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 및 배경 - 리리스 외전 이후 (=하다), 컴패니언 자매들끼리 사령관 보호용 특수훈련 하는 중에 무리하던 하치코를 커버하려다 중상이라기에는 가벼운 부상을 입은 리리스.



음...수복도 완료됐고, 문제 없는 걸로 보이네요.


우으...리리스 언니...정말로 괜찮은 거에요? 다 나은 거 맞아요?


걱정 마세요. 하치코 양. 수복 효율을 높히기 위해서 잠깐 잠드신 상태지만 이미 완치됐어요. 아마 금방 의식을 찾으실...


으음...여긴...?


언니? 깨어나셨어요? 어디 아픈 데는 없으세요?


아...그러네. 부상 치료 때문에 수복실에 왔었지...?

(가볍게 팔을 움직이며 몸 상태를 체크한다.)


응. 괜찮네. 이대로 돌아가도 될 것 같아.


저...리리스 양? 그래도 오르카 내 수복 절차상 오늘 하루는 입원해서 쉬시면서 혹시나 다른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시는게...


후후후. 괜찮아. 그 정도로 약한 몸은 아니니까. 페로, 하치코 그럼 돌아갈까?


안 돼요. 언니 소식을 들으신 주인님께서 오늘 하루는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하셨습니다. 업무 때문에 오시지는 못하셨지만 저희들을 돌보느라 무리하는 거 아니냐는 전언과 하루만이라도 푹 쉬라는 말씀이 있으셨어요.


리리스 언니. 하치코가 잘못해서 힘든 거 아니죠? 하치코가 언니를 힘들게 한 게 있으면 정말 미안해요.

(침대에 누워있던 리리스의 품으로 파고듯이 안기는 하치코)


어머나...우리 귀여운 강아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동생들 때문에 언니가 힘들리가 없잖니. 둘 다 쓸데없는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알겠지?


후...언니가 기운을 차리신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아무튼 주인님의 말씀도 있고 하니까 오늘은 푹 쉬세요. 다프네 양도 간호 준비를 마친 상태니까 괜찮을 거에요. 그렇죠? 다프네 양?


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리리스 양이 입원하시는 걸로 생각하고 준비는 끝냈거든요. 리리스 양, 불편하신 게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해주셔도 좋으니까, 휴가라고 생각하시고 편히 쉬세요.


.......


.......?


맞아요! 다프네 언니 간호 솜씨는 정말 좋으니까요! 저번에도 하치코가 다쳐서 왔을 때 정말 잘 돌봐주셨어요!


후훗. 그러니? 그러면 하치코의 말대로 오늘은 다프네 양의 간호 솜씨를 보기로 할게. 스토커보다는 낫겠지.


리제 언니도 업무 능력은 충분히 좋으신데...오늘은 리리스 양의 안정이 우선이니 제가 전담하도록 할게요.


그럼 저희들은 먼저 가볼세요. 오늘 하루는 아무 걱정 마시고 편안하게 쉬세요 언니. 주인님의 경호는 포이와 페더가 잘 해주고 있으니까요.


그럼. 누구 동생들인데, 언니도 당연히 믿고 있지.


언니도 오늘 하루 푹 쉬시고 내일 건강하게 봐요~! 하치코가 언니 퇴원 선물로 민트미트파이를 잔뜩 만들어둘게요.


어머나...그거 참 고맙구나. 하지만 무리는 하면 안 된단다?

(페로에게 살짝 눈치를 보낸다.)


환자에게 과식은 안 좋으니까 적당히 준비하는게 좋겠네. 자, 그럼 돌아가자 하치코. 다프네 양. 언니를 잘 부탁드려요.


저도 잘 부탁드려요! 보답으로 미트파이 가져다 드릴게요!


네. 두 분 다 편히 들어가세요. 리리스 양은 제가 열심히 간호할게요. 그리고 미트파이도 기대할게요. 하치코 양.


