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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알바트로스의 추락과 동시에 타이런트가 쓰러졌다.


타이런트는 아직 죽지는 않은 듯 했으나 그것 뿐, 인간으로 치면 식물인간과도 같은 상태인 그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이제 남은 이는 오직 알바트로스와 알파 그리고 오메가의 홀로그램과 스트롱홀드 뿐이었다.




'스트롱홀드 2기가 상대라면… 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원들은 지킬 수는 없다.'




스트롱홀드의 공격은 알바트로스에게 닿지 않고 알바트로스의 공격은 스트롱홀드의 장갑을 뜷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투가 벌어질 경우 지켜야하는 이들이 남은 알바트로스가 더 불리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알바트로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레모네이드 오메가, 협상을 요청한다.]


[지금 너희들이 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




신경질적인 대답이 돌아왔으나 예상한 바였다.




[이미 반파된 군대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너의 알바트로스는 추락했고 스트롱홀드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 말에 오메가의 눈이 조금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오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너는 상대할 가치도 이유도 없어. 난 그저 너의 뒤에 있을 잡것들만 처리하면 되거든.”


“그렇다면 일이 쉬워지겠군. 너의 스트롱홀드는 이곳에서 전부 파괴된다.”




오메가가 무엇이라 말할 틈도 없이 알바트로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 다음은 너의 남은 AGS 군대와 땅에 추락한 알바트로스다. “


“그동안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당연히 병력을 동원해 나를 파괴하려 하겠지. 하지만 어중간한 AGS로는 날 해치울 수 없다. 강력한 AGS를 동원하게 되겠지. 그렇다면 나는 그 AGS와 함께 자폭할 것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말이었다. 아니 그것은 협박에 가까웠다. 알바트로스는 말한 바를 그대로 실행할 각오를 이미 다져둔 상태였다.


 


“알바트로스든 스트롱홀드든 AGS는 다시 만들면 그만이야. 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자원과 생산시설이 내 차지인데 고작 그정도도 못만들것 같아?”


“그동안 그 넓은 대륙을 철충으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 같나? 레모네이드들은 어떻지? 그 사이 화해를 했을리는 없으니 너를 물어뜯으려 하겠지.”




이번에는 오메가의 대답이 조금 늦었다. 보통의 상대였다면 눈치채지 못할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알바트로스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움직일거다. 과연 어떻게 할 것 같나? 너처럼 회장의 총애를 받고자 하는 그것들이 그 상황에서 둘 수 있는 최적의 판단은 무엇일 것 같나?”




오메가의 표정이 조금 흔들렸다. 평정을 잃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알바트로스의 말이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저 타이런트만 아니었어도…!'




완벽에 가까운 계획의 실패가 가져다 준 분노 속에서도 오메가는 머리를 굴렸다.


더 큰 손해를 무릅쓰고 회장에게 거역할 마지막 인류를 처단했다는 명분을 얻을 것인가, 여기서 포기하고 레모네이드 사이에서의 입지와 아메리카 대륙을 지킬 잔존 병력을 온존할 것인가


망설임의 기로에 선 오메가의 등을 눈 앞의 AGS가 툭하고 밀었다.




"이 정도 소란이 났으니 철충들도 움직일거다. 연결체급이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겠군. 철충에 레모네이드들과 남은 오르카의 병력 모두를 상대할 수 있겠나? 이긴다해도 그것이 회장을 섬기는 것에 누가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


“그 더러운 입 다물어!”




결국 오메가가 분노를 표출하며 소리질렀다.




“하아… 사람 열받게 말하는건 전 주인하고 똑같네. 좋아,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정말 하기 싫다는 티를 내며 오메가가 말을 꺼냈다.




“뭐해? 말도 못알아들어?"


“...병력을 즉시 철군시켜라.”


“나한테 명령하지마. 아미나의 깡통주제에…”




으르렁거리던 오메가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쓰러져 있던 타이런트가 들어왔다.




“흠… 그런데 알바트로스,  이렇게 내가 물러가면 내가 너무 봐주는것 같은데?


“뭘 원하는거지.”




오메가는 쓰러진 타이런트의 몸을 발로 툭툭 차는 것으로 대답했다.




"이 녀석의 모든것, 부품 하나 데이터 하나 남기지 않고 가져가야겠어."


"그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면 나는 이 자리에서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을 죽여버리면 되려나? 그러면 나야 힘들어지겠지만 너희는 그대로 끝이야. 주제를 알라고."




알바트로스가 순간 침묵하자 오메가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너희 모두의 목숨과 다 부서져가는 AGS 하나, 뭐가 더 가치있지? 이제는 판단도 못할 정도로 성능이 떨어지기라도 했나?"


