버렸을 것이었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자젤은 죽었다 살아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쇼를 위해서.

 시니컬하게 말했지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자젤은 죽지 않았다. 엔젤 엔젤 아자젤.

 “엔젤 엔젤 아자젤! 엔젤 엔젤 아자젤!”

 사람들은 외쳤다. 모두가 아자젤을 보며 그것의 부활을 찬양했다. 나는 찬양은 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의 환희넘치는 표정을. 그리고 그것의 얼굴에서 새어나오는 의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