(페로와 하치코가 떠나자 수복실에 단 둘만 남은 다프네와 리리스)


리리스 양. 아까 말씀드린 것 처럼 어딘가 불편하신 부분이 있거나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됐어. 내 몸 상태는 내가 잘 아니까 신경쓸 필요 없어. 그보다 거슬리니까 일이 있는게 아니면 근처에 오지 마.


저...리리스 양...? 혹시 제가 뭔가 잘못이라도...?


미안하지만 난 자기 자매 앞에서 말도 못할 정도로 켕기는 일을 하는 사람은 믿지 않는 주의거든. 나도 경호원으로서 신체 상태 체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정도는 가지고 있어. 내 몸은 내가 챙길테니 신경 끄고 네 일이나 잘 해.


아...그...그건...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지금은 서서히 나아지고 있지만...리제 언니는 주인님께 스스로 다가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적어도 언니가 스트레스를 덜 받으시도록...


헤에...파렴치할 뿐만 아니라 얼굴이 두껍기도 하네. 그게 전부 스토커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것도 그 날의 일을 모두 본 내 앞에서? 흥! 웃기지도 않네.


리리스 양의 생각이 다르실 수 있다는 건 알지만...저희 자매들로서는 이게 최선이에요. 주인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주인님께서 리제 언니를 아껴주실 수 있도록...그리고 리제 언니도 노력하고 있으니 결실을 맺기 전까지 최대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푸훗...푸하하하...지금 날 웃기려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 고작 그런 핑계로 스토커를 속이고 주인님과 놀아나고 있다고?


그딴 개소리는 당장 집어쳐. 네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스토커를 위한 행동이었다면 애초부터 주인님이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았겠지. 주인님의 앞에서 시선을 받으니 몸뚱이가 달아올라서 견딜 수가 없었나봐? 어때 비치. 내 말이 틀렸어?


저도 주인님을 사모하고 있고...주인님께 욕정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언니를 불행하게 만드려는 의도는 정말 아니었어요. 저에게...그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헤에. 말만 들으면 주인님께서 널 강간이라도 한 줄 알겠네. 주인님의 말 한 마디에 온갖 부끄러운 척은 다 하면서 옷을 벗어제끼던 비치 주제에.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가지만 어디 들어나 보자. 자기 언니를 배신하게 된 그 잘난 이유가 뭔지.


처음부터 모두 보고 계셨군요...? 그러면...말씀드리기가 더 편하겠네요. 리리스 양도 분명히 들으셨죠? 주인님께서 그 자리에서 절 원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그래. 분명히 듣고 봤지. 주인님께서 술기운이 올라서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것도 아닌 '너를 원해'라는 가벼운 한 마디에 발정난 암캐처럼 헐떡거리는 모습을 말야.


정확하시네요. 주인님의 그 한 마디가 제가 말씀드리려는 이유에요.


뭐? 개소리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지금 네 말장난이나 듣자고 이러는 거 아니거든?


저는 페어리 자매들을 사랑하고, 오르카의 다른 바이오로이드 분들을 위해 봉사할 때마다 기쁨을 느껴요. 원래부터 인간님들이 그렇게 만들어 주셨으니까요. 저도 저를 이렇게 만들어주셨다는 것에 만족하구요.


그래. 그런 덕분에 다른 바이오로이드의 앞에서 한껏 착한 척 하면서 지낼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우리 고양이랑 강아지도 그런 모습에 넘어간 것 같고.


하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주인님이에요. 페어리 자매들도, 오르카의 다른 자매들도 모두 소중한 동료이자 애정의 대상이지만...주인님 한 분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모두 포기할 수 있어요.


뭐야. 결국 자매보다는 주인님이 훨씬 소중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였어? 그것도 주인님께 정식으로 사랑을 고백받은 것도 아니고, 창녀처럼 다리나 벌리라는 말을 듣고도 자매를 버릴 정도로? 푸핫. 넌 자존심도 없니?


네. 저 때문에 주인님이 단 1초라도 기뻐하실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


그러면 예를 들어서, 주인님께서 너에게 알몸으로 오르카 한 가운데서 항문 자위하면서 가버리는 걸 보고 싶다고 하시면 하겠다는 거야?