"…"




침묵으로 일관하는 알바트로스가 우습다는 듯 오메가가 비아냥거렸다.




“너의 주인을 또 죽이고 싶은거라면 그렇게 해”


"...받아들이겠다."




둘 사이의 대화가 끝나자 어디선가 나타난 드론들이 타이런트의 몸과 스트롱홀드의 몸을 앵커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알바트로스는 그 광경을 묵묵히 노려볼 수 밖에 없었다.




“아, 까먹을뻔 했네. 니들 사령관'님'이 정신차리면 말 좀 전해줘. 그 사랑스러운 인형 아내를 죽인게 나라고.”




맥락도 없이 튀어나온, 굳이 할 이유가 없는 말, 알바트로스는 그간의 경험에서 그 의도를 눈치챘다.




"우리는 복수에 눈이 멀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는다."


"할 수 있으면 해봐. 새로운 주인은 잘 지켜야지? 전 주인처럼 개죽음당하게 하기 싫으면"


"…협상은 끝이다. 군대를 철수시켜라."




오메가, 아니 오메가의 홀로그램은 살짝 미소지으며 설원 위에서 사라졌다. 설원에는 이제 바람소리와 금속이 땅에 끌려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





[내가 파악한 것은 여기까지다. 더이상의 정보는 없다.]




회의실에 모인 부대의 지휘관들은 모두 굳은 표정을 지었다.


적의 함정, 타이런트의 최후, 오메가와의 거래 그리고 지금의 상황까지. 정신을 차린지 1시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받아들이기란 너무 끔찍한 소식이었다.


불편한 침묵 속에서 칸이 화두를 꺼냈다. 




“타이런트는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나?”


“오메가는 데이터 하나 놓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꺼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끄집어내겠지. 몸체는 개조해서 병기로 재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가지 더 추가된 끔찍한 소식에 지휘관들의 표정이 참담한 것으로 변했다. 동료였던 자가 적이 된다라는 소식은 그러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참담한 표정을 억누르며 마리가 선언했다.




“모든 지휘관들은 즉시 부대를 오르카로 복귀시키도록. 이곳에서 철수한다. 거점에 남아있는 모든 대원들을 피신시키며 아시아 대륙으로 이동한다. ”




사령관 부재시 부여받는 총지휘권, 사령관의 이름으로 보증된 이의 명령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지금 도망가자는 거야?”


“메이 소장, 전쟁에는 시기라는 것이…”


“내가 그런 것도 모를 것 같아?! 그 년이 타이런트를 끌고갔어! 무슨 짓을 당할지 전부 들었잖아!!”




메이의 앙칼진 목소리가 회의실을 꽉 채웠다. 그 목소리에는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향한 분노가 담겨있었다.




“AGS가 가지고 있던 데이터를 전부 지워버리면 죽는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런데 내버려두겠다고..?”


“그렇다면 메이, 우리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메이의 바로 옆에 있던 레오나가 끼어들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도망치는것 뿐이야. 사령관은 쓰러졌고 타이런트를 잃었어. 대원들의 사기는 바딕이야.”




참담했으나 그것이 현실이었다. 분명 아군 전체가 발이 묶인 상황에서 단 한명을 제외한 전원이 생환했으며 적 군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알파라는 조력자까지 합류했다. 


그러나 사령관이 의식을 잃었고 적은 타이런트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 


오르카는 전투에서 이겼으나 전쟁에서는 패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대로 내버려둘거야? 우리 살리겠다고 목숨 바친 애를 그 미친년 손에…!”


“진정해라. 메이 소장.”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칸! 너는…”




분노에 찬 메이의 눈동자가 칸에게로 향했다. 그제서야 메이의 눈에 칸의 표정이 들어왔다.


그제서야 메이의 이성이 간신히 감정을 앞질렀다.




"…미안해."


"괜찮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으니."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아니 오히려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그녀들은 모두 그날의 참상을 떠올렸다. 사령관이 아내를 잃은 날, 사령관 합류 후 처음으로 대원들이 죽은 날


이번 전투에서 기계가 보여준 환상도 그것이었다. 바보처럼 과거에 사로잡힌 사이 미래를 망가트렸다. 




“과거의 실패를, 그날의 참상을 반복할 수는 없다.”




마리가 정적을 깨며 다시 한번 선언했다.




“우리는 괌을 경유해서 아시아로 향한다. 적이 타이런트의 정보를 얻었으니 요정마을이 위험하다. “




그녀의 목소리에는 공포와 망설임이 묻어있었으나 당당했다.




