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컴퓨터를 끄는 버튼을 누르자 저번에도 느꼈던 모든 감각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금 시야가 밝아지면 정비창의 익숙한 공간이 눈에 보인다.


눈 앞에서 몸의 상태를 체크하는 닥터의 모습이 보였다.


"어, 작동했다. 상태는 어때 언니?"


"괜찮아, 데이터 누락도 없고 시스템 링크 체크도 완료됐어... 이제... 지금, 테스트 가능할 거야"


"알았어, 포츈언니?"


"알겠거든 바로 작동시킬게"


몸이 움찔하는 느낌이 들면서 움직여진다.


"끝난거야?"


"응, 아저씨. 작동 상태는 양호해"


"수고했어 다들"


"괜찮아, 덕분에 우리도 도움 많이 받았고"


"상태는 어때 라붕씨"


"어, 사령관... 위화감은 별로 없네"


"아핫, 그거 언니랑 아자즈님이랑 같이 세팅한 거거든? 마음에 들어?"


"예... 이전에는 좀 더... 조종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제 몸 같네요"


그리고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니아는?"


"임시 의료 구획에 있어, 수복시설이 부상자를 다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라... 뼈가 부러지거나 사지 손상 정도의 부상을 입은 대원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의약품으로 치료 중이라 일손이 부족해서 말이야... 불러줄까?"


"아니, 그냥 찾아가 볼게"


"잠깐, 아직 테스트 해야 하는 것들도 조금 남았어. 지금 바로는 안돼"


닥터가 제지하며 나섰다.


"그래 그래, 우리 박사님 말 잘 들어야지..."


닥터와 포츈이 붙어서 내 몸의 최종 점검을 하는동안 사령관을 불렀다.


"무슨 일이야?"


"지금 상황은 어때? 오메가나 보급 상황이나"


"오메가는 치료 후 감금 중이야, 입을 열 기미는 아직도 없어서... 안된다면 닥터가 나서야겠지"


"흠..."


"보급 상황은... 다른건 그나마 확보했는데 의료 물자가 많이 부족해, 가능하다면 곧바로 추가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싶을 정도로"


"리앤, 북미지역 지도를 좀 준비해줘"


"알았어 아저씨"


"지도는 갑자기 왜?"


"근방 대도시 파악"


"대도시...? 위험하지 않을까?"


"되려 안전할걸, 철충의 대부분은 침공 초기에 대도시 위주에 떨어졌고 그곳의 인간을 죽이고 병기들을 흡수해 주변 중소도시로 퍼져나가는 양상이었으니까... 철충이 그곳을 거점으로 삼았다면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버려진 대도시라면 분명 철충 침공으로 인해 회수하지 못한 물자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봐"


"그렇다면 북미 전역을 떠나기 전에 물자를 확보하는 게 좋겠지, 다시 태평양 쪽으로 나선다면 물자를 구하기는 힘들테니까..."


"다시 태평양 쪽으로 나가려고? 오메가의 세력을 흡수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


"그쪽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감마가 오메가의 세력을 흡수 중이라는 첩보가 들어왔어, 에이다의 위성 정찰이나 통신망 감청 결과 모두 같은 내용이었으니까... 곤란하게 되어버린 셈이지..."


"그리고 우리는 부상자 다수에 의료 물자까지 모자란 상태이니까...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겠네"


"흡수한 오메가의 정예  AGS 부대라 해도 전체 세력에 비하면 모자르니까."


"그러면 보급품 확보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사령관? 오메가 체포 이후 아직 수습되지 않은 서부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슬레이프니르를 보내려고, 의료 시설이나 물류창고를 그쪽에서 확인해 주면 가서 확보하려고"


"그래, 나중에 회의실에서 얘기하면 되겠네"


"그럼 바로 회의 잡아둘까 왓슨?"


"어, 부탁할게 리앤"


"알았어"


"아, 라붕씨... 저번에 오메가한테 했던 일 말이야,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거 같아... 납득할 수는 없지만 서도"


"왜, 그 중 2병 해골 바가지가 난리 치는 동안 도망갔을 것 같아서?"


