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우리집 브닐라 모음집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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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A는 이비의 지인이었던 레드후드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그녀는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듯 연신 몸을 움츠리며 죄송하단 말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한편, 트럭 짐칸 뒤켠에는 소완과 리리스, 그리고 시라유리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소완과 리리스가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화의 주제는 그들의 과거 생활로 이어집니다. 소완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그런대로 성공적인 중견기업의 소유주에게 (다른 애니웨어 제품들과 함께) 팔렸던 소완은, 그와 사랑에 빠져 부부의 연까지 맺게 됩니다. 하지만 친구의 배신으로 그동안 이룩한 모든 것을 잃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소완의 부군은 마지막 청으로 '최후의 만찬'을 부탁하고, 인간인 부군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소완은 자신만의 비법으로 그를 독살합니다.


부군이 숨을 거둔 후, 채권단에 의해 재산이 정리되고, 그 과정에서 소완과 애니웨어 식구들은 테마파크 C구역에 염가로 팔려나갑니다. 하루 하루가 지나며 알고 지내던 식구들은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되고, 소완 또한 만신창이가 되어 반송장이 됩니다. 한편, 뒤늦게야 소완의 몸값을 깨달은 채권단은 뒤늦게 C구역에서 그녀를 회수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죠. 그렇게 그는 떨이상품으로 촌구석의 식당에 팔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무덤덤한 소완에 비해, 리리스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분위기였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시라유리는  블랙 리리스에게 묻습니다. 왜 명령권자도 아닌 자의 말을 (이젠 명령권 제약도 없는 상황에서) 고분고분 따르는지요. 그것도 자신의 주인이었던 적도 없는 사람을요. 블랙 리리스들은 그런 종자들이 아니지 않느냐고요. 그리고 과거사를 밝히는 걸 꺼리는 걸 보니, 뭔가 찔리는 게 있느냐고 이죽댑니다.


이에 리리스는 조심스레 과거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삼안 산업 고위 이사 중 한 명이자, 사태 이후에도 해외로 피난하지 않고 유일하게 한반도에 남아있던 자의 휘하에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그의 아들이 소유하고 있었죠. 바이오로이드 인권주의자였던 그는 리리스를 진심으로 아끼다가 사랑에 빠져 서약까지 하게 됩니다. 


한편, 철충들의 공격이 시작될 무렵, 실패한 주식 투자로 인해 전재산을 날린 C부장은 친척의 연을 이용해 그 이사의 집에 얹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이사가 술김에 자랑하며 보여줬던 명령권 재조정기 시제품을 기억하고 있던 C는, 그것을 이용해 리리스의 명령권을 탈취하고 그 이사와 그녀의 배우자를 직접 살해하게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임원 전용 대피시설에 관한 자료를 탈취하고, 그녀를 경호용으로 대동하며 사방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다는 것이었죠.


리리스는 삼안 산업 한국지부의 실질적 책임자가 그렇게 명을 달리했고 다른 고위직 생존자도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현 시간부로 권한대행은 그 다음 위계를 지닌 A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삼안 산업 이사회 권한대행이자, 자신이 폐를 끼친 분을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끝맺습니다.


A는 자기가 언제 그렇게까지 되어버린건가 하며 놀라지만, 시라유리는 리리스가 여전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이동 중, 잠시 휴식차 정차한 틈을 노려 시라유리는 리리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리리스는 그녀에게 무어라고 대꾸합니다. 이비에게 일손을 보태던 A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의 손짓과 시선에서 대화의 주제가 자신이라는 것을 눈치챕니다. 


마저 길을 재촉하는 홍련의 목소리에 A는 다시 트럭에 오르지만,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를 떠올리며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이동하기를 잠시, 누군가가 호송대를 멈춰세웁니다. 


그들의 정체는 발키리, 베라, 그렘린으로 구성된 블랙리버 침투조였습니다. 삼안산업에 대한 정보탈취, 암살 및 사보타주 공작을 위해 한반도에 잡입한 그들이었지만, 제대로 임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철충의 공격이 시작되어버린 상황이었지요. 


(이비와는 달리) 삼안산업 소속이었던 아라와 다른 전직 스틸라인 부대원들, 그리고 몽구스와 시티가드는 그들에게 무기를 겨누며 경계하기 시작하고, 리리스는 A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 금방이라도 그들을 공격할 태세를 갖춥니다.