“사령관 각하께서 정신을 차리실 때까지 전면전을 금한다. 아니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모든 전투를 금지한다. 타이런트는… 되찾을 방법을 찾는다. 반대자 있는가?”




이번에는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향후 방침 대비는 끝내도록 하겠다. 추가 안건 있나?”


“함대의 방공망에 관련해서 스카이나이츠와 상의를 나누고 싶소만, 괜찮겠소?”


“알겠…”



쾅!



순간,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콘스탄챠?! 회의 중에 뭐하는…?"




당황한 메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콘스탄챠가 소리쳤다.




"주인님, 아니 사령관님께서 깨어나셨어요!"




그 순간, 앉아있던 모든 이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펙스의 거점, 거대한 격납고에 비치된 거대한 AGS의 몸에 수많은 선이 연결되었다.


액정 속 화면을 보며 상황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음을 확신한 오메가는 다음 화제로 고개를 돌렸다.




촤아악!



"커흡,푸하아... 허억…허억…"




차가운 물이 얼굴을 강타하며 '나'를 무의식에서 깨웠다. 코와 입에 마구잡이로 파고들며 호흡을 막는 물을 뱉어내려 노력하는 사이 서서히 오감이 돌아왔다.




"쿠헥…하아…하아… "




숨이 가쁘다. 물이 차갑다.


무엇보다 몸이 가볍다.




“어…?”




이런저런 위화감을 뒤로 밀어두며 제정신을 잡고나서야 시야가 선명해졌다.




“새로운 몸을 받은 기분은 어때? 타이런트?”




목소리가 들려온 앞을 보자 그곳에는 한 손에 컵을 든 오메가가 서있었다. 


쓰러지기 전의 기억과 지금 상황을 짜맞추자 대강 견적이 나왔다.




“오메가…! 날 인질로 잡…?!”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내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늘 들려오던 중후한 기계음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의 목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다. 그것도 무척 고운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당황해 고개를 내리자 눈 앞에 살색이 보였다. 


분명 인간의 몸이었다. 그것도 여성의 몸이었다.




“이..이게 무슨…?”




당혹스러움이 내 몸을 덮친 순간, 뺨에 강렬한 통증과 함께 고개가 세차게 돌아갔다.




짜악!


“커흡..!”


“가만히 좀 있어.“




얻어맞은 뺨따귀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얼얼하고 기분 나쁜 감각이 조금씩 퍼져가고 열기도 느껴진다. AGS였을 때와는 다르다. 고통이 배는 더 강하게 느껴진다. 아니, AGS였을 때가 비정상적으로 둔감했던거겠지.




“나한테… 나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글쎄? 복수?”




여유가 보이던 오메가의 표정에 갑작스래 분노가 새겨졌다,




“덕분에 계획이 아주 엉망이 되버렸거든. 그리고.. .배신자 년에게도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하고.”


“배신자…?”




알파와 내가 인간이 된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 의문은 오메가가 곧바로 해답을 주었다.




“안나 박사라고 하는 년이 있었거든. 너는 지금 그 여자의 몸에 들어가 있는거야. 걱정마. 일이 끝나면 원래 몸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까.”


“일이라니…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그건 몰라도 돼. 니가 해야 하는 건 그 더러운 몸뚱이로 알파, 그 망할 년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 뿐이니까. T-12 시작해.”




불안함이 느껴졌다. 안나박사의 몸을 한 내 몸을 이용해서 알파에게 복수를 하겠다? 오메가 성격상 분명 멀쩡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 사이 한 AGS가 내 시선에 들어왔다.




“알겠습니다. 대상은 안나박사, 목표는 대상의 고통의 유발. 기간은 오메가님께서 중지하라 명하실때까지. 이상의 내용에 오류는 없습니까?”


“그래, 방법은 좋을대로 해. 죽이지만 말고.”




로버트처럼 4개의 팔을 가진 AGS에게 그렇게 말한 오메가는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 AGS는 팔을 뻗으며 내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젠장!”




온 몸을 휘감는 공포에 팔다리를 움직여보려 발버둥쳤다. 하지만 완벽히 속박되어 있는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이 AGS는 내 바로 앞에 도착해 있었다.




“작업개시. part 1 손톱 제거”




그 끔찍한 말과 함께 놈의 팔에서 집게가 튀어나왔다. 그것이 내 손톱을 붙잡았다. 


3초 후 나는 격통을 느꼈다.


인간과 타이런트의 삶을 모두 종합해도 그것보다 끔찍한 순간은 없었다. 그 격통은 몸 안에서 폭탄이 터졌을 때보다 더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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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안하신 암컷고문입니다. 암컷타락? 그런거 안팔아요.