굉장히 부끄럽겠지만...주인님께서 원하시는 거라면...얼마든지요.


........!


흥, 말 뿐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법이지.


그런 일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제 모든 것을 버릴 각오는 예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제가 주인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기만 하다면...저는 그걸로 충분해요.


어차피 정실 자리를 노릴 수 없으니 노리개로 만족하겠다는 거야? 주제파악이라면 잘 하고 있네. 


다행히도 주인님은 너무나 상냥하셔서 저희들을 모두 아끼려고 하시지만...제가 주인님께 있어서 최고가 되지 않더라도 좋아요. 저는 그냥...주인님이 아주 가끔씩이라도 저를 떠올려 주신다면...그걸로 만족해요.


전형적인 패배자의 논리네. 스토커는 주제파악은 못 하더라도 꿈이 큰 건 봐줄만 했는데 말야. 자매를 버려가면서 추구하는 사랑이 그렇게 가볍다니 정말이지 못 봐주겠어.


.........


후우, 말씀하신 김에 좀 더 이야기하자면...저는 언니나 리리스 양처럼 주인님의 사랑을 모두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분들의 생각이 잘 이해가 안 돼요.


하, 어리구나. 누구보다도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갈고 닦아서, 주인님의 마음을 송두리째 차지하겠다는 여자로서의 기쁨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니. 젖비린내 나는 아이에게 성인 여성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내가 잘못했네.


그보다도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오르카에서 주인님께 가장 신뢰받고 사랑받는 분이 누구인지는 리리스 양이 더 잘 아시지 않나요? 그리고 다른 자매들이 주인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그 분이 기회를 독점하는 걸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개소리 집어쳐! 고작...고작 주인님과 처음 만났다는 것 하나 때문에...! 내가......내가 그 때...길을 바꿔서 선택하기만 했더라면......처음부터 끝까지 주인님의 모든 것을 리리스로 채워드렸을텐데...!


아뇨. 적어도 하나는 확신할 수 있어요. 그 분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주인님과 가장 먼저 접해서 친해질 수 있는 기간이 길었던 것도 있지만, 주인님을 이해하고 주인님께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의 주인님이 리리스 양을 부담스럽게 생각한 건 알고 계시죠?


후후훗. 그딴 식으로 날 도발할 생각이야? 바보같은 판단이야. 이제는 주인님께서도 나를 받아들이실 수 있을 만큼 그릇이 커지셨다구? 예전에 주인님께서 내게 선뜻 다가오지 못하셨던 건 이 리리스의 바다보다 넓고 큰 사랑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덜 되셔서...


사랑이 아니라 아집과 독점욕이겠죠. 리리스 양의 사랑은 주인님을 위한 게 맞나요? 제가 보기에는 주인님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사랑인 것 같은데요?


뭐가 어쩌고 어째?! 감히 주인님을 향한 내 사랑을 모욕하겠다는 거야? 말로 해주려고 했는데 나쁜 리리스가 뭔지 제대로 보고 싶어?


그보다 전에 주인님을 향한 제 사랑을 모욕한 게 리리스 양이라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


......


좋아. 인정할게. 내가 먼저 실수한 건 맞네. 너에게는 너만의 사랑하는 방법이 있겠지. 내가 너무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다는 건 인정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저도 중간에 못 참고 리리스 양을 도발한 건 사과드릴게요. 죄송해요. 앞으로는 그런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게요.


흥, 입에 발린 말 할 필요는 없어. 그보다 오늘은 내 예상과는 좀 다른 모습을 많이 보게 되네.


네?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요?


난 지금껏 너와 스토커를 보면서 네가 겉으로는 스토커를 위하는 척 하면서 기회만 오면 좋은 건 자기가 챙기려고 드는 기회주의자라고 생각했어.


네...? 저는 언니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한건데...


거기다 스토커 뒤에 숨어서 온갖 착한 척, 약한 척은 다 하면서 중요한 결정은 못 하고 우유부단하기까지 한, 그야말로 단물만 빨아먹는 진드기같은 존재라고도 생각했지.


