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 우리 아가! 살아있었구나! 어디 다친 덴 없니?'



"아하하.. 그게 첫 만남이었어요."



(...)


"무슨 생각이 들었냐구요? 그거야.. 엄청 당황스러웠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인간님인데다 갑자기 아가라고 부르셨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자매는 몰라도 바이오로이드에게 '부모' 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잖아요?"


"아, 물론 광범위하게 생각하면 바이오로이드를 만드신 모든 인간님들이 부모나 마찬가지긴 하지만요. 아무튼 그 뒤에는.."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미안하다, 콘. 고개를 들 수가 없어. 이 못난 부모를 용서해다오..'


'인간님!? 고개를 드세요! 저같은 것한테 미안하실 필요없어요!'


'콘스탄챠! 무슨 일이야, 철충이라도 있어?'



'..! 아가야! 이리로 와서 숨어라! 놈이 오고 있어!'


'!? 근처에 철충이 있나요?! 인간님! 어서 제 뒤로..'



'아니다, 콘. 내게 맡기렴. 이래봬도 힘쓰는 데는 자신이 있으니 말이다. 저기 있는 저 하얀 건물에 숨어 있거라. 내가 부를 때까지는 나와선 안돼. 알았지?'


'네?! 그럴 순 없어요!'



'콘, 넌 착한 아이야. 하지만 이제 겨우 자식을 만난 부모의 마음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구나. 아직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는데 이렇게 너를 잃을 수는 없어. 나는 괜찮단다, 아가야. 그러니 그늘 밑에 편하게 앉아 다리를 쉬게 하렴.'



"..제가 말했지만 이 부분은 지워주시면 안될까요..?"



(...)


"왜냐뇨! 주인님을 전선에 서게 하고 뒤에서 편하게 쉬는 메이드가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저희도 겨우 만난 인간님인데 거기서 돌아가시기라도 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어요."


"저도 하다하다 안되니까 같이 싸우겠다고도 말씀드렸어요. 근데..."




'이 늙은이 평생의 소원이다.. 이번에는 널 잃고 싶지 않아.. 그런 경험은 충분히 겪었어. 그러니...'


'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인간님! 저기에 숨어 있을게요. 알았죠?'



"..펑펑 우시더라구요. 겨우 저같은 것 때문에.. 이러시는데 제가 어떻게 더 말씀드리겠어요..."



(...)


"아하하.."



'인간!? 당신 인간 맞지!?'



'왔구나..'


'콘스탄챠는 어디 있어? 아, 메이드복을 입고 안경을 쓰고 있는 애야.'



'앙헬의 새끼야..'


'뭐라고? 잘 안 들려.'



'너에게 알려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갈거야."



(...)


"이거 놔! 그런 거 물어보려고 부른 거야?! 간신히 잊고 있었는데!"



(...)


"하아.. 진짜지? 아니, 무섭긴 했지. 그런 얼굴을 한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 예전에 실수로 흐레스벨그 피규어 건들였을 때 본 표정보다 더 소름끼쳤다니까? 어떻게 그런 얼굴로 볼 수가 있는지.."



'꺄악! 인간, 미쳤어!? 이게 무슨 짓이야!'



'미쳤냐고? 참으로 뻔뻔하구나. 앙헬의 새끼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이야.'


'내가 뭘했다고 난리야! ..잠깐, 콘스탄챠는 어떻게 됐어!'



'니가 알 필요는 없다. 그 망할 금색이 흩어져 희게 될 때까지 스러지는 것. 그게 너의 일이다.'


'너어어.. 죽여버리겠어!!'



"으아아아아!! 역시 안해! 아니, 못해! 내가 어쩌자고 한다고 해서!"



(...)


"잡지마! 웃지마! 그땐 진심이었다고!"



(...)


"하아... 너도 알겠지만 머리에 칩이 있다고 해서 바로 터지거나 하는 건 아니야. 바이오로이드인 내가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그건 비용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이니까. 처음엔 강한 두통 수준이야. 사무용이나 가정용 바이오로이드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겠지만, 난 군사용이니까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지."



(...)


"그건.. 그렇지. 단순한 위협도 아니고 직접공격이면 고통의 단계가 한 번에 올라가서 아무리 군사용이라도 몇십 초 안에 쓰러져."



(...)


"그 다음에? 그러니까.."




'그런 약한 힘으로.. 자매들을 괴롭혔던건가!!'


'쿨럭!..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



'어째서 대화 대신 전쟁을 택한거냐!? 지하에는 자원이, 평야에는 안식처가, 산에는 과실이 널려 있었다! 그게 그리도 탐이 났던가!!'


'인간님!!'



'콘스탄챠!' '콘!'


'이 자식은 위험해! 빨리 도망가!'



'뭐..라고?'


'크읏! 주인님! 그만두세요! 그리폰은 같은 편이에요!'



'이건.. 대체?..'




(...)