"그래, 미리 중상자들과 함께 오르카호로 안 보냈으면 분명 도망쳤을 걸. 지금도 스카디의 경우처럼 몸 내부에 설치된 컴퓨터로 오르카 시스템 이곳 저곳을 공격중이야, 그동안 라붕씨가 있었던 가상현실도 오메가를 그 안에 격리 시키는 게 최종 목적이고"


"아예 저쪽에 보내서 손발을 묶고 이쪽에서 머리를 뒤져본다라... 괜찮은 생각이네"


"응, 마음 같아서는 오메가가 깔끔하게 항복해 주는 게 좋겠지만, 계속 이런 상태라면 지휘관들이 건의한 아까 그 방법대로 처리할 거야"


"그래 내키지도 않았을 건데, 잘 선택했다."


"왓슨, 회의 준비는 끝났어. 지금 갈거야?"


"어, 갈게"


리앤이 패널을 정리하며 일어나는 동안 사령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리앤이랑 먼저 가볼게, 이거 끝나면 니아씨한테도 가보고"


"알았어, 들어가봐"


"응"


사령관이 리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간 문을 잠시 바라보고 있자 닥터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하아... 부럽다 부러워"


"응?"


"니아언니랑 아저씨랑 꽁냥거리는거 말이야, 나는 언제나 오빠한테 어필할 수 있을까..."


"사령관이랑?"


"나도 그렇고 다른 언니들도 말만 안 할 뿐이지 둘이서 사이좋게 지내는 거 엄청 부러워 한다? 특히 오빠는 나한테는 관심도 안 가져주고..."


"외견때문에?"


"당연하지, 애초에 바이오로이드는 성장하지도 않는다고... 그거 때문에 성장약도 만들었다? 금속성 골격이 성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늘어나는 형태로 가공하기 위해 실험용 나노봇도 주사하고... 아무튼 그 수많은 노력을 들여서 오빠한테 어필했는데도 그런 쪽으로는 눈길도 안 주더라고"


"사령관도 너무하.... 뭐? 성장약에 그거에 대응할 수 있는 특수 금속성 골격?"


"응?... 맞는데?"


"역시 천재 맞네, 데이트 한번 해보겠다고 역사를 바꿀만한 발명을 하고..."


"왜? 갑자기 왜 그러는데?"


"그런 기술이 있으면 바이오로이드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한테 해야 할 골격 수술 횟수가 확 줄지, 멸망 전에 그런 기술이 있었으면 아마 인간이랑 바이오로이드 사이에도 아기를 갖는게 그렇게 허무맹랑한 소리도 아니었을 거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인권 문제도 대두 될 테니까,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랑은 많이 달랐겠지?"


"아... 그렇네..."


"뭐, 지금이라도 사령관이 일에서 손 떼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된다면 당연히 그 기술도 쓰이겠지, 인류 부흥이니 뭐니 하면서"


"나 엄청난 발명을 했었구나..."


"그걸 이제서야 아는 것도 신기하다."


"닥터, 여기 정비 목록은 다 끝냈거든? 이제 더 해야 할 일 있을까?"


"어, 포츈언니 그게 전부에요 수고하셨어요"


"아냐 아냐, 둘이 얘기하는 거 듣는 거 재밌어서 시간 가는지도 몰랐어~"


"헤헤"


"그나저나 사령관님의 아기라... 저번 달만 해도 그런 건 생각도 못했었는데...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기고 언젠가는 언니도 할 수 있겠지?"


"치사해 언니, 내가 그런 쪽으로 오빠가 관심도 안 가져 준다고 불평한 게 조금 전이잖아"


"미안해 닥터"


"아냐, 굳이 언니가 사과할 필요는 없지. 오빠가 문제인 거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내 등 뒤로 돌아간 닥터가 무언가를 만지고 뚜껑을 덮으며 말했다.


"자, 작업은 끝! 이제 마음대로 움직여도 돼! 임시 의료 센터는 D섹터 3층 이니까 참고하고"


"고맙다 닥터, 고생 많았어"


"나중에 봐!"


닥터와 포츈의 배웅을 받으며 정비창을 나선다.


"자, 그럼 가 볼까"


다시 돌아온 오르카 호의 복도를 걸어나간다.


바뀌어버린 세상의 새로운 일상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