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약 한 달 뒤-


"체크메이트! 이걸로 또 한 번 저의 승리로군요! 쿠후훗"


"하... 이번에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일반인의 두뇌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죠, 예. 되려 저를 상대로 이 정도 버티셨다는 것을 자랑하셔도 된답니다?"


"그러고 싶어도 이런 거 관심 가지는 사람은 머리 깨나 쓴다는 애들이라 되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야."


"그것도 그렇군요, 그래도 이렇게 마음 놓고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라붕씨 뿐이라 참... 안타깝군요, 제가 유기체를 무서워하지만 않았어도 더 많은 분들이랑 같이 어울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나도 이상한 걸로 치자면 어디 안 빠질만한 상태지만 유기체 알러지가 있는 AGS 라니... 너도 참..."


"뭡니까 그 불쌍하다는 듯한 목소리는?!"


"그토록 바라면서 다가갈 수조차 없다니, 그대가 바로 이 시대의 이카루스인가"


"뭡니까 그 이상하게 감성에 젖은 비유는?! 그리고 이카루스는 결국 날개가 녹아서 떨어져 죽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요?!"


"그러면 스토커라고 해줄까?"


"그렇게 부르신다고 하신다면 저도 복돌이라고 불러드리죠"


"누가... 복돌이라고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노기에 찬 익숙한 목소리


"엣... 그쪽은...?"


"니아?"


이곳에 찾아온 니아가 왠지 엄청난 눈빛으로 알프레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기... 그...."


"괜찮아요, 직접 손으로 때리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게 이야기 하고는 정비실 한켠에 있던 팔뚝만 한 길이의 커다란 강철 스패너를 들고 웃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죄.... 죄송합니다아아아앗!!!!"


내가 말리는 것에도 불구하고 니아가 알프레드를 두둘겨 패서 곤죽으로 만들고 난 뒤 손을 털었다


"후... 저 대신에 시간을 내서 남편과 놀아주길래 감사 인사를 전해드리려 왔는데... 이런 발칙한 소리나 하고 있었다니..."


"사.... 살려주세요 니아양!"


알프레드의 코어가 바닥을 손으로 기고 구르며 니아에게서 도망가려고 발버둥 쳤다.


"니아, 이제 그만!"


"아..."


내 외침에 핫 하는 표정을 짓더니 얼굴이 빨개진다.


"제가... 너무... 심했네요"


"나 때문에 화낸 거는 고마워, 그래도 이건 좀..."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으히익"


"자요, 원래는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다고 전해드리려 했는데... 이제는 미안해서 드리는게 되어버렸네요"


USB를 꺼낸 니아가 쪼그리고 앉아 알프레드 앞에서 그걸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 이건 뭔가요?"


"닥터한테서 배워서 만든 DNA 샘플 데이터에요, 이런 거 좋아하시죠?"


"아... 아닛... 이것은!"


알프레드는 두들겨 맞으며 보였던 비굴한 모습은 저 멀리 치워버리고 USB를 들고 흥분하여 쳐다보았다


"라붕씨 저좀 컴퓨터 앞으로 옮겨주실 수 있으십니까?!"


나는 알프레드의 동그란 코어를 집어서 컴퓨터 앞에 놓아주었다.


그는 USB를 컴퓨터에 꽂고 이런 저런 데이터들을 보며 흥분한 목소리를 내었다


"오오 이 유기 염기서열! 제가 하기는 힘들고 남들이 해주기는 바빠서 못 하고만 있던 것들을!"


그렇게 흥분하고 있던 알프레드를 지켜보고 있으려니 니아가 내 몸을 건드렸다


"왜?"


"저런걸로도 이렇게나 흥분하는 걸 보니 이걸 보면 뒤집어질까 싶어서요"


그렇게 이야기 한 니아는 내게 여러 유리판이 든 통을 건냈다


"이게 다 뭐야?"


"프레파라트요, 현미경으로 관찰 가능한 유전자 샘플들이에요"


"아하"


"나중에 조금씩 건네줘요, 다 줬다가는 아마 몇일간은 같이 못 놀걸요?"


"하하, 알았어 고마워 니아"


"별말씀을"


"그럼..."


"저기, 니아양?"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던걸 눈치채지 못했던 알프레드가 뒤를 돌아서 우리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걸었다.


"네, 무슨일이시죠?"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어찌보면 라붕씨에게 정말 실례되는 이야기를 그렇게 쉽게 꺼낸 제 잘못입니다..."


"아냐 아냐, 나는 괜찮아 니아"


"아뇨, 저도 욱해서 심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니아는 방 한켠에 망가진 채 널브러진 알프레드의 빨간 몸뚱아리를 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거는 제가 고치면 되는 일이니까요. 여튼 정말 감사합니다."


"예, 그러시다면야"


"이야기는 서로 다 끝난거야?"


"네 그러구 말구요! 벌써부터 이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싶어서 두근거리는 걸요!"


"알았어, 니아랑 나는 가볼께"


"예, 조심히 들어가십쇼!"


금세 또 로버트의 몸으로 갈아탄 알프레드가 우리를 배웅했다.




방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내던 와중 연락이 들어왔다.


"무슨일이야 사령관?"


-레모네이드로부터 이쪽에 접선 시도가 있었어, 바로 와줄 수 있을까?-


"알았어 바로 가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니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사령관이에요?"


"응, 레모네이드 측에서 접선시도가 있었다는데, 바로 가봐야 할 거 같아"


"알았어요"


"금방 갔다올게"


나는 말을 마치고 사령관실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