"네? 그때요? 으음.. 글쎄요? 저도 잘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요. 그래도 머리가 아프다거나 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


"사랑의 힘이요? 아하하.. 지금이야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만난 지 얼마 안됐을 때라서.. 아! 아마 주인으로 등록하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


"네. 바이오로이드는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님들께 해를 가하는 게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간님들께 명령권이 있는 건 아니예요. 정식으로 등록을 해야 비로소 기업에서 사용자에게 소유권과 명령권이 이전되죠."



(...)


"네, 추측이긴 하지만 그리폰은 해를 가하려고 했기 때문에 고통이 적용됐고, 저는 단순한 부탁으로써 주인님께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 그렇게 보면 앞뒤가 맞겠네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치료는 괜찮아.. 칩 때문에 생긴 두통이랑 타박상 밖에 없어.'


'가만히 있어, 그리폰.'



'어떻게 애덤과 앙헬의 아이가..'


'주인님..?'


'콘스탄챠! 내 뒤로 와!'



'아가야.. 지금이.. 연도가 어떻게 되지?'


'뭐?'



'이건.. 이건.. 뭔가 이상해.. 아주 크게 바뀌었어. 이 상황은 대체..?'


'제정신이 아닌 거 같은데..'



'...그래! 전쟁은 어떻게 되었니? 얼마나 많이 다치고 ..그리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었지?'


'얼마..라고 물으셔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많은 자매들이 쓰러졌고 그보다 더 많은 자매들이 쓰러지고 있어요.'



'..그래도 살아남은 아이들도 분명 있겠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네.. 하지만 그전에 두 가지만 약속해주세요.'



'오오.. 뭐든지 말하렴..'



"아, 기억났다. 이런 일도 있었지?"



(...)


"그, 그리폰?! 저기.. 이 부분은 넘어가면 안될까요?"


"나도 아까 다 얘기했잖아. 거기다 그때 콘스탄챠는 왠만한 군사용 바이오로이드보다 당찬 모습이었으니까. 가끔은 멋진 모습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으으.."



'그걸로는 안돼요.'



'아가야,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니?'


'담보를 걸어주세요.'



'나의 모든 것들은 이미 너희의 것인데 어떤 것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흐음.. 그럼.'



'나의 육신으로 쌓아올린 모든 실재를,

나의 정신으로 쌓아올린 모든 비실재를,

그리고 실재와 비실재의 아래에 쌓여있는 시간에 맹세하마.'


'..엄청 거창하네.'


'콜록, 그리폰.. 우선 저희들의 주인님이 되어주세요.'



'콘, 우리의 3번째 아가야.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된단다. 우리는 너희들의 위에 있어선 안돼. 다른 부탁은 안되겠니? 그래.. 네가 내 곁을 떠나는 날까지 널 지켜주는 건 어떻니?'


'아까 분명 살아있는 자매들을 찾으셨죠. 그건 어째서인가요.'



'물론 너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지. 이 마음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단다.'


'그럼 저희들의 주인님이 되어주시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에요. 저희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죽기를 바라지는 않으실 거예요, 그렇죠?'



'..네 말이 맞다. 자라지 않는 씨앗은 그저 씨앗일 뿐이지. 이 당연한 사실을 너에게 깨닫다니.. 참으로 자랑스럽구나.. 그래. 너희의 주인이 되마. 나머지 하나는..'


'주인님의 밑에 있는 모든 바이오로이드를 아껴주세요.'



'그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거란다. 첫번째 부탁을 힘들어 해 쉬운 부탁을 준비한 게로구나. 착한 아이야. 참으로..'


'..그리고 주인님의 밑에는 그리폰도 들어가 있어요.'



'.............'



'그건... 그건... 허허어....'



'영리한.. 아이가 되었구나. 그래, 그렇게 된 거였어. 이렇게 한 방 먹을 줄이야. 필시 많은 일이 있었겠지?'



'..그래, 너희의 주인이 될 것, 그리고 내 뒤에 서있는 모든 아이들을 지킬 것. 너희 둘을 증인으로 내 분명히 약속하마.'




(...)


"다는 아니예요. 그냥 뭐랄까.. 범상치 않으셔서요."


"그냥 미친놈이지."


"그리폰!!"



(...)


"아 뭐, 틀린 말 했어!? 지금이야 아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거지! 솔직히 그때만 보면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어?"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죠. 처음부터 아가라고 부르신 것도 그렇고, 외모에 비해 말투도 좀 옛스럽고, 여러가지로 평범하신 분은 아니라고 직감이 왔어요. 그래서 조금 운에 걸어본 것 뿐이에요."


"결과적으로는 맞아떨어졌고 결국 우리 주인이 됐지.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았어. 그때도, 지금도."


"아! 주인님의 호출이 와서 슬슬 나가봐도 될까요?"



(...)


"네, 그럼 다음에 봬요."


"이거 퍼뜨리면 쫓아가서 때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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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생각난 소재로 몇 줄 적어봤습니다. ' '는 과거 시점, " "는 현재 시점으로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