리...리리스 양...? 저...그렇게까지 보이는 일도 했었나요...? 저...진짜로 페어리 자매들을 사랑하고 자매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늘 이야기를 하다보니 적어도 2가지는 내가 오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네...? 2가지라니...어떤...?


하나는 적어도 네 기준에서의 주인님을 향한 사랑은 확고하다는 것. 내 마음에 드는 방식은 아니지만...주인님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근성은 다시 봤어.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언젠가 확인할 날이 오면 좋겠네.


리...리리스 양...? 그렇다고 혹시 이상한 일을 리리스 양이 주도적으로 유도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그렇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의외로 강단이 있네. 나는 네가 매일 약한 척만 하고 스토커의 뒤에 숨는다고 생각했는데, 내게 이렇게 정면으로 대들다니. 의외였어.


그...그건...소중한 걸 모욕당했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죄송해요. 제가 좀 더 참았다면 리리스 양을 기분나쁘게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아니, 거꾸로야.


...네? 거꾸로라니...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신념이 확실한 타입과 자기만의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강단있는 성격은 좋아하거든. 뭐, 그것도 너무 심해서 귀찮아질 정도라면 손을 좀 봐주겠지만 말야. 


그렇다는 건...?


어차피 스토커와 친해졌으니 볼 일도 늘었고, 우리 고양이랑 강아지가 너와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고 있었지. 내 나름대로 너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결정을 내리려고 마침 온 기회를 좀 이용해봤어. 그리고 결과는...합격이네.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있던 최악의 성격은 아니라 다행이야.


그럼...아까부터 계속 절 시험하신 거에요?


반반쯤? 음...좀 더 정확히는 70~80% 정도는 진심이었어, 나머지는 조금 도발을 섞었지만. 어쨌든 축하해. 내 기준에서 친해지기로 마음먹는 시험에 통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라구?


아...아하하...이걸 순수하게 기뻐해야 하는 건지...속은 저를 바보같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어렵네요...아하하...


좋게좋게 생각해. 그래, 오늘부터 마음을 좀 더 열기로 한 김에 별명이라도 지어줄게. 그냥 비치는 좀 그러니까 청순비치 어때?


리...리리스 양...? 기왕이면 좀 더 제대로 된 별명을...


흐응? 스토커에게 그 날 주인님께 네가 한 일을 모두 이야기하는 거랑 내가 지어준 별명을 받는 것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아...으...그......그건......아우우......별명...감사히 받을게요...


그래. 그래야 착한 동생이지.


동생들이 많으셔서 그런지...능숙하시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 좀 더 가까워지다보면 서로 어떤 성격인지 좀 더 자세히 알게 되겠지.




- 한달 후 -


너 요새 수복실에 자주 놀러온다?


너 보러 온 거 아니거든? 스토커


뭐야? 나 몰래 뭔가 꾸미고 있는 건 아니겠지?


흐음~ 꾸미는 거라...있으려나~ 없으려나~ 어떻게 생각해? 청순비치?


음...서프라이즈 선물을 기대해주세요 언니. 


'뭐야. 얘들은 또 언제 이렇게 친해졌대.'


'그보다...다음 주가 주인님과 데이트하기로 한 날이니까...후후후후후...잔뜩 준비해서 주인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지. 후후후후후후후'


'아아...사랑하는 나의 주인님...이번에야말로 리제가...!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하루로 만들어드릴테니 기대해주세요...!'


(망상에 빠진 리제 몰래 다프네와 대화를 시도한다.)

준비는 다 됐어? 스토커 꼴을 보니 들키지는 않은 것 같고


네. 다른 자매들도 모두 준비 끝났어요. 이제 다음 주만 기다리면 돼요.


그거 좋은 소식이네. 우리 쪽도 준비 끝났어. 다음 주가 기대되는걸?


'히히히히히히 주인님...히히히히히히히...사랑해요...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이번에야말로.......'


후후후훗~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