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글] 최후의 결전, 수호전대 P-StrikerS! (서장)

[글] 최후의 결전, 수호전대 P-StrikerS! - route 티아멧 (1)

[글] 최후의 결전, 수호전대 P-StrikerS! - route 티아멧 (2)


"믿고 있으니까."


당신은 언제나 내게 그렇게 말해줬어.

가족도, 친구들도 나를 버리고 떠났을때,

오로지 당신만이 나를 믿어줬어.

그때도 그랬어.


"모두들, 미안해. 뒤는 맡길게."


우리는 당신의 믿음을 배신했는데.

그 탓에 당신이 그곳에 혼자 남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당신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겼어.


"오늘은 물러나도록 하죠.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PS 티아멧."


당신의 흔적이 남아있던 그 사람.


"믿고 있으니까."


마지막에 보였던 당신의 편린.

당신은 언제나 나를 믿어줬어.

그러니.


이번에는 내 차례야.


-


"아으으..."

"티아멧, 정신이 들어?!"


티아멧은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뭔가 머릿속이 뒤죽박죽 섞인 느낌이 들어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티아멧?"

"아, 응. 미안해. 조금 어지러워서..."


미나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며 이마에 손을 대자,

그제서야 미나의 존재를 눈치챈 티아멧이 답했다.

안심한 미나가 손에 가슴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쾌속 수복의 영향일거야. 상태가 조금 심했거든."

"응."


아마 그것만 있는게 아니겠지.

티아멧은 고개를 두어번 흔들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큰 부상이어서 그런지 수복제를 썼음에도 여기저기가 찌뿌둥했다.


"상태가 많이 안좋아, 티아멧..?"

"아직 살짝 찌뿌둥해. 시간은 얼마나 지났어?"

"그렇게 오래 지나지는 않았어. 세 시간?"

"다행이네."


티아멧은 일어서서 팔다리 여기저기를 풀기 시작했다.

미나는 뒤에서 그녀의 스트레칭을 도와주면서 말했다.


"일어난지 얼마 안되서 힘들겠지만 빨리 나가봐야할거야."

"왜?"

"우르가, 자기 때문이라면서 또 솜뭉치가 됐어."

"빨리 가서 안아줘야겠다."


그렇게 몸을 풀고 우르 방으로 향하자 구석에 웅크려있는 우르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최대한 위로하는 머큐리가 있었다.


"우르 잘못이 아니에요."

"그치만,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티아멧이 다칠 일이..."

"그건 우르 잘못이 아니야. 나쁜 건 악당들이지."

"티, 티아멧!"


티아멧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우르가 허겁지겁 일어나 달려왔다.

그리고 티아멧을 꽉 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팠지. 미안해! 내가 미안해! 떠나지 마, 죽지 마! 으헝헝!"

"응응. 걱정끼쳐서 미안해."

"흐윽, 나 더 열심히 할게! 미안해... 미안해...!"


사령관이 죽은 이후로 유독 의존증이 심해진 우르.

그런 우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티아멧은 생각했다.

지금, 자신의 생각을 말해도 괜찮은걸까.


어쩌면 사령관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고.

그걸 이야기하면 우르는 못견딜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이야기는 나눠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티아멧은 우르가 잠들 때까지 위로해주었다.


-


"그래서 티아멧,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잠든 우르를 방에 눕혀두고 그녀들은 부엌으로 나왔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티아멧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령관, 살아있을지도 몰라."

"뭐!?"

"네?!"


미나와 머큐리가 놀라서 티아멧에게 달려들었다.


"사, 사사, 사령관이 살아있다는게 무슨 소리야!"

"어째서 살아계시다면 본녀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으시는거죠?"

"지, 진정해. 아직은 가능성이야. 우르가 깨면 안되니까 제발..!"

"티아멧이 말했다건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이와요! 얼른 말하세요!"


평소라면 좀 더 여유로웠을 머큐리마저 티아멧의 멱살을 잡고 흔들정도로 흥분해버렸다.


"제, 제발 이야기를 못하니까 으아아아!"

"머큐리 진정해! 아니, 근데 진짜야 티아멧?!"

"미나도 진정해줘!"


그렇게 잠깐 소란이 있고, 머큐리와 미나가 간신히 진정하자 티아멧이 말했다.


"그때 만났던 간부. 그 간부의 얼굴을 절반이나마 봤어."

"하지만 티아멧. 얼굴만 닮았을수도 있어."

"맞사와요. 그자는 티아멧을 죽이려고 했사와요."

"응. 그렇지만 뭔가 수상쩍은 부분이 있어."


티아멧은 그녀들에게 설명했다.

충분한 저격 실력이 있음에도 부하들이 전멸하기 전까진 공격하지 않던 모습.

언제 모두가 합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상할 정도로 시간을 끌던 사내.

반항하지 못하는 자신을 죽일 방법은 많았음에도 굳이 공격하지 않고 떠난 사실.


"수상하지만 그냥 괴짜일 수도 있잖아?"

"맞사와요, 악의 조직은 전부 미치광이에요."

"아직, 하나 더 있어."


사실 이건 그 어떤 것보다 심증이고 사적인 이유다.

그랬기에 티아멧은 말할지 말지 약간의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티아멧은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며 말했다.


"마지막에 그가 말했어. 미... 미... 미....!"

"티, 티아멧! 얼굴이 창백해요!"

"오지마! 허억... 허억..."


말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거 같고 숨이 콱 막히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가 정말 사령관이라면.

나를 항상 믿어주는 사령관이 맞다면.

이번엔 내가 믿음에 보답할 차례야.


"그가 '믿고 있으니까.'라고 말했어. 사령관의 목소리로!"

"티아멧..."

"그러니까 확인해야해. 그가 정말 사령관인지 아닌지."


티아멧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설령 악의 기지에 잠입하는 한이 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