하지만 블랙리버 소속이었던 이비의 중재와 더불어, 작금의 상황을 비롯한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그들은 일단 협력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현재 가장 높은 위치를 가진 A를 임시 명령권자로 설정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금 길을 가던 도중, 대열 선두에 있던 일부 차량에 문제가 생깁니다. 호송대에 끼어있던 포춘들은 물론, 그렘린까지 손을 보태 수리를 시도하지만, 지지리 운도 없게도 마침 인근을 지나가던 철충 정찰조와 조우하게 됩니다. 그렇게 최악의 상황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이비의 스틸라인 화력조와 (부상자가 끼어있는) 몽구스 팀, 그리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침투조는 나름의 호흡을 맞춰 철충들을 저지합니다. 


하지만 점차 민간인들이 위험해지기 시작할 때, 뜻밖의 조력자가 등장합니다. 인근에서 함락된 정부군-삼안보안군 연합 거점에서 온 앵거 오브 호드와 일부 낙오 AGS로 이루어진 패잔병들이었죠.


교전이 끝나고 상황이 가라앉자, 삼안 소속의 호드와 블랙 리버 출신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인원들 사이에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또 다시 골치아픈 상황이 펼쳐질 뻔했지만, 이번엔 국내 삼안 산업 권한대행 지위를 앞세운 A의 필사적인 중재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바이오로이드 세력들 간의 불편한 협력이 시작되고, 아직까지도 냉랭하고 불편한 분위기가 모두를 옥죄는 가운데, 홍련은 인근에서 구조 신호 하나가 왔다고 전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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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구조 신호가 온 곳은 인간과 바이로이드 모두를 진료 가능한 임시 의료시설이었습니다. 철충의 공격을 받으면서 시설을 경비하던 AGS 일부까지 감염된 상황이었지요. 


제 코가 석자인 마당에 구출작전까지 진행해가며 노약자들을 떠안아야 하나 싶던 이비는 갈등하지만, 시티가드와 몽구스는 물론 호드, 스틸라인,  거기에 시오발까지 민간인 구출에 찬성하는데다, 명령권자인 A까지 구출을 결정하자 그녀는 못이기는 척 구출 작전을 수락합니다.


홍련과 시라유리가 지휘를 맡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비와 대화하며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은 레드후드 또한 지휘부에 합류해 힘을 보태기로 합니다. 





시설 외부의 철충들을 호드 병력으로 유인해 잔존 AGS 부대의 화력으로 격파하는 사이, 몽구스와 시오발, 그리고 이비 휘하의 스틸라인 화력조, 거기에 A가 딸려보낸 리리스와 콘챠, 바닐라까지 포함된 실내 진입조가 병원 내로 진입합니다. 적 철충은 시설을 경비하던 경찰 사양 램파트와 펍헤드, 그밖의 의료용 AGS 소수가 주축이었습니다.


위험천만한 실내 근접전이 펼쳐지지만, 노련한 이비의 지휘와 호송대 지휘부의 노력으로 사상자 없이 내부 소탕을 완료합니다. 


일행은 시설 내에 고립되어 있던 의료 사양 다프네, 시저스 리제, 그리고 환자 바이오로이드와 대피하지 못하고 남겨진 인간 어린이 부상자 몇몇을 구출합니다. 적으나마 의료물품과 기타 물자를 확보한 건 덤이었죠.




작전에 투입된 인원들은 퇴출 후 본대와 합류하고, 조심조심 이동한 끝에 마침내 목적지인 삼안산업 조선소에 다다릅니다.


강력한 AGS 부대에 의해 철통같이 방어되던 그곳은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일체 거부하고 있었지만, A가 가진 VVIP 권한과 삼안 산업 권행 대행이라는 직위에 힘입어 손쉽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선소는 그리 생활에 편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나름 널찍한데다 난민과 바이로오이드 모두를 수용할 만큼의 노동자 숙소, 거기에 더불어 작은 규모나마 실내 수경재배 농장 및 배양육 제조시설에 발전소를 비롯한 기타 자동화 산업시설이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일행은 마침내 안심하고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고, 이 시설을 중심으로 방어를 정비하고, (에바가 언급했던) 구조를 기다리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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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용 삽화라곤 틀만 잡혀있는 스케치들 뿐이었는데, 퇴근하고 성급하게 작업하다 보니 그마저도 살리기가 힘드네요.

부족한 실력을 체감하게 됩니다.


아마 다음화가 끝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량이 너무 많다면 잘라 올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제 진짜로 이 똥글에 똥짤 묶음도 종지부를 찍겠네요.

창작탭의 찌꺼기 수준이었던 이 시리즈에 과분한 개추를 주셔셔 매번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럼 조만간 스토리 요약본 (완결)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