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테스가 알파의 목을 뜯어내며 그 치열했던 전투는 마침내 막이 내렸다.


"기어이 그 팔로 두들겨 팼다니, 아주 멍청한 발상이군."


"결과는 성공적, 부정 불가."


기간테스는 망가져버린 자신의 한쪽 팔을 보고는 저 멀리 달려오는 데드 오스트 일행에게 비틀거리며 경례 자세를 취했다.


"구원."



기간테스의 경례에 아더 역시 같은 자세로 답했다.


"수고했다, 기간테스, 그리고..."


"해피. 그런데 네가 그렇게 많이 맞고 다닐 줄은 몰랐다."


아더의 실소에 데드 오스트 대원들 또한 웃음을 터뜨렸지만 타이런트의 표정은 점차 일그러져갔다.


"닥쳐라, 사령관. 내가 알파를 붙잡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다 죽었을 거다."


"아, 그래? 왕 중의 왕이 되겠다고 큰 소리 치던 AGS가 누구였더라?"


아더의 말에 도저히 반박을 할 수 없었던 타이런트는 결국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좋다, 어차피 난 이름부터가 폭군이니, 왕 중의 왕이란 칭호는 저 기간테스가 가지라 해라. 세상은 넓고 강적은 많은 법이니까."


"예, 예. 그러시겠어요. 폭군 '해피' 님."


이에 타이런트는 아더를 한 입에 씹어먹으려는 충동적 행동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사령관! 여기는 HQ-1 알바트로스! 호라이즌 함대가 펙스 함대의 선발대를 격파했지만 본대의 신호가 감지되었다! 지금 이 섬으로 오고 있다!


지금 그 쪽으로 수송선을 출격시켰으니, 2분 내로 도착할 것이다. 신속히 탑승 후 복귀하도록!"


알바트로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담긴 무전에 데드 오스트 대원들은 섬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수송선을 위해 조명탄을 터뜨려 그들의 위치를 보여주었다.


"좋아, 이제 슬슬 이 섬에서 빨리 벗어나야지.


메이 중장, 여기는 사령관 아더. 우리가 이 섬을 떠나는 즉시 전부 불바다로 만들어라."


"입감 완료.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어."



"펙스 놈들이 뭐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지는 몰라도, 놈들 좋은 꼴은 절대 볼 수 없지."


아더 일행이 탄 수송선이 이륙하여 오르카 호를 향해 날아오자 둠 브링어 편대는 스카이 나이츠들의 호위를 받으며 알파의 피로 물든 섬을 불바다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둠 브링어와 스카이 나이츠가 호라이즌 함대와 합류하여 섬에서부터 멀리 빠져나간 후에서야 감마의 본대가 불타오르는 선발대의 잔해를 지나 섬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감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해 보였으나, 파워 피스트가 부착된 손은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


알파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출격시킨 선발대가 전멸한 것도 모자라, 알파가 있던 섬이 말 그대로 불바다로 변해 있었다.


"그, 그게..."


비서용으로 개조된 유미가 말을 더듬자 감마는 파워 피스트로 격벽을 내려쳤다. 


우그러진 자국과 함께 선체 손상 경보가 울림에도 불구하고, 감마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해 보였다.


"후.........."


잠시 심호흡을 내뱉은 감마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용을 상대하기전 스파링 용으로 아주 적합한 알파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기 위해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안전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먼 곳으로 본대를 이끌고 찾아왔으나, 감마 그녀를 반긴 것은 알파의 시체와 불타고 있는 섬의 광경, 전멸한 선발대의 잔해들이었다.


"그래....내가 점찍어 놓은 훌륭한 스파링 파트너를...."


또 다시, 지휘부의 격벽이 감마의 파워 피스트에 굉음과 함께 우그러진 부분이 생겨버렸다.

"어떤 개 후레 잡놈이 먼저 가로챘다는 거군."


"도대체 누가 먼저 가로챈거지? 델타? 설마 날 엿 먹이려고 수작을 부린건가? 아니야, 그 졸렬한 년은 그럴 배짱도 없는 년이야...그럼 누가..."


"가,감마님...그보다 지금 빨리 퇴각해야 합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철충들이 대규모로 집결하고 있다는 실시간 위성 관측 데이터가 전송되었습니다!"


유미의 보고에 감마는 그제서야 델타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충고'를 떠올렸다.


"...그래, 철충들이 대규모로 집결하고 있다 했었지. 이 곳에 더 있다간 놈들의 시선에 걸릴거야...."




"...전 함대, 내 명령에 따라 아메리카로 다시 복귀한다."


감마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파워 피스트를 너무나도 꽉 쥔 나머지 스크래치와 함께 쇠를 긁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결국 알파가 죽었군. 아쉽게 되었어...마귀와 알파가 둘 다 죽기를 바랬는데."


산란자는 공중에서 집결하는 수 많은 철충 병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알파에 대한 문제는 없어졌지만, 마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마귀에 대해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다.


"병력은 얼마나 준비되었지?"


"?!@#00!!#%#@"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생산 라인을 총동원하여 병력을 못해도 현 생산량의 10배 이상으로 늘려라."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고도 남을 병력이 집결했음에도 산란자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저 멀리 살덩이들의 언어로 불리우는 괌이라는 곳, 그 곳의 바다에 잠든 흉물을 처리하지 못하면 위대한 자의 대업을 이룰 수가 없게 될 것이었다.


처형자, 간계자, 추적자, 수 많은 지휘관 개체들이 마귀의 손에 찢겨 나갔으며, 어쩌면 산란자 역시 마귀의 손에 죽을 운명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은 마귀의 손에 죽더라도, 그 흉물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